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통 글 쓸 궁리를 한다

by novel self

토요일 오전 줌 강의가 끝나자마자 냉장고에서 우유와 발효유를 꺼냈다. 곧바로 우리 가족은 새우구이를 먹으러 을왕리에 가려는 참 이어서다. 그전에 그릭 요거트를 얼른 만들어 놓고 나가고 싶어서 서두른다.

우유 1000ml짜리 하나와 발효유 150ml짜리를 하나를 꺼내어 우유를 200ml 정도 컵에 따라낸다. 남은 800ml 정도 우유 속에 발효유 하나를 모두 붓는다. 우유를 1000ml 전체 다 사용해도 되지만 우리 가족 기호에 맞추어 난 800ml를 사용한다. 우유와 발효유가 잘 섞이도록 좌우로 여러 번 흔들어 준다.

우리 집 요거트 제조기에는 투명 유리병이 7개 있다. 이 7개 유리병에 흔들어서 섞은 액체를 각각 따른다. 그런 후 요거트 제조기를 거실장 위에 올려놓고 전원을 꽂는다. 제조 시간을 8시간으로 설정하여 시작 버튼을 누르면 요거트 만들기 일차 준비가 끝난다. 그다음으로 8시간 후에 휴대폰 알람이 울리도록 저장한다. 물론 요거트 제조기 자체에도 발효가 끝나면 알람이 울린다. 하지만 소리가 아주 작아서 잘 안 들린다. 게다가 이 소리는 우리 집 TV 소리나 우리 가족들 각자가 내는 소리에 묻혀 소리가 울렸다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아주 낮은 데시벨이다. 내가 끝나는 시간에 집착하는 이유가 있다. 그건 끝나는 알람이 울린 후 30분 이내에 유리병을 냉장고에 넣어야 점성이 적당한 요거트 제조가 완성되기 때문이다.


가족 외식을 하러 나가기 직전, 그 막간의 5분을 활용해서 그릭 요거트를 만들 정도로 난 시간 여유가 없다. 그건 내 시간을 많이 쓰기 때문이겠지. 또한 일 년의 막바지이기도 하다. 요즘 내가 여가 시간에 많이 하는 일은 글쓰기다. 책 쓰기 최종 과제인 문집 제출은 가족 이야기를 낼 거라서 이제 맘이 가볍다. 그런데 저번 금요일에 또 연락을 받았다. 그 주에 수학책 집필 관련 연락에 이어 공모전 소식을 들었다. 공모전에 원고를 제출하여 출판 예산을 지원받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고 한다.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그냥 일반적인 출판 절차를 밟으려 했는데 새로운 기회가 생겼다. 문집 제출본을 거의 완성한 상태여서 이번 주말부터는 수학책 쓰는 걸 시작하려고 했다. 이런 와중에 공모를 해야 할까 말까 망설여진다. 공모전은 한 달 정도 남았다. 현재 내 원고로 경쟁력이 있을까. 원고를 다듬을 시간이 별로 없다. 그럼 뭔가 새로운 기획으로 접근할까. 번뜩 떠오르는 흐름대로 글을 간추려 우선 제본을 뚝딱 만들어 버렸다. 나는 보고서 등 어떤 서류이든 검토할 때 출력해서 수정하는 경향이 있다. 대충 훑어보니 아이, 공모할 자격은 된다고 하지만 글 조건이 미약하다. 채워야 한다. 맛있는 새우와 조개를 먹으러 가는 길에 이런 생각들이 가득하다. 아들과 교육 얘기를 하면서도 신랑과 부동산 얘기를 나누면서도 난 원고를 어찌해야 할지 생각한다.


이처럼 어느새 다시 글이 내 일상이 되다니 참 신기하다.

내가 좋아하는 가리비 구이를 먹으며 “아, 정말 맛있어.”, 새우구이를 먹으며 “아, 고소해.” 감탄하면서도 온통 글 쓸 궁리를 한다. 위드 코로나가 되든 어떤 형태로든 코로나가 지속된다면 난 글과 함께할 가능성이 높다.

(2021.10.2)


사진 출처 : pngtr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