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음이 동하다 Apr 08. 2023

의자도 쉬고 싶을지 모른다.

한 장의 사진으로 풀어내는 엉뚱한 이야기

이미지 출처 - 이성일 작가 https://blog.naver.com/lsi16/220792568996


일출인지 일몰인지 알 수가 없다. 지구에 도달하는 가시광선들의 파장의 길이에 따라 청색과 적색으로 구분하기도 하지만 그 차이를 육안으로 느낄 수 없다. 전체 적인 색감이 청색인걸 보면 일출에 가까울까? 그러기엔 구름이 너무 많다. 일출이든 일몰이든 해가 뜨거나 질 무렵 하늘이 붉게 물드는 것은 다 같이 노을이다. 아침노을과 저녁노을로 나뉠 뿐이다. 


위·아래를 절반 정도로 나눈 수평선은 누가 자를 대고 그은 마냥 일직선이다, 그 경계도 볼펜으로 한줄 더 그은 것처럼 또렷하다. 그 위로 하늘과 아래로 바다가 대부분의 면적을 차지한다. 고유의 색감을 잊은 채 채도와 명도를 달리하며 짙고 탁함을 드러낸다. 


바다에 홀로 서있는 의자의 네 다리가 왠지 처연하다. 본디 사람을 앉히기 위해 태어났을 터인데 파도가 넘실거리는 뭍의 끝자락에 외롭디 외롭게 서있다. 누군가를 기다리는지 그 방향 또한 외딴 섬으로 향한다. 섬의 모양이 마치 물위에 떠있는 한쪽 구두 모양이다. 의자가 바라보는 방향, 한 쪽 구두. 이것은 누군가를 기다리는 이의 심정을 대변한다. 어쩌면 섬으로 가고 싶은 의자의 심정일까?


하지만 너무 걱정 안 해도 된다. 해가 어느 정도 머리위에 오르면 육지와 섬 사이의 해수면이 낮아지면서 작은 길이 생긴다. 잠시 물속에 있던 길들이 저조 시간이 되면서 어김없이 물 밖으로 드러난다. 의자와 구두모양의 섬을 연결시켜 준다. 그렇다. 여기는 구약성경의 모세가 홍해를 가르고 피신했다던 ‘모세의 기적’처럼 유명한 곳이다. 이런 이색적인 장면의 연출은 많은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해마다 날마다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온다. 의자에 앉아 뒷모습으로 오른손을 치켜든 채 브이를 연출하고 나서야 사진 찍는 소음이 낮게 들린다. 이 한 장의 사진을 얻기 위에 의자 뒤로는 30여명이 넘는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그렇다. 여기는 SNS에서 유명한 핫스팟이다.


의자도 정말

쉬고 싶을지 모른다.

작가의 이전글 저녁 먹고 숙제할 때 산만한 초등학생에게 #아빠의귓속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