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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이 동하다 May 24. 2023

[짧은 글, 긴 여운_#4] 거리에 햇빛이 쏟아졌다.

햇빛은아이들에게쏟아질 뿐이다.

거리에 햇빛이 쏟아졌다. 3일만이다. 장마도 아닌 5월에 연이어 흐린 날씨를 이어가다가 오랜만에 쏟아진 햇빛이다. 공기의 흐름마저 보일정도로 투명한 날씨다. 일요일에 비친 햇살은 사람을 거리로 옮기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거리에 나온 사람들은 저마다의 방법으로 햇빛을 피하고 있다. 간만에 비춰진 햇볕은 따뜻함을 넘어 뜨거웠고 사람들은 그림자가 드리운 곳으로만 피하기 바빴다. 쏟아지는 햇빛은 반가우나 그걸 온몸으로 맞이하는 어른은 없었다. 아이러니하다. 풀잎들이 밤새 머금은 이슬들은 하나 둘씩 사라져갔고, 사람들의 건조한 이마엔 이슬들이 하나 둘씩 맺히기 시작했다. 풀잎에서 사람으로 이동한 모양이다.     


거리에 아이들이 쏟아졌다. 오랜만이다. 흐려서 안 되고, 미세먼지 많아서 안 되고, 비가 와서 안 되다가 오랜만에 쏟아진 아이들이다. 공기의 흐름 속에 크고 작은 물방울이 날라 다닌다. 그걸 쫓는 아이들에게 햇살의 뜨거움은 문제되지 않는다. 그늘 속에 몸을 피한 부모들의 움직임은 없었고 그들의 손가락만이 사진을 찍느라 분주할 뿐이다. 어른들의 그늘은 반가우나 그걸 온몸으로 즐기는 아이들은 없었다. 아이러니하다. 밤새 이슬을 머금었던 풀잎들은 하나 둘씩 자세를 낮추어갔고, 짓밟힌 풀잎들 위로 아이들이 하나 둘씩 커가기 시작했다. 풀잎의 영양분이 아이들에게 이동한 모양이다.     

     

햇빛은

아이들에게

쏟아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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