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n Movie Night!
대학교 입학의 시작은 OJT이다. 특히, 유학생의 경우 International Students Orientation을 필수로 참석해야 한다.
내가 대학에 입학하던 해는 위와 같은 일정으로 개강 날짜보다 며칠 더 빨리 한국에서 돌아와야 했다. 학교 행사에는 다양한 나라의 친구들이 참석했지만, 역시 나에게 눈에 띄는 것은 한국인 학생들이었다. 어디에 가던지 한국인 학생은 빠르게 알아챌 수 있고, 또 만났을 때 타지에서의 반가움도 늘 존재한다.
한국인 학생들 여럿을 소개받고 알게 되었고, 한인회 (Korean Student Association, KSA)에 대해 알게 되었다. 입학 해에 처음으로 한인회 행사에 참석해 보니, 한국인 교수님들과 재학생들도 우리를 반겨 주셨고, 자주 접할 수 없는 한국 음식들도 많아서 반가운 마음 반, 신기한 마음 반으로 참석하였다.
그리고 학년이 올라가 기 전, 뜻밖에 제안을 받았다. 마침 현 한인회 회장이 나와 친분이 있는 지인이었고, 그래서 나에게 1년간 한인회 회장직을 부탁했다. 한 해 행사는 몇 가지 없다는 말과 함께. 나는 바쁜 학기 중에 할 수 있을까 고민도 되었지만, 나를 도와줄 부회장 친구도 있었고, 든든한 동기도 있었기에 고민 끝에 회장직을 맡게 되었다. 한인회 인원을 모두 다 합쳐도 30명이 채 되지 않기에, 대신할 사람을 찾기도 마땅치 않은 상황이었다.
여러 행사 중 ‘Korean Movie Night’도 주최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K-pop에 대한 관심이 많아, 한국인 외에 외국인 학생들이 많이 참석하기도 한다고.
나와 부회장은 영화 선정을 위해 한참 고민했고, 다소 파격적일 수 있지만 조선 시대를 적나라하게 소개할 수 있는 왕의 남자를 보여주기로 했다. 끝내로, 주미 한국문화원에 전화를 했고, 상영 가능한 DVD를 받아볼 수 있었다.
조선 시대의 사회 구조와 권력, 연극을 통해 사회를 풍자한 장생과 공길, 불가피한 새드엔딩까지…
영화는 흥행했다. 한국인과 외국인 친구들이 몰입도도 매우 높았다. 나는 행사장 안과 밖을 수시로 살피느라 영화에는 백 프로 몰입할 수 없었지만, 오히려 친구들의 반응과 상영 현장을 살필 수 있어서 좋았다.
나만이 기억하는 한국을, 언어가 달라도 전달되는 스토리와 감성을, 특히 이번엔 한국 영화라는 새로운 콘텐츠로 함께할 수 있어서, 행사를 기획하고 준비한 보람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영화를 시청한 다양한 학생들에게도 영화가, 그리고 한국이 오래 기억에 남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