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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지효 Feb 11. 2022

나는 '대면'이 두렵다

 '대면'의 공포로 시작된 이직 고민.  이런 내가 낯설고 두렵다

마스크 밖은 위험해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사람이 죽고 병에 걸리면서 

코로나바이러스는 충격과 공포의 대명사가 되었다. 

세상은 위축되고, 마비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누구보다 빠르게 위축된 건 어쩜 나요,

마비된 건 내 생각 뿐인지도 모른다     


너 미쳤어?     


내가 처음... 나의 고민에 대해 어렵게 털어놨을 때... 들은 말이었다.

그래, 그럴 만도.

나도 정확히 설명하기가 어려운 마음을 정리도 하지 못한 채 꺼내놓은 말이었으니

이상할 것도 없는 반응이었다.     


나, 강의는 관두려고     

갑자기? 왜?     

3월부터 대면된다잖아.     

그래서?     

그래서 못하겠어.     

장난치고 있네     

진짜야. 너무 멀어서 출근도 힘들고     

8년간 다니던 곳이 갑자기 멀다고?     

길도 너무 막히고 운전도 힘들고     

너 운전 좋아하잖아     

그런 줄 알았는데 하루 다섯 시간 운전, 너무 힘들어     

갑자기 왜?      

운전은 어찌어찌한다 쳐도 이제 진짜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너무 겁나.     

너 애들 만나면 기 받는다더니?     

그치. 근데 비대면으로는 괜찮은데, 직접 대면하는 건...두려워     

비대면은 괜찮고?     

응. 줌으로야, 천년만년 괜찮지     

너 농담 아니면 진짜 미친 거야     

그래서 말 못 하고 오래 고민했어.     

진짜로 미쳤구나? 돌았나 봐. 정신 차려.     


‘미친 건가’와 ‘그래도 대면은 싫어’

사이를 오가는 혼란스러움에...

지독히 추운 겨울이었다.     

코로나의 종식을 간절히 바라면서도 

그로 인해 다시 재개될 대면 사회가 몹시 두려운 나...

이것이 마흔여덟, 내 마음의 현주소다.


코로나로 인한 비대면 사회 3년 차에...

보게 된 나의 모습과 

내 마음이 부르짖는 소리  

이 모든 것이 스스로도 낯설다.

낯선 나의 재발견, 이게 행운인지 불행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나보다도 나를 잘 이해해주던 친구한테 슬쩍 고민을 털어놨다가 

미쳤다는 소리만 들은 나는, 

이후, 가족을 포함한 몇몇에게도... 살며시~ 때론 공격적으로~ 

내 속을 툭~ 열어보었지만, 

‘미쳤다’의 범주 안에서 대동소이한 반응이었다.     

그런데, 인지

그래서, 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잠정적으로 결단했다.  

    

다만, 

누군가를 설득하기엔 여전히 정리되지 않은 마음을,

이제 정리해보려고 한다.     

동의까지 바라진 않지만 

누군가한테는 어느 정도 공감해줄 수 있는 마음이길... 기대해보며

나는, 처음으로, 오롯이 나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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