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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소운 Mar 19. 2023

3.1 곰 세 마리

모두가 다 행복했을까?

1


팝송 본 투 비 마이 베이비가 흘러나오고 아침을 준비하는 엄마. 샤워하고 나오는 아빠가 춤을 추며 엄마를 안는다. 손을 잡고 막춤을 추려는 아빠와 조용히 하라고 말리면서도 행복하게 웃는 엄마, 잠에서 깬 남매가 합세하고 넷이 엉겨 붙어 흔들흔들 즐겁다. 음악 줄어들고 불안, 공포


쿵쿵쿵 발소리와 함께 지하실 문이 열린다. 음악 꺼지고 다들 조용, 정지. 책가방을 매고 인사도 없이 지나치는 교복 남학생. 무서워 숨는 둘째와 셋째. 막내를 안아 올리고 긴장하는 아빠, 밥먹고 가라고 불러세우는 엄마 무시하고 신발 신는 큰 아이.


아빠한테 안겨 큰 오빠를 보는 막내의 시선 두려움에서 분노로 바뀌고, 둘째가 동생을 토닥이지만, 자신도 무섭다. 간식 가방을 들려주는 엄마를 뿌리치고 현관문을 향해 서는 첫째.


/ins 소리만/ 철컥


아이답지않은 낮은 목소리 창률 밖에 나오지마. 아무도 나오지 말라고.. 다 죽여버릴거야.”


아빠 뒤로 뒷걸음치는 둘째. 점점 매서워지는 막내의 눈빛. 현관문에 줄줄이 달린 네 개의  보조 잠금장치 철컥, 철컥, 철컥... 철컥. 비로소 현관문이 열리고 밝은 빛이 들어온다.


2. 사무실  /ins 소리만/


(놀라는 지율, 눈 뜨고 보면)      


은석 (들어오다 정지) 아, 미안해요. 또 여기서 잤어요?  

(지율 시간 체크 – 아침 6시반. 꼬물꼬물 일어난다, 다리에 아직 붕대)

은석 (미안) 더 자요, 아직 많이 남았어요.

지율 아닙니다, 일어나야죠. 일찍 나오시네요.

(자고 난 자리를 치운다. 이불, 돌돌말은 수건, 밤새 켜놓았을 야광시계를 챙겨 책상에 가져다 놓고. 씻으러 나간다. 지켜보는 은석)


3 화장실

(대충 세수하고 물기를 닦는다. 거울을 본다.)


/ins/ 생생한 목소리 - “밖에 나오지마. 아무도 나오지 말라고! 다 죽여버릴거야.”


세면도구를 챙기고, 머리를 빗고, 옷차림을 정돈하는 내내, 끊임없이 들리는 허스키한 목소리


/ins/

끝났어 새끼야, 내 눈에 띄었으니 넌 죽은거야..”

죽어! 죽어! 죽어!”


(중년 남자와 오버랩되는 큰 오빠 목소리)

입 다물어, 널 죽여버릴거야!! 다 죽어! 죽어!”


지율, 떨쳐내려, 다시 찬물을 세게 틀고 머리를 마구 흔든다. 그러나 여전한 환청)


/ins/ “죽여버릴거야!”

(앙칼지게) “큰오빠 싫어! 내가 잡아갈거야. 내가 경찰되서 큰오빠 잡아갈거야!”


4 사무실


(젖은 머리로 들어온 지율, 책상위의 아몬드를 본다. 다섯 개씩 다섯 줄)


은석 먹을 수 있어요? (지율 본다) 어떻게 놔야되는지 몰라서, 잘 보이게 간격만 좀 벌렸어요. 옆에 두유는, 캔음료도 먹으니까 차라리 안 뜯으면 먹지 않나 해서..

지율.. 감사합니다

은석 아몬드는 하루에 25개 정도가 좋대요. 아까워서가 아니고, 그게 권장량이에요.

지율 (꾸벅) 잘 먹겠습니다.


(수건 뒤집어 쓴 채, 아몬드 입에 넣고, 두유 살짝 한모금. 은석 안보는 척 슬쩍 보고 안심. 역시 아몬드 식사 시작, 대화없이 조용)


지율 저기, 차 형사님. 어제 고시원이요, 사장님 딸이라면서 전화가 왔었어요. 오늘 만나서 얘기 하자고.. 직접 만나실래요?

은석 그쪽은 강형사가 맡는걸로 해요. 참고인 조사 해 본적 없죠? 류 형사가 잘 할건데.. 팀장님께 여쭈어봐요, 도움 필요하면... 잘 가르쳐주실거에요.       

지율 알겠습니다.

은석 큰 변수 없으면, 두분 짐작이 맞아요. 게다가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않는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없어요.  

지율 (생각, 아몬드 하나 더 깨작)

은석 어차피 부상 때문에 내근하라 하시니까, 업무 파악하고, 분위기 익히고.. 천천히 해요, 욕심내지 말고.


지율 (의외) 기분 좋으신가 봐요? 원래 조용하신 편.. 이죠?

은석 (웃음) 그건, 이 옆에 앉는 누가 말이 좀 많아서.. (지율 웃음) 한번 받아주면 하루종일 떠들거든요, 궁시렁궁시렁.. 본인은 몰라요 (종태 들어오고, 은석 손으로 쉿..)

종태 (들어오다 두 사람을 보고) 뭐야? 왜 조용히 해?

은석 오셨습니까?

지율 (서류를 챙겨 나간다) 다녀오겠습니다

종태 어딜가, 너 지금 나 피하냐? 너네 내 욕했지?

지율 예에 (이미 문밖으로, 소리 멀어지고 쿵, 종태 어쭈..)


5 청파 초등학교 등굣길


(녹색 어머니회 횡단보도 불 들어오고 아이들 건너고, 유난히 천천히 땅바닥만 보고 걷는 아이, 쌀쌀한 날씨에 얇은 면티 하나, 지퍼 다 열린 빈 책가방, 더러운 바지에 헝클어진 머리, 지켜보던 교사, 빠른 걸음 아이를 데리고 건넘)


교사 하운아, 아침 먹었어?

아이 (답없다, 쳐다도 안 보고 터벅터벅)

교사 (따라가 손잡고 걸음, 핸드폰) 선생님, 학교 오셨어요? 2학년 김하운이요, 지금 교문 들어왔는데, 잠깐 보셔야 할 것 같아요... 오늘도 그 옷 그대로고, 또 하나도 안 씻겨서 보냈어요. 하운이 담당하시는 분, 오늘 좀 와보시라고 해야 할 것 같아요.. 일단 양호실에 가 있을께요.. 예..


(소리 멀어지고 손을 꼭 잡고 따라가는 아이, 다른 아이들 노는 소리, 인사하는 밝은 목소리. 카메라 올라가고 학교 건물만)


6 사무실

회의 중. 소파에 둘러 앉아 메모


석호 공용 화장실 몰카범 사건, 업데이트 있습니다. 그저께 강형사가 잡은 현행범이요, 생활 안전에서 맡기로 했습니다.

종태 생활 안전요? 왜? 우리가 잡았는데 그냥 우리가 하면 안되나?

석호 외국인 관련 범죄가 아니고, 따로 신고 된 인명 피해도 없어서..

시환 경찰은 사람 아니에요? 왜 인명 피해가 없어?

석호 여러 가지로 증거가 부족하답니다. 단순 호기심으로 주장하고 있고..

종태 호기심이, 여자 화장실 훔쳐볼라고 흉기를 세 개씩 들고 다녀?

석호 누구를 다치게 할 의도는 없었고, 귀금속 있으면 빼앗거나, 혹시 누구한테 들켰을 때 겁을 주려고 가지고 있었다..고 주장합니다.  


종태 겁이 아니라, 진짜로 찔렀잖아. 경찰을 찔렀는데, 뭔 개소리야?

석호 정당방위랍니다.

종태 뭐?

(은석 표정, 시환, 아이씨, 그럴줄..)

석호 강형사가 먼저 공격을 해서, 자기도 그럴 수 밖에 없었다..

종태 강지율이가 잘못했네 (지율을 째려본다) 주딩이부터 아작 냈어야지. (지율 엄지 척 미소, 종태 어질) 류 형사, 그 자식 뭐 다른거 안 나왔어?

시환 미성년자일때 무면허 운전 한번... 말고는 아직 없습니다. 군대 갔다가 4개월 전에 전역했구요.. 아마 그래서 더 아무것도 없는것 같습니다.

 

종태 이런 씨..야, 포기하지 말고, 그 놈 휴가 나왔던 거 다 뒤지고, 짜잘한거라도 아무거라도 찾아내. 경범죄 성범죄.. 부근에 신고만 되고 못 잡은거 있을거 아냐.   

시환 그건 이제 생활 안전에서..

종태 (버럭) 걔네는 걔네고, 우리는 우리고! 너는 임마, 니 파트너 찔른 놈이 그냥 풀려나게 생겼는데 보고만 있을거야?

시환 알겠습니다.  

은석 현찰만 써서 이동하고, 카드, 신분증, 핸드폰 다 놓고 다니고.. 충분히 의심되는 정황이 있는데, 정말 놔줍니까? 위험한 놈이에요. 여자 화장실에 들어가 흉기를 휘두른 그 자체만으로도 상해나 강간미수까지 갈 수 있을텐데요. 강력이나, 안되면 최소한 여청에서 맡아야 하지 않습니까?


석호 법적으로는 거기가, 남녀 공용 화장실입니다. 남자가 들어갔다는 자체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고, 강간미수도.. (지율 힐끔) 체포 과정에서 강 형사에게 일방적으로 폭행을 당한거 말고는, 신체적 접촉이 거의 없었습니다.  

종태 성추행도 손끝이 닿아야 추행라 이거지.. 빌어먹을.

석호 정황상.. 아마 잘 나와야 집행유예..

시환 예에? 설마... 그건 아니지 않나요? 엄연히 흉기를 썼는데, 특수 폭행 가야죠.

석호 정당방위에 초범이라..

종태 (버럭) 초범이 누가 초범이야? 동물원 호랑이 새끼가 초범이야? 이 팀장님! 그걸 듣고만 있었어요? 그 새끼가 잡힌게 처음이지, 해본게 처음이야? 누구 맘대로 초범이래! (은석 말리고, 밀어내며 욕) 이 그지같은 새끼들, 일 똑바로 안하고 누구 하나 죽어 나가야 된다 이거지? 어? 칼 맞고 빵구 난 놈이 있는데 어떻게 집유야? (은석 만류로 자리에 앉고)  


석호 화장실 안에서의 일은 아무것도 증명할 수가 없습니다. 오히려 저쪽이 억울한 피해자라고 우기니까요. 강 형사를 찌른 것도, 경찰인 줄 모르고, 본능적인 자기 방어였다고 주장하고 있고... 그래도 뒤돌아 섰을 때 찌르는 장면은 녹화된게 있어서 제했습니다. 사용된 흉기 3점도 함께 넘겼으니까, 크게 문제 될 건 없습니다.  

종태 흉기 세 개가 무혐의다? 말이 되냐고?

은석 잠깐, 그럼.. (중재) 문제될게 없다...라는 게, 강 형사가 문제 될 거 없다, 그 말씀이십니까?

(시환, 종태, 석호를 본다)

석호 (짧은 한숨..) 폭행을 행사한..쪽이 강 형사라서..

종태 (소파로 깊숙이 가라앉으며 들숨 날숨.. 벌떡 일어나며 석호에 삿대질) *&# &^$ ()@@7 ^#*.. (은석 입을 막고, 말리고, 둘이 실강이)   


시환 팀장님, 말이 안되잖아요, 화장실에서 여자 칸에, 칼 들고 문 따는데 그럼 보고만 있어요? 그냥 일반 여성이었으면 큰일 나는 거 였다구요. (지율에게) 선배도 뭐라고 말 좀 해봐요, 그때 상황이 어땠는지..

지율 (태연) 기다렸어야했다.. 그거죠? 대한민국 법은, 한방 크게 터질때까지.. (종태 뭐?) 상해, 강간, 폭행, 납치, 살인의 의도가 확실해 질 때 까지 가만히 기다려라.. (사이다 꼴깍) 내가 잘못했네.

종태 (지율 째려보며 눈 욕, 다시 차분하게) 은석아.. 그 몇 년 전에, 여기 여대 앞에서 칼 쓰던 놈, 그때 못 잡았지? (다들 돌아보고)

은석 커터칼... 이요.. 못 잡았죠. 한동안 잠잠했습니다 (핸드폰 문자 시작)

종태 생활 안전에 연락해. 그 놈 마지막 신고 날짜하고, 이 새끼 군대 간 거, 휴가 나온거, 대조해 보라 그래. (은석 이미 문자 끝냄 “예”)

시환 여대 앞에 커터칼이요?


종태 한 3년..? 쯤 전에, 정류장, 골목, 하숙집 앞... 여대생들 뒤따라 다니면서 칼로 긋는 놈이 하나 있었어. 주로 옷이나 가방 같은 걸 찢어. 지나가면서 스윽... 훅... 그러다 가게에도 들어가고, 속옷이랑 여성용품 같은 거, 쭉쭉 찢고 도망가고.. 나중에 학교 안에 도서관, 화장실... 강의실에도 다 돌아다녔지. 칼로 벽이랑 책상이랑 다 긁어놓고.. 별 소이 다 돌았었어.

시환 못 잡았어요? 목격자 없고?

은석 잠깐이었습니다. 신고 몇건 들어오고 수사 시작하면서 순찰 강화했는데.. 학교 차원에서 학생들이랑 주민들이 같이 자율 방범대를 짰어요. 안전 귀가 서비스 시작하고.. 그러고나서 바로 조용해졌어요.  

종태 도망간줄 알았더니, 군대를 갔다.. 말이 되네. 개버릇은 그대로고...

시환 근데, 만약에 날짜가 맞더라도, 그 놈이라는 결정적 증거는 없는 거네요.


종태 없지, 아직은 없어. 그래도 이제부터 감시할 놈이 하나 생기는 거잖아. 실물로, 현실로, 눈 앞에 따악... 고스트 쫒는거에 비하면 하늘이 도운거야 (지율 본다) 나중에라도 잡아넣어야지 꼭. 그때는, 이번보다 조금 살살해라. 놈만 잡으면 되지, 너까지 같이 감방 갈 필요는 없잖아.

지율 그럼 먼저 가서 잡던가. 난 살살 못해요. 그런거 잘 안해봤어요

종태 (쯪쯪) 자랑이다. 미국 경찰은 맨날 그렇게 후두려 패냐?

지율 (혼잣말) 뭐하러 패.. 그냥 쏘지..  


석호 (마무리) 저쪽 팀에서 곧 거주지 수색 갑니다. 다녀오면 뭐라도 더 알게 되겠죠.

종태 아아, 거기 잠깐! 수색 말입니다... 우리 송곳이는 그렇게 저쪽 팀에 뺏긴다 치고, 우리는? (석호 본다) 우리 거는 진짜 수색 안 가요? 아, 영장 안 해줘요? (석호 외면) 이 팀장님! 전화 한통만 해달라고요! 언제까지 모른척 할거야?

석호 (짜증 꾹) 영장이 왜 안 나오는지, 아시지 않습니까?

종태 그러니까, 증거 부족인데, 나도 알아, 근데 그 부족한 증거를 찾을려면 영장이 있어야 할 거 아닙니까? 가끔은 앞뒤를 좀 바꿔서 생각해 보라고요!  

석호 참고인 조사 먼저 하세요.


종태 아이 씨, 그런거 부르면 눈치 까고 튄다니까요! 이번이 마지막이야. 아버지한테 전화 한통 하는게 뭐가 어려워? (은석 말리고) 놔봐, 빽 좋다며 왜 안 써? 나는 줄이 없으니까 쓰고 싶어도 못 쓰잖아! (석호 일어나 자리로 간다) 팀장님! 이 자식은 낌새채면 지네 나라로 튄다구요. 출국 금지도 안 해주고, 영장도 안 주고, 뭐 어쩌라고?   

석호 매뉴얼대로 하시는게 맞습니다. 확실한 증거가 있어야,

종태 그러니까.. 그 확실한 증거 가져다 드릴테니까, 전화 한번만 해달라고, 응? 잘난 부모 찬스 한번만 쓰자니까요! 현장은 매뉴얼대로 되는게 아니라구요, 좀? 검사 부모 뒀다 뭐해? 액자에 넣어놓고 가족사진으로만 쓸꺼야? 어? (석호 불쾌)  

은석 (잡아끈다) 형님, 가세요, 할 일 많아요

종태 진짜 많아, 나 할 일 엄청 많으니까, 팀장님이 이거 하나만 도와달라고! (끌려가며 소리 작아지고) 이 새끼 튀면 팀장님 잘못이야! 알어? 내가 경고 했따!  


(둘 나가고 문 쾅. 눈치 시환, 과자 집어 먹으며 자리로 가는 지율. 무관심)


석호 (어색, 가다듬고, 둘을 본다) 강 형사님, 상처 어때요?.. 그 전에 꺼랑, 다..?  

지율 (과자 꿀꺽) 음, 첫날 맞은건, 가라앉는 중이고, 둘쨋날 찔린건, 걸을만 합니다.  

석호 부상 잦으면 위험해요. 쉽게 생각하지 말고, 병원에서 시키는 대로 해요. 혈전 안 생기게 잘 체크하고... (시환 보며) 고시원 사건 참고인 만나신다고요? 그냥 그렇게 종결하는 거니까 말씀들 잘 나누시고, (지율 본다, 일어나 나갈 준비) 두 분이 마무리 하세요.

시환 (절도있게) 예, 다녀오십시오!

석호(가다 멈추고 본다 피식, 시환 ?) 아, 아니, 그냥.. 신기..해서요.. (헛기침) 류 형사는, 아직도 애기 같애요, 얼굴이.. 동안인가.

시환  왜요.. 진우형이 또 뭐라고 해요?


석호 아니요, 그런 거 아니고.. 학교 때 별명은 전부터 알고 있었고.. (시환 실망 에효..) 그냥, 동생, 같애서요. 왜 그런거 있잖아요, 어릴적에 알던 동생이.. 이렇게 많이, 잘 커서 보니까, 귀여워서..   

시환 (삐짐, 정색) 귀엽다는 말 안 좋아합니다

석호 미안.. 내가, 윗분들하고만 일하다가 현장은 처음이라, 후배들 보니까 반가워서 (시환 삐죽 외면) 자랑스러워서.. 아니 그, (버벅, 갑자기 생각남) 화장실 송곳, 거기, 현장에서, 혼자 일 다 했다고... 문 형사님이 칭찬 많이 하시더라구요. 류형사 일 잘한다고.. 그 분이 누구 칭찬하는 사람 아니잖아요, 아까 봤죠? 나 막 까는 거. (시환 본다, 안쓰럽..) 괜찮아요, 문 형사님 말씀이 맞아요, 내가 행정만 하다가, 여기는 초짜에요. 많이 배우고 있어요. 좋은.. 분이에요... 갔다올께요 (서둘러 나감).

시환, 지율 ?? ... 다녀오십.. 시오..? (이미 없음)


7 (같은 시각) 경찰서 밖 화단. 담배 피우는 종태


은석 형님은 가족 얘기를 왜 해요? 이 팀장 사이 안 좋은 거 다 아는데?

종태 사이가 안 좋기는? 싸가지 없는 놈. 지가 혼자 잘나서 부모 연 끊고 나와 사는 걸 뭐 자랑이라고.

은석 뭐가 됐든, 얼굴 안 본다는 사람한테 왜 자꾸 전화 부탁을 해요?

종태 그러니까 한번 탁 안면 깔고, 아버지 오랜만에 전화했습니다, 영장 하나 주세요, 그게 뭐? 일이잖아, 그것도 못해?

은석 그게 무슨 일이에요, 청탁이지.

종태 청탁이라도 필요하면 해야될때도 있고 그런거야. 검사장이라며? 어머니는 판사고오? 야, 남 일도 아니고, 지네 팀인데... 영장 하나 안 나와서 질질 매는데 좀, 힘 좀 써주면 안 돼?

은석 안돼요. 괜히 가만있는 사람 긁지말고 우리끼리 해요.


종태 편 드냐? 유유상종이라고..?

은석 하.. 그 얘기 할 줄 알았어

종태 다 큰 자식들이 기껏 키워서 서울대, 경찰대 보내놨더니 하는 짓들 좀 봐라. 왠만하면 니들이 맞춰드리고 살아야지. 자식 새끼들이 컸다고 부모를 안 봐? 너네 그러는 거 아니야, 특히 너!  

은석 (못마땅. 딴곳 시선)

종태 금수저에 다이아까지 박아서 입에 물려주면 뭘해, 지가 싫다고 뱉어내는데? 아직이야 젊으니까, 맨손으로 흙 파먹어도 살만하다 그거지?

은석 (고개 돌림 손 휘휘) 담배나 끊어요

종태 짜식이, 형님이 말씀 하시는데? (발로 차는 척)

은석 해볼래요, 나랑? (한쪽 다리 든다)

종태 (바로 내림) 싫어, 부러져. 내 나이에는 안 붙어.


은석 (다리 내리고 웃음) 그래서, 그 초콜렛 공장은 어쩌시게요?

종태 어쩌긴, 덮쳐야지. 언제는 영장이 범인 잡았냐, 다 우리가 잡았지.

은석 만약에 덮쳤는데 아니면, 이석호 팀장이 많이 곤란해질 거에요.

종태 맞아도 곤란하지, 영장 없이 질렀는데.. 어쨌든 우리는, 증거 찾아 들이밀면 되는거고... 난 분명히 얘기했어, 영장 내놓으라고! 지들이 안 준거야. 솔직히 말이 되냐? 증거를 찾을려면 영장을 먼저 줘야지, 확증이 있어야 영장 나옵니다.. 그저 지들 생색만 낼려고. ㄱㄴ 몇개 찍어주는게 뭐가 어려럽다고.      

은석 차라리 마약반에 다시 한번 부탁해보는건..


종태 야, 너처럼 죽어라 여기저기 부탁만하다가, 범인은 언제 잡냐? 걔들도 똑같애. 뭐라도 들고와야 지들이 납시신다잖아. 그럼, 그 뭔가를 들고 올려면 훔쳐오던가, 쳐들어가야되는거고, 쳐들어가는데 미안하지만, 오늘은 가진게 없으니까 빈손으로 갑니다.. 그거 문제되면 그때는 이석호가 알아서 할 일이고. 아 팀장 수당 받잖아. 회식도 한번 안 하는 팀장이 다 책임지라 그래.  

은석 (내키지 않는 얼굴)

종태 참나, 뭐 왜? 이제와서 뭐 동기 사랑, 끈끈한 의리라도 생겼냐? 일 얘기 말고는 입도 뻥끗 안하는 것들이... 걱정마. 우리 다 죽어도 이석호는 안 죽어. 누가 걔를 건드리냐? 서장이 이뻐 죽던데, 다 막아줄거야.


은석 서장님은 애들 다 이뻐 하시잖아요. 류형사랑 강형사도 많이 챙기시던데

종태 급이 다르지. 이석호 아버지가 서장 직속 선배고, 둘이 맨날 사바사바하는게 뭔가 꿍꿍이가 있어. 본청에서 잘 나가던 애 일부러 여기 내보내서 팀장이니 뭐니 밑바닥 보게 하는 것도 그렇고... 날개가 될지 똥이 될지 모르겠지만, 뭐라도 쳐발라서 올리겠다 그건데... 아, 몰라. 빽 없는 우리나 챙겨 (담배 끄고 일어나 계단 올라간다) 지율이는? 두유는 잘 먹냐? (은석 예..?)


8 CUT TO

(건물 안, 계단, 인사하며 지나는 사람들, 데스크 이찬호, 일어나 인사, 종태 은석 반갑게 손인사 지나고. 엘리베이터 앞에 사람 많다. 둘, 계단으로)


은석 (따라가고) 어떻게 알았어요? 아, 눈치 하나는 참.. 쓰레기통 뒤졌어요?

종태 뒤지기는, 그냥 눈에 보였지. 매일 아침 두 개씩 먹는 놈이 오늘은 빈 통이 세 개, 그 시간에 출근하는 놈은 너 하나, 그렇다면 나머지는 거기에 살림 차린 그 놈. (힐끔) 왠일이야 애들 먹을걸 다 사주고.

은석 있는 거 줬어요. 형님이 하도 구박해서 애 뛰쳐 나갈까봐, 전투 식량 좀 나눠 먹었습니다.

종태 그 놈은 지발로 안 나가. 뭔가.. 여기에 바라는게 있는 것 같아.. 봐라, 나갈 놈들은 정해져 있지. 빽 좋고 머리 좋은 것들... 이석호, 그리고 너.  


은석 잘 하고 있는데 왜 자꾸 나가래요?

종태 빨리 가, 왜 여기서 썩어? 너 빨리 로스쿨 가서, 우리 빽 좀 되어 달라고. 검찰하고는 도저히 박자가 안맞아서 일을 못하겠다.   

은석 이 팀장 시켜요

종태 그 자식은 우리 편이 아니잖아. 애당초 피가 다른 걸.. 걔는 주워온 자식이야. 잠깐 우리가 키우고 있는거지, 결국은 본가로 돌아갈, 그 집 자식... (난간 잡고 헥헥..) 아, 당 떨어져.. (다시 오른다) 가자, 얼른 가서 초콜렛 좀 얻어먹어야겠다.


9 외곽


풍경. 새소리. 나무가 우거진 조용한 한정식 집. 몇 대 안 되는 차량들이 선 주차장. 복도를 지나 방문이 열리면, 단정한 직원들, 음식이 들어오고 방안에 석호와 마주앉은 서장.


서장 한식 괜찮지? 난 아침은 밥이 좋더라.

석호 간단히 식사하자고 하셔서 정말 간단 할 줄 알았습니다.

서장 간단히 뭐? 해장국? 요즘 내가 술도 끊고 그래서.. 제대로 먹어야지. 건강 챙겨야돼. 들어, 천천히 꼭꼭 씹어 먹자고.  

석호 (한술 뜨며) 무슨 일 있으십니까? 혹시 강지율 경위 일이라면...

서장 아니야, 일 하다보면 그럴수도 있지. 많이 안 다쳤으면 됐어. 지가 감당 할 수 있을만큼만 하라그래. 딱.. 거기까지는 죽어도 해야 되는 놈인 것 같으니까, 왜 가끔 있잖아, 그런 애들.. (식사 권한다) 이 팀장 책임이 커졌어. 팀이라는게 그래. 다 차은석이 같 수는 없잖아. 이런 놈도 있고, 저런 놈도 있고..   


석호 (말없이 식사)

서장 (힐끔) 내가 들은게 있어서 좀 알아봤는데 말이야, 강지율이가 정신과 치료를 받는 다는데 알고 있나?

석호 따로 전달받은 건 없었습니다.

서장 지시가 내려갈 정도였으면, 특채로 뽑지는 않았겠지. 이번에 다시 찾아보니까, 비상시 연락처가 오세영이라고 써있더라고. 지 상담하는 주치의야. 가족도 없고, 친구도 없고... 그게 가능하다고 보나?

석호 한국에 온 지 얼마 안되었다고 들었습니다.

서장 그렇다고 대한민국에 아는 사람이 주치의 한명이야? (석호 답 없고) 그리고, 그 오세영이가, 알고보니 예전에 내가 데리고 있던 애더라고. 일 아주 잘하고, 차분하고... 주로 자살자나 인질 협상 맡던 아주 똑똑한 친구였는데... 자네를 안다고 하던데? 경대 후배라며?


석호 (잠시 생각) 맞을겁니다. 유학다녀오고, 경찰 관련 업무를 한다고 들었습니다.    

서장 그래, 걔야. 외상후 스트레스, 자살 증후군, 그런거 상담하는데, 강지율이가 거길 다니더라고. 어려서 큰 사고가 있었다는데 알고 있나?  

석호 아니요, 몰랐습니다. 그런데 왜 갑자기..

서장 (망설) 만약에 강 형사가, 다 좋다고 치자. 일 잘하고, 눈썰미 좋고, 뭐든 다 잘한다고 치고, 그러나 한가지, 정신 건강에 문제가 있다면 어쩔건가?

석호 하지만, 경찰이라는 직업 특성 상, 정신과 치료는 크게 문제가 될 사항은 아닙닌다. 오히려 업무상 재해에 속하는..

서장 그래, 그렇지, 맞아. 자네가 맞는데, 만약에라도, 경찰로서의 일정 범위를 넘어서는, 심각한 정신과적 문제가 있다면... (석호 본다) 내 말은, 용의자 뿐 아니라 자네나 우리 동료들이 위험해질수도 있어. 민간인들이 다칠수도 있는거고..


석호 그게.. 주치의 의견입니까?

서장 아니, 아직은 아니고..내 생각이야. 걱정되서.. 이상한 놈 있으면 문제 생기는 건 안봐도 뻔하니까. 그래서 말인데, (연락처 준다) 자네가 알아봐. 직접 오세영이 만나서, 애 상태가 어떤지, 요 며칠 사이에 보여준 그런 폭력들이 지금 앓고 있는병하고 연관이 있는지, 약 처방이나, 다른 치료가 필요한건지..

석호 하지만 서장님..

서장 (단호. 끊는다) 알아. 자네들 세대에서는 사생활이야. 윗사람이라고해서 함부로 개인의 병원 기록까지 뒤질수 없습니다.. 그 말이 하고 싶은거지? 근데 이건말이야, 공무야. 나랏돈으로, 걔 두 손에 총을 탁, 쥐어줬다고. 국민의 안전을 지키라고 주는거지, 지 스트레스 라고 멍석 깔아줄수는 없어, 안그래? (석호 할말 없다)


(타이른다) 지금 당장 자르겠다는게 아니라, 만약에 치료가 필요한거면, 조금 편한데로 보내서 치료부터 받게 하던가, 원래 미국 경찰 하던 놈이니까 본청에 인터폴로 가던가.. 지하고 더 잘 맞는, 좋은데로 보내는 것도 방법이다, 그 얘기야. 의사 얘기 들어보고, 자네가 결정해. 그건 팀장의 권한이야. 내보낼지, 데리고 있을지.. 나한테는 결과만 알려줘. 대신, 그에 따르는 책임은 자네가 지는거야.


(반찬 밀어주고, 연락처 밀어놓고) 폭탄 터지는데 아픈 애 세워 놓지 말고, 잘 생각해 보자고. 문제가 있는 놈이면, 자네나 나나, 도움 될 게 없어. 특히 자네는.. (석호 본다) 올해는 시험 봐야지?           


석호 생각 없습니다.

서장 아버님 때문이 아니라, 내가, 우리가, 필요해서 그래. 언론에서 뭐라고 해도, 다 지들 입맛대로 이랬다 저랬다 하고.. 수사권 독립은 했어도 여기저기 골머리 썩어. 우리 쪽이 좀 더 파워가 있으려면, 그래서 좀 더 신뢰를 얻으려면, 경찰 출신 판검사가 필요해. 지금 몇 명 겨우 손에 꼽히는 걸로는 택도 없어. 자네도 알잖아.   

석호 (식사만)

서장 졸업했고, 의무기간도 다 채웠고, 눈치 볼거 없이 큰 데로 나가야지. 이게 적성인 친구들이야 경찰서 앞마당에 뼈라도 묻겠지만, 자넨 아니잖아. 능력 되겠다, 집안 되겠다.. (석호 본다, 눈치) 그거 하라고 여기까지 끌고와서 현장 경험 해보는 건데, 이제쯤 하는 척이라도 해야지. 너무 기다리게 하지 말고.


석호 제가.. (한마디 꾹 참고) 결정.. 하겠습니다.

서장 어, 그럼, 그래야지, 좋아. 다 좋은데, 너무 오래 끌지 말자고. 자네 뒤로도 애들 훌륭해. 당장 차은석이 있지, 강진우 있지... 방심하다 추월 당하지 말고. 지금까지는, 자네가 일순위지만, 밥그릇 싸움에는 선후배 없어.  

석호 (지이잉... 전화 온다, 서장 받으라 끄덕) 예, 접니다.


전화 목소리 /F/

종태 이석호 팀장님, 저희 지금 초콜렛 몇 개 얻으러 갑니다. 어떻게, 한 상자 챙겨 드릴까요?


석호 (발끈, 그러나 낮게) 영장도 없이 어딜 가십니까? (서장 찌푸린다)


전화 목소리 /F/

종태  그놈은 팀장님이 구해 오세요. 내가 달라고 그렇게 졸라도 안주네. 아무리 말세래도요, 내가 영장을 위조 할 수는 없잖아요, 안그래요? 손 놓고 기다리자니 다 잡은 놈이 훅 꺼져 버릴것 같고.. 팀장님 믿고 먼저 갑니다. 알아서 해요, 오던가 말던가. 45분 드립니다. 위치 알죠?


석호 뭐하시는 겁니까? 위법인거 아시죠?


전화 목소리 /F/

종태  법은 팀장님이 알아서 하고, 나는 내 할 일 합니다. 그만 끊어요, 뜸들이다 초코렛 녹아요 (끊김...)


석호 잠깐, 여보세... (한숨)

서장 누구? 또 강지율이야?

석호 아닙니다. 문 형사님이.. 영장 발부가 거부된 건인데 무시하고 그냥 들어가시겠다고..

서장 무슨 사건인데? 상황이 급하면 긴급체포라도 해야지.

석호 긴급 체포에 해당 되지 않습니다. 주소지도 분명하고, 범죄에 연루되었다는 직접적인 증거도 아직 없습니다.

서장 그럼 도주나 증거 인멸 가능성은?

석호 확실치 않습니다.

서장 확실치 않다... 그럴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

석호 그건.. 문형사님 관점으로는..


서장 그 놈이, 무대포라도 아주 빈 놈은 아니야. 뭔가 있으니까 밀어붙일 텐데, 무슨 사건이야? 내가 알고 있는 건가?

석호  아실겁니다. 지난 봄에 있었던, 퀵 서비스 배달원 사망 사건입니다. 모텔에서 발견되었고, 생활고로 자살한다는 친필 유서가 있었구요, 실제로 월게 계약기간 만료 전에 보증금을 돌려달라고 집 주인과 다투기도 했습니다. 사망 전에 4개월 전 부터 모텔을 옮겨다니며 생활 했습니다.

서장  어, 생각나. 그 친구가 배달일 하면서 마약을 팔았지? 온라인에서..

석호맞습니다. 그 사건입니다. 배달하던 물건들 중에 마약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거기서 조금씩 빼내거나 물건을 바꿔치기하는 수법으로, 약을 훔쳤습니다. 그것 때문에 쫒기게 되고, 자살로 위장한 죽임을 당한 것으로 추정되었습니다.

서장 근데 그 사건이 왜? 그때 다 잡아들였는데?


석호 문 형사님이 강력 계실때라서, 마약반하고 함께 사건을 맡으셨었는데요, 관련자 30여명을 소환해서 조사하던 중에, 증거 불충분으로 풀려난 한 초콜렛 회사를 아직 의심하고 계십니다. 거기에서 마약류를 선물용 초콜렛으로 둔갑시켜 유통하고 있다고 생각하십니다. 그래서 수색영장을 신청는데 거절 당했습니다.

서장 종태가 가진 증거는?

석호 없습니다. 이미 두 차례나 공장을 수색해 물건들을 압수했지만, 아무것도 찾지 못했고, 사장과 직원들도 음성입니다.  

서장 그럼에도 계속 의심하는 이유는?


석호 사망한 배달원의 소지품에서, 그 회사가 사용하는 것과 유사한 가짜 포장지가 발견되었고, 사망 전 1년여 동안 그 한 곳에서의 배달 주문이 유독 많았습니다. 임대 상점이 없이 온라인으로만 거래를 하는데, 고객의 요구대로  특별 제작하고, 가격대가 터무니없이 많이 비싸다, 생산량이 한정되어있는데 몇몇 특정인들이 반복적으로 구매한다, 뭐 그런 것들입니다.

서장 자네가 종태 의견에 반대하는 이유는?

석호 제가 보기에는, 유명세를 타는 맛집이 가진 일반적인 특징입니다. 사장이 벨기에 출신이라 가격이 더 많이 부풀려졌을거고, 검찰에서도 더 이상 수상한 점이 없으니까 영장을 거부했을거라 생각합니다.

서장 검찰은 검찰 입장이 있는거고.. 자네는 자네 입장이 있어야지. 담당 검사가 누구야?

석호 서울 지검 형사 3부 장승주 검사입니다.


서장 형사 3부.. 아버님 직속이네? 그래서 전화 한통 안 해봤나?

석호 그건 ...

서장 공은 공이고, 사는 사야. 분명한 사람이 이번 일은 왜 사적인 감정만 넣었을까. 문형사 혼자 힘으로 힘들다는데 자네가 나서줬어야지. 아들이라서가 아니라 팀장이니까.

석호 아버지 때문에 전화를 안한게 아니라, 영장이 발부되지 않을거라서 안 했습니다. 정당한 사유가 없습니다. 이미 수사가 끝난 사건이고, 담당 형사의 직감만으로는 수색 영장을 발부할 수 없습니다.  

서장 그건 검찰 쪽 얘기고, 자네는 경찰이야. 사무실에 앉아서 보고서로 보는 거랑, 현장 나가서 실체를 보는 거랑은 많이 다르지. 게다가 자네 팀 일이야. 되든 안되든 검사한테 전화 한번 넣어주는게 많이 불편했나?   

석호 개인적인 친분을 이용해서 안되는 걸 되게 해달라는..


서장 (자상한) 석호야

석호 ... 예..?

서장 네 말이 맞아. 안되는 건 안 되는 거야. 네가 전화 했어도, 정말 안되는 거면 안 됬을건데, 여기서 중요한 건 그게 아니라, 너희 팀이 너에게 도움을 요청했는데, 네가 들은척도 안했다는 거야.

석호 ...

서장 나는 네 사정 알지. 성격 곧은 네가... 아버지한테 굽신거린다는 생각이 들었을수도 있고, 그딴 도움없이도 일만 잘 한다, 그런 마음도 있었겠지만.. 근데 중요한 건, 첫째, 네가 네 팀을 믿지 않았고, 둘째, 그래서 결국 너도 네 팀원들의 신뢰를 얻지 못했다는 거.. 아닌가?


(석호 여전히 말이 없다) 문종태를 믿니?  


석호 예?

서장 (미소) 문종태를 믿냐고? (석호 어리둥절) 너 말이야, 진짜 범인 잘 잡는 수사관이 되려면 꼭 받아야하는 두가지가 뭔지 알아? (석호 생각, 고개 가로젓는다) 첫째는 제대로 된 훈련이고, 둘째는 신내림이야.

석호 신.. 내림..이요?

서장 이 세상 범죄는, 너희들처럼 학교에서만 배워 가지고는 절대 풀 수 없는 게 많아. 문종태는, 너희들한테 없는 신기, 똘기, 오기를 다 가졌어. 강력팀 30년이면 무당보다 촉이 좋아. 믿어. 종태는 믿어도 돼. 그 놈한테는 이유 같은 게 잘 없어. 지도 몰라, 아주 단순해. 촉이 시키는 대로 하는 거야. 그냥 믿어봐. 그래야 그쪽도 너를 믿지.


(석호, 복잡한 표정. 전화기만 만지작거리며 고민한다. 서장, 보며 지긋이 웃고.)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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