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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mileall Sep 10. 2020

소크라테스가 법정에 서 있다.

소크라테스의 변명(주장)


올해 들어 『소크라테스의 변명』을 세 번 읽는다.

이번에는 소크라테스의 주장(변론)을 내식으로(이해 정도에 따라 조금만 압축 또는 반복, 생략, 변환 등) 정리하며 읽는다.

우선 ‘무지의 자각’을 위하여, 더 나아가 ‘진지(眞知)’의 성과를 위하여.

실천은 알고 나서 그 후 문제다.



1. 서론, “말의 오해를 염려하여”


소크라테스가 법정에 서 있다.

“아테네 인 여러분, 나는 법정 용어를 잘 모릅니다. 그러니 법정에서 쓰는 말은 사용하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나를 고발한 웅변가(연설가)들은 진실을 전혀 말하지 않았습니다. 나는 그들이 쓰는 미사여구로 수식된 상투적인 연설은 하지 않으며 모든 진실을 말하겠습니다. 나는 오로지 순간순간 마음에 떠오르는 어구와 논법을 사용할 것입니다. 이것은 내가 하는 말이 정당하다고 확신하기 때문입니다.”

  

소크라테스는 5백 명의 재판관들을 '재판관 여러분'이라고 부르지 않고 '아테네 인 여러분'이라 불렀다. 이렇게 부른 이유는 재판관들이 그를 재판할 도덕적 권리가 없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 당시 아테네에서는 30세 이상의 성년 남자들 중에서 추첨을 통해 법정 재판관을 선출했다. 임기는 1년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소크라테스는 자신은 법정 용어를 모르기 때문에 법정에서 쓰는 말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표명한다. 그리고 자신을 고발한 웅변가(연설가)들이 하는 말이 설득력은 있지만 거의 한마디도 진실이 아니라고 밝힌다. 소크라테스는 웅변가들이 했던 많은 거짓말 중에서 '소크라테스가 하는 웅변의 힘에 기만당하지 않도록 조심하라.'고 했던 거짓말에 특히 놀라워했다. 하지만 웅변가들이 어떤 거짓말을 하든 소크라테스는 자신이 하는 말이 정당하다고 확신했기 때문에, 어린 웅변가들이 자주 쓰는 그 어떤 미사여구로 수식된 상투적인 연설이 아닌 그러한 연설을 하지 않으면서 모든 진실을 말하고 순간순간 마음에 떠오르는 어구와 논법을 그저 사용할 뿐이라 하였다. 이것은 70세를 넘긴 소크라테스가  나이 어린 웅변가(연설가)들처럼 말을 교묘하게 꾸며대지는 않겠다는 뜻이다.


소크라테스는 계속 말한다.

“나는 여러분에게 한 가지 요청을 합니다. 나는 내가 평소 시장 환전상 테이블이나 다른 기타 장소에서 쓰던 말을 그대로 사용하여 나를 변호하겠습니다. 그렇더라도 놀라지도 말고 내가 하는 말을 방해하지도 말아 주십시오. 나는 70세가 넘은 나이에 처음으로 법정에 서게 되어 법정 용어를 모르는 외국인과 같습니다. 그리하여 나의 방식으로 말할 테니 그것이 좋든 좋지 않든 재판관들은 괘념치 말아 주십시오. 단지 내가 하는 말이 진실한지 아닌지 그 여부만을 고려하여 정당하게 결정해 주십시오.”


여기에서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겠구나, 원할하지 않았겠구나, 짐작한다. 소크라테스는 자신의 방식으로 말할 테니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더라도 재판관들은 괘념치 말고 자신이 하는 말을 진실 여부만을 고려하여 자신을 정당하게 재판해 달라고 호소한다. 과연 5백 명 재판관 중에서 의미를 알 수 없는 외국어와 같은 말을 이해하고, 자신들의 언어로 재해석하여 진실 여부만을 가릴 수 있었을까. 있었다면 몇 명 정도였을까.



2. 문제 제기, “고발자들에게”


소크라테스는 고발자들이 수년에 걸쳐 거짓 죄목으로 자신을 고발했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는 고발자들을 *아니토스와 그 일당들보다 더 두려워했다. 아니토스와 그 일당들은 지금 법정에 앉아 있는 재판관들이 어린 나이였을 때부터 거짓말로 사람들 마음을 사로잡았고, 소크라테스라는 현인은 천상의 일을 사색하고 지하의 일을 천착하며 나쁜 일을 좋은 일로 보이게(무력한 이론을 유력한 이론으로 만들게) 하는 사람이라고 이야기를 퍼트리며 소크라테스를 비난했던 사람들이다. 소크라테스는 오랜 세월 동안 고발당했다. 법정 재판관들이 소년이었거나 청년이었을 때부터 누가 자신을 고발했는지도 모른 채 고발당하고 있었다. 희극 작가 아리스토파네스가 고발한 것만 알고 그 외에는 누가 고발했는지 몰랐다. 소크라테스는 자신을 고발한 사람들 중 한 명만 알고 있었기 때문에 법정에서 그림자와 싸우는 격이었고, 대답할 사람이 없었지만 논박을 해야 하는 입장이었다. 오래된 고발, 최초 고발자들, 그 후 고발과 고발자들 순서로 답변을 시작한다.


소크라테스가 주장한다(변론을 시작한다).

“자, 그러면 나는 이제 변명을 시작해야 합니다. 나는 짧은 시간 내에 오랫동안 계속되어 온 비방을 제거하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나의 성공이 나나 여러분에게 좋은 일이라면 내가 성공할 수 있기를, 또는 나의 변명이 쓸모없게 되기를! 이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나는 이 일의 성질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나는 신이 돌보아 주시기를 바라며 법에 순종하여 이제 변명을 시작하렵니다.”




*아니토스(Anytus) : 원고 멜레토스의 변호인으로 민주파의 유력한 정치가였다. 멜레토스는 아니토스의 권유에 따라 소크라테스를 고발했다고 한다.

(202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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