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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하루, 코로나 19로 인한

건강한 세 끼

by novel self

오전에 마지막 세 여성작가를 노트북에 옮겨 적은 후 나에 대해 생각해 본다.


나는, 과묵하지만 다정한 성격인 남편과 여동생이면서 누나처럼 행동하는 딸과 나와 대화가 잘 통하는 아들, 그리고 우리 귀요미 통통이 강아지와 함께 26층에 살고 있다.


요즘 코로나 19로 인해, 두 키즈는 집에서 홈스쿨링으로 인터넷 강의와 화상 강의를 듣고 있고 나는 매일 하루 세 끼를 준비한다. 3월 첫 달은 가끔 만들던 야채샐러드에서 딸기 드레싱 바게트 샐러드, 감귤 드레싱 귀리 샐러드, 홍삼액 드레싱 샐러드, 그리고 토마토 마리네이드 등 종류를 더 추가하여 만들기도 하고, 그냥 삶아서 무치던 나물반찬에서 달래전, 쑥 달걀말이, 냉이 된장국, 차돌박이 숙주나물볶음, 거기에다 콩나물 돼지불고기, 양파 덮밥 등 레시피를 달리하여 준비하기도 했다. 좀 더 맛있는 건강식으로 준비해 세 끼를 챙겨 주며 방학이 더 길어진 듯 행복해하는 아이들과 함께 나도 덩달아 행복했다.


두 달째에 들어서자 아이들 밤낮이 바뀌어 아침에 손수 만든 요리를 혼자 먹는 날이 생겼다. 허전했다. 세 끼를 매번 만드는 게 점점 힘들어지면서 배달의민족이나 요기요를 이용하기도 하고, 나가서 먹기도 해 한결 편해지나 싶었다. 그런데 배달이나 외식은 식성에 맞지 않을 때도 있었고 소화불량을 유발할 뿐만 아니라 살이 찌기도 했다. 거기에다 메뉴도 한정되어 있어 매번 주문하기엔 한계가 있었다.

다시 집밥 요리를 궁리하며 책꽂이를 둘러보았다. 아이들이 어릴 적에 자주 애용하던 『하나하나 처음부터 배우니 정말 쉬워요』, 『내 아이를 위한 요리』, 『매일 맛있게 먹는 반찬·밑반찬』과 같은 요리책이 보였다. 펼치자마자 추억이 떠올라 작은 웃음이 저절로 나온다. 요리책을 읽는 것도 재밌구나!


갑자기 지인들은 무얼 먹으며 하루를 보내는지 궁금해졌다. 카카오톡에 들어가 안부 인사를 하고 사회적, 생활적 거리두기로 스스로들 자가 격리하며 무얼 먹고 있는지 물었다. R 언니는 가끔 포장해 와서 먹거나 손님 없는 음식점을 이용한다고 알려 주었고, P 언니는 반조리 식품을 사 와서 가족 식성에 맞추어 토핑을 올려 준다고 했다. J 언니는 어쨌든 매일 집밥을 만들어 힘들지만 밥맛이 좋다고 했고, H 언니는 감정 이모티콘만 계속 올려 자신의 고충을 알려 주었다. 조금씩 다른 방법으로 식사 준비하며 하루하루를 보내지만 나와 별다를 게 없어 보여 다시 요리책을 본다.

흐흣...

맘에 드는 흐뭇한 레시피에 멈추어, 오늘도 우리 가족의 세 끼를 준비한다.


(2020년 4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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