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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소운 Mar 05. 2023

1.1편. 아이 앰 그라운드 자기소개 하기

나는 누구

 1 용산구 효창동 (D)


1 이른 아침. 가게 앞을 청소하는 사람, 가벼운 인사, 바쁜 걸음.. 일찌감치 지나가는 쓰레기차 뒤로 말끔히 비워진 쓰레기통, 장사 나온 트럭간간히 눈에 띄는 등교길 학생과 일찌감치 문을 연 커피집. 손님 기다리는 택시.


2 지율이 언덕길을 오르면서 점차 사람 수도 줄어든다. 알수없는 모양의 낙서, 외국어... 좁은 빌라 골목으로 들어서며 한번 더 주변을 살핀다. 제법 CCTV 가 달려있다. 연신 주위를 살피며 가볍게 계단을 오르고 내리기를 여러번, 반지하 철제 문 앞에 선다.


3 클로즈업 간판 <삼원 포장>


 2 삼원 포장 안 (D)


4 공장 안은 분주하다. 기계소리, 알아듣지 못할 언어, 서로 대화가 잘 되지 않을 것 같은 외국인들이다. 그리스 신전의 기둥처럼 커다란 비닐 뭉치를 한곳으로 옮긴다. 바짝 압축한 거라 무겁다. 초짜인지 실수하는 외국인, 뭐라 나무라는 다른 외국인.


 3 삼원 포장 밖 (D)


5 문 밖에서도 잘 들리는 기계 소리, 하지만 반투명 유리창으로는 뭐가 보일듯 말듯, 쉽지 않다. 지율이 문을 열어본다. 잠겨있다. 두드려도 소리를 못듣는 것 같다. 이리저리 건물 주변을 돌며 안을 들여다 보는데, 두어겹 걸쳐놓은 천조가리 커텐에 가려 아무것도 안보인다. 때마침 철커덕 문이 열리고, 담배를 들고 걸어나오던 두 사람, 지율을 보고는 그대로 얼어 붙는다. 둥근 눈동자 속 두려움.


지율 괜찮아요, 뭐 좀 물어보러 왔어요. (사진을 보여준다) 이 사람 알아요? 여기서 일해요?

외노자1 (사진을 보다가 주저하며) 없다, 간다

지율 언제요? 마지막 본게 언제에요?

외노자 몰라, 한국말 몰라

지율  사장님 안에 있죠?


6 두사람 사이를 비집고 공장 안으로 들어선다. 걱정스런 얼굴로 안쪽에다가 뭔가 수신호를 보내는 외노자. 그런 그들에게 괜찮다 손짓하는 지율.


 4 삼원포장 안 (D)


7 하나씩 기계 소리가 멈춘다. 웅성웅성 말소리도 잦아든다. 조용해진 공장불안한 눈빛, 신발을 고치는 척 고개를 숙이는 사람, 뒤돌아 반대편으로 가는 사람, 슬쩍 기계 뒤로 숨는 사람모두 외국인이다


지율 Don’t worry, guys. I’m looking for just ONE person, alright?

사장 (멀리서 다가오며) 누구십니까? 무슨일이세요?

지율 (공장 안을 둘러보며 경찰 배지와 사진을 내민다) 사람을 찾습니다. 아시죠?

사장 (대충 들여다보고) 없어요. 한 두달 일했나? 돈도 안받고   사라졌요. 얘도 불법이에요?

지율 (사진을 넣는다) 그걸 저한테 물으세요? 확인 안하고 채용하십니까?


사장 아시잖아요, 이렇게 작은데는, 채용 뭐 이런 거창한 말 안써요. 그냥 누구한테 듣고 와서 일하고 싶다그러면 하는거고,   간다그러면 가는거고.. 근데 왜요? 뭔일 났어요?

지율 아직 모릅니다. 연락이 안되서 찾는 중이에요. 혹시 소식 듣거나 여기로 다시 돌아오면, 전화 주세요 (명함을 건넨다). 위에 기숙사 좀 둘러봐도 되죠?


 5 공장 위 다세대 빌라 (D)


8 공장 위층으로 안내하는 사장. 가뜩이나 좁은 복도에 천장까지 잔뜩 쌓아놓은 식료품 상자들, 옷가지… 아무렇게나 던져놓은 신발, 쓰레기 비닐 봉지와 불쾌한 냄새...살짝 얼굴을 찌푸린다


사장 죄송합니다. 있다가 치우라고 할께요. 소방점검 나와서 벌금 낸지 얼마 안됬는데 그래도 맨날 이래요


9 사장이 먼저 투덜거린다. 앞장 서 걸으며 발로 툭툭 밀어 길을 터준다.

10 꼭꼭 닫힌 창문으로 새어 나오는 외국어... 즐거운 일이 있는지 호탕하게 웃는다. 회색 현관문을 여는 순간 언뜻 등뒤에서 짧게 들려온 인기척... 눈치챈 지율, 뚝 끊어진 것 처럼, 발소리가 멈춘다. 못들은 척, 문 안으로 사장을 따라 들어가 문을 닫고 조용히 하라 손짓한다.


사장 왜요? 뭐…

지율 (손가락을 올리며)   쉿…


작은 구멍으로 복도를 살핀다. 잠시후 윗층에서 살금살금 내려오는 중년 남자. 셔츠에 어울리지 않는 등산 모자를 썼다. 카라깃을 세우더니 선글라스로 얼굴을 가린다. 벌컥 문을 열고 뛰어나오는 지율을 피해 도망친다. 쫒아뛴다.


6 동네 (D)


11 전속력으로 뛰는 발자국 소리  

12 추격 .. 골목 이리저리   전속력으로 달리는 두 사람, 가파른 계단, 쓰레기 더미, 지나가는 사람들을 제치며 한참을 뛴다. 물건들을 피한다. 사력을 다하는 남자와 역시 전력 질주하는 지율. 몇번을 잡고 뿌리치고를 반복하며 넘어지고 구른다. 골목길 콘트리트 바닥에 던지고 던져지고.. 옷이 찢겨나가며 거친 몸싸움을 계속한다. 다른 골목길로 접어들고 점점 찢기고 뜯기며 누더기가 되어가는 두 사람. 집앞을 청소하던 주민과 부딪힌다.


주민 (밀치고 지나가는 남자에 부딪혀 넘어진다) 어, 어, 아이쿠..

지율 (일으켜 세우며 눈으로는 남자를 찾는다) 괜찮으세요?


13 잠깐 사이, 눈앞에서 사라졌다. 놈이 뛰어갔을 쪽을 침착하게 스캔한다. 어렴풋이 들려오는 급정거 소리.. 욕하는 소리.. 저쪽이다.. 지율은 엉망이 된 옷을 툭툭 털며 소리 나는 쪽으로 향한다. 피를 닦아내는 싸늘한 눈빛에 살기가 돈다.


14 (상상/환청) 화면 뿌얘지며 오버랩

/INS. (N) 가느다란 문틈 사이를 들여다보는   중년 남자, 눈 아래 ㄱ 자 모양의 흉터, 피가 뚝뚝 흘러내리는   국방색 우비허스키한 목소리

"다 끝났어, 새끼야... 내 눈에 띄었으니 넌 죽은거야..."


지율 (걸으며 혼자 중얼중얼) 다 끝났어, 새끼야... 내 눈에 띄었으니 넌 죽은거야..


 7 백범로에서 큰길로 접어드는 사거리 (D)


연신 피를 닦으며 뱉으며.. 여유있게 내려닫는 지율. 큰 길로 가까이 갈수록 사람들이 보고 기겁을 하지만, 지율은 딱 한곳만 본다... 저기... 그 놈이 간다... 


17 옆구리를 움켜쥐고 절룩거리며 간신히 큰길로 도망나온 남자가 지나가는 차를 잡으려고 애쓰지만, 아침부터 피를 뚝뚝 흘리는 사람을 태워줄 택시는 없다. 차마다 두드리며 애원하는 남자. 오히려 창문까지 꽉꽉 잠그며 지나간다.


시민1 저, 저.. 미쳤나, 술이 취했나.. 어디 처박혀서 디지게 맞다 도망 나온거 아냐?

시민2 신고해야될것 같은데? 약 먹었나봐… (핸드폰을 꺼낸다)


씬 8 정류장


18 멀리서 다가오는 지율을 발견하고 다급해진 남자가 뛴다. 위험하다며 경적을 올리는 자동차들. 아랑곳 않고 건너편의 빈택시를 향해 뛴다. 끼이익... 빠아앙... 뒤에서 날아와 남자를 덮치는 지율. 꺄아악... 사람들의  비명소리와 함께 아슬아슬하게 버스 앞을 비켜 데구르르 바닥에 뒹구는 두사람, 고통스러워하는 남자의 한쪽 손에 이미 수갑이 걸려있다. 여유롭게 등위에 올라앉은 지율이 남은 한쪽팔을 꺾어 단단히, 마저 수갑을 채운다. 뒤통수를 내려다 보며 씨익 웃는다..


남자 (고통스러워하며) 아아악!!

지율 (귀에다 속삭인다 일말의 동정없음) 아저씨 색맹이야? 빨간불에는 멈춰라, 몰라?


(일으켜 세워 끌고 인도로) 당신을 현재 시간부로 도주 및 공무집행방해, 경찰 폭행의 혐의로 체포합니다.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으며, 변명의 기회가 있고, 불리한 진술을 거부할 수 있으며, 체.포.적.부.심.을 법원에 신청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마주서서 노려보며 삐딱하게) 자신있으면 한번 개겨봐. 나도 자신 있어.   


씬 9 인도


19 허망한듯 포기하는 남자  

20 잠시 멈춰섰던 차들이 금새 다시 주행을 시작한다. 수근거리며 핸드폰을 들고 모여드는 사람들. 신고는 뒷전이고 영상찍느라 바쁘다.


시민 3 우와, 수갑이다..! 경찰이야?

시민 4 장난아냐, 다 찢어졌어..


지율 (남자의 얼굴을 한손으로 가려주며 뱃지를 내보인다) 경찰입니다. 찍지 마세요, 아니면 다같이 경찰서 가십니다. 지금까지 찍은 것도 지우세요, 공무 중 입니다.


21 그제서야 쭈삣쭈삣 흩어지는 척 하는 사람들. 비틀거리는 남자의 목덜미를 꽉 움켜쥐고 걷는다. 뒤통수에 걸린 등산 모자를 뒤집어 씌운다.


남자 (절뚝거리며) 진짜 아프다고! 온몸이 다 부러진 거 같애!

지율 (계속 끌고가며 무관심) 나랑 똑같네? 찌찌뽕!


22 /CUT TO/


23 택시를 잡아보려 하지만 그냥 지난다. 빈주머니를 더듬는다. 핸드폰이 없다.. 덜 풀린 몸을 조금씩 움직여본다. 뻐근하다. 투둑투둑.. 목 관절을 돌린다. 흐른 피에   머리카락이 쩍쩍 달라붙는다. 손으로 찌이익 뜯는다. 승리의 긴 호흡… 아, 기분좋은   아침이다! 건물 꼭대기에 올라선 햇살이 눈부시다. 상쾌한 바람을 맞는다. 땀이 흐르는 것 같다. 한쪽 어깨로 쓰윽 닦아낸다. 귓볼 아래로 주르륵핏방울이 어진다. 멀리 저 뒤에서 경찰차 소리. 씨익 웃으며 돌아보는 지율   


 10 용산 경찰서 사무실 (D)


종태 (누구 들으라는 듯) 아유, 언제까지 기다려? 완전 강제 내근이야. 이런거 너~무 좋아!

24 삐딱하게 앉았다. 빈 커피컵 서너개를 쌓았다, 무너뜨렸다, 펜을 던졌다 굴렀다 놀면서 문종태가 실실 웃는다. 이미 오래전에 회의를 마치고 다들 딴짓이다. 팀장 눈치를 본다. 비어있는 딱 한 자리에 유독 흐트러진 서류들.


종태 내가 별별 애들 다 봤지만, 새 근무지 첫날, 쌩 첫날에 말이야, 지 인사 시키는 자리에 안나타나는 놈은 처음 봐. 요즘 애들은 뭘 믿고 이래? 팀장님 후배에요? 또 경대?”


25 차분히 서류를 보는 것 같지만, 사실 불안하고 불쾌한 이석호 경감, 애써 태연한 얼굴.


석호 아닙니다. 외사과 특채라고 들었습니다.

종태 오, 특채 씩이나.. 늦을만하네, 신입도 아닐거고.. 어쩐지, 아까 사람들 다 강당에서 기다리는데 빵꾸 냈잖아, 근데도 서장님이 그냥 넘어가더라 이거지. 내가 얼굴을 한번 싸악 보니까, 분명 똥씹은 표정이기는 한데, 왜 있잖아, 그런거.. 탐탁치는 않은데, 우리한테 하듯이 막 그렇게 성질내고 그럴것 같지는 않더라 이거야. 간만에 여자애라 그런가?


시환 (발끈) 강.지.율. 경위님 입니다. ‘여자애’ 아닙니다.

종태 아, 미안해, 그래, 조심해야지. 성차별로 투서 들어간다.. 쏘리, 실수! 그럼, 강, 지, 율, 경위님 오시기전에, 우리끼리 얘기 좀 해보자. 아까 설명이 그게 다야? 뭐 아는 거 좀 털어봐. 이름 세글자, 특기는 외국어, 새로 온 경위… 너무 하잖아. 누구 다른 거 들은거   없어?


다들 침묵, 외면,   불편


종태 이상한데? 너무 쉬쉬하는 건 있잖아, 나중에 보면 다 낙하산이더란 말이지. 얘는 뭐, 청장 전용기에서 내려 꽂았나? 학교, 고향, 전에 어디서 일했는지, 아니면 경찰 경력은 있는지… 왜 말을 안해? 팀장님도 말 안할거에요?

시환 (불쾌한 표정으로 꾹 잠고 일어나 빈자리의 서류 정리) 오시면 직접 물어보십시오. 없는 자리에서 뒷담화하지 마시구요.

종태 류 경위님은 뭘 좀 아네.. 이봐요, 이런 건 뒷담화가 아니라, 사전 정보 공유라고 하는거야. 어떤 꼴통이 첫날부터 이 모양인지 들어보자고... 뭐하는 앤지, 얼마나 잘나서 우리랑 장난질인지?


시환 외근 중 입니다. 실종자 제보가 있어서, 잠깐 들렀다 오신다고 아침에 연락 하셨습니다. 곧 도착 하실때 되었...

종태 (조금씩 언성이 높아진다)   곧 도착하시긴? 야! 아까 통화한게 언제인데? 나같으면 거기서 여기 다섯번은 왔다갔다 했다. 그리고, 얘, (테이블을 탁탁 두드리며) 원래 지난주부터 출근하는거였잖아. 그때도 지 맘대로 펑크내고 안나타났지, 무슨, 집안일 있다고? 이건 나랏일이야. 집안일 있으면 경찰이 우스워?


시환 (함께 발끈하며) 가족분이 위독하셔서 병원 갔습니다. 초상 안 치른게 다행이죠! 지금도, 다른 문제가 생겼다잖아요! 그럼 뭐, 수갑 채워서 거기서부터 여기까지 걸어와요?

종태 (고함) 왜 네가 승질이야? 계급 같다고 맞먹어? 야, 내가 이 짓을 몇년했는데? 너 코흘릴때 난 경찰이었어!   경대 아니면 선배도 아니야?? 이것들은 위아래가 없어!


28 싸우는 사람, 말리는 사람, 짜증내며 나가는 사람회의실이 점점 엉망이 되고, 복도가 쩌렁쩌렁하도록 소란스러워진다. 하필 그때 들어오는 지율. 너덜너덜한 모습에 순식간에 조용해진다. 반쯤 뜯긴 머리, 얼굴 가득히 마른 핏자국, 셔츠는 단추까지 뜯겨 다 벌어지고, 까진 턱과 목에서 아직도 피가 흐른다. 모두 멍 하니 침묵한 가운데, 아무렇지 않게 회의실을 한바퀴 둘러보다가 종태를 발견한다. 멍하던 표정 밝아지며 손을 들어 까닥 인사하려는 순간, 종태가 먼저 입을 연다.


종태 이야, 강지율 경위님! 이렇게 (손으로 위아래) 만나게 될 줄은 몰랐네..? 첫 출근 말아먹고 사복까지 입으셨어요.. 낙하산 맞죠? 그것도 막 미사일로 내려꽂은 거 같은데? 오늘 아침에 서장님께서, 강 경위 소개한다고, 교대 끝나고 집에가는 사람들까지 다 붙잡아 앉혀놓고 강당에 집합 시킨거, 알아요, 몰라요? 오늘 하루는 정복 출근하라는 건, 아예 전달 못 받았나?


조팀장 (슬그머니 서류를 챙겨들고   지율의 위아래 훑어보며) 형님, 나중에 해요, 사람이 다쳐서 왔는데 안부부터 물어야지… 그 잠깐동안 사연이 많아보여. 골치 좀 아프겠어.

지율 (사태 파악 후) 죄송합니다.. 잠깐 들렀다 온다는게, 다른 일이 생겨서 오래 걸렸습니다.

종태 그 다른 일도 말입니다, 2인1조가 원칙이잖아요. 파트너없이 싸돌아다니니까, 그 꼴이   나지요. 특채들은 그런   교육도 안 받고 배치부터 하나? (석호를 째려본다)


지율 (흐트러진 옷차림을 손보려하지만, 대책없다.)

시환 (가까이 와 살피며 작은 목소리) 많이 다쳤어요? 무슨 일이에요? 금방 오신다더니..

지율 그게요, 거기서…

석호 (급하게 마무리한다) 다들 바쁘시니까 오늘은 간단히 통성명만 하죠. 이쪽이 오늘부터 함께 일하게 된 강지율 경위입니다. 많이 늦었으니까… 다음에   차차 알아가는 걸로 하고, 지금은 저랑.. (지율을 보고 잠시 멈칫한다).. 마무리 하실 거 있으면 먼저 하고 오세요, 지시사항이 좀 있어요.


지율 말씀하십시오. 할 일 없습니다.

종태 강 경위님! 가서 씻고 좀 오라구요. 거울 안 봐요? 경찰이 아니라, 경찰에 잡혀온 사람 같애요, 지금? 그것도 아침부터 주폭으로.. 정글 갔다 왔어?

정환 (웃음을 참으며) 아우, 형님 좀 살살해요. 첫날부터 왜 그래요?


슬쩍슬쩍 목례하며 빠져나가는 사람들, 똑같이 따라서 까닥까닥하는 지율.


종태 (혼자 궁시렁) 내가 뭘? 지들도 똑같이 생각하면서..


30 중얼거리며 마지막에 일어서는 종태, 핏자국을 긁어내던 지율과 눈이 마주친다. 부러진 손톱과 엉망이 된 얼굴. 마음이 편치 않다. 옆으로 비켜가며 툭.. 크리넥스 통을 툭, 던진다.


종태 우리 애들 덩치 보여요? 싸움 잘하는 애들 많으니까, 꼭 좀 데리고 다닙시다. 꼬라지가 뭡니까, 경찰이?

지율 (휴지를 뽑아 얼굴을 닦으며) 예.. 그런데, 문 형사님. 3번 조사실에, 오형철씨 대기 중입니다. 지능팀이 취조 들어갑니다.

종태 (갸우뚱) 오형철.. 뭐지? 내 사건인가?


지율 2016년 용안동 포장마차요, 문경위님 사건이었습니다. 사건번호   3837-오6- 399, 술 시비로 폭행치사. 주범 이기훈은 검거되었고, 공범 오형철은, 당일 목격자인척 참고인 조사만 받고 빠져나갔습니다. 가짜 신분증을 가지고 있어서, 사기 수배자인걸 모르고 그냥 내보낸 걸로 알고 있습니다.


종태 어, 어, 맞아, 맞아.. 그놈이 왔다고? 자수야? 왜?

지율 아니요, 자수는 아니고, 아까 다른 사람 찾으러 나갔다가, 저를 보자마자 도망치길래, 일단 데려와서 지문 찍고, 방금 신원 나왔습니다.

종태 제 발 저렸구만, 경찰 보고 도망가게… 수고했어, 있다 얘기해!   


32 서둘러 나가는 종태와 옆에서서 지율을 보는 은석. 아무말 없이 자리로 가서 컴퓨터를 켠다. 맞은편 자리로   가 갈아입을 옷을 챙기는 지율, 비상약 통을 꺼내오는 시환. 친해보인다.   곧 소근소근 키득거리며 장난을 친다. 씻으러 일어나는   지율과 따라나서려는 시환, 옷으로 시환의 얼굴을 눌러 의자에 주저앉히고 사무실을 나선다. 바라보며 혼자 미소짓는 시환. 서랍에서 과자를 꺼내 지율의 책상 위에 올려놓는다.


33 뒷정리를 하는 석호. 표정이 밝지 않다. 


34 차은석이 스크린으로 시선을 돌린다. 2016년 용안동 포장마차… 이기훈… 오형철… 사건 기록을 검색한다. 종태에게 전화한다.


은석 (작은 소리) 2016년 맞구요,   수배자 오형철, 당시 47세… 그다지 주목받던 사건은 아니고, 그냥 흔한 술 시비였습니다. 찾아보니까 생각은 나는데, 새로 왔다면서 이 사건을 어떻게 알죠?   

종태 (F /전화 목소리) 모르지. 첫 날부터 억세게 운이 좋던가, 아니면 잡힌 놈이 억세게 재수 없던가.

은석 아무리 그래도 사건 번호까지 줄줄 외우고 있는 건 좀…


종태 (F/전화 목소리)   모르겠어? 딱 봐도 또라이잖아. 느낌이 안좋아, 어디서 이상한 놈이 들어왔어. 조사 들어간다. 갔다와서 얘기해 (전화 끊는다)

은석 (끊고, 화면을 주시한다)


/E/ 울림 - 지율 목소리

“2016년 용안동 포장마차요, 문경위님 사건이었습니다. 사건번호 3837-오6- 399, 폭행치사.. 주범 이기훈은 검거되었고, 공범 오형철은 목격자인척 참고인 조사만 받고 빠져나갔습니다. 가짜 신분증을 써서, 지능팀 수배자인걸 모르고 그냥 내보낸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은석 (머리를 흔들어 정신을 차린다) 됐다, 잡았으면 된거고,   일이나 하자.. (자세를 바로 잡고, 수북한   서류 더미를 분류한다)


석호 (문쪽으로 걸어나오다 시환과 지율의 책상을 본다. 비상약과 과자가 놓여있다) 저 잠깐 서장님 뵈러 가요. 강 경위 오면, 6층으로 오라고 전해줘요.

시환 알겠습니다.

석호 봐서, 필요하면 의무실 먼저 다녀와도 되요. 급하지 않아요.

시환 여쭤보겠습니다. 걱정 마십시오.


석호, 시환을 보며 귀엽다는 듯이 웃으며 사무실을 나간다. 시환도 반달눈이 되어 씨익 웃는다.


 11 서장실 (D)


서장 (짜증) 범인 잡다 늦었다는데 뭘 뭐라 그래? 운이 좋은건지.. 걔는, 범인이 그냥 지나가다 막 잡혀?

석호 죄송합니다. 발령나고 첫 제보라 의욕이 앞섰던 것 같습니다. 출근 먼저 하고 파트너랑 같이 가라고 했는데, 이미 현장에 도착한 다음에 전화를 한거라..

서장 얘기했잖아. 강지율이 그 자식, 말을 안 듣게 생겼다 그러더라고... 트러블 좀 있을거야. 그래도 일은 잘 할거라더니, 그말도 또 맞네. 자네가 보기에는 어때? 데리고 있을만 하겠어?"

석호 아직은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잠깐 얼굴만 봤습니다.


서장 흐흐흐… 마음에 안 들어? 사람 좋은 이석호가 그렇게 말하는 걸 보면.. 왜? 아주 몹쓸 놈이야?

석호 아닙니다, 제가 조금 더 신경쓰겠다는 말씀입니다.

서장 그래야지. 골치 좀 썩어봐. 경찰대 후배도 아니고, 사내놈도 아니고... 그렇다고 한국 경찰도 아니었고... 걔도 지금 많이 헷갈리니까, 잘 몰라서 그렇다, 이해 좀 해줘.

석호 예.


서장 (뜸들이다) 근데 이상하지 않아? 특채야 많이 봤지만, 국적까지 바꿔가면서 굳이 한국에서 경찰 하려는 놈은 처음이야. 거기서 계속 하지 왜 왔을까? 사고라도 치고 쫒겨온 건지, 좀 알아봤으면 좋겠는데 말이야. 그런 건 요즘 다 프라이버시라고..직접 물어보기는 좀 그렇지? (기대) 방법이 있나?

석호 시간이 좀 지나면 저절로 알게 될 겁니다. 일부러 숨기는 성격은 아닌 것 같습니다.


서장 (멋쩍음) 그래? 그럼 기다려야지... 자네 말도 맞아. 괜히 남 얘기 듣고 선입견 생기는 것 보다, 본인이 겪으면서 판단하는 게 좋지. 아무튼 애들 관리 잘해. 괜히 누구 다칠까봐 그래. 그리고, 그.. 류시환이 하고는 어떨것 같아? 잘 맞을것 같애?

석호 친해.. 보입니다. 류 경위가 벌써 파트너 편만 듭니다.

서장 (한심)   아이구, 자식 참… 그놈은 너무 순진해서 속이 다 들여다 보여… 아직도 그렇게 맑고 투명해, 사내 자식이.. 어때? 가르칠만 하겠어?


석호 현장 일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사람들하고는 잘 지내고, 분위기 좋습니다.   

서장 다행이네. 그 녀석이 동기들보다 출발도 늦고.. 너무 기집애같이 도데체가 맥아리가 없어. 내가 일부러 자네들 둘만 따로 불러서 인사도 시켰잖아, 출근 전부터.. 신경 좀 써줘. 자네 후배이기도 하고, 말했듯이 내가 많이 아끼는 놈이야. 잘 좀 부탁해. 근데 그 자식이 말이야, 딱 하나, 맨날 여자 문제가 자꾸 …   


/전화벨/


서장 (번호확인, 받는다) .. 어, 나에요, 말씀하세요… 뭐? 아침부터 어느 놈이야… 강지율이?? 조금 전에 잡아왔다는 그 놈? … 그래서, 심각해? 후송했어? .. 이 자식을...


37 서장의 얼굴이 잔뜩 찌그러진다. 놀라움이라기보다는 분노가 가득찬 눈으로 석호를 본다. 이석호, 눈치를 채고 재빨리 뛰쳐나간다. 등 뒤로 닫히는 서장실 문틈으로 고함 소리.


서장 /E 문 안에서/ 이석호!! 강지율이 당장 잡아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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