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구 청파동 111번지

피터팬은 살아서 집으로 간다

by 신소운

비가 온다. 매일 밤 이 시간이면 수상한 놈이 어슬렁 거린다. 놈은 빗소리를 밟고 들어와 잠궈 놓은 문을 딴다. 먹이감을 찾는다. 어김없이… 달그락… 날카로운 송곳을 쥐고 있다. 목격자가 없는지 둘러본다. 치밀한 놈이다. 혹여 눈이라도 마주칠까 꼭 감고 움직이지 않는다. 이불 밖으로 삐져나온 두 발이 차가워지고 달달달 떨리지만 어두워 눈치채지 못하길 바란다. 언제나처럼 밑창이 아주 두툼한 신발을 신고 있다. 나만 아는 비밀인데, 사실 놈은 마을 끝에 사는 젊은 아낙의 속옷을 훔쳐다 네모로 두번 접어 신발 밑에 묶었다. 저렇게 몇날 밤을 돌아다녀 걸레처럼 너덜 거리면, 먹다 남은 사과 껍질과 함께 돼지 우리로 던져버리곤 했다. 아낙의 남편에게 들켜 혼쭐 난 이후에는, 식모 아이 없을 때만 골라 주방에 숨어들어 수세미를 훔쳐낸다. 얇은 빤스 조각보다야 수세미가 오래 가겠지. 그것마저 다 닳아 빵꾸가 나면 결국 놈이 내리꽂는 흉기 끝에 수만조각으로 찢겨져 여기저기 쓰레기통으로 나뉘어 버려진다. 쉽게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스으윽, 스으윽, 스으윽… 쥐새끼 마냥 소리 죽여 다가오는 발자국 소리도 오직 나한테만은 천둥이다. 그걸 아는지, 놈은 한번도 내게 말을 걸지 않는다. 소름끼치게 차가운 쇠젓가락으로 여기저기 내 몸을 찌른다. 죽은 척 반응이 없으면, 먹다남은 막대 사탕을 겨드랑이에 꽂아 놓고 낄낄 거린다. 뻑뻑하게 굳어가는 관절이 맘대로 움직여주지 못하니, 놈은 망설임 없이 내 귓구멍에 권총도 들이대어 겁을 준다. 하나, 둘, 셋… 삐빅. 그럼에도, 난 절대 눈도 깜빡하지 않는다. 놈이 날 진짜로 죽일 생각이 없다는 걸 안다. 그저 매일 밤 잠고문으로 나를 괴롭히면서, 서서히 말려간다. 알지만 아무말 하지 못한다. 소리 지르기는 커녕, 싫다는 티도 못 낸다. 이미 오래전, 놈은 내 입에 재갈을 물렸다. 딱 죽지않을 만큼의 산소만 주면서, 50원짜리 자판기 커피 종이컵만한 입마개를 덮어 꽁꽁 막았다.


뼈만 남은 팔다리를 허락없이 만져댄다. 아직 남은 살이 있나, 잡아먹을 근육이 있나, 매일 밤 체크한다. 주위를 한번 둘러보고는, 아무도 모르게 슬쩍, 옆구리 아래에 구멍을 내어 피를 빼낸다. 들키지 않으려, 빈 봉지로 바꿔치기 한다. 헌혈일까. 전쟁통에 부족한 피를 모으고 있을까. 어쩌면 놈은, 오늘 일을 마친 후, 순사실 저쪽 어딘가에 쭈구리고 앉아 한모금씩, 한모금씩, 들이킬지도 모른다. 남기지 않고 모두 먹어치울거다. 걸쇠로 꼭 잠긴 문 뒤의 일은 누구도 모른다. 그렇게 산소도, 피도, 딱 숨 붙어있을 만큼만 남겨진 나는, 적군에 바쳐지는, 연구실 박사님께 보내지는, 실험용 미이라가 되어간다. 마지막으로 놈이 송곳을 꺼냈다. 살갗을 뚫고 퍼져들어 쥐도새도 모르게 나를 오염시킬 진드기를 주사한다. 단단히 포박한 쇠사슬에 구멍을 뚫고 꿀렁거리는 녹색 액체를 찔러 넣으면, 믹서에 갈린 수백만마리의 진드기가 혈관을 타고 내린다. 무리하게 심장을 펌핑하면서 이미 진작에 둔해져 감각 하나 없는 피부 밑으로 퍼져 나간다. 등짝으로 새어 나오기도 하고, 전신에 멍이든다. 되살아난 대왕 진드기가 코로 올라와 진물을 뿜는다.


이 지겨운 전쟁은 언제 끝나는지… 뉴스에 속은 사람들은 해방이 되었다고 믿었다. 그러나 나는 안다. 일본놈들은 물러가지 않았다. 내 아버지를 죽인 그 때처럼, 놈들은 학교를 지어주고 병원을 지어준다고 속여 나를 가두었다. 바깥 세상은 얼마나 바뀌었을까. 반평생을 묶여 있었다. 나가야한다. 뜻을 함께 했던 동료들마저 기력을 잃었다. 반복되는 고문과 투약으로 단 며칠만에 목숨을 잃는 자도 있다. 벌써 몇명을, 벌건 대낮에, 혹은 깜깜한 밤에도, 눈이 쏟아지는 겨울에도 땀띠나는 여름에도, 어쩌지 못하고 떠나보냈다. 통나무 둥치처럼 실려가고 나면, 몇 각 되지도 않아 또 다른 사람이 끌려 들어온다. 놈들은 길에서, 이장댁에서, 저만치 산꼭대기에 숨은 절간에서도, 잘도 냄새를 맡고 잡아들인다. 반항하다 투신이라도 할라치면, 군인과 경찰까지 동원한다. 유관순이 그랬고, 박종철이 그랬다. 서로를 꼰지르고 꼰지르는 사이... 돈 몇푼에 모두가 한 통속이다. 과연 살아서 이곳을 나갈 수 있을까. 사슬에 묶인 우리를 본다. 포로끼리만 느끼는 동정, 동지애... 참아낸다. 자는 척, 기절한 척, 약에 취한 척… 가끔은 죽은 척까지, 우리는 그렇게 하루씩 연명해 왔다.


끌려 들어올때부터 이미 정신을 잃은 사람도 있다. 불쌍한 여자 김 OO 은 어린 자식을 떼어내고 왔는지 눈만 뜨면 아가 이름을 부르며 울부짖는다. 종일을 이불속에서 웅웅웅, 웅웅웅… 울고 있다. 스물 다섯에 과부가 되었다는 박OO 은, 남편이 맨손으로 호랑이를 잡다 죽었다고 했다. 그래도 잊지않고 목요일이면 깨끗히 목욕하고 남편을 기다린다. 데리러 온다고 약속 했단다. 아마도 미친 것 같다. 정 OO 은 나랑 가장 가까이 있다. 나이도 어린 것이 누워만 있다. 그러고 보면 조금 수상하다. 꽤 오래 함께 지냈지만, 이야기를 나눈 적 없다. 나지도 않는 냄새에 소란을 피운다. 요즘 젊은 것들은 예의가 없다. 냉랭하니 혼자만 깔끔한 척 한다. 윗선에 아부라도 떨었는지, 이 사람 저 사람이 안고 메고, 가마까지 태워 어딘가 다녀온다. 한번 들어오면 죽어야 나가는 이 곳에서, 잘도 돌아다닌다. 신났다. 혹시 모르니 외출 할 때 마다 다 적어둬야 한다. 조심하자. 프락치일거다.


“이모, 오늘은 비 온다. 밖에 나가지 말고 안에 있어.”

아침 댓바람부터 머리를 매만지는 정 OO 에게 까만 여자가 이야기 한다.

“어떻게 그래? 앞 마당에라도 가보고 싶지.”

“안돼, 미끄러워 큰일난다. 매점 앞이나 살살 돌고 와, 알겠지?”

염색도 안하는지 흰머리가 꽤 많은, 거무죽죽한 피부의 저 여자… 빼짝 말라 힘도 없어보이지만, 툭 튀어나온 광대뼈가 깡은 꽤 세어 보인다. 험하게 살았는지, 파마기 없이 부스스한 머리를 한데 모아 뭉뚱 묶었다. 못난 얼굴은 아닌데 곱게 꾸민 구석이 없다. 아마 24시간 우리를 염탐하느라 짬이 없나보다. 도망 갈 힘도 없는데 뭘 그리 감시를 하는지… 그래도 가끔 이불도 토닥토닥하고, 여기저기 닦아주고 하는 걸 보면, 그저 명령에 충실할 뿐, 해로운 사람은 아닐 것 같기도 하다.

“저리가, 가까이 오지마, 정수야! 정수 데려와!”

느즈막히 일어난 김 OO이 또 아가를 찾는다. 잔뜩 쉰 목으로는 별로 큰 소리는 나오지 않는다.

“이모, 일어 났네? 밥 부터 먹고 씻자.”


까만 여자가 다가간다. 김 OO은 게슴츠레한 눈으로 여자를 보고 웃는다. 밥이 좋을까, 여자가 좋을까… 쟁반을 가져오기도 전에 벌써 입부터 헤 벌리고 기다린다. 바보같은 년. 자존심도 없이 쩍쩍 입을 벌린다. 음식에 독이 들었다고 그렇게 수신호를 보내도... 이곳의 음식이라는 게, 먹고나면 종일 기억이 없고 근육부터 녹아 내린다. 부작용으로 이미 오래전부터 식도가 붙었다. 진작 알았으면 안먹고 다 토했을 텐데, 처음에 멋모르고 받아먹다 이지경이 되었다. 이제라도 독 묻은 음식을 삼키지 못하니 다행이다. 물론 그들은 새로운 고문을 시작했다. 코에 거대한 호스를 쑤셔박고 음식물 쓰레기를 쏟아 붓는다. 잘게 갈아 물과 섞었다. 숨쉬기도 힘들게 그 질척거리는 반죽을 내려보낸다. 마주앉아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즐긴다. 혀를 거치지 않으니 아무 맛도 모른다는 것도 알고 있을거다. 가끔씩 마당에서 뜯어 온 독초도 몇 줄기 섞는다. 그런 걸 먹고 얼마나 오래 살 수 있는지 연구한다. 매일 매일, 매끼니마다 꼼꼼히 기록해 간다. 쓰레기 몇 그램, 독초 몇 그램을 먹었나..


“할머니, 식사 다 했어? 어때요, 추워?”

까만 여자는 이불을 덮어주는 척하며 머리맡을 뒤진다. 뭐라도 훔쳐갈게 있나 하루에도 몇번씩 저렇게 베게 밑을 휘젓는다.

“이쪽은 환풍구가 있어서 바람든다, 가만히 잘 덮고 있어, 응?”

눈동자… 협박인지 동정인지 알 수 없는 표정, 못 배워 먹은 반말. 고마운 것 같지만 믿어서는 안된다. 저런 눈을 평생 무지하게 봐왔다. 피난 길을 지켜보던 미군, 커피 배달가는 다방 아가씨, 녹슨 성모 마리아 동상 앞에 누운 노숙자… 인생 다 통달한 무관심한 얼굴. 만사가 버겁고 힘드니 건들지 마라, 일 만들지 말고 짜그러져 가만히 있어라. 정 없이, 관심없이, 감히 나를 그렇게 다룬다. 다 뒤져봐라, 네가 원하는 건 여기 없다. 깊은 밤이 지나 야간 경비도 슬슬 졸기 시작하면, 머리 위 환풍구로 빠져나가 놈이 원하는 걸 빼돌린다. 평화의 댐에 다 갖다 주고 몇 개 남지 않은 금붙이, 반공 연맹 잡지 <자유>, 꽁꽁 말아 고무줄로 묶어놓은 현찰, 남편 심장약과 군번줄, 청하 한병, 물 파스… 모든 건 내 집 마당 화장실 뒤 반공호에 가져다 놓았다. 김치독으로 막아놓은 아래 깊숙히, 조그만 냉장고를 묻었다. 귀중품은 남편에게 받은 입센 로랑 스카프로 고이 싸놓았다. 그가 오면 살짝 귀뜸 해 줘야한다. 그걸 팔아서 도망가자고… 오늘 오려나? 벌써 잡혀 간 건 아닐까?


“할머니, 오늘 어때요? 기분 좋아요? 아직도 이상한 소리 하시나?”

흰 옷을 입은 퉁퉁한 남자가 까만 여자에게 묻는다. 저 놈이다. 저 놈이 날 데려가 연구하고 싶어 수시장창 들락거린다.

“요새는 산소를 껴 놔서 좀 나아요, 처음에는 아주 별 징그러운 소리를 자꾸 하시더만…”

“쥐가 손톱 파먹는다고?”

“아우, 생각만 해도 끔찍시러요, 왜 그렇게 손톱을 못 깎게 하셨을까요… 자식들이 할래도, 소리 지르고 난리난리 하시더니..”

“이젠 그럴 힘도 없고... 그래도 눈동자는 잘 따라오네. 할머니 여기 봐요, 이쪽이요,”

놈이 약올리듯 손가락을 이쪽저쪽 옮긴다. 질세라 쫒는다. 인질로 잡혀있어 꼴은 우스워도, 아직 죽을 때는 안됬다. 이렇게 멀쩡하니 네 놈들은 아직 날 매장하지 못한다.

“생각보다 오래 가셔. 심장이 좀 늦게 뛰지만 큰 문제는 아니고.. 치아가 많이 상했지?”

“원래 몇 개 없어요. 전에 임플란트 하신것만 남았어요. 이젠 닦지도 못하고요.”

놈이 마스크를 벗기고 강제로 입을 벌린다. 나무 꼬챙이로 구역질 날만큼 혀를 꽉 내리 누른다. 바짝 마른 입술이 터진 듯, 따끔하다. 못 본 척, 마스크로 다시 덮어버린다. 못된 놈.

“이젠 뭐, 가글도 안되고.. 냄새나도 할 수 없어. 입가에만, 트지 않게 가끔 바세린이나 바르고… 야근 일지 보니까 밤에 소변 양이 많이 줄었네요. 다리도 좀 붓고… 순환이 안되요. 소변 줄이랑 주머니 잘 체크하고, 어차피 못 움직이셔서 수면제를 많이 줄였으니까 밤에 좀 깰 수도 있어요. ”


이 놈이 뭐라고? 그동안 수면제를 먹였다? 이제야 알겠다. 잠을 재워놓고 돈 되는 걸 다 빼갔구나. 어쩐지 금니가 몽땅 빠졌더라. 어쨌을까. 남편 줄 비자금인데? 산 송장이다. 내 몸 하나 내가 지키지 못한다. 이꼴로 남편을 어떻게 보나… 너무 흉해 날 찾지않는 걸까. 그들이 사라지고 나서야, 천천히 손을 들어올려 살핀다. 꼼짝도 않는 다리보다는, 손은 아직 좀 움직인다. 눈꼽이 끼었는지, 끈적한 눈에 잔뜩 힘을 줘본다. 벙어리 장갑마냥 붕대를 칭칭 감아 놔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않는다. 이걸 먼저 풀어야, 저 쇠사슬을 다 끊어 낼 텐데… 달이 훤히 뜰 오늘 밤, 또 그 수상한 놈이 나를 해치러 들어오면, 뒤에서 바짝 목을 조여 쓰러뜨린다… 소리 안나는 슬리퍼를 빼앗아 신고, 그러고는, 일지매처럼 휘리릭… 탈출이다…


“언니, 호랑이 봤나? 어제 밤에 왔다 갔는데?”

“못 봤어, 그 새 또 왔다갔나?”

까만 여자가 박 OO 의 등받이를 세우고 식판을 놔준다.

“어찌나 큰 게 왔는지, 우리 남편이 밥도 먹다 말고 잡는다고 뛰어 갔는데, 아직 소식이 없어. 벌써 잡았나봐, 그러면 바빠지거든.”

“너무 바빠서 소식이 없어?”

“그럼, 그거 다 손질해야돼. 껍질 벗겨서, 이만큼씩하게 잘라서, 시장 들고 가 팔아야지, 아유ㅡ 일이 많어, 내가 가서 도와줘야 되는데, 어딨는지를 몰라. 언니가 전화 좀 해줘.”

박 OO는 숟가락을 꼭 쥐고 앉아 침울한 얼굴로 까만 여자를 바라본다.

“영감이 어디가서 밥도 못먹고 호랑이 쫒고 있으면 어째, 아휴, 참, 내가 이렇게 속이 상해.”

“괜찮다, 언니 먼저 먹고 있어. 나중에 아저씨 오면 내가 또 차려 줄께.”

“아이고, 고마워요, 초면에 맨날 이렇게 신세를 져서 어떻해? 오늘 설거지는 내가 할께, 언니는 집에 가서 푹 쉬어. 내일 아침에 또 놀러 오고, 응?”

“흐흐흐, 나는 집이 여기야. 여기서 먹고 자고 하니, 여기가 집이지.”

까만 여자가 웃는다. 박 OO 도 웃는다. 건네 준 식판이 흔들려 멀건 국물이 넘쳤다.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다. 더럽다.


“엄마, 깨있네? 잘 잤어요?”

처음보는 나이 든 남자가 다가온다. 날 죽이러 온 간첩일까.

“손이 또 묶여 있어. 갑갑하시겠다.”

한걸음 쯤 뒤에, 진한 갈색머리의 여자와 기다랗게 생긴 청년이 따라 들어온다. 염색 때문에 나이는 알 수 없으나, 단정하니 잘 차려입었다. 사모님인가보다.

“그러게 주사줄은 왜 자꾸 잡아 뜯는지..”

“할머니, 저 왔어요, 준성이요. 보이세요?”

눈을 마주친다. 씻지않아 냄새가 많이 날 텐데 뺨을 만진다. 멀끔하니 잘 생겼다.

“엄마, 준성이 알어? 캐나다에서 어제 들어왔어요. 방학이래.”

엄마…? 아들인가보다… 내 아들…? 그래, 아들이 있었던 것도 같다… 내가 아파 이 사람들이 내 아들을 데려 갔나? 남편은…? 남편이 왜 이 이쁜 아이를 멀리까지 보냈을까. 아이가 손에서 작은 장난감을 꺼낸다. 주먹만한 구슬 안에 눈이 오는지, 반짝거리는 물이 출렁 거린다.

“할머니, 저 어제 왔어요. 이거 할머니 꺼 사왔는데, 보이세요? ‘캐나다’ 라고 써있어요. 손으로 꾹꾹 운동하시라고 사 온건데, 묶어놓는 줄 몰랐지…”


글씨 따위는 관심없다. 아가, 장난감은 네가 가지고 놀아야지. 내 아들, 내 아들이 나를 할머니라 부른다. 지 양엄마 섭섭할까봐 날 엄마라 하지 못하는 것 같다. 중년의 여자는 새초롬하니 가방에 손을 얹고 멀찌기 발끝에 떨어져 앉았다. 나쁜 여자일까… 인상이 못되지는 않았다. 나처럼 교양있어 보인다. 보기에는 우아하니 좋지만, 편치 않다. 발이 더러울텐데 창피하게 하필 그 쪽에 앉았다. 이 사람들은 나를 알까… 안타까운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나이 든 남자에게 물었다. 어어어… 마스크를 쓰고있어 소리가 잘 나오지 않는다… 어어어…

“뭐라고? 안들려, 다시 말해봐?”

남자가 살짝 마스크 한쪽을 들어 올리고 귀를 갖다 댄다… 있는 힘껏 목소리를 내어본다. 들었는지, 못들었는지, 대답이 없다. 남자가 마스크를 다시 내려놓는다. 고무줄을 정리해주고는 눈가를 닦는다.

“왜요? 뭐라셔?”

“응, 그냥… 나보고… 누구냐고.”

“할머니, 나는 누구야? 준성이 알아요?”

간신히 고개를 끄덕였다. 청년이 마스크를 또 살짝 들고 귀를 갖다 댄다.

“내.. 아들…”

“제가 손자에요, 할머니 아들은 아버지고… 자, 누워계신 분이 내 할머니, 이 쪽이 할머니 아들, 저는 그 아들의 아들, 저쪽은 할머니 며느리.”


아들이라… 나이먹은 남자를 바라본다. 아들이 있었다. 삼수씩이나 해서 겨우 대학을 가더니, 홀랑 군대 가버리고 소식없던 녀석. 바빴는지 이제야 왔다. 그가 눈물을 흘린다. 아가, 공부하느라 고생 많지? 학교 욕심이 많아 그렇게 힘들었지. 그래, 이 나이든 남자는 예전에도 한번 본 적이 있다. 둘이 손을 부여잡고 큰 소리로 울었었다. 누가 죽었다며 잘 알지도 못하는 내게 찾아와 땡깡부리던 남자… 이 사람인것 같다. 울지마라, 울지마라… 쌀가게 앞에서 놋그릇 닦는 아저씨가 그렇게 정이 많은데… 요즘도 술만 먹으면 아무데고 주저앉아, 먼저 죽은 마누라를 찾으며 운다. 아저씨, 오랜만에 왔네요, 잃어버렸던 새마을 모자는 찿았소?

“소용없어. 못 알아보신지 꽤 됬어. 너 저번에 다녀가고 많이 심해지셨어. 이젠 약도 안 듣고..”

발끝에 앉은 여자가 말했다.

“그러게요, 이젠 진짜 환자네. 전에는 가끔 괜찮아지고 그랬는데.”

“입원하신지 벌써 일년이 다 되어가. 호흡기 낄때까지, 매일 할아버지를 찾으셨어. 지금도 기다리실거야.”


생각났다. 저 나이 든 남여… 수시로 날 감시하러 내 집에 왔었다. 남편이 잠시 잠깐 자리를 비우면, 저 둘이 귀신같이 알고 나타나 나를 꼼짝 못하게 가둔다. 부엌이며 화장실까지 따라 다니면서 일거수 일투족을 잔소리 하던 사람들… 다 뒤져 뭐든 훔쳐먹고, 남은 건 모두 내다 버려 나를 굶주리게했다. 혹시라도 내가 뭐라도 건드릴까 안절부절… 하지마라, 만지지마라, 안된다, 그만해라… 금반지를 왜 또 냉장고에 넣었네, 마네… 냉동칸 가득하던 검정 봉다리를 다 꺼내 끝끝내 남편의 넥타이를 찾아내던 독한 사람들. 곰팡이 핀 걸 긁어 모아 죽으로 만들어 강제로 먹이고, 잠이 들면 바늘로 찔러 사지를 시퍼러니 멍들게 하던… 찾아오는 사람마다 붙잡고 내 흉을 보던 나쁜 것들. 거울 뒤로 구멍을 뚫어 내가 볼일보는 모습까지 들여다 봤다. 무서워서 결국은 불도 못 켜고 간 화장실에서, 저들이 들어와 날 밀어 넘어뜨렸는데도 아무도 내 말을 믿지않았다. 경찰에 신고도 못하게 집 전화까지 부숴 재활용통에 버렸다.


“아유, 차만 지나가면 다 잡아타고 숙명여대 앞으로 가자고, 몇번을 그러셨어? 잃어버릴 뻔 했지.”

“숙대 앞에 살았던 게 언제야? 신기해. 어떻게 옛날 것만 그렇게 기억하시는지. 아버지 정년하신게 이십년도 넘었는데, 일산은 아파트라 정이 없으셨나.”

한쪽 손을 꼭 잡고 붕대 위로 꼭꼭 지압해주던 청년이 갑자기 웃었다.

“엄마, 나 그 생각나. 할머니가 밤에 전화해서, 할아버지 바람 났다고… 할머니 모르게 일산에 어떤 여자 아파트 사줬다고 막 우셨잖아.”

웃는다. 왜 웃을까… 그 할머니, 참 주책이다…

“치매신거 그때 확신했지. 아이구, 참, 본인 살고계신 아파트 재산세 나온 걸, 아버님 바람나서 딴 살림 차렸다고… 우리 뿐이었니? 고모네고 뭐고, 온 동네 전화 다 하셨어.”

“엄마가 원래 아버지 때문에 많이 불안했어. 여대에만 계셨잖아. 옛날에는 핸드폰이 없으니까, 집으로 전화가 온다고. 여자한테 한번 왔다하면 그날은 밤새 청문회야.”

남편. 얌전하니, 학생들에게 인기가 좋다. 월급날 주점에서 술 한잔 걸칠만 할텐데도, 집, 학교, 집, 학교 밖에 모르던 사람. 이렇게 못 찾아 오는 걸 보니 분명 집에서 기다리고 있나보다. 바보같은 영감, 여기로로 오라니까…


“근데 아버지는, 교수라는 사람이, 엄마한테는 평생 말싸움 한번을 못 이겼어.”

“어머니가 얼마나 똑똑하셨어, 못 이기지. 에효, 두 분 사이 참 좋으셨는데… 아버님도, 그 병수발을 굳이 본인이 하신다고… 대단하셔.”

나이든 남자가 나를 들여다 본다. 이마에도 닿지않는 짧은 머리카락에 먼지라도 붙었는지, 툭, 툭, 가볍게 털어낸다.

“그렇지, 아버지가 한 3년 했지.”

“어머, 그러고보니, 치매 진단 나온 게 벌써 몇년이야?”

“치매로 죽는 사람은 없다더니, 딱 그러네. 아버지처럼 다른 병이면 몰라도.”

청년이 바짝 다가와 큰 소리로 묻는다.

“할머니, 주사 안 아파요? 옛날에는 병원 안 간다고, 그냥 집에 누웠다 돌아가셨으면 좋겠다, 맨날 그러셨는데, 기억 안나죠?”

눈을 마주치며 이쁘게도 웃는다. 이놈 참 잘 생겼다. 아들인지, 손자인지, 혹은 모르는 놈이라도… 뭘 해도 멋있을 때 구나. 웃었다. 예쁜 놈이 나를 다 챙겨주네… 나같은 게 뭐라고, 눈에서 친절이 뚝뚝 떨어진다. 착하기도 해라… 어디서 봤더라? 그래, 창경원에서 삶은 계란을 까주던, 데이트하던 그 시절의 남편이다.

“어? 할머니 웃었어. 나 알아보나봐.”

순식간에 모두가 와르르 몰려왔다. 누굴 쳐다봐야하나… 셋이 동시에 얼굴을 들이미니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그저 한번 더 씨익 웃었다.

“진짜 웃네, 엄마, 준성이 보여? 알어, 누군지?”

나이 든 남자가 마스크 한쪽을 조심스레 들춘다.

“엄마, 얘 누구야? 준성이 알겠어?”

“… 남편…”


내가 답했다. 남자가 실망한다. 마스크를 다시 내려놓고 그가 짧은 한숨을 쉬었다.

“아버지 보고 싶어요? 못 와요. 암이랬잖아요.”

나이 든 남자를 바라봤다. 이 사람… 이렇게 가까이 보니 또 이 사람도 남편과 닮았다. 시동생일까? 커다란 사각 안경… 88 올림픽 때 요절한 시동생이 꼭 저런 안경을 썼었는데, 그가 놀러왔나.

“엄마 아프고… 아버지가, 엄마 평생 고생만 했다고, 본인이 집에서 병간호 했어요. 간병인 하나 쓰고 교대로 하다가, 갑자기 아프다고 병원 갔더니 암이었대요. 연세가 많고, 너무 많이 퍼져서, 수술 못 하고 그냥 있다 가셨어요.”


다행이다. 째고 들어내고 하는 수술 없이, 집에 갔단다. 서운한 사람. 얼마나 멀다고 여길 한번 안 오나... 박 OO의 남편도 호랑이 잡아 온다는데, 내 남편은 뭘 잡아 오려고… 얼마전 남편이, 이맬다를 잡으러 필리핀에 가자고 했다. 그 여자가 신고 있던 노란 구두, 티비에 나왔던 그 샛노란 구두를 빼앗아 내게 준다고 약속 했다. 재미있는 사람. 그 여편네는 뭘 그리 잘못해서 내 남편까지 이 고생인지… 파병이 길어져 못 오나보다. 베트남 한번 갔음 됬지 왜 자꾸 나가 댕겨?

“참 허무해. 뭐하러 밤새 공부하고, 그렇게 악착같이 돈 벌고… 어차피 죽을때는 다 이렇게 되는 거야?”

“당신은 애 앞에서 참, 어머니가 뭐 어때서? 깨끗한 병원에, 챙겨주는 사람 많고, 자식들 자주 찾아오고… 열심히 사셨으니 이정도지. 불행하게 죽는 사람도 많아.”

나이 든 남자가 안경 아래로 눈물을 닦는다. 울보인가보다. 아니면 효자든지.


“오셨어요? 가족이 다 계시네?”

까만 여자가 들어왔다. 이번엔 뭘 또 훔쳤는지 이마에 땀방울이 맺혔다. 며칠을 뺄뺄거리고 싸돌아다니다 이제 겨우 기어들어왔구만… 이래서 주인이 꼭 가게를 지키고 있어야 한다. 그저 틈만나면 땡땡이질이다. 얼른 사장에게 알려야겠다. 손을 아래위로 휘저어본다. 어어어, 어어어…

“어머, 간병인 아주머니 알아보시나봐요. 인사 하시네.”

“어떤때는 눈도 잘 마주치고 그래요, 아직은 기력이 있어요.”

“수고가 많으세요.”

“할머니 정도면 수월해요. 손자 왔나봐요?”

“예, 방학이라 어제 들어왔어요, 할머니 본다구요.”

“걱정말아요. 할머니 잘 지내니까. 점잖으시고… 처음에 오셨을때보다 많이 순해요.”

나이 든 남자가 웃는다. 중년의 여자가 따라 웃는다. 청년도 웃는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나보다.

“그래야죠, 아유, 처음에 어찌나 욕을 하시는지, 죄송했어요.”

“아니요, 괜찮아요, 더 한 할머니들 많아요. 말씀 나누세요, 가시고 나면 시트 좀 갈아 드릴께요. ”

“예, 고맙습니다.”


까만 여자가 멀어진다. 청년이 나이 든 여자에게 묻는다.

“할머니가 여기서도 욕했어?”

저런, 어떤 할마씨고? 쯧쯧쯧, 교양없는 것…

“얘는, 말도 못했다니까. 그 고상하시던 분이, 평생 욕이라고는 모르셨는데.. 모르지, 치매가 심해지면 뇌가 그렇게 되는지… 세상에 듣도 보도 못한 욕을… 어떤 때는 이분이 우리 어머니 맞나, 무섭더라.”

나이 든 남자가 씁쓸히 웃었다. 나를 내려다 보는 눈이 남편과 똑같다. 구비구비 패인 주름, 흔들리는 눈동자, 젖은 눈썹… 잠만 자던 나를 깨우며 자꾸 무언가 이야기 해주던 그 눈이랑 똑같다. 그리고, 노래… 무슨 노래였더라… 사랑해, 사랑해, 너를, 너를 사랑해… 낮은 목소리, 더 낮게 떨어지던 눈물.


“엄마, 우리 가볼께요, 준성이가 여자친구랑 점심 약속했어요.”

“할머니, 저 연애해요, 한국 여자에요. 할머니가 외국 여자 안된다 그랬잖아요?”

“허허허, 그래, 너 유학 갈 때 할머니가 그랬었지, 서양 여자 데려오면 안 본다고.”

“아유, 근데 할머니, 가니까 캐나다 여자들이 어찌나 이쁜지요, 다 버리고 한국 여자 찾느라 오래 걸렸어요. 일찍 만났으면 할머니 안 아플때 보여줬을텐데…”

나이 든 남자가 또 눈물 짓는다. 여자처럼, 아이처럼, 말끝마다 참 많이도 슬프다. 허우대는 멀쩡한 놈이 질질 짜고 있으니 볼상 사납다. 어디 초상 난 모양, 눈물이 줄줄 샌다. 에이, 못난 놈, 나 죽으면 그렇게 울어라. 요 상글거리는 이쁜 놈, 이놈처럼 헤벌죽 웃고 있어야 사랑받지. 누구집 자식인지, 아이가 참 잘 컸다. 내가 아들이 하나 있었으면 저 나이가 되었을까. 여기 이러고 누웠을 시간 없이, 장가 보낼 준비라도할 텐데…


셋이 뒤돌아 방을 나간다. 누군지 몰라 이름 석자 불러주지 못했다. 미안하다. 일면식도 없는 나를 면회까지 와줬는데 주스라도 한 잔 씩 줄 걸… 좁은 문을 하나씩 빠져나가는 뒷모습을 눈으로 배웅한다. 한때다. 잠깐 슬프더라도, 좀 있으면 다 잊혀진다. 봄이 가고, 여름이 가고… 쉴 새없이 계절이 바뀌듯이, 그렇게 계속해서 누군가가 빈 자리를 채운다. 하나 둘 쯤이야 없어져도, 여전히 바쁘고, 행복할 거다. 나에 대한 기억이 점점 줄어든다고 미안해 할 필요 없다. 뭐든 사라져줘야 추억도 생기는 거다. 좋은 세상 못 봤다고 대신 아쉬워 마라. 나는 내가 살아 온 인생이 제일 좋았다. 괜찮다, 아이야. 다들 그렇게 간다. 너무 많이 슬퍼하지 마라.


“할머니 가족들인가? 손자 잘 생겼네.”

아침 일찍 외출 갔던 정 OO 이 돌아왔다. 휠체어를 밀던 여자가 내쪽을 힐끔 살핀다.

“알아보지도 못한다던데, 아유, 슬프다. 우리 엄마도 더 살았으면 저렇게 됬을까?”

“아프면 빨리 죽어야 돼. 나 봐, 이게 뭐니? 하필 육종암같은 게 걸려서… 남들처럼 위암, 간암, 이런거였으면, 내 발로 뛰어내려 벌써 죽었어. 다리 다 짤라내고, 맘대로 죽지도 못해. 사는게 아니야.”

“무슨 말을 그렇게 해? 인제 60인데 더 살아야지?”

“뭘 더 살어? 이 나이부터 요양병원에 들어앉아서, 다 죽어가는 노인네들하고 이러고 더 살어?”

“그래도 이 방이 제일 낫다며. 암환자실에 토하고, 죽어 나가고... 이젠 더 옮길 방도 없어.”

“그러니까 누가 이런데 넣어달래? 그냥 죽이라고!”

두 여자가 싸운다, 운다, 부둥켜 안고 화해한다… 또 지랄들이다. 허구헛날 저런다. 시끄러운 것들… 싸우다 정 든다고… 정 많이 든다, 이것들아… 그만해라, 정분나면 못 버린다.


아침부터 아이들하고 놀아주느라 힘들었는지, 피곤하다. 나른하니 잠이 온다. 오늘이 마지막이다. 통금 사이렌이 울면 남편이 데리러 온다고 했으니, 일찍 자야한다. 서울시 용산구 청파동 111번지… 우리가 처음 장만했던 내 집으로 돌아간다. 몇 채 남지도 않았던 2층 양옥 다다미 집. 광화문과 가까워 전쟁 후 군인과 공무원이 모여살던 그 시절 나름의 신식 동네. 태풍에 축대가 무너졌었는데 지금은 다 고쳤을까. 여섯 정거장 떨어져 있던 학교… 2년도 못 채우고 중퇴했던 숙명 여대. 버스가 없어 한참 걸어 올라가야하던 가파른 언덕, 길 건너 효창 공원을 걸으며 데이트 하던 남편과 나. 교수는 재학생과 사귀면 안되기 때문에, 결혼 한 여자는 학교를 다닐 수 없었기 때문에… 그래도 비밀 연애 끝에 얻은 결혼만으로도 행운이다 만족하며, 시간 맞춰 연탄을 갈아도, 벽장에 쥐덫을 놓고도 마냥 행복하던 젊은 시절, 돌아간다.


남편이 온다. 놈들이 들을까 발가락 끝으로 하나, 둘... 소리없이 다가 온다. 나한테만 들려오는 깃털 같은 숨 소리… 그가 왔다. 언제나처럼 젠틀하게, 무서워마라 속삭이며 겹겹이 나를 감은 힘겨운 포박을 벗겨낸다. 주사, 호흡기, 붕대, 호스, 심박 센서, 소변줄…

“이제 움직일 수 있지요?”

“그럼요, 집에 가야지요. 청파동 111번지… 어서 갑시다.”

그림자처럼 가벼운 그를 따라 사뿐히 일어난다. 짧게 밀었던 머리카락이 순식간에 자란다. 오랜만에 맡아보는 샴푸 냄새, 남편이 매일매일 예쁘게 다듬어 주던 손톱... 얼룩투성이 환자복은 그가 골라준 아이보리 원피스가 되고, 꼬리뼈를 내리 누르던 중력도 사라진다. 해방이다. 피터팬은 살아서 하늘을 난다. 내 집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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