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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mileHee Nov 08. 2024

백팩 메고 장 보러 가요

시골 오-하이오에서!


미국에서 생활하다 보면 한인 사회가 생각보다 더 좁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나의 대학 시절, 약 30명 정도의 한국인 학생들이 있었다. 그중 활발하게 한인회 활동을 하는 학생은 별로 없었다. 대부분 삼삼오오 친한 친구들과 가깝게 지냈다. 어느 조직에나 존재하듯, 우리 학교 한인 사회에서도 사교성이 많고 모르는 소식이 없는, 속칭 ‘인싸’ 재질의 오빠가 있었다. 그 오빠는 학교 한국 학생들에 대해 모르는 소식이 없었다. 소문은 언제나 빨랐고, 학기 초 새 커플이 탄생하기라도 하면 더 빠르게 소문이 돌았다.


나는 미국 시골에서 마주한 이런 좁은 한국 사회가 싫었다. 남의 입에 내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도 싫고, 대학에 한국인이 30여 명밖에 없다는 현실도 싫었다. 그래서 그런지, 늘 큰 도시에서 학교 생활을 하는 친구들을 부러워했고, 한국에서 학교를 다니는 친구들을 “한국 대학 생활의 로망” 필터를 통해 바라보았다.




대학교 1학년 때는 고등학교를 함께 졸업한 대만 친구와 같이 살았다. 학교까지 걸어서 30분 정도 거리에 위치한 가정집이었지만, 차가 있던 룸메이트에 비해 차가 없던 나는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었다. 특히 오하이오의 겨울은 매섭도록 길고 추웠다. 눈이라도 쌓이던 날엔 수업이 취소되지 않을까 매번 학교 공지를 살폈다. 결국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 우리는 2학년 때부터 따로 살기로 결정했다. 나는 계속 차가 없을 예정이었기에 학교 바로 앞에 있는 원룸 단지로, 룸메이트 친구는 1학년 때 친해진 중국 친구들과 좀 더 거리는 있지만 시설이 훌륭한 타운하우스로 이사했다.


내가 이사한 원룸 단지는 학생회관까지 걸어서 5분, 내 전공인 경영학과 건물까지 걸어서 7분 이내로 위치가 아주 훌륭했다. 차가 없는 나에게는 최고의 선택이었다. 이사를 했을 때, 옆집에 한국인 언니 한 명이 살고 있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언니도 대학 시절 내내 차가 없었다), 언니는 졸업을 한 학기 앞둔, 나와는 4살 차이 나는 사람이었다. 마침 언니네에 학교를 갓 졸업 후 일자리를 지원하며 잠시 신세를 지고 있는 나와 1살 터울의 언니 둘이 같이 살고 있었는데, 우리가 더 또래였기 때문일까? 우리는 학교를 누비고, 동네를 누비고, 집에서는 우리끼리 한식 파티를 하며 그렇게 서로 친해졌다. 언제 떠날지 모르는 언니 둘과, 졸업을 한 학기 앞둔 언니와 내가 이런 친분을 쌓게 될 줄은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 곧 헤어질 상황에 미리 아쉬워하지 않고 서로에게 집중했기에 가능한 관계였다 (한인사회가 좁아 무조건 싫다는 편견도 깨 주었다). 별개로, 그때 언니가 직접 해준 수육은 아직도 잊지 못한다. 대학 시절 동안 자취 만렙을 찍은 언니들은 이미 우리가 먹고 싶어 했던 모든 한국 음식의 고수였다.


아직도 선명히 기억나는 것이, 주말이거나 모두 시간이 맞을 때면 “장 보러 갈래?” 하며 우리는 백팩을 메고 모였다. 뚜벅이인 우리 넷은, 구매할 물건들을 위해 빈 백팩을 메고 여정을 떠나는 것이다. 정말 싸지만 잘하면 잇템(명작 DVD나 장식품 같은)을 건질 수 있는 “빅 로츠(Big Lots)“도 있고, “크로거(Kroger)”, “알디(ALDI)“와 같은 식재료 마트에도 간다. 사고 싶은 것이 많지만 부피와 무게를 고려해서 물건을 고른다. 그러다 보면 백팩이 가득 차는 것은 일도 아니다. 그렇게 우리는 식량을 한가득 채워 신난 걸음으로 돌아온다. 장 보러 가는 것은 가벼운 발걸음이지만, 때로는 백팩에 맞는 양만 담는 데 실패했기 때문에 종종 학교 버스를 기다려 타고 와야 할 때도 있었다.




그때 구매한 DVD들은 아직도 집 한편에 전시되어 있는데, 볼 때마다 그 시절 생각이 난다. 언니들 단톡방에 사진을 한번 보내봐야겠다.


언니들도 비슷하게 "나도 갖고 있어!"라며 나와 같은 추억 여행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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