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돌아가라면, 갈 수 있을까?
고등학교 시절, 유학 중 함께 시간을 보내주셨던 이모부가 늘 해주시던 말씀이다.
대학은 나의 미래를 구체적으로 설계해가는 중요한 시간이고, 그만큼 대충이 아니라 전심을 다하라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편입이 무산되면서, 내 마음은 크게 꺾였다.
원래 계획은 이곳에서 2년, 편입한 학교에서 2년을 보내는 것이었지만
편입이 무산되면서 그 시나리오는 통째로 사라졌다.
이곳에서 2년을 더 다니는 건, 원하지도 않았고,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플랜이었다.
그래서 나는 머리를 최대한 굴리기 시작했다.
어떻게 하면 이곳에 머무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을지..
편입을 하게 되면 인정받는 학점과 아닌 게 나뉘고,
특히 교양 과목은 거의 인정되지 않아 다시 들어야 하는 수업이 많았다.
하지만 편입하지 않고 지금 학교에서 졸업하면,
지금까지 들은 모든 수업이 교양 포함 전부 학점으로 인정되었다.
그 차이를 활용하면 시간을 줄일 수 있겠다는 판단이 섰다.
학점을 빡빡하게 채우고, 여름학기까지 이수한다면
2년이 아닌 1년 안에 졸업할 수 있겠구나 싶었다.
학점을 꽉꽉 눌러 담았다.
몸은 힘들었지만 마음은 훨씬 편했다.
한 학기엔 수강 가능 학점을 초과해, 추가 학비까지 지불한 적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속엔 이상하게도 안도감이 컸다.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감각과, 시간을 단축하고 있다는 실감.
그리고 무엇보다, 하루라도 빨리 한국에 돌아갈 수 있다는 사실.
결국, 나는 엄마에게 고등학교 졸업 때처럼 비슷한 이야기를 꺼냈다.
“엄마, 졸업식 오지 말고, 나 그냥 졸업하자마자 한국 갈게.”
지금 생각하면 역시나 아쉬움이 크다.
가족과 함께 미국에서의 마지막을 보내고,
내가 살았던 동네도 함께 둘러보고, 여행도 했더라면
더 기억에 남는 마무리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때의 나는 미국과 나의 여러 상황에 지친 마음으로,
하루라도 빨리 미국을 떠나는 일에만 온 신경이 쏠려 있었다.
가족이 오게 되면 미국에서 며칠이라도 더 머물러야 하니까, 그 자체가 부담이었다.
그래서 결국, 조용히 혼자 졸업식을 치르고
다음 날 아침,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사실 미국에서 학위를 마치면
OPT (Optional Practical Training)라는 제도를 통해
1년간 미국 내에서 합법적으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많은 유학생들이 이 제도를 활용해
취업비자를 스폰서해주는 회사를 찾기도 하고,
장기 체류의 기회를 만들기도 한다.
물론, 짧은 시간 안에 일자리를 구해야 하는 부담도 있지만
그래도 의미 있는 경험이 될 수 있는 기회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당시 나는,
OPT라는 제도 자체를 활용할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주변 친구들이 자연스럽게 그 과정을 준비하는 모습을 보면서도
나는 전혀 동요되지 않았다.
그만큼 미국 생활에 지쳐 있었고,
꽤 깊은 homesick (향수병) 속에 있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하면 이 부분도 조금 아쉽다.
학위를 마친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기회였고,
1년이라는 시간은 내 인생에 큰 차질을 주지도 않았을 텐데.
오히려 나에겐 새로운 일 경험이 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지금 돌아보면,
3년간의 대학 생활을 정리하고 짐을 싸는 일조차
놀라울 만큼 담담하고 후련하게 했다.
왜냐하면, 이유는 단 하나였으니까.
하루라도 빨리 한국에 가고 싶은 마음.
그 이후의 계획은 사실 별로 구체적이지도 않았다.
그래서 나는,
졸업식 바로 다음 날, 비행기를 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