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는 제목의 책. 사실 작년에 오! 이거 사야 해 하고 사놓고는 역시나 앞의 몇 페이지만 두근두근하며 읽다가 바쁜 마음속에서 어느새 저 구석에 놓여버렸던 책이다. 책을 사는 것이 예전에는 자책감의 원인 중 하나였으나 이제는 그러려니 한다. 왜 읽지도 않을 책을 자꾸 사들이기만 하느냐는나 자신과 주변사람들을 이해시키는 일이 조금 어려워서 그렇지, 책은 읽힐 때가 있다. 몇 달 뒤가 될 수도, 몇 년 뒤가 될 수도 있다!!!
책의 가장 첫 페이지에는 이런 글이 있다.
‘타인이라는 지옥’에서
‘타인이라는 복지’로의 변환을 상상하는
모든 세계 시민에게
사회적 갈등의 본질에 대한 진화학자의 진단과 처방이 담긴 책이다. 그는 공감을 문명의 정신적 토대이자 원동력이지만 문명 붕괴의 원흉으로 비화될 수 있는 야누스적인 힘이라고도 본다. 사실 오늘날 다양한 집단들이 생겨나면서 혐오와 분열은 가속화되고 있다. 보통 이 혐오와 분열, 갈등 현상을 타인에 대한 공감이 부족해서라고들 말하지만, 저자는 오히려 공감을 깊이 하면 할수록 위기가 더 심각해질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한다. 편 가르기는 오히려 내집단에 대한 과잉공감에서 올 수 있다는 것이다.
공감이라는 건 일종의 인지 및 감정을 소비하는 자원이기 때문에 무한정 끌어다 쓸 수가 없게 되므로 내집단, 즉 자신이 속한 집단에 깊이 공감하면 할수록 외집단에 대해 쓸 공감이 부족해진다는 것이다.
스티븐 핑거의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들이라던가, 피터싱어의 사회생물학과 윤리, 스켑틱의 창립자 마이클 셔머의 도덕의 궤적에서는 인류의 도덕적 진보를 증명하며 이를 공감력의 확대차원으로 이해하고 있는데, 이 책들의 예를 들며 저자는 내집단 편향을 만드는 깊고 감정적인 공감을 바깥쪽에서 안쪽으로 향하는 힘으로 보아 공감의 ‘구심력’으로, 외집단을 고려하는 넓고 이성적인 공감을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향하는 힘으로 보아 공감의 ‘원심력’으로 가정한다.
공감의 이 구심력과 원심력은 서로 투쟁하고 있으며 어느 쪽이 강화되느냐에 따라 우리 문명의 성패가 결정될 수 있으니 공감의 구심력(정서적인 공감:내집단 편향성)보다는 원심력(이성적인 공감:외집단 고려)을 만들어가는 것이 필요하지 않겠느냐고 주장하는 것이다. ~p.14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아직 1부의 일부밖에 읽어보진 않았으나 다소 충격적이었다.
공감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여러 정의들이 있는데 저자는,
‘상상력을 발휘해 다른 사람의 처지에 서 보고 다른 사람의 느낌과 시각을 이해하며 그렇게 이해한 내용을 활용해 행동지침으로 삼는 기술’
로 규정하는 정의가 공감의 여러 측면, 즉 정서적 공감(감정이입)과 인지적 공감(의식적인 역지사지)에 대한 두 공감력에 대한 설명이 포괄되어 있기 때문에 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한다. ~P.20
정서적 공감에 대한 거울 뉴런에 대한 과학적인 이야기를 설명하고, 정서적 공감이 가지는 내집단 편향성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가며 이 내집단에 대한 유대감이 외집단에 대한 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예시들로 책은 이어진다.
인류문명의 역사 속에서 전쟁은 빼놓을 수 없는 현상이다. 불편한 진실이지만 인류역사의 시작부터 인간성의 이면에는 폭력과 전쟁이 있어왔다. 내집단에 대한 정서적 공감이 만드는 ‘부족본능’, 사실 이것이 갈등의 치료제로보다는 폭력의 증폭제로 작용하기 쉽다고 보는데, 이에 대한 충격적인 예가 있었다.
2004년 4월 28일 이라크 아부그라이브 교도소에서 벌거벗겨진 채 차곡차곡 쌓여있는 이라크 포로들 옆에서 환하게 웃는 미군들의 사진이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포로의 목에 가죽끈을 묶어 질질 끌고 다니는 모습들이라던가…이 사진들이 전 세계 언론에 뿌려지자 미군 가해자들이 군법회의에 회부되었는데, 이들에 대한 심리조사 결과가 또 한 번충격을 주었다는 것이다.
그들은 타자에 대한 공감 제로인 사이코패스가 아니라 자기 집단에 대해 과잉공감을 보인 ‘보통사람들’이었다고 한다. 그러니까. 그들은 자신의 동료들을 해한 이라크 군인들을 ‘비인간화(외집단에 속한 존재를 인간 이하로 지각하는 현상_심리학)’하며 분노했던 것 뿐(?)이다. ~P.49
비인간화 현상은 일반인들의 고정관념이 작동하는 현상에서도 이해할 수 있는데, 개인은 생존을 위해 타인에 관한 두 차원의 정보 즉, 타인의 의도와 그 의도를 실현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에 대한 정보를 민감하게 캐치할 수 밖에 없다. 이때 타인의 의도에 대한 평가는 따뜻함에, 그 의도를 실현할 수있는 능력에 대한 평가는 유능함에 대응이 된다. 이 따뜻함괴 유능함이라는 두 기준은 시대와 문화에 상관없이 사회적 지각의 보편적 기준이라고 알려져 있다. 이 기준들에 의해 일반적으로 형성된 고정관념의 예는 다음과 같다.
[미국인을 상대로 한 연구에서]
- 페미니스트: 유능하지만 차가운 존재로 인식(시기의 대상)
- 전문직 흑인: 유능하면서 따뜻한 존재로 인식(존경)
- 주부: 무능하지만 따뜻한 존재로 인식(연민)
- 가난한 흑인: 무능하고 차가운 존재(경멸)
여기서 연구자들은 사회적 취약계층인 차갑고 무능한 존재들(가난한 흑인, 노숙자, 약물 중독자)들이 비인간화되기에 가장 쉬운 존재라고 하며, 실제로 뇌 과학 연구에 따르면 인간화/비인간화가 일어나는 뇌신경 네트워크가 존재하는데 이 네트워크의 활성 자체가 매우 약해진다고 한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 우리의 뇌는 이미 그들을 인간 이하로 취급하고 있는 것이다. ~P.52
#책과강연 #백백프로젝트 #일보우일보 #우보천리
#북노트
#공감의반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