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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소운 Mar 05. 2023

1.2편. 아이 앰 그라운드 자기소개 하기

나는 누구

 13 경찰서 샤워실 (D)


1 샤워를 마친 지율이 거울 앞에 섰다. 카메라가 몸의 흉터를 비춘다.   칼자국, 총알 자국 그리고 12292003..날짜를 새긴 문신.. 대충 핏자국은 지워졌지만, 슬슬   부어오르고 시퍼렇게 변색된다. 찰칵, 찰칵... 핸드폰으로 몇 장 더 사진을 남기고, 연고를 바른다. 터진 입술 안 쪽을 들여다 본다. 다시 피가 고인다. 휴지에 닦아내고 머리를 턴다. 찢기고 더러워진 옷가지를 둘둘 말아 아무렇게나 가방에 쑤셔넣고   나선다. 누군지 모르지만 꾸뻑 고개 숙여 인사하며 지나는 사람들, 상처를 보는 것 같아 외면한다. 쭈삣쭈삣 복도를 지난다


 14 특별팀 사무실 (D)

문을 열고 지율 들어선다. 머리끝까지 열이 난 종태와, 눈치보는 사람들


종태 (고함)   야 이 자식아! 너 제 정신이야? 사기로 수배된 인간을 쪼가리를 내서 끌고 와?? 미쳤어??

지율 (별 반응없이 태연하게)   계획에 없던 일이었습니다. 갑자기 덤비길래..

종태 (기가 막힌 얼굴) 그걸 말이라고해? 그 자식 지금 CT 찍으러 병원갔어. 너 고소 당하고, 우리 경찰서, 뉴스에 나오면 어쩔꺼야? 조폭도 아니고 살인범도 아닌데, 그냥 사기 전과 몇개 있는 찌질한 놈을 뼈를 분질러?

거기다가 너, 걔 수갑 채워서 길거리에 질질 끌고 다녔다며? 영상 올라왔어, 이건 어떻게 수습 할거야?


지율 (자리에 돌아가 앉는다, 영혼없는 목소리) 개인 영상은, 특별한 위법사항이 없는 한, 경찰이라고 해도 함부로 삭제 할 권리는 없습니다. 다만, 신분이나 개인정보 등이 노출되었다면, 초상권 침해와 공무집행방해 임을 공지하고, 스스로 삭제하도록 권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용의자를 일부러 끌고 다닌 게 아니라, 검거 직후에 호송수단을 찾는 동안..


종태 (손바닥으로 탕!탕!탕! 단어 첫글자에 맞추어 책상을 두드리며 악을 쓴다) 누가! 지금! 너더러! 메뉴얼! 읽으래? 그 영상 속에서 네가! 그 잘난 경찰 뱃지 보여주면서, 백범로 효창원로 사거리 한복판에서 보란듯이!!! 그것도 출근 시간에!! 피 흘리는 사람 끄댕이를 끌고 돌아다녀? 빼도박도 못해, 누가봐도 인권 침해야!

지율 (바라보며 젖은 머리를 턴다) 잠깐 땀 식히는 동안, 시간 절약하려고 경찰서 방면으로 걷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몇미터 가지도 못하고,   신고 들어왔다고 경찰차가 따라왔길래 얻어타고 들어왔습니다.


종태 (화를 못 이기고) 자랑이냐? 훈장 탈거야?   왜 이렇게 당당해? 서장님까지 쫙 다 봤어. 다친 사람 치료는 안하고, 일부러 팔까지 수직으로 꺾어서 잡고있는 거.. 니가 경찰이야? 주변에 보는 눈이 있으면, 거짓말로라도 놀라는 척, 당황하는 척, 구급차 불러주세요, 신고해주세요... 그거 한마디만 했으면 됐을 걸, 그걸 못 해? 도대체 머리에 뭐가 들었어? 간단하게 제압만하고 경찰차 부르지, 왜 피투성이를 만들어 끌고 다녀?


지율 (슬슬 짜증. 이해 못하겠다는 말투) 그 자식이 먼저 도망쳤고, 체포 과정에서 다짜고짜 주먹을 휘둘렀습니다. 최소한의 방어를 했고, 지가 도로에 뛰어들어서 버스에 치일 뻔 한 것도, 제가 살렸습니다. 가서 물어보세요. CCTV, 목격자 진술, 파보면 다 나오잖아요.


종태가 노트북을 집어던지려는걸 조 팀장이 막는다.


조팀장 아, 그만해요, 왜 우리끼리 이래?

종태 저 새끼 저거, 안보여? 잘못 1도 안했다잖아! 경찰이 깡패야? 요즘이 어떤 세상인데? 폭력 경찰이 시민 팼다, 그런거 하나 터지면 줄줄이 징계 들어가는 거 몰라?

지율 (발끈) 그 자식만 다쳤습니까? 저도 맞았습니다, 안보여요?


종태 너는 경찰이야! 어떻게 같애? 얻어터질 각오하고 사는게 경찰이고, 니가 팬 그 놈은 민간인이고! 사람들이 어느 편일것 같애?

지율 민간인은 민간인 편이겠죠? 그럼, 경찰은 경찰 편이어야죠? 형사님은 누구 편이에요?


뭐 이런.. 부르르 떠는 종태… 화를 식혀보려 하지만 불가능하다.. 석호를 보며 저거 또라이 아니냐… 는 표정.


석호 (중재) 일단은, 강 경위는, 서장님 호출입니다. 저랑 같이 올라가구요, 다른 분들은 각자 자리에서 대기하는 걸로 하겠습니다.

종태 (발끈)   대기가 되요, 이 상황에? 아까 그 자식, 병원 간다고 변호사 부르고 생난리였어. 유튜브 다 돌지, 벌써 아래층에 전화 와요, 강지율이 신상 까라고.. 기자들 뜨는 거 순식간이고, 그 놈, 평생을 주둥이로 사기쳐서 먹고 사는 놈이야. 이거 가지고 얼마나 진상 떨지 아무도 몰라.

석호 검사 결과는 언제 나옵니까? 부상 정도를 알아야 우리도 대책을..


종태 결과 기다릴 필요도 없어요, 맨눈으로 봐도 최소 대여섯 군데는 골절이야. (노려보며) 들었어, 강지율? 무식한 내가 맨눈으로 봐도, 부러지고, 찢어지고... 못나와도 전치 10주야. 너, 솔직히 말해. 데리고 올때, 시간 지나면서 땡땡 붓는거, 분명히 네 눈에도 보였을거야, 그치? 근데 왜 의무실도 안가고, 119도 안부르고... 왜 니 맘대로 조사실에 집어 넣어서 시간 끌어? 아프다고 여러면 말했다는데 왜! 그냥 방치했어?

지율 (태연하게) 엄살인 줄 알았습니다.


(일동 표정만 ‘아이구야..’)


종태 엄살? 니가 패놓고 상대가 아프다니까 엄살이다?   ... 하, 나참... 야,   너 지금까지 어디서 굴러먹다 왔는지 모르겠지만, 경찰 들어왔으면,   기본은 할 거 아냐. 훈련받은 놈이 민간인 때려놓고, 아플 줄 몰랐다? 말이 돼, 그게?

지율 저한테 맞았답니까?

종태 … 뭐?

지율 때린 적 없습니다.


지율에게 쏠리는 시선


지율 아마 방어 차원에서, 그 놈이 하도 지랄을 하니까, 몇번 막거나, 잡거나 했겠지만, 말씀하신대로, 훈련까지 받은 제가, 민간인을 고의로 때리지 않습니다.


말없이 지율을 보는 은석, 어쩔줄 모르는 시환, 어이없는 종태와 더 어이없어   피식 웃는 조 팀장


지율 데려와서 지문조회 하기 전까지는, 무슨 죄를 지은 사람인지 몰랐습니다. 저를 보자마자 도망가길래 따라 뛴것 뿐이고, 순순히 잡혔으면 둘 다 부상 입을 일이 없었겠지만, 상대가 심하게 반항 했습니다. 자세히는 기억 안 나지만, 일부러 폭행한 적 없습니다. 아마 도망가다가 넘어지거나, 구르거나.. 어디에 부딛히거나 했을겁니다.


은석 (무표정) 사실이에요? 증명 할 수 있어요?

종태 뭐가 사실이야? 거짓말인거 알면서 왜그래? 야, 그럼 그놈은, 그냥 도망만 가는데 팔 하나 툭 부러지고, 뒤돌아보다가 발목 한쪽 훅 나가고.. 뭐? 좀비야? 썩어문드러졌어? 말이 돼?

지율 (은석 보며) 안 때린 증거는 없지만, 때린 증거도 없습니다. 조사가 필요하다면 받겠습니다.


종태 (달려들려고) 저 새끼가 끝까지..

석호 (끼어들어 말린다) 거기까지만 하시구요, 위에서 기다리시니까, 강 경위, 잠깐 올라가요. 다들 서장님 전달 사항이 있을때까지, 말 나오지 않게 주의 부탁드립니다. 다녀와서 다시 말씀 드리겠습니다.

종태 말하지 마요, 하나도 안 궁금해. 저새끼 짤리면 그 얘기만 해요.


2 지율이 일어선다. 별일아니라는 듯,손가락으로 젖은 머리를 대충 정리하며 따라 나선다.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시환과 잡아먹을듯 노려보는 종태. 구경왔던 사람들이 하나 둘 흩어진다. 슬금슬금 종태의 표정을 살피며 다가오는 조팀장.


조팀장 와아, 형님, 막판에 좀 쉽게 가자고 우리 버렸는데, 저놈 저거.. 별로 쉽지않겠어. 어디서 뭐하던 놈이야?

종태 (이를 앙 물고) 가라.. 싸움난다.

조팀장 가야죠, 우리도 바뻐요.. 가긴 가는데, 에구, 저런 애들, 진짜 가르칠거 많아... 힘들면 다시 와요, 예? 차은석 수고! 너는 괜히 따라나와서   개고생이냐. 앞으로 참.. 스릴있겠어. (일행을 데리고 사무실을 나간다)


종태 (조팀장 뒤통수를 노려보며 은석과 시환을 부른다) 모여봐. 류시환, 저 또라이 아침에 어디 있었는지, 발자국 한쪽까지 다 찾아내. CCTV, 블랙박스 몽땅 수거하고, 은석이도 같이 나가서, 백범로에서 효창원로 가는 길, 검거 당시의 상황, 영상이랑 목격자 증언 확보해. 우리쪽 과잉 행위가 있었는지, 아니면 그 자식이 뭐 흉기라도 하나 들었으면 더 좋겠지만... 아무튼 우리한테 유리한 거 있으면, 싹 다 가져와. 나는 사이버팀 연락해서 영상부터 지우도록 해 볼테니까, 최대한 서둘러. 감사 뜨기전에 가져와야돼.


은석 시환 (나갈 준비를 한다) 알겠습니다.

종태 그리고 혹시라도, 그중에 우리한테 불리한게 나오면… 괜히 여러 사람 알아서 좋을 거 없으니까,   우리끼리만 조용히 진행한다, 알았지?

시환 (망설이며 버벅거린다)   그런데, 문형사님.. 혹시라도,   뭐 이상한게 나오면.. 만약에 증거가 좀 불리하면, 그때는…


종태 (한숨) 류 경위님, 아무리 그래도, 우리는 경찰입니다. 증거를 일부러 없에서는 안되죠.

시환 (안심하는 얼굴이었다가 금새 걱정스럽게) 아, 안되겠죠.. 그렇죠, 안되죠..

은석 (단호하게) 류 경위가 책임지고 분실합니다.

시환 예?


은석 (시환을 보며 또박또박)   불리한 증거는, 류시환 경위가 책임지고 분.실.합니다.

시환 …?!

종태 야, 뭐해? 얘 빨리 데리고 나가!! (호통에 뛰어 나가고, 혼잣말) 뭐하는 애야, 쟤는.. 맹 해가지고..


3 사무실에 혼자 남은 종태. 멍하니 벽시계를 바라보다가, 갑자기 핸드폰을 켜서 시간을 재확인한다. 10시 겨우 지난다….! 소파에 앉아 반쯤 기댄다. 벌써   지친다..


종태 이런, 저 자식 하나 때문에 완전 똥됐어…


 15 의무실 (D)

4 성의없이 침대 끝에 대충 걸터앉은 지율, 여기저기 살피는 보건의. 사진 자료를 남긴다. 곧 터질듯이 부풀어 오른 핏줄과 살갗. 소름끼친다. 임시 처방이 끝나고 멀찌기 떨어져있는 석호를 부른다.


석호 어때요? 심각해요?

보건의 교통사고 같아요. 아니면 어디 한 몇층에서 떨어졌든가.. 이 정도 부상이면 엄청 아플텐데, 형사님 무통이에요? 이거 다른 사람들같으면 벌써 실려갔을걸요? 그리고 왠 흉터가 이렇게 많아? 전에 치료 똑바로 안 했죠? 이쪽에는 자해했어요..? 방어흔은 아닌 것...

지율 (발딱 일어나 돌아선다. 옷을 추스린다) 서장님 기다리신다면서요? 안가요? 전화 계속 오잖아요.


석호 (진동 무시) 선생님, 지금 우리 나가고 나면, 이 친구 부상이 심해서 요 앞에 병원으로 갔다고, 서장님께 전화 좀 해주세요. 이거저거 검사하면 꽤 걸릴거라고, 상태가 많이 안 좋다고 설명도 해주시구요. 부탁드립니다.

보건의 그런거야 어렵지 않은데, 정말 안좋은게 문제죠. 누구한테 이렇게 맞았대, 첫날부터..?


대충 인사를 하고 억지로 끌려가는 지율, 닫히는 문 뒤로 보건의의 목소리가 들린다


보건의 /E 소리 멀어진다/ 예, 서장님, 의무실입니다. 보고 드릴게 있어서요, 조금 전에 외사과 이석호 팀장님이 다녀가셨는데요…


씬 16 복도

석호 (빠른 걸음) 오해 하지 말아요. 서장님 좋은 분이세요. 윗분들 다... 근데 아무래도 왕년에 좀 하셨던 분들이라, 아직 손이 매워요


 17 석호의 차 (D)

지율을 태우고 서서히 큰 길로 나가는 이석호. 서장에게 전화가 온다. 스피커 폰으로 받는다


석호 예, 서장님, 죄송합니다. 병원 가는 길입니다.

서장 /F/ 가야지. 가서 다 찍고, 우리도 반박자료 내야하니까 전부 모아와. 강지율이 옆에 있나?

지율 예, 있습니다.

서장 /F/ 다쳤으면 다쳤다고   얘기를 해야지, 이 자식아! 그래야 대책을 세울 거 아냐?   


지율 예에, 그게…

석호 (서둘러) 병원 다 왔습니다. 끝나는대로 보고 드리겠습니다.

서장 /F/ 그래, 그래, 들어가. 지율이 잘 챙겨 (끊는다)

지율 병원 안가도 됩니다. 가벼운 타박상에 찰과상 입니다.


석호 가볍지 않아보여요. 골절이 있는지, 근육이라도 파열됬는지... 그것도 아니면 어디 눈썹만큼이라도 금이 갔는지 찾을 거에요. 서장님 말씀 들었죠? 대책..! 대응책이 필요해요. 나중에 진단서 제출 할 일이 있을것 같아서 그래요. 저쪽 검사 결과 나올때까지, 우리도 우리쪽에 유리한 증거 나와야죠. 그리고, 서장님 열받은 거 식을때까지 시간도 끌어야하고… 내부에서도, 강 경위 혼자 과잉 대응인거 보다는, 어쩔 수 없는 격투였다, 방어였다, 소문 쫙 퍼지는 게 낫구요. 바람 쏘인다 생각하고 쉬어요.


5 이해 못한다는 얼굴, 그러나   곧, 그래, 네 맘대로 해라... 조용히 창밖을 보는 지율. 지쳤다. 안전밸트에 머리를   대고 편안한 각도를 찾는다. 큰 길을 지나는 석호의 차 안에서 밖을 본다. 조금 전 하고는 전혀 다르게, 복잡하고 시끄럽다. 꽉 막힌 차만큼이나 많은 사람... 사람, 사람,   또 사람...


갑자기 시선이 멈추는 국방색 잠바, 오버 사이즈 잠바, 야구모자... 짐 싣는 바구니가   달린 스쿠터? 작은 오토바이... 검정색 끈 매는 낡은 워커...   (Ins 짧은 삽입) 얼굴에 흉터, 중년   남자, 밤, 눈비... 지율,   눈을 꾹 감고 마른 침을 삼킨다. 점점 가빠지는 숨을 고르며, 마음을 진정시켜본다. 눈썹이 떨리고 식은땀이 주르륵 흐른다.


석호 /CUT TO/ (눈치채고)   안좋아요? 싸이렌 켤까요? 갑자기 왜…

지율 (애써 땀을 닦으며 추스린다)   아닙니다, 어디 자판기.. 있으면..

석호 자판기요? 편의점이 있긴한데.. 저 앞에서 잠깐 세울께요,   조금만 참아요.


속도를 올려 사라지는 차. 신호가 바뀌고 무표정한 사람들이 길을 건넌다. 배달가는 국방색 잠바 아저씨.


 18 한강변 주차장 (D)

한적한 강변. 빈 사이다 캔과 과자 봉지..


석호 그게 아침이에요? 아까 사무실에도 많이 있던데..

지율 ..


6 바람이 들어온다. 지율은 사이드미러를 보며 거의 다 마른 머리카락을 뒤적거린다. 제대로 빗지않아 엉망이다. 날리게 놔둔다. 석호가 쓰레기를 집어들고 차에서 내린다. 몇걸음 떨어진 쓰레기통으로 걸어간다. 그런 그를 관찰하는 지율. 무표정. 석호가 돌아와 운전석에 앉는다.


지율 경찰 왜 해요?

석호 (황당) 갑자기요? 왜 경찰을 하냐...? 글쎄요… 직업이니까 하겠죠?

지율 찰처럼 생기지도 않았고, 키만 크지, 팔다리도 가늘고.. 절대 싸움을 잘하거나, 엄청 빠른 성향이 아닌데? 그렇다고 격투기로 다져진, 그런 몸도 아니고... 성질이 더럽지도 않을거고.


석호 (어이없는 웃음) 안어울려요? 왜그러지? (거울보며 능청) 남들은 나 제복 입으면 멋있다 그러던데...? 지금 사복이라 그런가?

지율 사복도.. (힐끔 본다) 현장 뛰는 사람이 입을 옷은 아니고..

석호 (옷차림을 살핀다, 댄디한 세미 정장) 단정한 스타일 싫은가봐요?

지율 싫고 좋고가 아니라 범인 잡는 옷은 아니잖아요.


석호 맞아요, 현장 잘 안나가요. 그보다는 주로 윗분들하고 회의하고, 본청 들어가는 일이 많아서.. 그러는 강 경위는, 왜..? 미국에서 계속 경찰하지, 갑자기 한국에 왔어요?

지율 …….

석호 (기대 안했다는 듯, 예의상) 한국 들어온지 얼마 안됬죠? 아는 사람 있어요? 파트너가 찰싹 붙어있긴 하던데, 그래도 다른 거 뭐, 필요하면 말 해요. 나라도 도움이 될 수도 있으니까. 어차피 같이 일할건데, 좀 알고 지내면 편하잖아요.


반응없는 지율을 한번 살피고 시동을 건다.


석호 관할구역 한바퀴 돌께요. 우리가 주로 가는 병원도 있고, 들러서 필요한거 액스레이라도 찍어놓구요.. 늦을지도 모르지만, 점심 비슷하게 뭐 먹고 들어가요. 괜찮죠?

지율 (혼잣말하듯) 절대 못 찾을 사람을 찾고 있어요. 50세 이상 80세 이하의 한국 남자, 그리고 범죄자.


석호가 핸들을 돌리려던 손을 멈춘다. 본다


지율 (먼 시선) 괜찮아요. 못 찾을 거 알아요. 꼭 찾을거라서   들어온 것도 아니고.. 사실은, 누구를 찾고 있는지도 몰라요. 내가 아는 건 그냥, 그 정도 나이의 남자 범죄자.. 그게 다에요. 한심하죠?


침묵.. 할 말 없는 석호가 와이퍼를 켜 유리창을 닦는다. 쓰윽쓰윽쓰윽… 워셔액을 뿜으며 부드럽게 왔다갔다한다. 깨끗해진다. 와이퍼를 끄고 서서히 차를 움직인다..


석호 밸트 잘 매요. 앞유리도 다 닦았고… 그 놈만 찾으면 되겠네. 보이면 바로 얘기해요, 한방에 쫒아갈테니까.


의자를 제끼고 잠을 청하는 지율. 편안한 얼굴. 서서히 지나는 한강변, 반짝이는 건물유리,   출렁이는 물결, 가볍게 산책하는 사람들… 서울의 평화로운 오후.   


 19 형제 고시원 (D) 

인적이 드문 빌라촌 골목. 무너질듯 낡은 고시원 현관문이 열렸다 닫힌다. 조용히, 그러나 종종 걸음으로 급하게 빠져나오는 한 사람, 모자를 쓰고 장갑에 스카프로 얼굴을 가렸다. 문 안에 놔두고 간 하얀 케익 상자 밑으로 붉은 피가 흘러나온다. 구석에 숨겨 놓은 카메라에 불빛이 반짝인다.


 20 특별팀 사무실 (D)


7 모니터 앞에 앉아 턱을 괴고있는 시환의 얼굴에 근심이 한가득이다. 역시 무언가 고민에 하는듯, 팔짱을 끼고 골똘히 생각중인 차은석. 문 열리는 소리에 벌떡 일어나 의자를 가까이 당겨 놓는다. 뛰다시피, 빠른 걸음으로 들어오는 종태. 점심먹다 왔는지 입안에 뭔가 질겅질겅 씹고 있다. 은석이 따라 들어오려는 옆팀을 제지하고 문을 닫는다.


종태 다 가져왔어? 어때? 뭐 좀 보여?

시환 (망설, 가라앉은 목소리) 추격이 있었던 곳은 골목이 좁아서 차량이 들어갈수가 없었습니다. 블랙박스 영상은 몇개 안되고, 있어도 찍힌게 별로 없구요, 대신 동선대로 따라내려가면서 확보한 CCTV가 몇개 있는데...

종태 돌려봐, 처음 것 부터.. (손으로 입가를 닦는다)


마음 급한 종태와는 달리 주저하는 두 사람. 시환이 짧게 한숨을 쉬더니, 작정한 듯 마우스를 움직인다. 흐릿한 첫번째 영상을 보면서 바로 미간을 찌푸리는 종태.

 

종태 야, 얘 왜 이래, 이거? 왜 이렇게 맞고 있어?


8 /INS/ 첫번째 영상. 몸싸움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일방적으로 맞고 있다. 쉴새없는 니킥에 반으로 접혀 꼬꾸라지는 지율... 주먹 한번 써보지 못하고 땅바닥에 뒹굴며 고통스러워한다. 협박인지 욕인지, 뭐라뭐라 큰 소리치던 남자가 빠른 속도로 카메라 밖으로 사라진다. 간신히 무릎으로 기어 네발로 뒤를 쫒는 지율.


9 탄식과 한숨  

10 종태의 불쾌한 한숨에 눈치 보는 시환. 다음 영상 클릭.

11 일말의 기대를 안고 다시 모여드는 사람들  


12 /INT/ 좀 전과 다를바 없이, 인정사정없이 당하고 있는 지율. 머리채를 잡혀 허수아비처럼 몸이 흔들리다 바닥으로 내동댕이 쳐진다. 찢겨진 셔츠 자락이 너풀거리고, 이미 힘을 잃은 다리는, 두손으로 벽을 짚고도 똑바로 일어서지 못한다. 기회를 놓치지 않고 뒤통수를 내리치는 남자.


13  복잡한 얼굴이 종태, 문득 뒤를 돌아보고 인상 찌푸린다

14 어느새 따라 들어온 앞집 강력팀 형사들이 뱅뱅 둘러싸고 함께 보고 있다.


정환 어우, 저 새끼 완전 악질이네? 아무리 경찰이어도 그렇지,   여자애를, 어떻게 사람을 저렇게 패?

박형사 저렇게 맞고   지 발로 걸어온거야? 형님, 입원은 얘가 해야되겠네..

정환 러니까 외국어   특채가 안되는거야. 저게 경찰이야? 콜센터나 하라그래. 계급장이   아깝다. 저래놓고 무슨 경위야? 뭐라도 좀 하는 줄 알았지..

조팀장 형님, 우리 신입이, 뇌진탕 왔나 CT 찍어봐요, 된통 맞았. 나는 또 아침에, 무지 당당하길래 지가 싹 평정하고 온 줄 알았지. 게임이 안돼잖아. 야, 더 볼거 없다, 가자..   얼른 나가?


재촉에도 다음 영상을 기다리고. 시환이 마지못해 하나 더 누른다.


시환 이게, 폭행.. 마지막 영상입니다.


아무말 없이, 아무 표정없이... 싸늘하게 모니터를 들여다 보는 종태. 혹시나하는 기대에 바짝 붙어 크게 한방을 기다리는 사람들.


15 /INS/ 비틀거리며   도망가는 지율. 경사진 골목길에서 화면 속으로 쓰러질 듯 뛰어 들어온다. 숨이 가빴는지 카메라 정면에 멈춰서서 잠시 숨고르는 사이, 뒤쫒아온 남자가 그대로 달려들어 지율의 목을 조른다. 바닥에 쓰러져 구르는 두 사람. 간신히 일어나 도망가려는 지율을 다시 걷어차 쓰러뜨리고, 몸이 붕 떴다가 그대로 바닥에 떨어진다. 축 늘어진 그녀가 여러차례 밟히고 걷어 차이면서, 화면 밖으로 질질 끌려 나간다.


정환 어우, 더는 못 보겠다.. 이거, 이 자식 우리가 고소하자, 안그래? 완전 쓰레기야.


입을 꼭 다문 종태와 은석. 시환이 마지막 영상을 준비한다. 그런데 뭔가.. 종태를 살피는 조팀장.. 여전히 반응없는 종태.


시환 그리고, 이거는... 약 12분 후에, 4차선 도로입니다. 피의자가 도주하면서 반대편에서 이쪽으로 뛰어들어서 사고가 날뻔 한 걸, 강 경위님이 구하는 장면입니다. 카메라가 상가 입구에서 길쪽을 비추고 있어서, 각도가 정면은 아니라 몇 초 길지는 않고, 잠시 후에 보시면, 이쪽편에서 두 사람이 굴러 들어옵니다..


시환 마우스 클릭.

/INS/ 화면 속 한가한 정류장 앞으로 차들이 지난다. 몇 초 지나지 않아, 앵글 밖에서 남자를 안고 데굴데굴 카메라 앞으로 굴러들어오는 지율, 그 뒤로 아슬아슬하게 비켜 지나며 급정거하는 버스와 연이어 급정차하는 차량들.


어, 어, 어.. 하는 사람들을 탄성과 한숨속에, 시환 재빨리 영상을 멈추고. 그런 시환을 주시하던 종태가 한마디 한다.


종태 다 봤으면 돌아가라, 시끄럽다. 너네 집 가.

정환(흥분) 형님, 이거 상부에 올리고, 저 자식 폭행 추가해요!

박형사 (눈치보며 예의상) ... 그러게, 폭행은 지가 다 했네. 많이 다쳤겠다.. 병원은 간거죠?


짜증섞인 종태의 손짓에 은석이 사람들을 내보낸다. 조 팀장이 일행을 잡아 끌어 내보낸다.. 잠시 생각하다 뒤돌아 한마디.


조팀장 형님, 걔 딱! 하는 짓이 … 아슬아슬해. 월척이거나, 양아치거나… 그것이 문제로다… 수고하십시오!

(정환 어? 왜? 뭐가... 비웃음 들리며, 문 닫힘)

종태 … 류시환 경위, CCTV가 이게 답니까?

시환 둘이 같이 나온 건 이게 전부입니다. 나머지는, 몇개 더 있긴한데… 그 놈만 보이고 경위님이 안보입니다.

종태 틀어봐요.


16 시환 머뭇. 어쩔수없이 다른 영상을 클릭.

17 와르르 쓰레기 더미가 무너진다 사람은 보이지 않고 잠시 정적   

18 /INS/ 화면 속에 지율이 보이지 않고, 잠시 후 혼자 뛰어가는 남자, 무언가에 쫒기는 듯 다급한 모습... 다음 영상, 또 다음… 시간이 지날수록 절뚝거리거나 어딘가 많이 아픈듯한 걸음걸이... 그러나 앞으로도   뒤로도, 지율은 그림자도 없다.


종태 강지율이 어디 있습니까?

시환 (망설이며) 그게.. 못 찾았습니다. 아무데에서도 안 보입니다. 처음 두군데에서 폭행 당하시는 거 이후로, 카메라 세개 지날동안 그 놈만 보이고.. 분명히 이쪽 CCTV 에서 마지막 폭행이 있고 나서, 몇개를 지나는데... 남자만 혼자 있습니다.


종태 왜, 일까요?

시환 …. (거짓말을 못해 귀가 빨개진다)

종태 류 경위님, 아까 엄청 빨리 멈춘거요, 버스 앞으로 뛰어드는거   말입니다… 우리는 마저 봐야죠? 일시정지 시킨 거기부터 다시 봅시다.


시환이 주저하자 종태가 목소리를 높힌다.


종태 경위님한테 보이는건 내 눈에도 보입니다. 네가 눈치 까는건, 나도 똑같이 까고...   한 팀이잖아요. 숨기지 말고, 응?   ... 틀어!


20 시환이 은석을 본다. 은석이 고개를 끄덕이고, 시환은 어쩔수 없이 영상을 켠다. 그런 두 사람을 가만히 보는 종태... 너마저.. 하는 얼굴로 은석을 본다. 은석 시선 회피.

21 다시 화면에 집중하는 종태  

22 /INS/ 데구르르 굴러 보도블럭 앞에 멈춘 두 사람, 급정거하는   버스가 완전히 멈추고, 지율에게 깔려 꼼짝 못하는 남자... 손에   수갑을 채워 일으켜 세우면서 힐끔 이쪽을 보는 지율...


종태 거기 잠깐!


화면이 멈춘다. 무표정한 은석과 고개를 못 드는 시환… 종태가 웃는다.


종태 크크크… 맞지? 지금 이 자식, 카메라 보고 웃는 거지?

시환 (재빨리) 화질이 좋지않아 그거까지는..

종태 류시환! 너 포랜직 했다며? 과학 수사대, 감식반… 나보다 이런거 더 잘 볼거아냐? 네 눈에는 이, 이 얼굴… 이게 뭘로 보이나?

시환 (머뭇거린다)   저는, 경위님이 도주자를 체포하시는....


종태 어, 그래,   그거? 나도 보여. 그렇지,   체포하지, 강 경위가… 근데 일부러 카메라 앞으로 굴러 들어오는 것도 보이나? 그리고 쫒으면서, 온 동네에 쫙 깔린 그 많은 CCTV 앞에서, 하필 두드려 맞는거는 다 찍히고, 그것도 일부러 카메라 앞으로 유인까지 해서 기분좋게 맞아주시고, 그것도 요렇게, 요렇게? 뼈랑 주요 장기는 하나도 안다치게 이쪽저쪽 돌려가면서 대주는거, 보이냐고? 게다가, 지가 저 놈 몸에 손 대는 건 하나도 안찍히고.. 강지율이 저 새끼, 완전 양아치야. 안그래?


시환 (체념)   … 어쩌죠?

종태 어쩌긴? 있는대로 제출해야지. 이젠 서장님 권한이야. 뭘, 어찌 하실지는.. 하, 이 새끼 이거.. 어쩐지.. 지는 때린적 없다고 박박 우기더니.. CCTV 를 싹싹 피해가면서 팼구만.. 무서운 놈.

은석 추측 입니다. 증거 없습니다.

종태 차은석이, 너까지 왜 이래? 얘들하고 한패야…? 아, 그렇지, 우리가 다 한패지.. 그렇다고, 누가봐도 이렇게 뻔한 거짓말을, 감싸자고?


은석 안 뻔합니다. 강 형사 말대로, 때린 증거는 없습니다. 류 형사, 얼른 넘기고 일 해요. 종일 이것만 가지고 시간 보낼 겁니까?

시환 (일하는 척, 모니터를 본다)

종태 (자리로 돌아가는 은석을 노려보며 핸드폰을 꺼내든다) 이석호 팀장님, 어디십니까? ... 강지율 오형철, 폭행사건 CCTV 확보했습니다. 들어오셔서 한번 보세요... 아니요, 류시환 경위한테 보고서 준비시키겠습니다. 저랑 차 형사는 다른 일이 있어서, 이건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팀장님이랑 서장님, 두 분이 하실 일만 남은 것 같습니다…


23 불안한 마음에 이리저리 화면을 돌려보는 시환. 천천히 일어서던 종태가 목사처럼 시환의 머리 위에 손을 얹고 길게   숨을 내쉰다. 이건 뭔가.. 동작을 멈추는 시환.


종태 류시환 경위님. 옛말에 말입니다, 남자는 여자를 잘 만나야하고, 경찰은 파트너를 잘 만나야한다.. 그러니 너도 앞날이 참, 창창합니다. 기대가 아주 커요. 자나깨나 몸 조심하세요, 응? 니 파트너, 위험하다. 큰 사고 칠거같애.

시환 (모니터를 끄고 조그맣게)… 죄송합니다.

종태 니가 죄송할 게 뭐 있냐. 사람 잘못 뽑은 윗대가리 잘못이지. 외국어 좀 한다 그러면 그냥 꺼뻑 죽어서... 늦었다, 점심 먹어. 팀장 들어오면 알아서 하겠지.


종태 역시 축 쳐져 자리로 돌아간다. 옆에 앉은 은석을 째려본다. 모른척 하는 은석. 종태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사건 파일을 펼친다.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탁 소리나게 덮으며 담배를 꺼내들고 나간다. 비로소 안도의 숨을 쉬며 책상에 엎어지는 시환. 목 운동하는 은석.


 21  (D/N)

24 경찰서로 돌아오는 길, 석호의 차 안에서 잠든 지율이 꿈을 꾼다.


25 어둠, 누군가의 거친 숨소리, 가구 삐그덕 거리는 소리가 멈춘다  

26 /ins/ (N) 어둠 속에 숨은 여자 아이, 문틈으로 들어 오는 가느다란 불빛, 뚜벅뚜벅 걸어와 문을 사이에 두고 코앞에   버티고 선 남자... 국방색 우비를 입었다. 손에 쥐고 있는 날카로운 칼 끝으로 톡톡톡... 문을 두드린다.


27 남자: 너 거기 있는거, 아저씨는 다 알아. 그만 숨고 나와.


28  숨 죽이는 아이


29 /CUT TO/

30 바들바들 떨리는 아이의 입술 위로 땀방울이 고인다. 목에 걸린 헤드셋과 손에 꼭 쥐고 있는 종이 조각, 최대한 쪼그리고 바짝 당겨안은 이불..


31 남자가 문틈으로 안쪽을 들여다 본다. 눈이 마주쳤다... 눈동자... 모자를 눌러써서 잘은 보이지 않지만, 어울리지않는 긴 머리카락과 짙은 눈썹을 가졌다. 왼쪽 눈 아래에서 광대뼈 쪽으로 선명하게 남은 흉터, 그위로 흘러내리는 피, 그 피에 젖어드는 마스크 ... 남자가 손에 든 피묻은 칼을 문틈으로 밀어 넣는다. 걸쇠에 막혀 열리지 않자, 짜증 섞인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32 "...다 끝났어, 새끼야... 내 눈에 띄었으니 넌 죽은거야.."


 22 석호의 차 (D)

빠앙…. 헉…. 누군가의 경적 소리에 깜짝 놀라며 잠에서 깨는   지율, 창밖을 보며 숨을 몰아쉰다.. 꿈이구나, 다행이다..


석호 (운전) 괜찮아요? 꿈꿨어요?

지율 아, 아니요, 전.. 전화가… (괜찮은 척, 핸드폰을 꺼낸다)


지이잉…. 진동이 울린다 /닥터 송/


지율 (건조)   어… 좀 어때?

창률 /F/ 나아지셨어. 눈도 잘 뜨고, 말도 알아들으시는 것 같아. 며칠 더 지켜보겠지만, 퇴원하셔도 이제는 요양병원으로 모셔야 할거야. 전에 얘기했던 거기로 옮길까 하는데, 네 생각은 어떤가 해서.

지율 닥터가 하라는데, 그렇게 해야지.

창률 /F/ 혹시 걱정되면, 네가 한번 가서 둘러볼래?


지율 아냐, 알아서 해. 원장이 아는 사람이라며? 잘해주겠지. 언제 옮겨?

창률 /F/ 안정 찾을때까지 1-2주는 더 지켜봐야 할거야. 아직 호흡이 일정하지 않아. 항생제 반응도 봐야하고..

지율 알았어, 옮기고 문자 줘. 주소랑 방 번호.

창률/F/ 쉬는 날 하루 없어? 기다리시는 것 같은데.


지율 기다리기는.. 말도 못하는 사람이, 기다리는지 어떻게 알아?

창률 /F/ 눈 보면 알지. 하루종일 문만 보고 계셔.

지율(짜증 꾹)……

창률/F/ 바쁘면 너무 무리하지   말고, 일 많은 거 아시니까… 너는? 잘 지내?

지율 (대답없다)….. 나중에 들릴께. 장담 못해. 괜히 말해서 기다리게 하지 마.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는다. 짜증, 분노, 스트레스… 눈을 감고 가라앉혀본다.


석호 (운전, 눈치) 불편한 사람인가봐요? 싫은 사람? 티가 많이 나는데.

지율 폭군이요. 우리집에 괴물이 하나 있거든요. 부모님이 야단도 못치고 쩔쩔매면서 비위 맞주던 악마.


이석호, 특별히 해 줄 말이 없다... 차가 경찰서 주차장으로 들어서고, 지율은 요양병원을 검색한다.


 23 경찰서 주차장

차에서 내려 먼저 들어가라 인사하는 지율, 석호가 목례하고 안으로 들어간다. 입구 계단에 앉아 한동안 검색하던 지율. 마침내 전화를 건다.


지율 (전화) 수고하십니다. 환자가 한분 계신데요, 혹시 입원 전에, 가족이 먼저 방문해서 잠깐 둘러볼 수 있을까요?... 60대 남자구요, 폐질환으로 호흡기 필요하세요. 원장님 친구분 소개로, 아마 1-2주 안에 들어가시기로 한 것 같아요, 제가 딸이구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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