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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이 동하다 Mar 21. 2022

먼저 카톡으로 문의해줬는데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디지털 세계에 인간중심적 마케팅 사례

    “정말 감사합니다.^^ 해외에서도 이렇게 상담 받을 수 있어 한국 병원 짱이라고 옆에 동료들한테 완전 자랑하고 있었습니다.^^ 그날 뵙게 되면 좋을 텐데요 감사드리고요~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용~~”


    몇 년 전 해외에 계신 고객님의 마지막 카톡대화 내용이다. 며칠에 걸쳐 50통을 주고받은 상담이다. 사실 나는 병원이라는 직장에서 일한다. 요즘은 고객들의 유형이 많이 바뀌어서 카톡상담의 빈도수도 몇 해 전보다는 상당히 높아졌다. 각종 매체를 통해 알아본 정보를 카톡상담으로 질문하는 경우도 많고, 그냥 기본적인 궁금한 거 물어보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하지만 난 의사가 아니기에 의료상담은 할 수 없다. 그래서 상담이 제약적이다. 그래도 카톡상담은 서로에게 좋은 시너지가 있다. 우린 사람이니깐. 누군가가 내 이야기를 듣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위로가 되는 오늘이니깐.




    조금 더 앞선 몇 해 전 어느 날이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집에 있는 중고 디지털카메라를 팔기 위해 중고카메라 사이트에 접속했다. 거기에 오른쪽 위에 카톡상담 버튼이 있었다. 클릭하니 자연스럽게 카톡상담이 연결되었다. 내 디카의 기종을 얘기하고 이것저것 질문과 답변을 하던 중 시간이 자연스럽게 5시를 넘었다. 근데 거짓말처럼 5시가 넘으니 잘 주고받던 카톡상담 창에서 ‘지금은 상담시간이 아닙니다. 다음날 오전 아침 10시 이후 상담바랍니다.’ 이런 메시지가 뜬다. 어이가 없다. 잘 주고받던 대화가 단지 설정에 의해서 그렇게 차단되다니, 그렇다면 그 담당자는 바로 설정을 풀고 대화를 이어가게 할 수 없었을까? 있지 않을까? 그렇게 나는 좋지 않은 기분으로 상담에 종료되어졌다. 본의 아니게 말이다.



    이 일이 있은 후 얼마 뒤, 내가 근무하는 직장에도 본격적으로 카톡상담 채널을 개설했다. 홍보팀에 근무하는 나의 일이다. 채널설정에 들어가는 얼마 전 있었던 그 카메라 사건이 생각났다. 그럴 리 없겠지만, 나와 같은 상황이 우리병원 상담과정에서 일어난다면 얼마나 당황스러울까? 나는 24시간 365일 상담으로 설정했다. 그리고 카톡상담 관리자 어플을 내 개인폰에도 깔고, 병원 밖에서는 폰으로 알림을 받을 수 있게 했다. 그야말로 잠자는 시간 빼고 24시간 365일 모드인 셈이다. 물론 당시는 카톡상담 초기라서 하루에 1개정도 올까말까한 사정이었다. 집밖에서 상담을 받는다고 힘들다는 생각은 전혀 없었다. 오히려 이 시간에도 상담을 해주면 고객들이 엄청 놀래겠지 하는 즐거운 생각이 앞섰다. 준비는 되었다. 깜짝 놀랄 준비되었겠지? 맛좀봐라~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고객이 바로 처음으로 해외에서 상담하신 고객이다. 병원에 다양한 진료과목이 있지만, 그 중 갑상선비수술 분야는 전국에서도 많이 찾는다. 지금도 가끔 해외에서도 문의하는데, 주요점은 갑상선수술을 권유받은 고객이 비수술치료가 가능한지를 알아봐주는 것이다. 물리적인 거리상 메일로 영상과 자료를 받아서 의사에게 보여준 후 답변을 대신 해주는 시스템이다. 고객에게는 멀리서 한번 방문해야하는 불편함을 카톡과 메일로 덜어주니 얼마나 고마울지 상상이 간다. 해외 고객도 그런 사례다. 해외라서 전화통화도 힘들고 혹시나 싶어서 카톡을 보냈는데, 이거 뭐 낮이고 밤이고 답변을 해주고, 영상도 확인해주니 멀리 타국에서 우리나라 병원의 시스템이 얼마나 자랑스러웠을까 내가 다 흐뭇했다.




고객과의 일곱 시간동안 통화하다.
“우리가 먼저 전화를 건 것도 아니고 고객이 자신의 소중한 시간을 쪼개어 우리에게 전화를 걸어주었는데 왜 우리가 먼저 끊나요?”
 _안병민《보통마케터 안병민의 마케팅 리스타트》(책비)


    그렇다. 고객이 자신의 소중한 시간을 할애해서 카톡으로 상담을 해줬는데,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그러니 최대한 정성스럽게 상담해줘야 한다. 많은 기업들이, 중소업체들이 오늘도 차별화를 외치면서 서로 경쟁업체와 유사한 커뮤니티로 동일화의 길을 걸어가고 있는 요즘이다. 유튜브 동영상이 대세니깐 유튜브 채널을 개설한다던지, 인스타를 통해 끊임없이 카드뉴스로 푸쉬하자느니 등. 차별화가 아닌 동일화를 위해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고 있는 건 아닐까? 경쟁이 치열할수록 경쟁사에 더 많은 신경을 쓰는 이시대의 기업들.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가장 기본은 많은 고객이 아니라 만족한 고객일 것이다. 복잡한 디지털 세계에서 인간중심적 마케팅, 그것이 내가 카톡상담을 하는 이유이다.


  ‘여보세요’는 여기를 보라는 말입니다.
  사람을 보고 싶어 하는 마음이 전화를 만들었습니다.
  _박웅현《여덟 단어》(북하우스)



오늘도 퇴근길

카톡이 울린다.

“여보세요.

혹시 상담가능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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