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난 자율성과 함께 늘어난 과제의 늪
대학생활을 시작하며 기대했던 많은 것들이 있었다.
첫 번째는, 하루 종일 학교에 있어야 했던 고등학교와 달리, 나의 스케줄과 수업에 따라 한 주가 흘러간다는 것이었다. 첫 자취방은 학교에서 조금 거리가 있었기에, 가능하다면 수업을 한 요일로 몰았다. 일주일에 3일만 수업으로 채워지면 최상이었고, 주 4일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입학 후 느낀 것은, 대학 수업 한 시간이 고등학교 수업 한 주치의 양과 과제에 비례한다는 것이었다.
또한 미국은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도 있지만, 그보다 과제와 평소 출석의 비중이 비교적 한국보다 크기 때문에, 수업을 마치면 한가득인 과제를 안고 우리는 삼삼오오 도서관이나 학생회관(Student Union)에 모여 각자의 과제를 시작했다.
또 하나 눈에 띄게 고등학교 때보다 변화된 것은 글쓰기와 리포트의 양이었다. 매번 나의 생각과 의견을 리포트로 제출하는 형식의 과제가 많았는데, 한국과 비슷하겠지만 때로는 개별 과제, 때로는 팀별 과제로 더욱 서로 소통하고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았다. 이 부분은 고등학교 때와는 사뭇 다른 점이었다.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나에게 리포트는 정말 엉덩이 로 해야 할 때가 많았다. 효율적으로 한두 시간 안에 쓰고 다음 것으로 넘어가면 좋겠지만, 나의 생각을 영어로 정리하는 것은 다른 미국 학생들보다 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글의 완성도나 문법, 표현력을 늘리기 위해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제공되는 "Writing Center (글쓰기 센터)"는 대학 시절 내내 나의 베스트 프렌드였다. 이곳에서는 전문 상담사나 선배 학생들이 에세이, 리포트, 논문 등 글쓰기 과제에 대해 피드백과 교정을 제공해 주는데 (미리 예약 필수), 중요한 글을 완성해야 할 때면, 내가 쓴 글을 누군가에게 교정받고 이상한 부분을 고쳐나가는 과정이 큰 도움이었다.
한국과 다르게, 미국은 수능 제도가 아닌 SAT/ACT 시험과 평소 성적, 교내외 활동들도 중요시 여기기 때문에 성적을 포함한 여러 가지를 성실하게 해 나갔다면 입학이나 전과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 SAT/ACT 시험: 미국 대학 입학시험으로, 영어, 수학, 읽기, 과학, 작문 등의 영역을 평가하지만 수능과 다르게 한 번이 아닌 여러 번 시험을 칠 수 있음.
지금은 많은 대학에서 시행하고 있는 무학과 제도로 나도 대학에 입학하였고, 여러 수업을 듣는 중에 내가 더 배우고 싶은 전공을 선택할 수 있었다.
** 무학과 제도(Undeclared Major System): 학생들이 입학 시 전공을 정하지 않고, 다양한 과목을 수강한 후에 전공을 선택할 수 있게 하는 제도.
하지만 미국 대학은 입학은 비교적 한국보다 수월하나, 졸업은 그만큼 까다로운 것 같다. 실제로 학교 입학률보다 졸업률이 현저히 낮은 편이고, 중간에 중퇴(drop out) 하는 학생들도 종종 보았다.
그렇게 나의 첫 대학생활은 늘어난 자율성만큼 책임감도 따랐고, 많아진 시간 관리와 자기 절제(self-discipline)가 많이 필요하며, 많은 과제들과 수업들을 어떻게 처리할 수 있는지를 배워가는 과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