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식이장애 있으세요?
식이장애를 겪고, 빠져나온 경험담
저는 서른입니다.
스물한 살의 저는 일기장에 내가 서른 살에도 계속 먹고 토하기를 반복하면서 살까 봐 두렵다고 썼습니다.
그리고 지금의 저는 거식증도 폭식증도 먹고 토하는 일도 없이 잘 먹고 잘 살고 있습니다.
죽고 싶을 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살아있어서 다행입니다.
살아있어서 힘들고, 살아있어서 기쁘고, 살아있어서 오늘 이 밤 풀벌레 소리를 들으면서 글을 씁니다.
힘든 시기를 건너면서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았기 때문에 언젠가 나의 경험담으로 다른 사람을 어루만져 줄 수 있기를 바라 왔습니다. 세상이 변했고 점점 개인의 정신 건강에 관해서 관심 갖고 이야기할 수 있는 환경이 되어가고 있지만, 아직도 정신적인 불안정함이나 질병은 신체적인 아픔보다 밖으로 들어내 말하기가 꺼려지는 것 같습니다. 인터넷에 글을 쓰는 것조차 몇 번 시도만 하다 포기했습니다.
하지만 어딘가에서 거식증이나 폭식증을 겪고 있을 스무 살의 누군가를 위해 글을 씁니다.
참 많이 무섭고 어렵고 혼란스러웠습니다. 끝나지 않을 것 같았고 내가 조절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증상이 끝났고 제대로 먹고 보고 생각하고 생활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어둠 속에서 길을 잃은 당신이 혹은 당신의 가족, 친구를 위해 제 경험담을 공유해보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