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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ㅇㅅㅇ Sep 24. 2021

또 다른 행복

혼자가 아니니까

오랜 휴가 끝에 썩 반갑지 않은 출근이었지만, 일상으로 복귀했다는 기분을 충분히 실감할 수 있는 하루였다. 8시간 동안 화장실 1번, 빵 하나 먹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계속 앉아서 듣고, 공감하고, 타이핑하고, 말하고, 처방하고를 반복했다.


평소보다 2배가 넘는 진료 속에서 육체는 점점 지쳐가고, 경제적 보상이 비례하지 않는 노동의 대가를 생각하면 억울하고 짜증 날 법도 한데, 이상하게 즐거웠다. 뭔가 변태 같기도 한데.. 짜릿했다.


우르르 접수되고 쌓여가는 속도가 진료하는 속도보다 빠를 수밖에 없는 군 병원 정신과 진료 상황에서.. 나를 끝까지 태우고 나면 헛웃음이 나오면서 이런 생각이 든다.


내가 진짜 이 일을 좋아하긴 하는구나



그나저나 오늘 같은 날엔, 혼밥에 캔맥주 하나 정도는 곁들일 생각을 하면서 퇴근길을 나가는 게 일상일 텐데.. 아마 스스로에게 수고했다며 괜한 감성을 뿜뿜하고 소소한 행복을 느끼는 날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은 여느 때와 달리 발걸음이 더 가볍고 날아갈 것 같았다. 나를 반갑게 맞이해줄 내 사람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었을까.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내 기분을 숨길 수 없었다. 분명 힘들고 지친 하루였지만, 또 다른 행복을 느낀 오늘을 기억 속에 오래 담아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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