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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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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ㅇㅅㅇ May 24. 2024

아들과 침대에서

수면의식

#18개월


7개월부터 분리수면을 했다. 사실 6개월 이전에 분리수면을 시도하려고 했으나, 이사를 앞두고 있어서 그러지 못했다. 아들을 위한 방이 새로 생기면서 넓은 아기침대를 장만했고, 자면서 이동거리가 꽤나 긴 아들의 동선에 흡족할만한 사이즈였다.  


지금 생각해 보니 벌써 그 기억이 어렴풋해졌는데 초반에는 안아서 재우는 시절이 있었다. 새벽수유와 상관없이 다시 잠드는데 힘들어했고 또 가서 반복적으로 안아줘야만 했다. 와이프는 그 과정에서 지쳐갔고 장모님은 손주가 우는 모습을 견디기 어려웠는지 자주 안아주었다. 믿거나 말거나 수면교육은 결국 내 담당이 되었고 나는 2주간의 모든 약속을 다 취소하고 쉬는 날에 온전히 아이에게 집중했다.


아들은 생애 첫 스스로 잠드는 방법을 배워야 했다. 규칙적인 시간과 수면의식을 통해 안정감을 주었고, 우리는 저녁에 목욕을 시작으로 수면조끼나 잠옷을 입혀서 자장가를 틀어놓은 상태에서 책을 읽어주곤 했다. 그럼에도 잠들려고 하면 역시나 울기 시작했다.


그 울음소리를 나는 견뎠다. 어린 아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기도 했지만 계속 타일렀다. 내가 무슨 말하는지 알아듣지 못해도 상관없었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안정감을 느낄 수 있게 일관되게 전달했다. 아이가 가지고 있는 근원적인 "fear of abandon(버림받을 것에 대한 공포)"를 "basic trust(기본적인 믿음과 신뢰)"로 채워나가기 위해 함께하는 시간이 있을 때마다 최선을 다해서 놀아주고 스킨십도 정말 많이 하였다.


수면의식을 하고 초반에는 안아주었지만 잠들기 전에 침대에 내려두면서 스스로 잠들 기회를 계속 주었다. 그렇게 잠든 날은 새벽에 깨지 않고 통잠을 자기 시작했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났고 안아주지 않아도 스스로 침대에서 뒹굴거리며 놀다가 잠드는 날이 찾아왔다. 분유도, 우유도, 이유식도, 유아식도 여전히 잘 먹는 아이가 아니라 육아 난이도가 꽤나 높았지만, 그래도 거의 일정한 시간에 스스로 잠드는 패턴이 생겼기 때문에 우리에게 육퇴라는 시간이 참 꿀 같았다. 덕분에 잠귀가 워낙 밝은 나도 숙면을 취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아들은 15개월이 지나고 18개월이 되기 전 재접근기가 찾아왔다. 말 그대로 껌딱지. 마침 와이프가 복직하면서 상대적으로 내가 더 아이랑 보내는 시간이 많았는데도 엄마가 있는 날에는 확실히 엄마를 더 찾고 엄마품에서 더 잘 자는 게 보였다. 하지만 나하고만 함께 있는 날에는 아빠 껌딱지일 수밖에 없어 아들에게 미안하면서도 피로가 상당하다 보니 예민해지는 내가 와이프에게 서운한 감정도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낮에도 하루종일 안아달라 같이 놀아달라 집안일을 아무것도 못하게 하고 밤에도 깨서 안아줄 때까지 울고 다시 잠드는데 3시간이 걸리기도 하고.. 거의 밤새고 출근한 날에는 정말 힘들었는데 어제는 울컥했던 감정과 생각이 꽤나 길게 여운이 남아 기록하고 싶었다.


평소에 아들에게 사랑해라는 말은 자주 했지만, 어제는 고맙다고 했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아빠 아들로 태어나줘서 정말 고마워,
네가 없는 세상은 이제 상상조차 할 수 없어, 넌 너무 소중해"


사실 어제도 아들과 하루종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여느 때처럼 씻고 재웠다. 그런데 아들을 침대에 눕히고 평소처럼 마사지해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중에 문득 아침부터 저녁까지 아들이 나에게 보냈던 표정과 손짓, 말과 행동들이 하나하나 스쳐 지나가고 내 품에 안겨있던 그 촉감까지 생생히 떠올랐다. 떼쓰고 고집부리는 요즘이지만, 그만큼 자신의 의사를 확실히 표현하고 상호작용이 늘어나는 모습이 참 대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육아는 결국 아이가 건강하게 성장하고 스스로 독립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인데, 나의 원칙에 발목이 매였던 것은 아닐까, 내 계획대로 잘 안된다고 해서 스트레스받으며 흘려버리기에는 시간이 너무 아깝다. 언제까지 아들이 나와 함께 한 침대에서 소중한 시간을 보낼 수 있을지 모르니까 말이다.


‘혼자 육아를 하는 것은 너무 힘들어!'라는 생각보다 '아들과 단둘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지금이 너무 감사해'라는 마음으로 오래 간직하고 싶다.


육체피로보다 더 강렬한 느낌은 분명 사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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