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미적 기준

by novel self


“엄마, 저 어떡해요. 제가 이럴 줄이야. 저 박주현에게 푹 빠졌어요.”


“응? 박 00? 그 박 00? 초등 때?”


“아니요. 제게도 이런 일이 일어날 줄 몰랐어요. 배우 박주현요. 연이 아니고 현이요.”


아들이 푹 빠져 버린 여자는 배우 박주현이었다.


아들이 초등학교 2학년 때였던가, 그때 같은 반에서 친하게 지내던 여자 친구 둘이 있었다. 둘 중에서 한 명이 박주현과 자음 하나만 다르고 이름이 같았다. 이름이 비슷했던 A와 다른 한 명 B는 거의 매일 아침에 우리 집에 들렀다. 등굣길에 우리 집에 들러 아들과 함께 학교에 갔다. 아침에 벨이 울리면 나는 신랑에게 얼른 말했다.


“자기야, 바지 입어.”


집에서 속옷 차림으로 있던 신랑 옷을 챙긴 후에야 현관문을 열어 주었다. A와 B는 매번 배꼽에 두 손을 모아 올리고 동시에 “안녕하세요?” 인사한 후, 우리 집 거실로 들어왔다. 그런 후 바로 거실 긴 그네로 가서 나란히 앉았다. 그네에 앉아 두 다리를 흔들흔들 흔들며 아들을 기다렸다. 아들이 아침밥을 다 먹으면 다 같이 학교로 향했다.


어느 날 방과 후에 아들이 집에 오자마자 1000원을 달라고 했다. 뭐 하려는지 물어보니 문방구에 가서 살 게 있다고 했다. 1000원을 주고 나서 뭘 샀을지, 궁금했다. 문방구에서 돌아 올 시간이 되었는데도 아들이 오지 않자 놀이터에서 놀고 있을 수 있겠다 싶어 거실 TV를 틀었다. 그 당시 우리가 살던 아파트에는 아파트 놀이터를 비춰 주는 TV 채널이 있었다. TV를 틀어 놀이터 화면을 살펴 보니 아들이 없었다. 딸과 함께 밖으로 나가 봐야겠구나, 하고 나가려는 순간에 아들이 툴툴대며 들어왔다.


“왜 그러니?”


“아니, 사 달라고 하고선 왜 집어던지는 거죠?”


“뭘? 뭘 사서 누구에게 줬는데?”


“반지를 사 달래서 사 줬더니 바닥에 던져 버렸어요. 깨졌어요.”


“1000원으로 반지 산 거니?”


“네.”


“누구 반지? 누구에게 사 준 거야?”


나와 딸은 그 상황이 무척 재밌어서 웃음이 슬슬 나오려 했지만 참았다. 아들 표정은 매우 심각해 보였고 불쾌해 보이기도 했다.


“A요. A가 자꾸 반지를 사 달래서 문방구에 가서 사다 줬더니, 이게 뭐냐고 하면서 집어던져 버렸어요.”


“어머나, 오 마이.”


아들은 A가 그동안 반지를 사 달라고 여러 번 말했었다고 했다. 그래서 내게 1000원을 받아가서 반지를 샀다고 했다. 갑자기 어떤 모양 반지를 샀을지, 궁금해서 물어보았다. 플라스틱 다이아몬드 모양 반지를 샀다고 했다. 그것을 A에게 줬더니 A는 그 반지를 보자마자 바로 땅바닥에 집어던졌다고 한다. 아들은 A가 자꾸 반지를 사 달라고 해서 문방구에 가서 1000원으로 500원짜리 반지를 사고 500원은 무언가 사 먹었다고 했다. 그런데 반지를 사 줬는데 왜 집어던졌는지 그 이유를 모르겠다며 의아해했다. 아들은 A가 반지를 왜 집어던졌는지, 그 이유가 궁금했겠지만 나는 왜 A에게 사 주었는지가 궁금했다.


“매일 아침에 A와 B가 우리 집에 오잖아, 너와 함께 학교에 가려고 둘이 같이 오잖아. 넌 둘 중에 누가 더 좋아?”


“A요.”


한 치의 주저함도 없이 바로 A라고 대답했다.


“왜?”


“A는 씩씩하고 저처럼 공부도 잘해요. B는 공부를 못해요.”


“예쁜 건 B가 더 예쁘잖아.”


“그래요?......, 전 A가 더 예쁜데요.”


흐흣, A와 B는 눈에 띄게 외모가 달랐다. A는 피부가 검은 편이고 눈과 입이 작고 짧은 단발머리였다. B는 피부가 희고 눈도 크고 긴 머리에 굵은 웨이브 파마 머리였다. 한눈에 봐도 일반적인 미 기준으론 B가 더 예뻤다. 말투도 A는 퉁명스러웠고 씩씩했으며 B는 부드러운 말투에 행동도 조심스러웠다. 멀리서 보면 A는 남자아이로, B는 여자 아이로 보이는 외모였다.


하지만, 아들의 이상형은 A 스타일이었다.


그날 저녁 식탁에서 신랑이 아들에게 물었다.


“A, B 둘 중에서 누가 내 며느리냐?”


나는 두 키즈와 재미난 일이 있는 날이면 신랑이 퇴근할 때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전화해서 조잘거리듯 얘기하며 함께 웃는 편이었다. 그날도 신랑에게 전화해 이미 얘기한 상태여서 신랑도 그날 일화를 다 알고 있었다.

신랑이 한 질문에 아들은 이번에도 역시나 주저하지 않고 한 번에 말했다.


“A요.”


“난 며느리가 예뻤으면 좋겠는데.”


“흐흐흣, 크흐흣.”


난 웃음이 연발 터졌다.

신랑이 장난기를 머금고 말했다.


“난 B가 더 이쁘더구먼.”


“아빠, A가 더 예쁘잖아요.”


딸도 한마디 했다.

“오빠, B언니가 더 예쁘지. 누가 봐도.”


“아들은 A가 왜 좋아?”


“예쁘고 공부 잘하고 부모님 직업도 좋아요.”


오 마이, 부모님 직업까지 생각하다니, 마냥 어린 아들이 아니었다. 여러 가지 요소를 동원해 결정하는 나이구나.


“야, 너 내 아들이네. 나도 그렇게 네 엄마를 좋아했는데. 근데 네 엄마는 예쁘기까지 하잖아. 근데, A는 근데 말이야….., 아빠는 예쁜 며느리가 좋은데.”


신랑이 한 말에 아들이 울상이 되었다. 어찌할 바를 몰라 난처한 표정인 아들을 위해 내가 나섰다.


“자기야, 장난 그만해. 아들 속상하잖아. 아들 눈에 예쁘면 예쁜 거지. 며느리가 자기랑 살 거 아니잖아. 아들이랑 살거지.”


그래도 신랑은 장난을 계속했다.


“같이 살아야지. 우리랑 같이. 아들, 결혼해도 엄마, 아빠랑 같이 살 거지?”


“네, 같이 살 거예요.”


흐흣, 이런 식의 대화로 신랑은 연이어 계속 아들에게 장난을 쳤지만, 그때 얘기는 여기서 이만 줄인다.


요즘, 끼니까지 거르며 박주현이 나오는 드라마를 보고 있는 아들에게 물어봤다.


“박주현이 왜 좋니?”


아들 왈, 자기 스타일이란다. 바지를 즐겨 입고 야구, 축구 등 운동을 잘한다고 말했다. 연기도 아주 잘한단다. 그리고 예쁘다고도 말했다.


오 마이, 흐흐, 세월이 흘렀어도 울 아들 미적 기준은 그대로구나.


난 며느리 외모가 전혀 궁금하지 않다. 박주현 얼굴일 테니까. 성격도 물론 궁금하지 않다. 씩씩하고 액티브한 박주현 성격일 테니까. 흐흣.








매거진의 이전글언제나 늘 가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