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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yla J Jan 03. 2023

[100-3] 본다는 것 그리고 갈등

(teat. 바벨탑)

본다는 것 그리고 갈등

(feat. 바벨탑)



본다는 것


가끔 나는 눈은 있지만, 내가 무언가를 제대로 보고 있는 건지 의심스러울 때가 많다.  나는 과연 잘 보고 있는가? 다른 사람들은 무엇을 어떻게 볼까? 다른 사람들이 보는 것은 옳은 혹은 좋은 방향인가?


많은 사람들은 다양한 세계관, 다양한 경험 그리고 다양한 가치관을 가지고 산다. 그러면서 각자의 시각과 의견이 생긴다. 그리고 그 시각을 통해 행동의 방향을 결정한다. 다양한 생각들이 존재하다 보니 갈등은 피할 수 없는 일이 된다.


사람들에게는 각각의 언어가 있다. 단지 모국어와 외국어로써의 언어의 구분이 아니라(이 지구상에는 멸종하는 소수언어들의 비율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약 7,000종의 언어가 존재한다.) 표현하는 언어들도 각기 다르다. 사람들은 구술언어, 문자 언어, 그림언어, 비즈니스 언어, 과학 언어, 정치언어, 경제 언어, 몸짓언어, 음악언어, 종교언어, 영상언어 등등으로 나와 타인과 세상을 이해한다. 결국 세분화된 이 모든 분야들은 어떤 식으로든 타인을 이해하고 함께 소통해 나가기 위한 도구들이 되는 셈이다.     



바벨탑


하지만, 각각의 언어는 보는 법도, 보는 방향도 각기 다르다. 다르다 보니 서로 이해하기가 어렵다. 그러니 갈등상황은 늘 발생할 수밖에 없다. 언어와 갈등에 대해 생각하다 보면 성경 속의 바벨탑을 떠올리게 되는데,


The Tower of Babel, Pieter Bruegel the Elder, 1563 구글아트앤컬쳐


저들의 언어를 혼잡하게 하여 서로 알아듣지 못하게 하자. 그들은 온 세상에 흩어 버리시므로, 사람들은 그들의 성 쌓던 일을 중단하였다.

창세기 11장 7~8절



이에 대해 유현준 건축가는 성경 속 바벨탑의 이야기를 건축물을 통해 흥미롭게 해석하고 있다. (참고: 유튜브채널 설록현준) 여기서도 여러 가지 시각(보는 법)이 공존하는데, 우선 성경의 시각과 해석이 있을 것이고, 많은 예술가들은 바벨탑을 각자의 해석대로 그림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또 현대에는 문화인류학적인 시각과 건축학적인 시각까지 보태지며 보는 법과 해석 또한 점점 다채로워진다.




문화인류학과 건축학적인 시각으로 해석한 바벨탑에 대한 이야기를 잠시 요약해 보자면,


당시의 지리적인 상황과 사회시스템으로 보았을 때 바벨탑은 당시 지구라트 신전이었을 것이라는 것이다. 씨족 중심으로 떠돌아다니며 생활하던 유목민족들은 어느날 이 지구라트를 짓기 위해 모여들게 되었는데, 당시에는 아랍어, 아카드어, 수메르어 3가지 정도의 언어가 있었다고 한다. 각각의 지역에서 모여들었고, 문자언어도 아직 발달되지 않은 시기였기 때문에 설계도 같은 것도 없으니 아마도 업무지시는 말로 했어야 했을 텐데, 각 지역의 사람들이 소통할 만한 공식언어는 부재했을 거라는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이런 대형 프로젝트를 운영시킬 만한 사회적인 시스템도 잘 갖춰져 있지 못했기 때문에 결국 건축물은 지어지다가 중단되었을 거라는 해석이다.


성경은 이스라엘 민족의 시각으로 쓰였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소규모 집단으로 움직이는 유목민족들이었으며 그렇기 때문에 문화가 다른 도시민족들이 잘 이해가 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인구 밀도가 점점 높아지면서 도시민족들에게는 사회통치시스템이 필요했고, 권력체계가 만들어지기 시작한다.이를 반영하듯 건축물에서는 권력을 위한 공간구조인 고층건물의 형태가 나타나게 된다. 성경은 일종의 도덕책인데 상대적으로 인구밀도가 높아지면서 라이프스타일이 달랐던 도시민족들에게는 이런 사회체계를 비롯한 도덕체계 역시 필요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바벨탑은 다른 라이프시스템을 가진 유목사회사람들과 상공업 중심의 도시민들간 갈등에 대한 이야기인 것이다. 환경에 따라 종교관도 달라지고, 사회 시스템도 달라지며 건축물도 달라진다.


그런데 더 흥미로운 것은 2010년경 두바이에 부르스 할리파라는 고층건물이 지어졌는데, 설계사는 미국의 SOM, 시공사는 한국의 삼성물산, 건설노무사들은 파키스탄과 중국사람들이었다고 한다.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현대에 사회시스템과 경제시스템이 갖춰지면서 지어질 수 있었던 21세기의 바벨탑이 아니겠는가 하는 해석이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

나는 늘 사물과, 현상과, 사람을 다양한 각도에서 잘 보는 좋은 눈을 가지고 싶은 욕망을 가지고 산다. 개인의 삶 속에서도 다양한 관점들을 수용하며 잘 보고 잘 소통하기 위해서는 많은 것들을 경험하고 배우며 성장하고 발전하여 결국 내면의 성숙한 시스템들을 만들어 가야 하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각기 다른 시각들이 이렇다할 체계 없이 공존하는 시대에 피할 수 없는 갈등에 대해서개인적인 관점에서는 이 내면의 시스템이 잘만 구성되어도 우선은 큰 무리없이 해결해 나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데 이 내면의 시스템은 그래서 어떻게 구체적으로 잘 만들어 갈 수 있는 걸까?  



#책과강연 #백백프로젝트 #백일백장 #곰이되자

#바벨탑 #갈등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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