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음이 동하다 Mar 18. 2022

구독자 5,500명, 수익 없는 유튜브 포기 않는 이유

유튜브 운영도, 브런치 작가도 같습니다.

    습관적으로 컴퓨터를 켜고, 유튜브를 클릭한다. 유튜브 스튜디오를 누르고 떨리는 마음으로 수익창출 버튼 위에 마우스 커서를 올린다. 눈을 감고 직감적으로 손가락 모양을 하고 있는 커서를 누른다. 슬며시 한쪽 눈을 떠본다. ‘채널이 수익 창출 요건에 더 이상 부합하지 않음’ 신청서 검토한 결과 유튜브 수익 창출 정책을 준수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유는 ‘재사용된 콘텐츠’로 의미 있고 독창적인 해설이나 교육적 가치를 제공하지 않은... 벌써 5번째 거절이다. 이제 조금 무덤덤해졌다고나 할까?




    지금으로부터 1년 전인 2021.3월. 그 당시도 지금의 나(글쓰기)처럼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일상이 무료했다. 시간이 쌓이지 않고 흘러 떠내려가는 것 같았다. 어느 날과 마찬가지로 책을 읽다가 문득 ‘유튜브를 운영해봐야겠다!’라는 생각을 했었던 거 같다. 아마 그때 읽었던 책이 《송사비의 클래식 음악야화》였다. 살면서 클래식에 ‘클’자도 모르고 자라온 내가 갑자기 클래식이라니. 내가 어떻게 클래식 책을 보고, 클래식을 듣고, 클래식 유튜브를 운영할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



    시간을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 약 8개월 전인 2020년 여름이었다. 그때도 현재의 나(글쓰기)처럼 뭘 할까 고민하던 도중 책 필사를 해보기로 했었다. 《칼세이건의 코스모스》라는 만만치 않은 두께와 내용의 책을 필사하기 시작했다. 거기서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이 나오는데 세계사에 무지했던 나는 이게 궁금해졌다. 그래서 도서관서 《곰브리치 세계사》를 빌려 읽었는데, 생각보다 재미가 있었다. 이어서 세계사 책 2~3권을 더 빌려 읽다가, 서양미술사가 궁금해졌고, 또다시 클래식음악 자연스레 연결되었다. 그렇게 클래식음악 관련 책을 읽었고, 자연스레 책에서 소개되는 클래식 음악을 유튜브로 찾아 듣곤 했다. 조금 더 검색하니, 클래식 음원을 저작권 없이 무료로 다운로드하는 사이트를 알게 되었다. 노다지.


    이 무료 음원을 어떻게 콘텐츠로 활용할 방법이 없을까? 근데 클래식을 누가 듣지? 평소에 관심 없는 클래식을 누가 찾을까? 태교? 그래 태교다! 수많은 임산부들이 태교할 때만큼은 아이에게 안정적인 음악을 선물해주고 싶어 한다는 마음! 그래~ 이거야~! 클래식과 태교음악으로 콘텐츠를 만들어 유튜브에 올려보자! 하지만 유튜브에 ‘태교음악’을 검색해보니, 이미 유튜브의 대선배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태교음악 클래식, 수면안정 태교음악, 행복한 태교음악 등등 짧게는 1시간에서 길게는 10시간 재생이 가능한 콘텐츠들이 위풍당당 버티고 있었다.


< 초창기 유튜브 '클애식 클래식' 대문 >


    이걸로는 승산이 없다고 생각에 또 고민을 한다. 그냥 틀어놓고 엄마는 다른 일 한다면 의미가 없지 않을까? 그래 엄마랑 아이가 함께 들을 수 있도록 1일 1태교음악으로 가보자! 시간은 길지 않게, 엄마도 클래식이 처음일 테니 10분 내외로 짧게! 그럼 몇 개를 만들어야 하지. 보자~ 5주 차부터 40주 차니깐. 36주 x7일=252개.... 아 이건 좀 힘들겠는데? 그럼 1주일에 1개씩 하면 36개, 그래 36개면 되겠다. 매주 주마다 임신에 따른 태교상황을 인트로에 적어주고, 1주일에 하루 10분은 아이와 함께 들으며 교감하는 태교음악으로 콘셉트를 잡았다. 아? 유튜브는 글로벌이니 영어 버전으로도 만들어볼까? 그렇게 구글 번역을 이용해 영어 버전도 만들었다. 36*2=72개. 마지막으로 채널명은 뭐로 할까? 평소 라임을 좋아하는 아재개그 스타일이라 비슷한 단어 조합을 좋아한다. 클래식. 클래? 음악 듣고 자라는 아이? 클애? 그래! ‘클애식 클래식’이 딱 좋은데? 난 역시 언어 조합의 천재인 듯한 착각이 들었다. 클래식을 먹고(먹을 ‘식’이지만 사실 듣는다는 의미) 자라는, 커가는 아이라는 뜻이다. 어쩜 이렇게 작명을 잘 할 수가. 평소 카피라이터들이 쓴 책을 많이 읽은 덕분이라고 나 자신을 칭찬했다.(훗날 운영상 채널명 바꿈, ‘그래, 쉼! 클래식’으로)




    “준비된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당신이 준비되어 있지 않다고 미리 걱정할 필요 없다. 어차피, 준비되어 있는 대로 시나리오에 맞게 세상은 움직여주지 않는다. 너무나 많은 변수가 거기에 있다. 못하는 게 당연하다. 당연한 것이다. 당신은 지금 처음 겪는 일이니까.
 _이시은 《오랜 시간, 다정한 문장》(위즈덤하우스)


    당장 유튜브를 개설하고, 바로 영상제작에 들어갔다. 평소 아이들의 일상을 영상으로 제작해본 경험이 있어서 그렇게 힘들지는 않았다. 빨리 72개를 완성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널리 알리고 싶었다. 주로 새벽 출근하기 전 시간대와 주말 내내 작업해서 약 2주에 걸쳐 다 완성하였다. 기본적인 태교음악을 구축한 뒤, 이제 느긋하게 일상클래식 모음곡을 만들면서 만천하에 공개하였다. 개인 SNS를 통해 공개하고, 카톡으로 구독과 좋아요 구걸도 서슴지 않았다. 그 결과 생각보다 빠른 시간에 자리를 잡아갔고, 의외로 클래식을 듣는 사람도, 시청시간도 많이 쌓여 갔다. 목표는 짧게는 1년 안에 길게는 3년 안에 구독자 1,000명과 시청시간 4,000시간이었다. 이것은 수익창출의 기본 조건이기 때문이다. 운 좋게도 7개월 만에 목표를 이루게 된다. 지금도 기억한다. 2021.10.9. 한글날. 아이들과 함께 미용실에서 머리 자르고 있을 때 1,000명 돌파한 그날을. 아 이제 나도 수익창출이 가능하단 말인가? 즐거운 마음으로 수익창출 신청을 했다. 길게는 한 달 뒤에 결과가 이메일로 나온다고 했지만, 수시로 유튜브 어플과 구글 메일을 확인했다.


< 현재는 그래,쉼, 클래식으로 채널명을 변경했다. >


    며칠 뒤 구글 메일이 도착했다. ‘채널이 수익 창출 요건에 더 이상 부합하지 않음’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이런 게 있는지 몰랐기 때문이다. 저작권 없는 음원과 사진들로만 해서 운영했는데, 그래서 흔히 말하는 노딱(노란딱지)도 없는데, 가끔 올려서 노딱이 뜨는 음원은 바로 삭제하면서 잘 관리했는데,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재사용된 콘텐츠’라니? 이건 또 뭔 개풀 뜯어먹는 소리인가? 유튜브를 재정비해서 1달 뒤에 재승인 신청이 가능하다고 한다. 그렇게 한 달, 2달, 석 달, 4달, 다섯 달이 지나고, 그사이 유튜브 운영과 관련된 각종 SNS에 하소연 글들을 구글로 번역해 올리기도 했고, 심지어 유튜브 CEO인 수전 워치츠키의 인스타그램에 DM을 보내기도 했었다. 돌아오는 답변이 따로 없는 일방적인 하소연이었다.


    하루에 1개를 업로드하던 콘텐츠는 3일에 2개에서, 4일에 2개, 5일에 2개, 그리고 지금의 1주일에 2개 업로드하면서 유지하고 있다. 매번 재승인할 때마다 돌아오는 답변은 똑같다. 그동안 오해의 소지를 살만한 콘텐츠들은 삭제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아마 유튜브 콘텐츠 시장 부분에서 클래식이라는 시장은 대동소이하기 때문에, 새로 진입하는 장벽이 높을 듯하다. 솔직히 나와 비슷한 콘텐츠임에도 불구하고 이미 시장에 진입한 유튜버들은 광고를 내보내며 잘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억울하지만 버티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내가 스트레스받지 않는 이상.


    어제 저녁 재승인 날짜가 되어서 6번째 재신청을 하였다. 그리고 오늘 아침 습관처럼 출근 후 수익신청 확인을 했다. ‘재신청 검토 중’ 어쩔 땐 차라리 이 기간이 혹시나 하는 설렘이 있어 좋다. 만약에, 정말 만약에 이번에 통과되면 어쩌지? 하고 혼자 즐거운 상상을 할 수 있으니 말이다.






    오늘로써 만 1년째인 나의 유튜브 채널은 5,500명 넘는 구독자가 꾸준히 사랑해주고 있다. 바로 어제 새로운 구독자가 이런 댓글을 남겨 주었다.


“최근에 알게 돼서 올려주시는 곡 빼놓지 않고 듣고 있어요. 곡도 좋지만, 글귀도 예술! 음악을 더 깊이 느낄 수 있게 해줘서 좋습니다. 감사합니다.”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도 모르는 당신,  누군가가 내가 올려놓은 콘텐츠를 듣고 그것으로 일상에 작은 위로가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인생에서 버려지는 노력은 없거든요.
  인생에서 ‘점과 점은 이어진다’고,
  인생에서 버려지는 노력은 없습니다.
  그걸 믿으면 힘이 생깁니다.
  힘들어도 지속되는 힘 말이에요.
  _김민식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위즈덤하우스)


    우리가 하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이 훗날 어떻게 어떤 점들과 연결될지 모른다. 점과 점이 연결되어 있다고 굳게 믿는 순간 지속가능한 힘이 생기게 마련이다. 그러니 지금 현재 삶에 대한 우리의 태도도 달아야 하는 것이다. 지금의 작은 점, 작은 행동 하나가 쌓이고 쌓여서 미래가 바뀔 수 있으니 말이다.


    가끔 힘들거나 지친다는 생각, 과연 이게 필요할까라는 생각이 들 때마다 팀 페리스의《타이탄의 도구들》의 한 문장을 떠올린다.


“아무도 쳐다보지 않는다고 해서 스스로 사라지지 마라.
그들이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볼 때까지 기다려라.
퇴장만 하지 않으면 반드시 누군가가 나를 기어이, 본다.”


유튜브를 운영하는 운영자도,

브런치에서 글을 쓰는 작가도
우리만 퇴장만 하지 않으면

반드시 누군가가 우리를 볼 거라는

믿음으로,


시간은 흐르는 것이 아니라
쌓이는 것이라는

믿음으로,


오늘은 '바흐의 G선상의 아리아'를 들어본다.

< 시간에 여유가 있다면 클릭해서 바로 음악 감상>


작가의 이전글 [짧은 글, 긴 여운] 초등 3학년, 첫 투표하던 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