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yla J Sep 24. 2023

Play Peekaboo

때론 어른들에게도 까꿍놀이가…

Note 1.

Play Peekaboo


까꿍놀이는 영아들에게 '대상 영속성(object permanence)'을 이해하는 놀이이다. 엄마나 아빠, 물건이 눈에 보이지 않아도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다는 개념을 놀이의 과정을 통해 획득한다. 이를 통해 초기의 인과관계를 이해하는 인지능력이 발달하고 정서적인 안정감을 가지게 되어 분리불안(seperation anxiety)을 완화시킬 수 있다.


Note 2.

앵무새가 고양이와 피카부 놀이를 하는 영상을 본 적이 있다. 또 강아지가 일부러 계단 끝에 숨어 주인이 올라오기를 기다리다가 놀라게 하는 영상도 꽤 재미있게 본다. 집에 있는 강아지들의 분리불안도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럴 때도 시차 간격을 늘려가며 주인이 나갔다가 들어오는 훈련을 반복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한다.


https://youtube.com/shorts/ZakC-zzeZ1U?si=Amm5veM-NfHkmd93

고양이와 까꿍놀이를 하는 앵무새


Note 3.

오늘 '세상과 거리두기'에 대한 글을 보면서 문득, '어른들에게도 까꿍놀이가 필요하다.'라고 무심코 메모를 했다. 거리 두기와 거리 좁히기. 사람들에게는 때때로 세상과 거리를 둘 안전한 공간이 필요할 때가 있다. 어쩌면 내향형인 사람들에게는 이 안전한 공간에 대한 욕구가 더 크고, 또 익숙할지 모르겠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세상과 단절되는 것을 두려워한다. 심각한 히키코모리들의 사례가 많아지고, 개인화와 그로 인한 고독과 외로움이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면서, 공동체나 연결, 소통과 공감을 강조하기도 하지만 사실 우리에게는 세상으로부터 은신할 단절된 공간, 안전한 은신처와 휴식처도 무척 필요하다.   


Note 4.

'손절'을 응원하는 사회에 대한 생각들도 이어졌다. 우리 주변에 있을지 모른다며 나에게 정서적인 피해를 줄 수 있는 부정적인 인간관계를 끊어내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면서 손절을 적극권장하고, 주변을 끊임없이 의심하게 하는 사회적인 분위기. 개인화가 문제라며... 뭔가 좀 이상하지 않은가?    


물론 맥락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사실 나는 내가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사람일 것이 두려워 상대방으로부터 스스로를 손절하는 편에 가깝다. 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있지만, 대체로는 내가 그들에게 피해를 주는 입장이라는 생각이 좀 더 많은 편이다. 어쨌건, 연인관계나 우정관계에 있어 인간관계라는 것은 참 쉽지 않은데, 내가 손절당할 것도 참 두려운 일이고 내가 손절하게 되는 것도 한편 도덕적으로 괴로운 마음이 될 때가 있다.


Note 5.

어른들에게도 까꿍놀이는 필요하다.


그럴 때, 마치 까꿍놀이를 하는 것처럼 때로 시간을 두고 거리 두기를 했다가 다시 좁혔다가 하는 일이 적절하게 이루어진다면 어떨까.


눈앞에서 사라졌다고 화를 내거나 나 손절당한 거임? 하며자신의 인간성과 쓸모를 불안해하며 전전긍긍하거나, 혹은 단호하게 손절해 버릴 일이 아니라, 그냥 때때로 까꿍놀이를 할수 있다면?




#이상한 나라의 에일라  #날 것의 생각노트


 





    


매거진의 이전글 Feat. 하우게와 괴테의 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