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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소운 Mar 20. 2023

3.2 곰 세 마리

모두가 다 행복했을까?

씬 10 사무실

시환과 마주앉은 중년 여자. 평범한 옷차림, 많이 꾸미지 않은 외모, 밑창이 두툼한 하얀 운동화. 지율, 종이컵에 물을 가져다 주고 멀찌기 떨어져 앉는다


시환 그러니까, 같이 사시는 남자 분이 의심스럽다, 자작극이고, 어머님을 겁주려고 일부러 그러는거다, 그 말씀이시죠? 새아버지 되시는 그 분이?

딸 새 아버지는 무슨... 그 결혼 자체가 수상하잖아요. 정말 아무도 몰랐어요, 혼인신고만 하고 살았대요. 어느날 갑자기 '우리 결혼했다' 그러시더라구요. 그 인간이, 처음부터 돈만 본거에요. 세상에 한두살도 아니고 18살 많은 여자가 뭐가 좋겠어요? 안그래요? 그리고 얼마전에, 자기 애들이 터키에 사는데, 한국으로 데리고 온다고 비자 서류를 해 달라고 했대요. 처음부터 그럴려고 접근 한 거야.   

시환 가족이 전부요? 애들이면, 애들 엄마는요?

여자 뭐, 이혼하고, 재혼하고.. 거기도 복잡해요. 자기는 여기 살고, 애들은 거기에서 엄마랑 살다가, 재혼했는데 암 이래나... 그래서 애들이 오면, 한국 국적 받는 거죠? 그게 목적인가? 유산 받을려고?


/Ins/ 카페에서 우는 여자, 달래는 남자..


시환 유산이요?

여자 안그래도 그거 한번 여쭈어볼려구요. 법적으로 정말 그래요? 우리 엄마가 죽으면, 남자가 젊으니까.. 법적인 남편한테 돈이 가는거고, 그 남자가 죽으면 그 남자 애들이 다 받아요? 한국 국적으로 바꿔놓으면, 정말 그쪽이 자식이 되요? 우리 애는요?

시환 그래서 재혼 반대하셨어요? 유산 때문에?

여자 (손짓) 아우, 아니에요, 저는 그런거 필요 없어요. 그거 뭐 얼마나 한다고.. 그냥, 아버지도 아니고, 엄마가 무슨 재혼을 해요, 그 나이에.. 동네 창피하고, 애 보기도 그렇고..  


시환 어제 통화 하실 때, 결혼 무효 소송, 사기 결혼, 매매 결혼, 그런거 상담 받을 수 있나 물어보셨죠? 아직도 어머니 재혼이 불만이세요?   

여자 아니, 불만이라기 보다는, 얼마전에 누구랑 얘기하다가.. 제가 친자식이잖아요. 딸이고 결혼했지만, 상속권이 있는거구요. 진짜로, 그거 우리 아버지 돌아가시면서 남긴건데 왜 그 사람들이 받아요? 말도 안되지? 이런거는 소송이라도 해야죠.


(시환 한숨, 지율 다가온다)


지율 본인이 받으시게요?

여자 낡았어도 서울인데... 건물이랑 집이요. 월세도 들어오고, 아니, 얼마 안되는거 아는데, 저도 애가 있고, 학원비도 내야되구요..

지율 상속 받으시면, 거기에 딸려오는 빚도 같이 넘겨받으시는 거 아시죠?

여자 그거 얼마 되겠어요? 그럼요, 세금도 제가 내고, 대출 정도야 뭐..

지율 대출 하나도 없으세요, 다 갚으셨어요.

여자 (화색) 어머, 그래요? 잘됐네요, 얼마전까지도 돈 좀 빌려달라고 전화 하더니..

지율 건물 팔아서 갚으셨어요.

여자 예에?? 누구한테요? 그 놈이죠? 그 놈이 사기친거죠? 자기 명의로 바꿨어요??

시환 아니구요, 그 아래 카페, 그 분이 주인이세요. 벌써 1년이 다 되어가는데 모르셨어요? 건물 수도관 터져서 안에 공사하면서 살고 계신 빌라까지 넘어갈 갈 뻔 했대요. 현재 남편되시는 분이 자기 돈으로 막고, 건물은 지금 고시원이 임대에요. 카페가 주인이고.. 올 겨울 전에 다 내보내고 문 닫으신대요.     

여자 미쳤어.. 집도 그 남자 꺼 에요? 우리 엄마 개털 만들고?


(시환 당황, 개털이라니..)


지율 그 반대죠. 어머니 개털 되실거 그 분이 도와주신 거에요. 은행 빚 갚아주고, 집도 안 날리고, 일도 이제 그만 두시게 하고..

여자 아니, 왜 일을 지맘대로 그만두게 해요, 뭐 먹고 살라고? 지가 뭔데? 코딱지만큼이라도 남는게 있을건데, 왜 지가 난리야?

지율 어머니랑 안 친한가봐요, 이렇게 큰 일들을 여기와서 들으시네요.

여자 그.. 그 남자랑 산다 그런 다음부터는.. 좀.. 아니 그래도, 내가 친딸이고, 나도 상속권이라는 게 있는데, 그런거 막 자기들 마음대로 처분해도 되요? 이런거는 어디다 고소해요? 경찰서에요 법원이에요? 내가 처음부터 그 놈이 수상했다니까요. 얼른 추방시키고, 재산 다시 찾을거에요. 미쳤나봐, 이 노인네가..

시환 안 미쳤구요, 그 분 이제 한국 사람이라 추방 안 되구요. 부동산은 합법적으로 매매하신거라 되찾지 못해하십니다... (머뭇) 아주머니...!! 어머니가 어제 저한테 전화 하셨어요!

여자 엄마가요? 형사님께요? 왜요?

시환 (한숨, 서류를 한뭉치 꺼낸다) 이거, 이게 다 형제 고시원 신고 접수 한거에요. 보여요? 불법 동물 사체 유기, 혐오 범죄 의심됨, 혐의자 명단, 주변 탐문... 작년 한 해에만 총 17건. (여자 본다) 그런데요, 그 17건 중에, 어머님이나 재혼하신 남편분이 신고하신게 하나도 없어요. 무슨 말인지 알아요?

(여자 멀뚱) 어제 밤에 전화 하셔서, 신고 들어온거 다 없던 일로 해달라고, 자기가 고시원 주인인데, 더 이상 조사 원하지 않는다고, 한번도 원한적 없었다고, 따님 불러서 조사하지 말래요.

(여자 눈빛 불안) 그거 다 따님 짓 인거 알고 계신다구요, 아시겠어요?  

여자 (먼산. 대꾸없다)

시환 (파일 덮고) 어린 애도 아니고, 뭡니까 이게? 본인도 자식 키운다면서요? 징그럽게 그런 장난을 쳐요? 그거 처벌 대상이에요, 어머님이 처벌을 원치 않으신다니까 이번에는 넘어가는데..

지율 (들으라고 혼잣말) 왜 넘어가? 나 같으면 확 쳐 넣을건데. 사람들 참 이상해..  

여자 (지율 외면, 시환에게 낮은 소리) 저기, 그러면 이거 저는, 벌금형인가요?

시환 아니요, 그냥 가시래요. 처벌 안 하신다구요, 고소인이 없으니까 벌금도 없고, 그냥 어머니 댁에 가셔서 싹싹 빌고 사과해요. 몸도 안 좋은 양반한테 뭡니까?

여자 (머뭇)

지율 (삐딱) 집안에 당뇨있죠? (여자 돌아본다) 모계 쪽으로.. 심해요? 그 연세가 아닐텐데 벌써 그 신발을 신으시네.. (여자 자기 신발을 본다, 부상 방지용 신발) 쓸만하면 하나 사들고 가던가, 가서 벗어주고 오던가. 외출하신지 오래 되셨대요. 안과도 좀 같이 다니고.. 잘 안보이신다는데.    

시환 가세요, 가족끼리 알아서 해요.


(여자 쭈삣.. 일어나 대충 인사하며 문쪽으로. 아무도 쳐다보지않고 조용. 문 콩..)


지율 (의자에 앉아 홱 돌리며) 아, 짜증나... 뭐야 이게.. (빙글빙글) 아침 내내 한게 하나도 없어.. 아까 문형사님 따라 갈 걸.

시환 선배 오늘 반차 썼잖아요. 출동 안가세요. 아까 병원 갔던거 잊었어요? 살살 해야지, 염증 생기면 큰일난다고.. 약은 먹었죠?

지율 (의자 멈춤, 시무룩) 네..

시환 저 이거 보고서 써야하는데, 심심하면 같이 보실래요?

지율 아니요.. 뭘 잡아 넣어야 보고서도 쓸 기분이 나지요.

시환 오늘이 제일 좋은 날 같은데 왜요? 치고 받고 큰 사고 없지, 가족간에 화해 할 거지, 문 형사님 없어서 조용하지... 행복합니다. 안그래요?

지율 안 그래요.. 난 엄청 지저분한 가족의 실체를 본 것 같은데.

시환 뭐가요, 아니에요. 좋게 보세요. 세상은 아직 아름답습니다.

지율 (시계 보고, 일어남) 저 갔다올께요. 수고!

시환 (아쉽) 예, 걱정말고 푹 쉬고 오십시요.

(지율 나가고 시환 워드 작업)


씬 11 디졸브 / 출동 / 자동차


은석 운전하는 뒤로 신참 순경 둘 긴장하고 앉아있다, 여유있게 폰을 보는 종태


순경1 문 형사님, 근데 저희는 정말 뭘 해야하죠? 진짜 가만히 서있으면 됩니까?

종태 그렇다니까. 그냥 문앞에 서있기만 하면 돼. 나랑 차형사가 알아서 해.

순경2 상부에 보고를 안하고 나왔는데, 괜찮을까요?

종태 너네는 퇴근한거잖아. 뭘 보고해? 내가 상부야, 괜찮아.


(두 사람 불안한 눈빛, 은석 본다. 신경쓰이지만 아무말 없이 운전)


종태 걱정되냐?


순경1,2 예

종태 아무일 없어. 쫄지마. 야, 오바타임은 내가 주는 거야. 응? 끝나고 삼겹살집 가자.

순경 1,2 예...


/E/ 내비

/백오십미터 전방, 두 번째 사거리에서 우회전입니다/


은석 이 팀장 온대요?

종태 몰라, 오던지 말던지.. 아까 이후로 연락 없어. 지나 나나, 시말서 하나는 각오해야 할건데, 급한 놈이 길을 내겠지. 법대로만 사는 놈.

은석 오늘, 진짜 살살 하세요, 우리 영장 없어요.

종태 크흐흐.. 야, 얼굴 풀고 말해. 가뜩이나 니입에서 나오니까 꼭 ‘우리 연장 없어요’로 들린다

은석 장난하지 마시고.

종태 알았어. 나야 항상 살살이지. 알잖아, 안전제일... 상대것들이 살살하지 않아서 꼬이는 거야, 다들 나 만큼씩만 매너있으라 그래, 지구에 평화가 와.

은석 (시간 힐끔) 이 시간대는, 별일 없겠죠? 다들 학교 갔거나, 출퇴근.. 사장이 한국말 꽤 하던데, 그런걸로 복잡하지는 않을거고..

종태 복잡할게 뭐 있어? 그 인간, 나랑 잘 알아. 몇 번 조사하느라 얼굴 기억할거야. 좋게 기억하지는 않겠지만.


(잔뜩 긴장한 순경 둘, 은석이 거울로 본다)


은석 거기 두 사람, 긴 풀어요. 범인보다 경찰이 더 겁을 먹었네.


(자세를 바로하지만, 여전히 불편해 보이는 얼굴)


은석 그러게 갑자기 애들은 왜 데리고 와요? 그냥 우리끼리 조용히 가자니까.

종태 야, 그래도 경찰 제복이 딱 버티고 서 있어야 폼이 나지. 기선제압 몰라!

은석 기선제압은 무슨, 애들 토하게 생겼구... (거울 본다, 생초짜들)

종태 애들 어리다고 옷만 들고 와서 걸어놓을 수는 없잖아? 사람도 들어가 있어야지.

은석 형님도 참 4차원이에요, 잠깐 가서 얘기만 하고 오면 될걸..

종태 냅둬봐. 이왕 할 거 모양 딱 ,딱! 잡고 들어가는거야.

은석 누구 더 데리고 올거였으면 차라리 류 형사 오라고 하던가

종태 걔가 무슨.. 걔는 이런거에 폼이 안 나, 기집애같이 실실 거리기나 하고.. 쪼꼬렛 준다그러면 좋아는 하겠다, 얼라들..


씬 12 한적한 골목, 차 들어오고 가정집 앞 주차


종태 순경 둘을 대문 양쪽에 서라 수신호, 은석과 주변을 둘러본다. 대문 옆에 정차된 승합차 – 한강 둔치에 서있던 진한 썬팅, 작은 하트, 고급스러운 필기체 글씨 <유로피안 베스트, 벨기에 수제 초콜렛>


주소확인 은혜로 48-9, 은석 벨을 누르고, 종태, 한번 더 폰을 체크한다. 아무것도 없다. 빈 골목을 뒤돌아 본다


종태 (혼잣말) 이석호 팀장님, 시작입니다. 45분이라고 했을텐데요.. 뭐라도 빨리 들고 오던가, 아니면 이대로 나랑은 갈라 서던가...   


/CUT TO/

철커덩... 대문이 열린다..


씬 13 원주, 요양병원

카메라 멀리 돌고, 풍경, 산속, 휠체어 탄 사람들, 의사, 간호사, 환자.. 나란히 서있는 엠뷸란스, 방문객 차량..


씬 14 /디졸브/ 병실

커튼을 닫아 놓은 병실, 각종 기계에 의지한 남자 환자. 영상 속 체구 좋은 모습은 간데없고, 바짝 마른 팔다리로 구부정하게, 간신히 숨만 쉰다. 입과 코에 연결된 호스, 삐삐삐 작은 기계음, 호흡기를 채웠다 사라지는 옆은 입김사이로 바짝 마른 입술, 움푹 패인 눈을 껌뻑, 지율을 본다


/Cut to/

무표정으로 아버지를 내려다 보는 지율, 화도, 애정도 없는 건조한 목소리    


지율 아빠는 다 알잖아. 나한테 숨기는 거지? 소중한 큰아들하고만 속닥속닥 비밀 이야기.. 도데체 뭐야? 왜 여기까지 내려왔어? 평생 경찰 할거라더니, 엄마 죽인 놈 잡는다더니, 왜 다 포기하고 이러고 누웠냐고?


(아버지 눈만 껌뻑 대답없다)


저 인간은? 지가 뭔데 이제와서 자식 노릇이야? 둘이 사니까 좋았어?


(손가락만 간신히 움직여보지만 지율을 만질수 없다, 지율 잠시 생각 손 잡음)


거봐, 담배 끊으랬잖아. 요새 누가 아빠 나이에 요양 병원을 들어와? 나 이제 겨우 한국 돌아왔는데, 또 버리고 혼자 갈라고?


(아버지 눈에 눈물 고이고)    


왜? 미안해? 그럼 말해. 호흡기 빼고, 똑바로 말해. 누구야? 아빠는 알지? 그 놈이야? 아니면... (차마 못하고 참는다)


창률 (뒤에서) 왔니?


(지율, 아버지 손을 놓고 차가운 표정)


괜찮아 보이시지? 눈 뜨고 계신 시간도 많아지고.. 호흡기 기능이 떨어져서 약을 많이 줄였거든. 자력으로 버티고 계신거야.   


(지율 꾹 참는다)


창률 (침대 옆 테이블에서 서류 봉투 집어 내민다) 이거 다했어, 가져가.


(지율 받지않고, 창률, 지율 앞에 내려 놓는다) 공증 서류야. 상속포기... 얼마 되지는 않지만, 다 네 꺼야. 지금 사는 집만, 그건 내가 아버지한테 산거니까 당분간만 내가 좀 쓸께.


지율 재산 달라고 한적 없어.

창률 알아. 그렇지만, 아버지가 건강하셨을때부터, 그러길 바라셨었어. 나도 그렇고..

지율 또 너지? 너랑 둘이서만 다 결정하고, 나는 가만히 듣기만 하고.. 뭘 또 꾸몄니? 평생 둘이 쿵짝쿵짝.. 지겨워.  

창률 지율아..


(아버지 손가락 움직... 싸우지 마라.. 둘이 본다, 호흡기 줄 옆으로, 눈물이 흐른다)


지율 봤지? 항상 이런 식이야. 아버지랑 너, 둘이 맨날 한편이고, 나머지는 전부 입 꽉 다물고 숨도 못 쉬고 살았어. 니 비위 건들일까봐, 너 폭발할까봐, 니가 우리 죽일까봐!

창률 너, 그때 어렸어. 네가 기억하는 게 다가 아니야.

지율 그래? 그럼 그 '다'를 얘기해봐. 네가 죽어도 말 못하는 비밀, 아버지가 이렇게 되면서까지 숨겨주는 니 비밀! 뭐야? 우리가 너한테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 왜 우리는 이렇게.. (마무리 못하고)  


(아버지 눈을 꼭 감아버린다)


창률 (아버지 보고) 나가자, 나가서 얘기하자, 아버지 다 알아들으셔

지율 됐어, 너랑 할 얘기 없어.

창률 난 있어, 너한테 항상 미안했어. 네가 가진 거, 잃은거.. 그거 다 나 때문인거 알아. 그래서 항상 미안했고...

지율 됐어, 그런 적 없었어. 넌 단 한번도 나한테 미안한 적 없어.

창률 너 어렸다고. 네가 기억하는 것 보다 기억 못하는게 훨씬 많아.

지율 그래, 난 기억 못해. 근데 어쩌지? 지금은 그때보다 더 못해.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아. 그날 이후로, 너 이후로, 난 기억이 하나도 없어. 근데 그것보다 더 싫은게 뭔지 알아? 네가, 아버지가, 나한테.. 죽을때까지 아무말도 하지 않을거라는 거, 죽어서도 아무말 안할거라는 거! 난 그게 더 짜증나.   

창률 시간이... 시간이 조금 필요해. 정리가 되면..

지율 아직도? 그동안 뭐했니? 나 혼자 딴 나라 가서 미쳐 있던 20년동안, 그 잘난 정리 안하고 뭐했어? 나한테 할 말, 내가 들어야 할 말들, 준비 안하고 뭐했는데?


(창률 고개 숙이고, 아버지 눈물만)


됐다. 어차피 둘 다.. 내가 듣고 싶은 말은 하나도 안할거잖아. 그때도 지금도.. 그냥 이렇게 사는거야. 너는 니가 좋아하는 아버지랑, 그리고 너만 좋아하는 아버지랑 둘이, 계속 잘 살면 돼. 어차피 아버지한테 자식은... 처음부터 너 하나였고, 지금도.. 똑똑히 봐, 지금도 너 하나만 남은거야.  


(지율 병실 나감, 남겨진 서류 봉투, 눈물 흘리며 호흡이 거칠어지는 아버지, 어어어... 흐느낀다)


창률 (소름끼치게 조용한 병실, 기계소리, 숨 소리. 창률 덤덤하게 호흡기와 기계를 체크하고, 보호자 의자에 기대앉아 멍.. 아버지 눈물 닦아주고 다시 멍. 한숨. 서랍에서 손톱깎기를 꺼내 또각또각 아버지 손톱을 깎고. 아버지 계속 눈물이 흐르면 결국 창률의 눈에서도 눈물 또르르..)


죄송해요, 아버지.. 저 때문에..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저 때문에..


(끝내 아버지 손을 잡고 오열하는 창률, 움직이지 못하는 아버지 그저 함께 울기만)


씬 15 사무실


혼자 일하는 시환, 노크 소리, 문 보면 찬호, 화상 입은 손


찬호 혼자 계셨어요? (서류 내민다) 오늘은 다들 조용하네요

시환 이런 날도 있어야죠. 좋아보여요, 데이트 가나?

찬호 아닙니다. 퇴근입니다. 이거 전해 드리려구요 (서류).. 멀리 가셨어요?

시환 강 형사님은 병원 가셔야되서 반차 쓰셨구요, 두분은 모르겠어요. 나만 쏙 빼고 어딜 쏘다니는지.. (서류 들여다본다) 이건 뭐에요?  

찬호 여청에서 보냈습니다. 어느 분한테 보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길래, 제가 그냥 들고 올라왔습니다. 실종자를 찾는데, 한국 국적의 필리핀 여성입니다. 8살 아이가 있고, 처음에는 학교에서 아동 방임으로 신고가 들어왔다가, 가정 방문을 해보니, 아이 엄마가 집에 들어오지 않는다고 했답니다. 문 형사님께 드릴까요..?  

시환 아니에요, 제가 볼께요... 아이는 지금 집에 있구요?  

찬호 예, 위험해보이는 상황은 아니었고, 나머지 가족들이 건강이 안 좋아서 그동안 아이에게 좀 소홀했답니다. 따로 보호조치 없어도 될것 같습니다.

시환 (사진본다) 그럼 인제 엄마만 찾으면 되겠네, 꼬맹이.. 귀여워라.. 고마워요, 얼른 퇴근해요.  

찬호 예, 그럼 (경례)

시환 아, 왜 그래? 우리 사이에.. 놀리는 거죠?

찬호 아닙니다. 들어가겠습니다


(찬호 나가고, 시환 뒷모습 본다. 웃음 사라지고, 손으로 자신의 귀 밑으로 흉터를 만져본다. 한숨)


시환 (자리에서 정신 차리고 문자)

/31세 필리핀 여성 미귀가 접수, 청파로 47-가, 가정방문/


씬 16 초콜렛 공장 입구

(대문 열리고 고개 빼꼼)


여자 (경계) 무슨 일이세요?

종태 (산달 가까운 배를 먼저 보고) 아이구, 좋은 일 있으시네요. 예정일이 언제세요?

여자 누구세요?

종태 경찰입니다 (증 보이고) 사장님 계시죠?

여자 안에, 지하 작업실에 있어요. 무슨 일로? 설마 지난 번 그 일 때문에 또 오셨어요?

종태 비슷합니다. 뭐 자주 뵈면 좋죠. 애기는? 언제 낳으세요?

여자 (내키지않음) 1-2주 남았어요

종태 힘드시겠네, 괜찮으세요? 저도 지금은 다컸지만, 애가 하나 있어서요. 사모님 불편하지 않게, 잠깐만, 사장님만 좀 뵙고 가겠습니다. 안에서 기다릴까요? (성큼)

여자 (딱히 말리지도 못하고) 그러세요.. 불러올께요


씬 17 집 안 / 거실

종태 은석 눈으로 스캔, 가구, 가족 사진, 화분, 막 구입한 듯한 애기 용품, 건조대에 걸려있는 아가 옷가지, 커다란 티비, 장식장... 꽉 채워놓은 양주. 각종 술잔


여자 (소파를 가르킨다) 여기서 기다리세요, 제가 내려가서..

종태 아닙니다, 몸도 무거우신데 저희가..

여자 아니에요, 외부인 들어오는 거 싫어해요. 먼지 난다고.. 사람들 먹는 거 라서..


(두사람 멈추고, 여자 거실과 연결된 지하실 계단으로)


종태 (혼잣말) 먼지가 난다... 싫어하겠지요, 먼지가 폴폴 나는데..


두리번거리는 두 사람, 잠시 후 계단에서 발소리, 검정색 요리사 옷을 입은 서양 남자가 올라오고, 뒤따라 걱정스런 얼굴로 따라오는 여자.


종태 안녕하셨습니까? 저 기억 하세요? 오랜만입니다.

게이브 (눈웃음) 안녕하세요? 무슨 일입니까?


(여자, 남편 뒤로와 손을 잡고, 그런 아내에게 걱정말라 토닥, 눈여겨보는 두사람)


종태 보기 좋네요, 애기도 곧 나오고.. 오붓하게 세 식구가.. 장사 잘 되죠? 저희도, 샘플이나 몇 개 얻어갈까해서 왔습니다. 구경 좀 해도 될까요?

게이브 그냥 오셨어요? 영장, 뭐 이런거는..?

종태 에이, 영장은.. 죄진 놈 찾아갈 때나 필요한 거고, 사장님 찔리는 거 없으시면, 오늘은 작업실 한번 쭉 보여주시는 거 어때요? 그런거 있잖아요, 공장 투어... 벨기에의 자존심, 최고의 초콜렛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게이브 (내키지않지만 웃는 척) 그럴까요? 그럼 잠깐 준비 좀 하고..(돌아서려는데)

종태 (재빨리) 아니요! 준비 필요없습니다, 뭘 치우실 필요도 없고.. 지금 있는 그대로, 한번 봤으면 하는데요.

게이브 .. 저 말고.. 두 분이.. 준비.. (손짓 위아래)


(종태 은석 ??)


씬 18 지하 작업실, 수공업이라 믿기지않는 기계와 작업대, 포장 시설.


잠시 후, 비닐 옷에 비닐 모자, 마스크까지 쓴 은석, 종태   


게이브 (웃음 참고) 여기에요, 와보셨죠? 천천히 둘러 보세요 (아내와 한쪽으로 물러서고)


CUT TO

꼼꼼히 살피는 두 사람, 가져간 시료 주머니에 샘플을 넣으려는데


게이브 너무 많이는 안되요, 주문 들어온거라서.


(은석, 태연한 그를 살피고 실망.. '헛' 짚었다... 종태를 보지만 표정 변화 전혀 없고)


종태 (쌓아놓은 박스들을 가르키며) 이거 몇 개까지 되요? 종류별로 하나씩 담아도 되나?

게이브 그건 있다가 택배 가요. 이쪽에 안 담은 걸로..


(이미 박스를 열어 랜덤으로 골라 담는 종태, 불쾌하지만 참는 게이브, 은석의 눈에 들어온 가루통, 종류별로 조금씩 담는다, 회전 테이블, 중탕 용기, 포장 비닐에 남은 찌꺼기까지 빠뜨리지 않고. 그런 은석을 보던 게이브 – 눈이 마주친다, 절대 자신있는 표정, 모른척 하던 일 하는 은석, 그러나 뭔가 잘못되어간다..)


종태 (수북해진 샘플) 이만하면 충분할 것 같습니다. 혹시 브로셔 한 장 있나요? 서장님 가져다 드리게..


(게이브, 짜증나지만 성큼성큼 뒤돌아 브로셔를 가지러 가고, 그 틈에 종태, 재빨리 쓰레기 통에서 그가 쓰고 버린 비닐 장갑 몇점을 수거한다. 게이브 돌아오고, 태연히 브로셔를 받는다) 고맙습니다. 사진 잘 찍었네..


게이브 (커다란 선물용 박스를 내밀고) 이거, 경찰 분들 나눠 드세요. 저희 물건 중에 제일 큰거에요.


(은석 똥씹은 표정)


종태 (능청) 아이고, 발렌타인도 아닌데 뭘 이런걸.. 감사합니다. 제가 홍보 잘 할께요, 또 뵙죠.

게이브 아니요, 이제 그만 오시라는 선물이에요. 저희 애기 낳아요. 이 사람, 스트레스 커요. 더이상, 영장 없이 오면 안돼요.

종태 그럼요, 그럼요. 알겠습니다. 몸조리 잘 하시고, (초콜렛 들고) 여기서 뭐 나오면, 바로 연락 드리겠습니다 (게이브 찌릿).


씬 19 대문 앞, 여전히 서있는 순경 둘. 아내 어깨를 안고 위로하는 게이브.  


모두가 차에 오르는 걸 확인하고서야 돌아서는 두 사람. 은석, 천천히 차를 돌리며 백밀러로 본다, 게이브, 아내 이마에 뽀뽀하며 들어가고.  


은석 허탕이죠? 너무 당당한데?

종태 그래? 그런가보지, 뭐 (초콜렛 하나 앙)

은석 뭐 하십니까?

종태 니들 먹어라 (뒷자리에 한봉지 주고) 당 떨어지잖아, 맛있네.. (은석에게 내밀고, 입을 꼭 다무는 은석, 자기 입으로 쏙 넣는 종태) 야, 야, 차 세워! 여기여기!


(은석 급하게 차를 세우고, 앞에서 오다 끼이익 멈춰서는 하얀 SUV 화가 난 석호 얼굴)


종태 (웃으며 내린다) 팀장님! 역시 시간 하나는 끝내주게 잘 지키시네요. 막 삐질려고 준비하고 있었는데?

석호 (운전석) 어디가십니까? 벌써 끝났습니까? 별일 없구요?

종태 뭐요? 아, 친구네 집이요.. 잠깐 얼굴만 보고 왔죠. 팀장님은요? 숙제 다 하셨습니까?


(석호 찌릿, 영장을 보여준다)


아하하, 역시! 훌륭하십니다! 이제 가서 잡기만하면 되네요.


석호 이번이 마지막입니다. 다음에는 이런거 시키지 마세요.

종태 뭐요? 숙제요? 에이, 본인이 한것도 아니면서 뭘 생색을..


(황당한 석호를 보며)


서장님이 해준거잖아요, 숙제.. 같이 계시는거 다 알고 전화 했어요. 내가 아는 이석호는, 서장님 아니라 경찰 청장이 같이 있어도 내 숙제 같은 거 안 하지. 서장님께 감사하다고 전해줘요.


석호 (빠직) 그럼 처음부터 서장님께 부탁하시지 왜 저한테 말씀하셨습니까?

종태 볼라고.

석호 예?

종태 (석호 얼굴 가까이) 이석호가 우리 편인지, 아닌지.. 내가 좀 기대도 되는 인간인지, 아닌지... 간 좀 봤습니다. 역시 못쓰겠네.  


(석호 할 말 없다)


헤헤, 에이, 뭘 또 그렇게 정색을 해요, 그냥 해 본 소린데.. 그냥 해 본, 내 진심의 소리. (웃음빼고) 보기 잖아요. 우리 팀 모양새 좀 챙기느라 그랬습니다. 팀장님이 내 직속 상관인데, 쪼르르 서장한테 달려가서 쨍쨍거리기도 우습고.. 이 팀장님 위신 세워 줄려고요. 팀장님 꽤 존중하는 것 처럼 보이잖아요, 서장님 앞에서... 팀장님은 체면 차리고, 서장님은 어른 노릇하고, 그틈에 나는 영장 땡기고..    


은석 (듣고 있지만 모르는 척, 뒷자리 순경들이 신경쓰여 민망하다) 문 형사님, 뒤에 이 친구들.. 먼저 내려주고 오겠습니다.

종태 아냐, 다시 올거 없어. 사무실에서 봐, 난 팀장님 차 타고 갈께


씬 20 석호 차

(은석 출발하고, 종태 석호차 조수석으로 벌컥. 석호 이 인간 뭐지 하는 얼굴)


종태 갑시다, 오늘은 퇴근 늦어요. 약속있으면 미리 전화하세요, 못 간다고..

석호 어디로 갑니까?

종태 일단 서로 가야죠, 인원 모아서 다시 수색 나오려면.

석호 지금 바로 나오신다고요?

종태 왜요? 놔뒀다 언제 갈라고? 주말에? (빨리 가라 손짓)


(석호 운전, 종태 문자)

/초콜렛 영장 발부, 되는 놈 로비 집합, 주소는 은혜로 48-9../


종태 (핸드폰 넣고) 지금 내가 다녀갔다고, 살짝 방심했을거에요. 임신한 마누라 진정시킬 시간만 좀 주고, 바로 덮칩시다.

석호 (종태 손에 들고 있는 초콜렛 본다) 압수한겁니까? 그렇게 순순히?

종태 드실래요?

석호 아닙니다. 압수품입니다.

종태 그런거 아니에요, 선물 받았어요. 엿 먹어라.. 그거에요

석호 그럼... 못 찾으셨습니까?

종태 이제 가서 찾을라구요 (초콜렛 하나 더 입으로) 아우, 맛있네.   

석호 (이해 못함) 그쪽이 물건을 마구 준다는 건...

종태 (우걱우걱) 자신 있다 이거죠. 근데, 그거 아십니까? 내가 그쪽 물건을 마구 파헤친다는 건, 나도 드럽게 자신 있다는 뜻이라는 거. (뭐 먹을까, 뒤적뒤적)

석호 (조용히 운전, 서장의 말이 생각난다)


/E/ 문종태는 너희들한테 없는 신기, 똘기, 오기를 다 가진 놈이야, 믿어..

(고개를 저으며 한숨, 종태, 그런 석호를 보며 피식)


종태 세상 참 만만치 않아요. 어렵죠? 현장이라는 데가 그렇더라구요.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나는 놈 위에 더 높이 나는 놈.. 그러나 최후의 승자는, 끝까지 땅바닥에 납작 엎드려 간 보는 놈.     


씬 21 시환 운전 중 문자 확인. 차 돌린다


씬 22 경찰들, 바쁘게 차량 탑승


씬 23 디졸브/ 다시 골목길

(일사분란하게 모이는 경찰들. 대문부터 골목골목 도주로를 막아서고, 석호 무전기를 들면, 누군가의 목소리)


/F/ 이상 없습니다  


석호 팀 단위로 움직입니다. 박 형사님 지하 작업장 바로 가시구요, 문 형사님, 류 형사님 두 팀 데리고 1층 거주 시설, 차 형사님은 뒷마당 포함해서 창고까지 맡아주세요. 서에서 연락 온 거 있습니까? 승합차량 견인 왔나요?  

경찰1 예, 지금 막 작업 시작합니다.

석호 찬주씨하고 공희영 경사, 두 사람은 승합차 견인 확인 후에, 이웃들 탐문 해주세요. 우리가 확보한 택배 서비스 말고, 다른 회사도 본적이 있는지, 개인이 직접 픽업하는 경우도 있는지 확인하고, 주변 영상 확보 하세요.

찬주, 희영 예, 알겠습니다.

시환 임산부는 어떡하실겁니까? 곧 출산이라는데요.

석호 여청 정은선 경장 도착했습니까? 임산부 먼저 보호 시설로 데려가야하는데?

경찰2 (멀리서) 오고 있는 중입니다, 곧 도착합니다.

석호 도착 즉시 이동 시키고, 남편하고 마주치는 일 없도록 동선 주의 하세요.  

시환 기다릴까요?

종태 문 따는 동안 도착할거야. 들어가자고. 시끌시끌 눈치 채기전에.


(석호를 선두로 늘어선다. 벨을 누르고, 답 없다, 한번 더 누르고, 답 없다)


석호 (두드린다) 경찰입니다, 영장 가져왔습니다!


(여전히 조용. 은석, 담장 너머로 살피지만 쉽지않다. 석호 한번 더 벨을 누른다)


경찰입니다. 안 나오시면 강제 집행 합니다!


(띵... 문만 열리고, 아무도 없다. 종태, 먼저 들어가고, 줄지어 따라 들어가는데 안에서는 인기척 없다)  


시환 (속닥) 뭐죠? 너무 조용한데

종태 (무전 소근) 여자랑 둘만 있다고 했지? 확실해?

경찰 /F/ 예, 나가거나 들어온 사람, 아무도 없었습니다.

종태 (모두에게) 마음은 별일 없기를 바라지만, 머리는 항상 최악을 대비한다, 알겠나, 위치로.


(조용히 다들 자리를 잡고, 석호, 손에 영장을 들고 현관으로 향한다, 종태 막아서고 낮은 소리)

뒤에 계십시오, 제가 들어갑니다. 뭐가 튀어 나올지 몰라요.  


(석호 잠시 주춤, 종태 한걸음 먼저 현관으로. 머쓱하지만 순순히 뒤따르는 석호. 종태, 유리문 옆으로 몸을 숨기고 팔만 뻗어 두드린다)

경찰입니다, 두 분 밖으로 나오세요!


(대답 없다)

경찰입니다.. (손잡이를 돌리려는데 스르르 열리고, 종태, 가만있으라는 수신호, 먼저 들어간다) 계십니까?

(아까와 같은 모습이지만, 빈 집처럼 조용) 사모님? 안에 계시죠?

(수신호대로 조용히 들어서는 일동, 석호, 시환, 마루로 진입하는데 여자 울음 소리)    


씬 24 작은 방 – 아가 용품, 조립 침대, 모빌, 기저귀 박스, 담요, 인형..

(종태 들어서면, 여자가 앉아 울고 있다, 열려있는 여행 가방, 흐트러진 애기 옷가지, 양말, 모자..)


종태 사모님? 괜찮으십니까? 남편분은요?

여자 (울며) 저보고 짐 싸서 꺼지래요, 어흐흑.. 지하실 내려가서 문 잠그고, 흑흑... 경찰 왔다고 나오라니까, 안 나와요.. 으흐흑.. 저 어떡해요, 저 사람 정말 마약 팔아요? 감방 가요? 으허엉...  

종태 (무전) 정은선 경장 안으로 들어와요, 작은 방입니다. 임산부 이동시키세요

여자 (눈물 쏟아지고) 작년에 조사 했을때, 무혐의라면서요? 저희 진짜 잘못한 거 없어요, 세금도 다 내고... 으흐흑...나쁜짓 안해요,  마약같은거.. (말 잇지 못하고)


Cut To 정은선 경장 들어오고, 종태 손짓


종태 이 분 먼저 안전한 곳으로 옮겨요, 대충 챙겨서 얼른. 아, 그리고 조심해요, 오늘내일 해.

은선 알겠습니다. 산모분, 출산 예정일이 언제에요? 간단한 소지품만 챙기고, 밖으로 나가셔야해요..

여자 (우느라 눈물콧물, 짐을 챙기는 둥 마는 둥, 은선을 따라 일어서는데 배가 무거워 힘들어 부축받고) 으흑, 형사님, 저희 애기 어떡해요, 흑흑.. 남편 좀 살려주세요.. (방 밖으로 나가며 소리 멀어지고)


(종태 찝찝한 얼굴로 쓰윽 둘러보고, 아가 침대, 이불, 곰 인형.. 시환 들어온다)


시환 임산부 출발했습니다. 현재 1층은 아무도 없고, 지하 작업실 문이 잠겨있어서 대치 중입니다. 어떡할까요?


(종태, 편치않은 마음. 싸다 만 여행 가방, 어지러진 아가 용품 그대로 방바닥에)


종태 류 형사는 1층 먼저 시작해. 싹 훑어. 아래층은 내가 갈게 (나간다)

시환 (장갑끼며) 예 (방 밖으로 따라 나가고).


씬 25 아래층 작업실 앞

(모여있다. 경찰 1 문 두드리고, 답 없다)


종태 안에 있어?

경찰1 (비켜주며) 아무 소리 안 들립니다.

종태 (두드린다) 사장님, 접니다, 문종태. 요청하신대로 영장 가져왔습니다 (답 없다)

경찰2 어쩌죠?

종태 뭘 어째, 따야지. 연장 가져와

경찰2 벌써 땁니까? 나중에 문제 생기면..

종태 아까 부인 얘기 못들었어? 우리 남편 살려주세요.. 가족이 위급 상황으로 인지하잖아 (경찰 갸우뚱) 얼른 줘, 야, 찍어..


(연장을 들고 선 경찰1, 경찰 2가 비디오 찍는다, 쿵, 쿵 두 번만에 빠직.. 경칩 튀어나오고, 또 쿵.. 두 번째 경칩 떨어져 나간다. 마지막 쿵.. 세 번째 클리어, 문 밀어놓고 들어서고,)  


씬 26 침침한 작업실, 책상에 앉은 게이브


종태 계셨네요, 문좀 열어주시지 힘들게 만드십니까? 아까 왔을때는 잘 해주더니

게이브 (한숨) 도데체, 왜 이럽니까? 아까 달라는 거 다 줬잖아요.

종태 달라는 것만 줬지, 진짜로 찾는걸 안 줬잖아요, 다 알면서.

게이브 우리 애기 태어나요, 나 약 안 팔아요!

종태 그건, 가서 말씀 하시고..

게이브 와이프는요? 어디 있어요?

종태 걱정마세요. 안전한 곳으로 모시는 중입니다. 사장님도, 저희 직원이랑 먼저 가셔서 기다리세요. 저는 여기서 필요한 것 좀 찾아보고, 서에서 뵙겠습니다.   


CUT TO

나 아니라구요.. 중얼중얼 하면서도 순순히 따라 나서는 게이브, 박 형사에게 손짓하는 종태, 업무 지시하고 계단 올라간다, 흩어져 물건 쓸어담는 경찰들


씬 27 거실

무전으로 왔다갔다 바쁘게 업무 지시하는 석호, 가만히 장식장 앞에 서서 술병을 노려보고있는 시환)


종태 뭐하냐? 한잔 할라고?

시환 이상하지 않아요?

종태 뭐가?

시환 초콜렛에 술을 넣어서 만들기는 하는데, 왜 이건 아래층 작업장에 두지 않고 여기다가 모아왔죠?

종태 (대수롭지않다) 지가 먹나부지. 술잔 봐라, 비싸보인다.

시환 자기가 먹는 거는, 보통 딱 몇가지만, 좋아하는 거 몇종류만 사지 않나? 이정도면 어디 청담동 비밀 요정 수준인데?

종태 하긴, 좀 많긴 하다.. 왜? 수상해? 이 집이 원래 고객이 원하는 대로 만들어 준다며? 그러면 무슨 술 넣어주세요, 할거아냐.. 다 있어야지.

시환 (갸우뚱) 아마 여기, 이 칸이 초콜렛 만드는 용 일거에요, 한국 사람들 좋아하는 일반 데킬라, 뭐 한, 일이만원 더 받을 골드도 있고... 이쪽이 위스키, 럼.. 크흐.. 코냑도 있네, 키르슈..

종태 키슈? 뭐?

시환 (병 하나를 가르킨다) 블랙 체리 원액이 들어간 브랜디에요. 여자들이 좋아해요. 다크 초콜렛이랑 환상이거든요. 딱 깨물면 체리인데 맛있다고 쪽쪽 빨면 바로 알콜 쫙, 술 촤악... 뿅 가죠.  

종태 (두리번) 이 팀장 어디갔어? 금방 여기 있었는데?

시환 (같이 두리번) 나갔나부지.. 갑자기 왜요?

종태 구속영장 하나 받을라고.. 류시환이 꼼짝말고 여기 있어, 너만 족치면 다 나올거 같애. 이거 전문이지?   

시환 아니에요, 그냥 상식..! 책으로, 글로, 인터넷으로 배우는 건강한 상식..  

종태 책으로 글로 인터넷으로 여자 정신줄 놓게 하는 걸 배워?

시환 그게 아니라, 요즘 클럽에 그런 게 있다더라.. 그런것도 알아야 수사를 하죠.. 그리고 이거, 이집에서 쓰는 포장 박스요..

종태 포장이 뭐?

시환 오래되서 확실치는 않은데, 비슷해요. 쪼꼬렛 딱 네 개 들은 거, 요만한 박스 하나에 12만원 받거든요.  

종태 미친.. 이거 네 조각에 12만원? 그걸 누가 사? 너냐?

시환 분위기가 사는 분위기면.. 클럽에서 부킹하면, 웨이터들이 와서 팔아요, 파트너 주는거라고..

종태 (찌릿)... 경찰 시키가 부킹도 모자라서, 여자한테 12만원짜리 마약 초콜렛을 먹였다?

시환 (아차) 약은 없었어요, 그냥 술만 들은 거.. 아, 뭐래, 사람을 뭘로보고..

종태 뭘로 보긴? 미친 양아치 순 또라이로 본다. 야 이 자식아, 할짓이 없어서 그런걸 먹여?

시환 먹인게 아니라, 같이 먹었어요, 같이! 정신 멀쩡했는데?

종태 에휴, 뭐가 되려고.. 너같이 일반인한테는 안 팔겠지. VIP 단골만 해야지 너무 뿌려대다 걸리면.. 그리고 약이 들었으면 가격도 그거보다 더 했을거고..

시환 그때 그게 진짜 이 집 거였나. 큰일 날 뻔 했네...

종태 (뒤통수 퍽, 시환 아악!?) 시끄럽고, 술병이나 담어 (시환 머리 잡고 찌릿) 노려보면 뭐? 너 부킹 댕긴다고 확 다!  

시환 쉿.. 알았어요, 조용히 해요, 딱 한번 했어요, 진짜 딱 한번! 저 클럽 안 가요.

종태 시끄러. 일이나 해 (같이 술병 담는다, 잠시 후 다정하게) 시환아,

시환 (볼멘소리) 왜요, 싫어요, 안해요, 절대 저 안할거에요

종태 뭘... 말이나 듣고 대답해.. 그, 12만원... (시환 ?) 예뻤냐?

시환 (질색) 아이, 진짜.. 괜히 얘기했어, 또 여기저기 다 떠벌릴려구..

종태 떠벌리다니, 그런짓 안해, 부러워서 그러지 (보며 웃는다) 야, 가서 박스나 더 가져와, 모자라.

시환 .. 예 (일어서다 말고) 근데, 진짜 비밀이에요, 어디가서 말하기 없기.

종태 그럼, 비밀이지 (시환 다행, 씨익 웃으며 일어서고) 박스 모자라는 거 절대 비밀이야..

시환 내가 미쳐... 못 살겠다 .. (종태 째려보고 박스 가지러)

종태 (혼자말) 지가 언제 나랑 살았다고..


(지이잉.... 핸드폰.. 장갑을 끼고 있어 받기 힘들다, 서둘러 벗고 통화)


왜? 뭐 있어?

은석 /F/ 집 주변에는 별거 없는 것 같습니다. 안으로 들어갈까요?

종태 아니야, 그러면 거기는 애들한테 맡기고, 너 먼저 들어가서 그 놈 조사할 거 준비해. 보통 놈이 아니야, 머리 꽤나 쓸거야.

은석 /F/ 알겠습니다.

종태 이 팀장 같이 있냐?

은석 /F/ 아니요, 여기 없는데요?

종태 알았어, 수고! (끊고 혼잣말) 또 어딜 간거야..

(석호 아래층에서 한 박스 들고 나온다)

종태 뭐 좀 건졌습니까?

석호 회계장부입니다. 거래처랑, 입출금 내역 확인하려구요 (나간다)

종태 (조금 실망) 예에, 좋네요.. (다시 장갑끼고 술병 담기) 이 자식은 어딜간거야, 박스 더 가져오라니까.


씬 28 도로/ 경찰차 안

여전히 울고 있는 여자, 우는 간간히, 신음 소리. 운전 중 자꾸 신경쓰이는 은선


은선 괜찮으세요? 혹시 진통 와요?

여자 이게 진통이에요? 몰라요, 갑자기 배가 딱딱하고 너무 아파요..

은선 간격이 어때요? 충격으로 일시적일 수도 있어요.

여자 모르겠어요, 아아... 지금.. 지금 또 아파요.. 아...흑흑...

은선 울지 마시구요, 여기 시계 보이죠? 통증이 얼마나 자주 오는지 시간 볼 수 있어요?

여자 몰라요, 못해요.. 으흐흑... 애기야.. 어헝...

은선 (룸미러로 여자 확인) 역아 아니죠? 진료 마지막 간게 언제에요?

여자 지난 주.. 조금 많이 내려왔다고, 운동 조심하라고.. 아악..

은선 (잠시 고민) 어느 병원이에요? 가까워요?

여자 임혜영 산부인과요, 여기 조금 더 가서 보광동.. 저 애기 지금 나와요? 안되는데? 지금 아직 날짜가..

은선 침착하시구요, 일단 병원으로 모실께요, 남편 분 말고 보호자 오실 분 있어요?

여자 엄마가 병원 근처에서 가게 하세요, 그래서 병원도 거기로 가는데.. 아, 저 배가..

은선 전화 해 보실래요? 병원으로 오시라고?

여자 악... 아악... 으흐흑...

(전화 할 상황이 아님을 인지한 은선, 경로를 바꾸어 병원으로 달린다, 번쩍이는 경광등, 울다 아프다 하는 산모, 온통 땀으로 젖는다)  

은선 (무전) 응급입니다, 은혜로 산모 병원으로 이송합니다, 보광동 임혜영 산부인과..


(빠른 속도로 달려가는 차량, 비켜주는 시민들)  


씬 29 다시 초콜렛 공장

마당에는 제법 압수품들이 쌓이고, 조심조심 차로 옮기는 경찰들


씬 30 거실의 텅 빈 술 진열장 앞에서 석화와 이야기하는 종태, 핸드폰 진동


종태 (지이잉... 입으로 물어 장갑 간신히 벗고) 여보세요 (전화 끊긴다) 

뭐야, 애라도 나왔나, 왜 전화야.. (다시 건다) 어, 나에요, 왜?

은선 /F/ 문 형사님, 산모가 사라졌습니다, 도주한 것 같습니다

종태 뭐야? 야! 너 미쳤지!


(시환, 석호, 경찰들 일제히 하던 일 멈추고 시선 집중)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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