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론을 잘 안다고 육아를 꼭 잘하는 것은 아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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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론은 이론일 뿐이니 무엇보다 내 아이를 믿고, 자신을 돌보는 것이 중요하다. 아래 내용은 필자가 따로 공부하면서 정리한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한 것이니 참고만 해주길 바란다 :)
시작하기 앞서, 먼저 관련 용어를 구별하여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bonding(유대): 엄마가 갖는, 아이에게 느끼는, 감정적이고 심리적 관계
attachment(애착): 아이가 주체가 되어, 아이가 양육자와 형성해 가는 특별한 관계
stranger anxiety(낯가림): 6-7개월 정도에 다른 사람들과 양육자를 구분하는 능력이 발달한 결과로, 처음 보이기 시작하고 8개월 정도 되면 완전히 생긴다. 낯선 사람이 접근하면 아이는 울면서 양육자에게 매달리는데, 양육자의 품에 안겨있을 때에도 낯가림을 보인다는 점이 분리불안과의 차이점이다. 여러 사람과 애착관계를 형성하지 않고, 한 사람의 양육자만이 키웠을 때 더 심할 수 있다고 한다.
separation anxiety(분리불안): 10-18개월에 주로 나타나며, 양육자와 떨어지는 상황에서 발생한다. 스스로 기어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양육자와 분리하는 법을 배우게 되고, 걷기 시작하면서 더 강하게 경험하게 된다. 이때, 양육자가 있는 곳으로 돌아보거나, 분리했다가 다시 양육자를 찾아오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점점 불안을 낮추고 안심하게 된다.
그러면 이제 애착과 관련한 대표적인 이론들을 몇 가지 소개해보겠다. 미국의 심리학자 Harry Harlow의 원숭이 실험연구가 흔히 알려져 있는데, 결론부터 말하면 단순히 feeding(먹이제공, 포만감, 생리욕구)의 결과만이 아니라 편안한 touch(촉감, 스킨십)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는 배고픈 아기 원숭이에게 먹이를 제공하는 철사 어미(장치)와 먹이는 주지 않지만 부드럽고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천으로 덮인 어미(장치)를 비교하는 실험을 통해 입증이 되었다.
다음은 애착이론하면 빼놓을 수 없는 영국의 심리학자이자 정신과의사, 정신분석학자인 John Bowlby의 이론이다. 그는 애착이론의 창시자로 알려져 있는 만큼 살아온 배경을 살펴보면 충분히 이해가 가는 대목이 있다. John Bowlby는 유모의 손에 주로 길러졌으며 양육에 있어 부모의 참여가 적었는데 이는 당시 영국 중상위계층의 문화였다고 한다. 4살까지는 일관되고 애정 많은 양육자(유모)가 있었지만, 이후 바뀐 유모는 차갑고 매정했기 때문에 첫 번째 유모와의 분리는 어머니를 잃은 비극으로 느껴졌다고 기술된 바 있다. (Van Dijken, S. (1998). John Bowlby: His Early Life: A Biographical Journey into the Roots of Attachment Theory. London: Free Association Books)
그는 영국 왕실의 외과의인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의학의 길을 권유받아 의대공부를 하던 중 해부학이나 자연과학에는 흥미가 없어 학업을 중단하고, 관심이 많았던 발달심리학과 부적응 아동, 비행청소년 등 연구에 빠지게 되었다. 어린 나이에 심리학자로서의 길을 걷다가 결국 26세에 의사 자격을 취득하기는 하지만 성인정신의학, 정신분석학 등 수련과정을 통해 30세에 정신분석가가 된다. 당시 시대적 배경으로 2차 세계대전이 있었기 때문에 전쟁신경증이나 장교선발방식 등 심리학적 연구를 하기도 했지만 그보다 아동보호클리닉에 주로 근무를 하면서 부모를 잃어 갈 곳 없는 아이들을 면밀히 살펴보았고, 특히 어린아이들이 장기간 분리(separation)되는 경우 심각한 심리적 문제를 갖게 된다는 사실에 도달한다.
즉, 아이는 자신에게 지속적으로 반응을 보이는 성인과 애착관계를 형성하게 되는데 이처럼 아이에게 따뜻하고 친밀한 관계를 경험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금은 너무 당연하게 이해가 되는 이론이지만 그 당시에 주를 이루었던 정신분석학 이론(아이가 실제 경험하는 사건보다 내적 환상이나 욕구가 내면에 더 영향을 미친다는 것)들과는 충돌하는 것이었다. 이에 대한 반박으로 John Bowlby는 진화심리학과 동물행동학의 개념을 도입하였으며, 기존 이론들보다 더 과학적인 근거를 쌓아나갔다. 결과적으로 "애착과 상실"이라는 3부작의 출판을 통해 애착이론을 정립하였으며, 이는 이후 아이의 초기 사회성발달과 대인관계 등 여러 연구로 이어지면서 현재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아이는 애착 대상과 관계가 맺어지면 그 대상을 자신과 가까이 두려고 하는데, 이를 ‘애착 행동’이라고 한다. 예를 들면 울거나 웃는 행동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면서 애착 대상이 자신의 주변에 머물도록 하고, 애착 대상이 자신에게서 멀어지는 것에 대해서도 불안함을 느낀다. 이는 진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정상적인 반응으로, 자연스럽게 습득하게 되는 것이다.
John Bowlby의 애착 행동 발달 4단계
1. 전애착(Pre-attachment) 단계
이 시기는 애착 대상이 누구인지 구별할 수 없지만, 울음이나 웃음 등을 통해 애착 대상이 자신의 주변으로 접근하도록 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배우게 된다.
2. 차별화 애착(Orientation with Discrimination) 단계
아이가 사람을 구별해 인식하기 시작하면서 애착 대상이 누구냐에 따라서 다른 반응을 보이기 시작한다. 즉, 부모 같은 낯익은 애착 대상에게 더 활발히 반응을 보이는 단계이다.
3. 안전 기지 애착(Safe-base Attachment) 단계
이전에는 자신의 감정 표현을 통해 애착대상을 자신에게 오도록 만들었다면, 아이들이 스스로 기어 다닐 수 있는 시기가 오면서 직접 애착 대상에서 다가갈 수 있게 되고 이에 대한 반응을 보이기 시작한다. 또한, 세상과의 접촉이 늘어나면서 이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이 많아지게 된다. 하지만, 동시에 낯가림이나 두려움도 생길 수밖에 없기 때문에 애착대상을 "안전 기지(secure base)"로 삼는 것이 중요한 시기이다.
4. 목표-수정 동반자(Goal-corrected Partnerships) 단계
마지막 단계는 비로소 쌍방향의 소통이 되는 단계이다. 대개 3세 이후 나타나는 변화로, 아이들이 애착 대상의 감정 등을 이해할 수 있어 그들의 행동에 따라 자신의 애착 행동 목표를 수정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예를 들면, 아이가 부모를 자주 볼 수 없더라도 무조건 불안해하기보다는 좀 더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는 행동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애착이론은 John Bowlby의 제자인 미국 발달심리학자인 Mary Ainsworth를 통해 더 발전이 되었는데, 특히 애착 행동에 대한 패턴(애착유형)을 정립하였다. 그녀는 낯선 상황에서의 연구를 통해 안정 애착(Secure attachment)과 불안정-회피(Insecure-avoidant) 애착, 그리고 불안정-양가(Insecure-ambivalent) 애착으로 분류를 하였다. 아이의 행동에 기반하여 처음에는 3가지 분류로 해석이 되었는데 이후에 4번째 양상인 비조직화/혼란형(disorganized)이 추가되었다.
낯선 상황에 대한 실험은 아이가 있는 공간에 먼저 양육자가 들어와서 함께 놀이를 하고 있는 중에 낯선 사람이 들어오는 것에서부터 시작이 된다. 양육자와 낯선 사람이 대화를 하고 이후 양육자가 그 공간을 나가게 되면서 분리(seperation)가 일어난다. 낯선 사람과 아이 혼자 남게 되는 것이다. 그러다가 양육자가 다시 들어와서 아이를 위로하면서 재결합(reunion)이 일어난다. 이 과정에서 아이가 놀이에 대한 탐색, 양육자가 방을 나갈 때 아이의 반응, 낯선 사람과 단둘이 남겨져 있을 때 반응, 다시 양육자를 만났을 때 반응 등을 살펴보면서 행동 양상을 분류하는 것이다.
Mary Ainsworth의 애착 유형 4가지
1. 안정형(Secure)
안정적으로 애착형성이 되어 있는 아이는 양육자가 있는 상황에서 자유롭게 놀이를 탐색하고 노는 모습을 보이고, 낯선 사람이 들어와도 양육자가 있는 상황에서 잘 지낸다. 눈앞에서 양육자가 떠나게 되면 확실히 당황스러워하지만, 양육자와의 애착이 "안전 기지(secure base)" 역할을 하면서 불안을 인내하며 기다린다. 이후 양육자가 다시 돌아오면 행복해한다.
2. 불안정 - 회피(Avoidant)
회피 유형은 양육자가 방에 있어도 나가도 감정 반응을 거의 보이지 않고, 아이는 누가 있든 놀이에 대한 탐색도 거의 없다. 어떤 변화에도 괴로워하지 않아 침착해 보이기까지 하는 이 반응은 연구자들도 처음에 의문이었지만, 이후 심장박동에 대한 연구가 추가되면서 밝혀졌다. 아이는 사실 많은 긴장을 하고 있음에도 겉으로는 감정을 숨기고 있는 것인데, 이는 이전에 양육자와의 관계에서 욕구가 충분히 충족되지 못하거나 애착행동의 거절(무관심)을 반복적으로 경험하면서 생긴 것으로 판단하였다.
3. 불안정 - 양가(Ambivalent)
양육자와 분리가 되기 전부터 불안을 보이는 이 유형은 양육자가 나갔다가 다시 들어와도 안정을 찾는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이는 양육자와의 애착관계 형성에서 예측하기 어렵고 일관되지 못한 반응으로 인해, 아이는 계속 주변에 양육자를 두기 위해 감정적이게 되고, 이를 통해 예방적으로 통제하려는 양상으로 해석된다.
4. 비조직화/혼란(Disorganized)
처음에는 위 3가지 양상으로 연구가 되었지만, Mary ainsworth의 제자인 Mary main에 의해 추가되었다. 학대받은 아이에서 주로 나타나며, 낯선 상황에서 모순된 행동을 보이거나 과도한 공포를 드러내고 때로는 경련이나 해리와 같은 증상도 관찰되었다. 또한 이러한 아이들의 엄마는 출산 전후로 심각한 우울증, 트라우마나 중대한 상실 경험 등을 한 경우가 많았고, 이는 기질적으로 아이가 정상적으로 애착관계를 형성하는 능력이 부족하게 태어날 가능성에 대해서도 연구되었다.
흔히 아이가 신호를 보내거나 울고 있을 때 엄마와의 친밀한 신체접촉이 많아지면 너무 의존하게 된다고.. 쉽게 말해 손 탄다고 걱정하지만, 애착이론에 의하면 이 과정은 아이의 self reliance(자기 신뢰)가 발달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애착은 불안을 감소시키는 기능을 갖기 때문에, 충분한 애착이 이루어진 아이라면 대상으로부터 멀리 떨어지는 경우에도 안정적으로 주변 탐색이 가능해진다. 앞서 자주 언급했던 것처럼 이 효과를 애착이론에서는 “secure base effect(안전 기지 효과)”라고 한다. 마찬가지로 인형이나 담요 같은 "transitional object(이행 대상)" 도 비슷한 기능을 가지면서 아이들이 세상을 탐험하러 갈 때 불안을 감소시켜 주는 동반자 역할로서 가능하게 한다.
이러한 애착이론들은 향후 성인에서의 대인관계 역시 애착 행동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연구로 확장이 된다. Hazan과 Shaver 연구에 따르면 친구 또는 연애 관계에서 보이는 애착 형태를 4가지의 유형으로 분류하고 있다. 서로의 친밀함과 독립적으로 행동하려는 욕구를 잘 조절하는 안정적인 관계, 늘 불안하고 과하게 의존하는 몰입형(불안형), 독립심이 강하다 못해 거리를 둔다고 느껴지는 거부-회피형, 스스로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으며 관계에 대한 두려움과 애정을 양가적으로 갖고 있는 두려움-회피형이다.
지금까지 애착과 관련한 이론들에 대해 알아보았다. 처음 접하시는 분들은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개인적으로 정신분석을 처음 공부할 때 이론이 너무 많아서 어렵게만 느껴졌던 기억이 나고, 여기서 들었던 내용이 저기서도 나오는 것 같아 헷갈리면서도 잘 구분이 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꼭 특정 이론에 매달릴 필요는 없지만, 육아에 있어 애착도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다음에는 소아과 의사 출신이자, 정신분석가의 공통점을 가진 Margaret Mahler의 분리개별화 이론과 Donald Woods Winnicott의 Good-enough mothering(parenting)에 대해서 알아보자!!
Ref)
Kanter, J. (2007). John Bowlby, Interview with Dr. Milton Senn. Beyond the Couch: The Online Journal of the American Association for Psychoanalysis in Clinical Social Work, Issue 2.
Kaplan & Sadock s, Synopsis of Psychiatry 11th edition
The American Psychiatric Publishing, lextbook of Psychiatry 6th edition
New Oxford Textbook of Psychiatry, 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