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확실한 행복
며칠 전, 저녁 갑자기 비가 쏟아져서인지, 몸이 고된 건지, 집에 도착하니 밤 10시쯤, 주차를 하고 집으로 들어가려는데 문득 시원한 맥주가 땡겼다. 3초 정도 고민하고, 눈앞에 보이는 편의점으로 갔다.
다양한 종류의 맥주를 보고 있자니 고민이 된다. 500ml 4개에 만원, 330ml 5개에 만원, 수입 맥주에 하나에 대략 3000원대.. 당연히 여러 개 사는 게 이득인데.. 혼자 사는 자취방에 그렇게 여러 개를 두면.. 볼 때마다 먹고 싶을 수도 있으니까? 수입맥주 하나도 너무 비싸잖아?라는 생각에 우리나라 국산 맥주로 자연스럽게 눈이 돌아갔다.
그렇게 국산 맥주 하나를 집어 들고 계산대로 갔다. 맥주를 막상 사고 보니 입이 심심할 것 같다. 그렇다고 과자는 썩 좋아하지 않고, 치킨을 먹자니 너무 많을 것 같고, 단백질도 섭취할 겸 집에 있는 냉동 닭가슴살을 전자레인지에 돌려먹을까..
맥주를 사놓고 막상 이런 고민을 하는 내가 너무 우스워서 피식 웃음이 나왔다. 오늘 하루도 열심히 살았는데 좀 먹으면 어때?
집에 들어와서 에어컨을 틀고 샤워하고 음악을 들으며 일기를 쓴다. 그리고 오른쪽에는 맥주, 왼쪽에는 생라면 약간의 수프를 섞고 부셔먹는 생라면은 고소하고 매콤하고 바삭바삭 식감도 좋다. 나름 톡 쏘는 탄산과 씁쓸한 맥주와 잘 어울린다.
뭐랄까. 소소한 일탈?
적어도 난 지금 이 순간 행복하니까 그걸로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