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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니 Mar 13. 2024

퇴사 회고 - 1년 10개월을 마무리하며 (3)

퇴사 후 미화시킨 채로 쓰는 회고

그로스마케팅 인턴에서, 개발자 없는 커머스의 1인 웹 PM으로. 치열한 1년 10개월을 보낸 뒤 퇴사했다. 이 회사에 들어온 건 정말 인생에 다시없을 큰 행운이었음을 느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었던 2년가량의 시간을 마무리하며, 느낀 점을 적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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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불만이 생기면 말하자.


 맨날 볼멘소리 하고 살아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업무적인” 불만이 생겼을 때 말을 하지 않는 것보다 말을 하는 게 더 이롭다는 것을 느꼈다.


 예를 들면 내가 맡은 업무가 내 R&R에 크게 벗어나는 경우, 지금 하는 일의 프로세스가 너무나도 비효율적인 경우. 팀의 문화가 비합리적인 경우, 지금 맡고 있는 업무가 내가 원하는 방향과 다른 경우, 회사의 방침이 이해가 되지 않는 경우, 회사의 비즈니스 방향성이 엉뚱하다고 생각되는 경우 등등. “업무”와 관련된 불만들이 있었고, 불만이 생기고 내 생각이 정리가 되면, 커피챗을 신청하거나 미팅 후 잠시 시간을 내어 말씀드렸다.


 그리고 이렇게 불만을 리더와 함께 이야기했을 때의 경험이 나쁘지 않았다. 비즈니스와 관련된 부분이라면 리더와 회사의 관점에서는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알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하고, 내 업무 범위와 관련된 불만이라면 의외의 솔루션이 도출되기도 했다.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은 이해가 될 때까지 질문했고, 납득하면 얼라인하고 의사결정에 따랐다. 납득하기 어려운 결정이라도 의사결정권자가 확신을 가지고 있다면 그 상태로 믿고 따르기도 했다.


 물론, 불만을 이야기할 때는 하소연이 되면 안 된다. 그냥 하소연은 상대를 감정 쓰레기통으로 생각하는 것밖에 안된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지인과의 사적인 만남도 아니고 리더와의 커피챗을 그런 식으로 사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나의 불만은 어떤 불만이고, 어떤 방향으로 해소되길 원하는지 대안을 가져갔다.


어쩌면 이런 불만들을 잘 들어주고 수용할 수 있는 매니저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일지도 모른다.(감사합니다 팀장님)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무 관련된 불만사항들을 속에서 삭히고 삭히다 지쳐서 포기하는 것보다는, 때로는 속 시원하게 털어놓고 서로의 의견 차이를 좁히는 것도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7) 회사는 곧 내 얼굴.


“어쩔 수 없어요. 여러분이 선택한 회사입니다”


 회사에서 들었던 말 중 가장 뒤통수가 얼얼하고 인상적이었던 문장이었다. 농담반 진담반의 대화였지만 그렇게 인상적일 수가 없었다. 아무리 회사가 싫고 맘에 들지 않아도, 결국 “내가 다니기로 선택한” 회사이다. 맘에 안 들면 이직하면 되고, 그만 두면 된다. 내가 없어도 회사는 돌아가고, 이 회사가 없어도 나는 어떻게든 먹고는 살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회사를 다니기로 선택한 것이다.


 그리고 생각은 흘러 흘러 ‘그 선택이 그 사람을 설명할 수도 있는 거구나. 회사가 곧 나의 얼굴이고, 다른 곳에서 회사 욕을 하면 할수록 내 얼굴에 침 뱉는 격일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하게 됐다. 그 회사가 얼마나 유명하고, 대기업인지 아닌지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 회사의 문화, 그 회사가 지향하는 방향이 나를 말해준다는 거다. 내가 이 회사를 선택한 요소는 무엇이었나? 그 요소는 지금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 를 심오하게 고민하게 한 날이었다.



(8) 감정은 빼고, 심호흡 세 번.


 일을 하다 보면, “저 사람은 왜 저딴식으로 말하지” 할 정도로 불쾌한 말투로 말하는 사람들도 분명히 있다. 그런데 생각보다 불쾌하다는 것도 주관적인 거고, 그 감도 역시 사람마다 달라서, 내가 느낀 것과 남이 느낀 것이 다른 부분도 많았다. 그래서 배운, “감정은 빼고, 심호흡 세 번”이다.


 일단 텍스트로 대화를 하든, 대면으로 하든 화상으로 하든, 일 할 때 상대방의 말투에 감정적으로 대응하면 안 되는 것 같다. 이게 감정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하면 정말 끝도 없는 골이 생기기 때문인데... 그래서 상대방의 말에서 감정을 빼고, 심호흡 세 번 후 팩트만을 가지고 대응하는 게 가장 좋은 것 같다. 그리고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업무에 대한 이해도도 다 달라서, 불쾌하게 생각했던 것도 알고 보니 일에 대한 이해도가 낮아서 생긴 해프닝인 경우도 많았다. 그럴 때는 열심히 얼라인을 맞추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이 배움의 요지는 결국 감정을 가라앉히자는 건데, 그러면 “이건 (대체 네가 뭘 어떻게 했길래) 왜 이렇게 되는 거죠? (너 같이 멍청한 인간이 해서 그런가) 이상한데요.”라고 읽혔던 게, “이건 (제가 잘 모르는 분야라 그러는데) 왜 이렇게 되는 거죠? (제가 보통 알고 있는 것과 달라서) 이상한데요.”라고 읽히는 매직이 일어나기도 한다. 극단적 예시지만 어쨌든 그랬다.



(9) 내 평판은 내가 챙겨야 한다.


 웹을 혼자 맡게 된 지 정말 얼마 안 됐을 때, 한 프리랜서 분과 일을 했던 적이 있다. 정말 문서도 아무것도 없고 체계도 하나도 없을 때라, 그나마 남아있던 참고자료를 가지고 (내 딴에는) 열심히 정리해서 넘겨 드렸고, 어찌어찌 일을 마무리했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분이 자료가 부실했다고 주변 사람들에게 아쉬운 평가를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때 또 자아성찰 타임을 갖게 됐다.


 내 주변만 봐도 주니어들은 평판에 신경 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일 배우느라 그럴 정신이 없기도 하고, 딱히 챙길 생각도 못하는 경우도 많다. 나 역시 평판에 대한 생각은 별로 해 본 적이 없었는데, 이 날을 기점으로 평판이란 뭘까를 생각해 보게 됐다. 그리고 스쳐 지나간 수많은 외주 협업사들의 얼굴이 생각나며, 그들에게 나는 어떻게 기억되고 있을까, 나는 협업하기에 좋은 사람이었을까를 돌이켜봤다.


 가식적으로 사람들을 대해야 한다는 건 절대 아니다. 평판을 위해 하는 억지 친절은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고 생각하는 편이기도 하다. 다만, 한 번쯤 나는 주변 사람들에게 어떤 사람인가를 생각해봐야 하는 것 같다. 나는 협업하기 좋은 사람인가? 협업하고 싶어지는 사람인가? 나의 협업 상 장점과 단점은 무엇일까? 나와 잘 맞는 사람은 또 누구일까? 이런 생각을 한 번쯤은 해봐야 하지 않을까? 특히나 PM 은 많은 메이커 분들과 함께 만들어 나가야 하다 보니까 더욱더 되돌아보아야 하지 않나 싶었다. 내가 내밭는 말들은 평판이 되어 돌아온다. 마무리까지 잘 해내야 한다!





 9번까지 오고 나니 슬슬 마무리 할 떄가 된 것 같아 마무리 하자면, 당연히 기술적인 배움들도 많았지만 그것보다는 직접 성찰하고 깨달았던 점들을 열거해 봤다. 특히 사람 사이의 관계를 어떻게 해야 할지, 내가 가져야 할 태도는 무엇일지, 커리어를 어떤 식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할지. 이런 것들을 중점적으로 많이 깨달았던 것 같다. 이제 다른 환경에서, 그곳만의 문화에 적응하며, 또 고찰하고 성찰하며, 새로운 것을 배워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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