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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소운 Mar 26. 2023

3.3 곰 세 마리

모두가 다 행복했을까?

31

초콜렛 공장, 통화 중인 석호와 종태. 눈치 보느라 조용히 일만하는 경찰들


종태 (버럭) 임산부를 놓쳐? 니들 미쳤지? 대가리는 달고 다니냐?

은선 /F/ 죄송합니다. 진통이 온다 그래서 마음이 급해졌습니다. 병원 막 들어갔는데 산모가 지갑을 차 뒷자리에 떨어뜨린 것 같다 그래서..

종태 산모를 병원에 놔두고, 대신 지갑을 가지러 갔다? 니가 왜 가? 나중에 찾으면 되지?

은선 /F/ 입원 수속에 필요한 신분증이랑 산모 수첩 같은 게 다 거기 들어있다고..

종태 (화 꾹) 네 파트너는 뭐하고?

은선 /F/ 그게.. (망설) 산모 어머니가.. 가까운 식당에 일하신다고 해서 찾으러..


CUT TO

석호, 종태 각기 다른 황당한 얼굴, 종태 차마 말을 더 잇지 못하고


석호 (전화기 가까이) 어머니는 찾았습니까? 친어머니 맞습니까?

은선 /F/ ... 그런 분이 없답니다. 그 근처 식당들 몇 곳을 가봤..

종태 (버럭) 야 이자식아! 그러니까 놓쳤지! 한 놈은 빈 차 뒤지고, 한놈은 없는 식당 뒤지고!! 임산부가 그 큰 배를 안고 내빼도록 뭘 한거야! 말이 되냐고 지금!!  

석호 (전화 뺏고) 현재 위치 어딥니까? .. 알겠습니다. 입구 봉쇄하고 지원 요청하세요. 올때까지, 한분안에 남아 다시 한번 샅샅이 수색합니다.   

종태 (혼자 중얼) 벌써 내뺐지 아직도 안에 있겠냐고..

석호(못들은척) 만삭이라 멀리 못 갔어요. 주변에 상가 많으니까 어디에든 찍혔을겁니다. 인원 되는데로 보낼테니까.. 꼭 찾아야합니다.

종태 (마당에서 작업 중인 경찰 두명에게) 진호, 영민! 여기 놔두고, 쫒아가. 아까 그 여자 봤지? 가는 길에 잘 살펴. (나가려는데) 진호야, 가면서 택시 회사 연락하고, 주위에 약국, 병원, 조산원 싹 다 전화해 (예 소리 멀어지고)


CUT TO

두 사람 급히 나가는데, 지율 들어오며 분위기 이상. 지율을 본 종태, 다른쪽으로 몸을 돌리며 차 형사 콜


종태 은석아, 네가 가봐야겠다, 임산부가 사라졌어... 어, 애 낳는다고 산부인과 가다가 도주했대. 애들 몇 명 보냈는데, 가서 현장 지휘해... (멀어지며 소리 작아진다)


CUT TO

(지율, 장갑 얻어끼고 거실로, 반가워하는 시환)


시환 (티 안나게 미소만) 선배! 벌써 갔다 왔어요? 쉬는 날인데 뭐하러 와요?

지율 하루 종일 카톡, 카톡... 쉴수가 있어야죠. 나오는게 편해요. (박스 가르키며) 이거 옮겨요?

시환 제가 들께요, 여기 남은 거 담아주세요

지율 분위기 안좋은데, 누구 찾아요?

시환 사장 와이프가, 배가 엄청 커서 출산 얼마 안 남았다고, 보호한다고 데려갔는데, 도망갔대요.


(종태 전화 끊고 돌아와서 석호와 마주서고 둘이 속닥..하려는데)  


지율 바디 체크는 하고 보낸거죠? (종태, 석호 얼음, 시환 뜨아.., 지율 쓱 돌아보고 무심하게 압수품을 담고) 마약 찾는다며? 마약 소굴에 살던 사람을 바디 체크도 안하고 그냥 보내나?

석호 (실수 깨닮음, 깊은 한숨, 도리도리..)

종태 제기랄.. 애기 문제 생길까봐 내가.. (버럭) 이런 씨, 내가 의사야? 살다살다... 살아있는 임산부 바디 체크 할 일이 뭐가 있어?

시환 (무의식중 피식) 그럼 뭐 죽은 임산부는 해요?


(지율 쉿 하며 제지, 시환 왜..실수?)


종태 (버럭) 해봤지, 많이 했지! 하지! 해야지! 신원 알아내야지, 귀금속 건져줘야지, 팔다리 끼워맞춰 줘야지, 애 아빠 찾아줘야지.. (괜히 시환에게) 너 내가 죽은 임산부를 얼마나 많이 들여다봤는지 알어? 죽은 임산부 전문이다! 왜?

시환 (찍.. 죄송합..)

종태 에이씨.. 제발로 걸어다니는 임산부 세워놓고 뒤질 일이 있었냐고..

시환 (작은 소리) 근데 임신 한 건 확실하죠..? 그것도 가짜면..

종태 (짜증) 확실하지! 가짜로 배 내미는 거하고 달라.. 야 이 자식아, 장가 좀 가라. 뭘 알아야 수사를 하지!

시환 (괜히 나한테... 잠자코 하던 일)

석호 문 형사님, 아까 처음 들어오셨을 때, 여자가 작은 방에 있었죠? 거기 수색...


(종태, 석호 보고, 쏜살같이 작은 방으로 뜀, 시환 지율 왜저래..)


석호 류 형사, 과수대 어디쯤 오고 있나 확인 한번만 더 해줘요 (종태 따라감).

시환 예! (장갑 벗고 핸드폰 꺼내고.. 뭔가 자세가 불편한 지율, 무릎으로 앉아 허리를 펴보는데.. 뺨에 땀방울, 어깨로 닦는다)


32

작은 방, 들어가려는 석호, 문 앞을 막고 선 종태


종태 팀장님, 잠깐... 봐봐요. 내가 아까 이렇게 서서 저쪽을 봤고, 여자가 그 너머 반대편을 보고 앉았어. 방바닥에 애기 물건들 그대로고, 여행 가방도 지금하고 똑같이 활짝 열려 있었고 아주 깨끗하게.. 물건이 이 방에 있었다면, 꺼내는 중이었을까요, 넣는 중이었을까요?  

석호 (보고) 꺼내는 중이었겠죠, 애기 용품들과 함께 가방에 보관하고 있다가, 경찰이 오니까 꺼내서 다른 곳으로 옮기려던 중이었을거에요. 만약 가방에 담으려는 중이었다면, 급한데 애기 용품까지 꺼낼 틈이 없었을거니까요.

종태 역시.. (중얼) 경찰대 아무나 나오는거 아니네. 그럼, 다음 질문. 애기가 곧 나오는데, 가방을 저기다 두고, 자기 소지품만 가지고 나갔다는 건, 뭘 의미합니까?   

석호 아이보다 소중한 걸 가지고 간다... 그것만 있으면 됬다, 그건것 같습니다. 아마 옷 속에 숨겼을겁니다. 핸드백에 넣을거라면 바닥에 앉는 것 보다 그냥 서서 하는게 빨랐을거니까요.   

종태 그렇죠, 우리가 임부복까지 들추고 뒤지지는 않을테니까.. (석호 끄덕, 방으로 들어가려하는데 제지) 아직, 남은게 있을겁니다. 몽땅 다 가져갔다면, 완벽한데 절대 도주 안해요. 병원에 가서, 입원하고, 그동안 속아 산 척, 순진한 척 했을 거에요. 일부만 숨기고 빼냈으니까, 오늘중에 나머지가 들킬까봐 바로 도망간거에요.  

석호 그러니까 찾아야죠, 이 방에 숨겼을 가능성이 큽니다.

종태 그러니까, 팀장님은 들어가시지 말고.. 류시환이가 했으면 합니다. 저나 팀장님이 들어갔다가 망치고 놓치면, 형사 인생 종칩니다.

(석호 조용, 반응없다)

종태 우리 이미... 말아먹었다, 이겁니까?

석호 아닙니다. 류 형사 부르겠습니다 (복도로).

종태 그, 이 멍청한 짓.. (뒤에대고), 팀장님도 같이 한겁니다. 아시죠? (대답 없다, 흥,치.. 매서운 눈으로 방안을 스캔, 잠시 후 시환 장비들고 방으로, 문 앞에 서서 들여다 봄) 시환아.. 꼭 찾아야된다. 다 뒤져.

시환 알겠습니다 (방 안으로, 종태 길을 내어주고 복도로)


33

다시 거실. 물건을 거의 다 꺼낸 지율, 옆구리를 한번 틀어주며 갸우뚱, 다시 작업. 문자하는 석호, 종태 화를 가라앉히려 애쓰고, 집안 살림을 살핀다


석호 문 형사님, 너무 자책하지 마십시오. 임산부 일은,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 저도 잠깐.. 실수였습니다.

종태 (의외) 그게 왜.. 자책으로 들렸을까요. 내가 너무 나이스하게 말했나.. 팀장님 욕한거에요, 현장 지휘를 그따위로 했다고.

(석호 당황, 할말 없고, 지율 혼자 안보이게 피식, 박스를 들려는데 배가 아프다, 종태 보고)

종태 뭐하냐 넌? 배가 왜? 또 다쳤어?

지율 아닙니다.. 변비..

종태 (한심) 먹은게 있어야 싸지.. 비켜, 다른 거 해 (박스 하나 번쩍들고 나간다) 젊은 애가 맥아리가 없어, 비실비실 해가지고.. (지율, 나머지 하나를 들려는데) 됐어, 가서 똥이나 싸.. (석호에게) 팀장님 얘 들여보내요. 아픈게 왜 싸돌아다녀, 쉬는 날?

석호 (남은 박스 들며) 그래요, 들어가 쉬어요. 카톡 꺼놓고.

종태 이런 애들은 못 꺼요. 끄면 불안하거든. 맞지? (나간다)

지율 (석호 박스 다시 가져감) 저 주십시오, 가는 길에 가져다 놓겠습니다 (밖으로).

석호 (보고, 다시 핸드폰) 특별팀 이석호입니다. 급하게 협조 공문 몇 개 부탁드립니다.. 예, 지금 바로요... (소리 작아지며 디졸브)


34 N 경찰서 새벽 1시, 불 켜진 건물, 특히 환한 1층


야간 근무하는 경찰들. 얼굴에 피곤과 짜증. 술취한 사람들의 고성방가가 계속되고, 싸우고 뻗은 아이를 데리러 오는 부모. 자기들끼리 투닥투닥 해보지만, 주먹도 못 휘두를만큼 다리가 풀린 두 남자, 누구한테인가 계속 소리 지르는 여자, 그리고 한쪽 구석에서 잠바를 덮고 졸고 있는 남자 - 고시원의 존 바울이다. 술에 취해 벌건 얼굴, 잠꼬대.


(혀꼬임) 경찰관님, 우리 나라 찾아주세요.. 우리 나라 꼭 좀 돌려주세요..

경찰 1 선생님, 댁으로 가세요, 집 있으시잖아요.

(간신히 눈 뜨고) 집 없어요, 고시원 있어요.. 우리 나라 있어야 집도 있어요..

경찰 1 고시원 가서 기다리세요, 여기서 주무시지 말고.

(힘차게) 안 자요, 나 정신 말짱해요.. (운다) 나라 찾아주세요... 우리 나라..

경찰 1 조금만 더 주무시고, 술 깨면 바로 가세요, 예? (잠바 토닥, 존 끄덕, 경찰 고개 저으며 뒤도는데, 술취남 1 바닥에 구토, 경찰 구두와 바지에) 아이 참.. 아저씨!!


(경찰 2 물티슈 던지고, 1 받아서 바지 닦음) 어휴, 하루도 멀쩡한 날이 없어.. (남자 얼굴 닦아주며) 아저씨, 따님 언제 와요? 왜 이렇게 오래 걸려, 집도 가까운데?   


술취남 (털썩 주저앉아 토사물로 바닥에 그림을 그린다, 실실 웃으며 노래) 둥글게 둥글게, 둥글게 둥글게..

경찰1 (질색) 하지 말라고요, 좀!! 이게 뭐야..

술취남 흐흐흐.. 빙글빙글 돌아가며 춤을 춥시다.. (토사물 묻은 손으로 귀여운 춤)


CUT TO

(경찰4 청소도구 들고 옴, 인계하고 일어서는 경찰1), 자리로 옴


경찰 1 미치겠다, 아주.. 다시 태어나면 대통령해서 술을 없애버릴거야

경찰 2 저 미국분, 자주 오시네요. 고정이야.

경찰1 자기도 아는거야, 길바닥에서 자다 사고 나는거 보다 여기가 낫다는 거.

경찰3 그렇다고 맨날 경찰서를 지발로 찾아와요? 모텔이야?

경찰2 에효.. 사연이 길다. 우리랑 친해.

경찰3 왜요? 뭐 해결해 준 거 있어요?

경찰1 해결은 아직 안됐고.. 진행 중이야. 사기 사건..

경찰2 사기 결혼. 여자가 돈 들고 튀었어. 공문서 위조해서 결혼했다고 속이고, 근데 알고보니 선수야. 이름도 가짜, 나이도 가짜.. 심지어 유부녀야. 버리고 나온 애가 둘...

경찰 1 곗돈 들고 튀었지, 주식 투자 뻥치고 먹튀, 중고 명품 온라인 거래 사기에.. 가지가지했어. 고소건이 한두개가 아니야.   

경찰 3 아유, 딱 보면 모르나요, 사기꾼을..?

경찰 1 너는 보이냐? 나가서 좀 잡아와라, 딱 얼굴만 보고.

경찰2 흐흐.. 그런 능력 있으면 우리 일이 반은 줄지..  


(우리 나라 좋은 나라... 존 노래소리 커지고, 말리는 경찰 3)


경찰1 놔둬.. 저분보면 마음이 아프다. 우리 큰 애 초등학교 영어 선생님이었어.

경찰3 예에? 진짜요?

경찰1 학교마다 몇 명씩 있잖아, 원어민 영어 교사.. 멀쩡한 양반이 그 여자 만나가지고 저렇게 된거야.


(둥글게 술취남 옷을 벗기 시작하고) 아저씨! 체온 떨어져요, 입고 있어요!


술취남 (구두벗어 가지런히) 헤헤, 나 인제 잘라고.. 안녕~ 아침에 봐요..

경찰 2 보긴 뭘 봐요, 나 교대 끝나면 갈거야. 좀, 집에 가서 자요!!


(술취남 바닥에 고이 드러눕고 경찰들 아, 진짜..)


CUT TO

시끄러워지는 입구, 우르르 들어오는 건장한 남자들, 경찰들 화색이 돌고


조팀장 야, 저기 한칸 비우고, 얘들만 다 몰아서 집어넣어! (경찰2, 예! 유치장으로, 민규, 조폭 끌고 따라가고)


(바빠지는 경찰서. 하나둘 조폭들을 끌고 들어오는 강력팀, 너저분한 옷차림, 과한 악세사리, 핏자국.. 뜯기고 찢기고..거칠게 끌고 끌려가는 몸싸움, 욕)  


정환 (끌고 들어가며 경찰에게) 배고파, 밥 좀 시켜줘

경찰 3 예, 알겠습니다. 5개?

정환 어, 양 많이 (사라지고)

(구급약 상자를 꺼내 재빨리 혼자 상처 소독, 진우 들어온다) 진우야, 와봐

진우 (끌고 들어와 경찰에 넘기고 박에게 온다, 귀 아래로 피) 아, 진짜 아퍼

(상처를 봐준다) 아프지 그럼, 피나는데 간지럽냐? (약, 진우 아아...) 참어, 야 있다가 다시, 제대로 치료해.

진우 많이 찢어졌어요?

어, 좀 벌어졌어. 여기는 지혈하기도 힘들어.. (애써 반찬고를 붙여본다)

경찰 1 (도와줌) 아이구, 귀 빠질뻔 했네, 생일이야?

진우 헤.. 우리는 맨날 생일이죠, 생일 빵..

경찰1 근데 진짜 신기해, 강 형사님은 얼굴은 절대 안 다치더라.

얘기 했잖아요, 얘는 하느님이 보우하시는 얼굴 (구급통 정리) 다 맞아도 얼굴만 안 맞어.

진우 왜 안맞아요, 심하지 않게 맞는거지.. (미소) 소중하니까.

정환 (문만 열고 소리침) 뭐해? 안들어와?

간다, 다했어!

정환 강진우! 뛰어!

진우 싫어요! 귀 떨어져요! (경찰들 웃음)

정환 아, 빨리 와! 그거 하나 떨어져도 다른거 하나 붙어있잖아 (문 쿵 사라짐)

진우 (어이없음) 우와.. 들었죠? 내 피, 내 귀, 내 부상 무시하는거..?!

가자, 얼른 끝내고 좀 자고 싶다.. (이동)

진우 형님, 들었냐고요? 아, 어딜가? 나 업고가야지, 다쳤는데?

니가 업어. 나도 아퍼.

진우 아이씨.. (두리번) 오민규 어디갔어? 돌아왔죠?

경찰 3 아까 먼저 올라가신 것 같은데요, 팀장님이랑.

진우 양아치 자식.. 파트너가 다쳤는데.. (슬금 도망)

강진우 어디가! 나 업고 가야지! 야 임마.. (쫒아가고, 경찰들 웃고)


CUT TO (비로소 조용)


경찰1 역시 강력이야. 나가기만하면 뭐라도 물어오네. 크, 조 팀장님 기분 좋겠다.

경찰3 쎘나봐요, 오늘은 부상도 좀 있네요

경찰1 양호한거야. 제대로 큰거 한번 가면 다들 칭칭 감고 들어와.

경찰3 (절레절레) 어휴, 멋은 있는데 저는 좀..

경찰1 멋있냐.. 젊었을 때면 모를까 나는 인제 저런거 싫다.


(찬호 들어오고 경찰 1 화색) 일찍 왔네? 고맙다, 야.. 내가 점심 살게 (퇴근 준비)


경찰3 뭐야? 가십니까?

경찰1 쉿... 갑자기 연락이 와서.. 어머니한테 가봐야 돼, 찬호야, 고맙다.

찬호 (꾸벅) 별일없죠?

경찰1 어, 없어. 강력이 몇 포기 했으니까 알아서 밤샘 할 거고, 여기 주취자들이야 맨날 똑같고.. 아참, 아까 특별팀 꽝 났다, 건들지마. 분위기 진짜 안좋아.

찬호 외사 특별팀이요? 왜요?

경찰3 만삭 임산부 병원에 보냈는데, 알고 보니 공범이랍니다. 마약 들고 튄거 같대요.

경찰1 대형 사고야. 그러니까 애당초.. 아무 경험없는 인간을 팀장이라고.. 에이그, 부모 믿고 까불다 첫 작전부터 말아먹은거지.  

경찰 2 (돌아와 앉으며) 누구? 이석호 팀장?

경찰1 응, 여자 아직 못 찾았지?

경찰2 뭘로 찾아... 여자는 커녕, 본인은 복귀도 안했어. 거기는 맨날 혼자 외근이야. 팀원들 다 머리카락 쥐어뜯고 있는데, 어딜갔는지..

경찰 3 항상 자리에 안계시잖아요. 일 때문에 바쁘신 줄 알았는데.

경찰1 일은.. 빵빵한 부모 덕에 윗분들하고만 식사하신다. 발령받고 여기서 밥 먹는거 한번도 못봤어.

경찰2 치, 빵빵하면 뭐해.. 쫒겨났다며?


(찬호 조용해진 술취남들 둘러보고, 모두 자고 있다. 자리로)   


경찰1 (나감) 잘 부탁해, 간다!

찬호 다녀오십시오 (일동 인사)

경찰3 아까 (조용) 문형사님 들어오시는데, 기분 엄청 좋아보이시던데요

경찰2 안좋지. 가뜩이나 그 팀은 서열 문제로 껄끄럽잖아. 솔직히, 계급만 아니면 문형사님이 팀장 달아야 되는거고, 아니면 차 형사님 있잖아. 갑자기 본적도 없는 애가 낙하산으로 툭 떨어져서 팀장입니다.. 나라도 싫겠다.  

경찰 3 차 형사님이 밀리실 분이 아니잖아요. 그것도 빽 인가?

경찰2 그거말고 뭐가 있겠어. 둘이 나이도 같고 경력도 비슷한데, 차 형사님은 경찰대가 아니라 서울대 나왔고..

경찰 3 오, 서울대..

경찰2 야, 경찰에서 서울대가 무슨.. (경찰 3 아, 그렇구나.) 차 형사님은 전에 부상 크게 당해 가지고.. 아, 그때 승진하는 거였는데, 쉬다가 밀렸지.


(찬호 조용히 업무, 슬쩍 보고 어깨 툭툭, 경찰 2 안스럽게) 너도 임마.. 그때 부상 아니었으면..


(경찰2, 3, 한숨. 자리로 돌아가고, 찬호 대답 없다. 카메라 비추면 온몸에 가득한 화상 흉터)  


35 N 고급 칵테일 바, 마주앉은 두 사람. 술을 꽤 마셨는지 평소보다 조금 느슨해진 석호. 낄낄거리고 웃다 조용해지고. 술 마시는 세영


세영 (시간보고) 늦었다. 농담 그만 하고, 말씀 하시죠. 물어보고 싶은 거 있잖아.

(석호 회피, 세영 피식) 그렇게 싫으면 불러내질 말던가. 불러냈으면 그냥 시작하던가. 꼬장꼬장한 선비님 성격에 절대 먼저 말 못 꺼낸다 이건가?    

석호 (피식) 막 나가냐, 취했지?

세영 어, 막 취할라 그래 (물). 그러니까 맛가기 전에 본론가자.

석호 환자 개인 사정인데, 내가 들어도 되나 해서...

세영 (짧은 한숨) 나도 처음에는 안된다 그랬는데, 서장님 부탁이고.. 그말도 맞잖아. 총든 놈 정신 상태가 어떤지, 최소한 팀장님이나 서장님은 알아야지 (본다, 석호 묻지않고) 그래, 그냥 내가 간단하게 얘기할게, 선배는 그런거 안 물어본거야. 그럼 됐지?

석호 (답 없고.)

세영 (찌릿) 유학 할 때, 어느 정신과 교수님을 알게 됬어. 근데 한국에서 입양한 딸이 있다는 거야. 좋은 분들이시고, 나도 애가 궁금하고 해서 몇 번 만나고 했는데, 걔가 지금의 강 형사야. 그때 이름은 율리아 피터슨.. 내가 만났을때는 이미 다 커서 경찰 시험 준비하고 있었어. 양아버지가 경찰이셨거든. 어머니 경찰/군인 병원 정신과 의사... 겉으로 볼때는, 여자애치고 좀 차갑고, 감정표현 없고.. 입양이라서 그런지, 아니면 경찰 집에서 커서 좀 엄하게 컸나.. 그랬는데..          


36

회상 /플래시백/ 미국 가정, 홈 오피스


벽면을 가득 채운 정신과 책자, 논문, 의사 가운입은 사진, 메달.. 책장에서 논문 하나를 꺼내어 세영에게 내민다

어머니 (영어) 닥터 오가 한국에서 범죄 관련, 특히 경찰들 정신 상담을 할거라고 해서 생각났어요. 이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율리아에 대한 논문이에요.

세영 (영어) 율리아요? 그럼 선생님 환자를 입양하신거에요?

어머니 (영어) 아는 사람 소개였어요. 범죄로 가족을 잃은 아이가 있는데, 아직 범인을 못 잡아서 아이도 위험하다, 치료도 할 겸, 맡아주겠느냐.. 아이가 전혀 말을 안한다고 하더라구요.

세영 (영어) 외상후유증이었나요? 아니면 해리?

어머니 (영어)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는데, 논문 보면 알거에요. 상황이 특이해요. 율리아는, 스스로의 판단에 의해 대화를 단절한 걸로 보여요. 적어도 내가 보기에는. 십년정도 관찰하면서 성한 논문이에요. <범죄 피해 아동의 선택적 대화 단절과 기억력 장애 간의 상관관계>    

세영 (영어) 스스로 이야기를 하고싶지 않았다..? 회피하려는 거였나요? 무서워서?

어머니 (영어) 그런 케이스가 많지만, 율리아는 많이 달랐어요. (논문 참고 페이지를 열고) 여기 보시면, 아이가 그린 그림이에요.


CUT TO

/플래시컷/ 연필 데생 - 범죄 현장, 피묻은 바닥, 벽, 살림살이, 발자국..


어머니 (찡그린 세영을 보며 책장을 넘긴다, 비슷한 그림, 비슷한 구도)

(영어) 놀랍죠? 수십장, 수백장이 똑같아요. 마치 사진 같아요. 아이가 그날 살인사건 현장에 있었대요. 가족이 죽어가는 걸 보면서, 범인의 발자국, 엄마가 끌려간 방향, 오빠에게서 튀는 핏방울.. 모든 그림들이 정확하게 일치해요. 특히 여기.. (손으로 가르킨다, 카메라 줌인) 이 구둣 발자국은 아마 범인의 것이구요, 질질 끌려간 자국은 신발을 신지않은 피해자, 그리고 조금 크지만 뭉개지게 데생 처리한건 아마 경찰들일거에요. 비닐 덧신 있지요, 현장에서 신는..      

세영 (놀라움, 영어) 이게 몇 살때에요?

어머니 (영어) 처음 그림은 와서 얼마 안되었을 때, 10살, 이거는 12살, 15살, 17살... 여기에 연도가 쓰여있어요.

세영 (영어) 그런데 다 똑같아요. 모든 그림이..

어머니 (영어) 율리아는 무서워하지 않았어요. 사건을 회피한 적도 없고... 오히려 기억을 잃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던 것 같아요. 똑같은 그림을 수천장 그려내면서, 사건 현장을 되새겼어요. 하다못해 이쪽에서 걸어가는 범인의 발자국 숫자도 똑같고, 각도하고 여기.. 범인 발자국 위에 경찰 발자국이 반쯤 겹쳐지는, 이것도 그림마다 똑같아요. 자기가 정말 본 거죠. 여기서부터 여덟 번째 발자국.. 그리고 이만큼의 핏자국 – 아마 가족이 죽은 자리, 소파 위에요. 그리고 이거.. (다른 페이지의 그림) 이게 범인이에요. 아이가 목격한.

세영 (영어) 범인을 봤다구요? (놀라서 들여다봄)  

어머니 (영어) 나는 현장에 가보지 않아서 못봤지만, 나중에 도착한 자료에 보면, 피해자의 방 안에 작은 창고 방이 하나 더 있었고, 그 안에 숨어 있었대요.


/플래시컷/

깜깜한 방, 문틈으로 들어오는 가느다란 빛, 남자가 막아서고, 틈새로 들어오는 피묻은 칼날, 겁에 질린 아이, 무표정하게 들여다보는 눈동자, 그 아래의 오래된 흉터, 뚝뚝 떨어지는 피, 물, 땀..


/INS/

당시와 똑같은 연필 데생


어머니 (영어) 문 틈으로 범인을 봤구요, 그쪽도 아이가 그 안에 숨어있다는 걸 알고 들여다 보고 있는 거에요.  

세영 (놀라움에 숨이 가빠지고, 영어) 그럼 율리아는, 사건을 기억한다는 말씀이죠? 선택적 자폐이지만, 해리하고는 전혀 다른..

어머니 (영어) 아이는, 사건만 기억해요.

세영 (영어) 예? 사건 만... 이라니요?

어머니 (영어) 사건 이전의 일들은 하나도 기억을 못해요. 가족, 학교, 살던 동네.. 아무것도. (의아한 표정의 세영에게 다른 페이지를 찾아준다) 여기보면, 아이는 자기 엄마아빠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고 답해요. 오빠가 둘이 있었는데, 역시 이름 말고는 아무 기억이 없대요. 자기자신에 대해서도, 몇학년이었는지, 친구 이름이 뭔지.. 처음 병원에서 지내는 몇 년 동안, 완전히 벙어리로 지내면서 살인 현장 그림만 그렸고, 지금도 사건 전의 일은 기억이 없대요.  


37 /디졸브/ 바


석호 (복잡한 얼굴) 기억 상실도 아니고, 뭐야 그런거는.. 어려서 그런가? 충격으로?

세영 보통 대부분은, 그런 큰 충격으로 기억을 잃을때는, 사건을 기억 못 하지. 특히나 기억하고 싶지 않아서, 말하고 싶지 않아서 대화를 단절했다면, 가장 충격이 컸던 살인 사건 자체를 통째로, 아니며 부분적으로라도 잊어버려. 심하면 자기가 범죄 피해를 당했다는 자체를 기억 못하기도 해. 그런데 강형사는, 반대로 어린 시절을 다 잊어버리고, 딱 사건만 기억을 해. 걔는, 인생이... 열 살 생일 그날 밤 살인 사건부터 시작하는 거야.  

석호 생일이었어?

세영 응.. 생일날. 황당하지? 열 살짜리 꼬마가, 자기 생일날 가족이 살해 당하고.. 그리고 그걸 거기서 고스란히 목격해. 생존은 했는데, 살아있는게 하나도 안 고마워. 그 놈도 살아있거든. 표현을 못했을 뿐, 무서웠겠지. 그까짓 기억 같은 거, 다 잃어버릴만해. 나라면 미쳤을거야. 대단해.  

석호 현재 상태는 어때?

세영 특별한 거 없어. 거기서 한 십년 정신 병원에 있던 건 사실인데, 이상 징후는 없었고, 극히 정상.. 아직 잠은 잘 못자. 수면제 처방을 해도 본인이 안 먹어.  

석호 왜?

세영 언콜이잖아. 일 생기면 뛰어야되는데 약먹고 자다가 범인 못 잡을까봐.

석호 혹시 그런거 때문에 사무실에서 자나?

세영 사무실에서 자? (길게 숨쉬고) 그럴수도 있지. 강 형사가 예전에 그런 말을 했었어. 자기는 경찰 옆에 있을 때, 경찰차 탈 때, 경찰서에 들어갈 때... 그때가 제일 행복하대. 안전하고, 하나도 안 무섭고.. 그래서 경찰한대. 다행이 양부모님이 좋은 분들이셨어. 아버지가 경찰이니 든든했을거고, 어머니가 정신과 의사니까 그나마 정신줄 붙잡고 살았겠지.  

석호 어려서도 약간.. 폭력적인 게 있었나?

세영 범인 얘기지? 그냥... 놓치면 안된대. 그거 하나야.. 미국에서도 과잉 진압으로 몇 번 재판 불려가고 그랬대. 불필요한 폭력, 몸 싸움, 뭐 그런거.. 싸움 엄청 잘해, 알지? 왠지도 알어? (한숨) 그 놈이 어떤 놈이든, 범죄자는 다 잡아죽여야 되... 한번 놓치면 영영 못 찾으니까.

석호 가족 죽인, 그 놈 얘기구나.

세영 그러더라구. 그때 자기가 조금만 더 어른이었으면, 아니면 자기가 경찰이었으면.. 그때 잡았을텐데, 가족이 죽지 않았을텐데.. 그런 말.

석호 업무에서 배제 해야 할 만큼 위험해 보이지는 않고?

세영 그거야 사고를 쳐봐야 알지? 내가 무슨 점쟁이도 아니고... (본다, 피식) 왜? 선배 책임될까봐? 비겁한데? 어린애한테 너무한거 아냐?

석호 (술, 시간보고) 다른 사람들이 위험해지면 안되니까.

세영 다른 사람 누구? 팀 사람들? 범죄자? 각자 안전은 각자 알아서 하는 거고... 내가 보는 강형사는, 정신은 멀쩡해. 다 잡아넣어야 한다는 의지가 좀 강할 뿐이지. 맞아, 자제가 필요하긴 해. 옆에서 누가 말려야 될거야. 근데 거기 오래되신 분, 그 분이 잘 가르쳐주고, 제지하고 야단치고 다 하신다는데, 알지?

석호 (누구? 본다)

세영 문 형사님이라고.. 어렸을 때 같이 찍은 영상에서 봤대. 자기는 그분을 기억하는데, 그쪽은 자기를 못 알아본다고... 요즘 한참 재미있어 하던데?

석호 문 형사님을 안다고? 문종태?

세영 이름은 모르겠고, 문 형사님이라고만 들었어. 말하다가 몇 번 삼촌이라고 하던데? 그 삼촌이 이랬다, 저랬다... 진짜 삼촌은 아니고, 그래도 상관을 그렇게 부르는 거 보면, 많이 친한 거 아니야?

석호 (갸우뚱) 둘이 전혀 안 친한데...? (생각) 삼촌이면, 우리 어릴때, 아버지 친구들을 삼촌이라고 하지않나?

세영 친아버지 얘기는 잘 안하지만, 뭐 가능성도 있지. 아니면 가족처럼 지내던 사람,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 그런거?

석호 다른 가족은, 아버지가 다야?

세영 오빠 하나. 근데 말 잘 안해. 사이 안 좋아. 치료 목적이라고 해도, 어린 애 혼자 남의 나라 보내고.. 솔직히 나도 이해가 안돼. 그럴수록 옆에 더 있어야하는거 아닌가? (술) 그래놓고 죽을때 되니까 연락해서 보고 싶다고.. 에휴, 참.

석호 그래서 한국 들어온거야? 친아버지 만나러?

세영 이번에 말고 전에.. 한 2년쯤 전에, 갑자기 한국 왔다고 전화가 왔었어. 친아버지가 쓰러지셨대. 죽기 전에 얼굴 본다고 잠깐 휴가내고 왔는데, 일이 잘 될려니까... (석호 본다) 강 형사 아버지 계셨던 병원 앞에서, 대낮에 사건이 하나 터졌대. 술 취한 사람이 출동한 경찰을 칼로 찔렀는데, 얘도 미국에서 경찰 하던 애잖아. 거기 끼어들어서, 다친 경찰을 업고 응급실로 뛰어간거야. 그런데..


38 /플래시 컷/ 응급실


제복 입은 경찰, 온통 피범벅. 둘러업고 뛰어들어오는 지율, 사람들 비명, 남자 의식 없고. 의사들 달려온다. 의료진에 넘기고 멍하니 선다. 병원 둘러보는데 귀가 삐이이이... 다른 소리 들리지 않고 주변이 빙빙 돈다


/플래시 컷/ 20년 전 다른 병원, 화면 계속 흔들리고 지율 혼란.


환자복 입은 여자 아이, 바쁜 의료진, 우는 사람, 다친 사람.. 아이가 천천히 걸어가고, <장례식장> 푯말, 복도에 줄줄이 선 조화, 검은 옷, 하나둘, 여럿이 되어 모여있는 경찰 제복, 우는 사람, 전화하는 사람.. 벽에 붙은 이름, 강수진 43세, 송시율 15세.. 경찰 모자를 벗으며 조문, 검은 양복에 하얀 띠.. 눈물 한방울 없이 꼿꼿이 서서 손님을 맞는 젊은 남자 – 아니, 어린 남자.. 큰오빠, 옆에는 넋을 놓은 중년 남자.. 아버지.    


/플래시 컷/ 다시 응급실


장례식장 사라지고, 훨씬 세련된 요즘 병원, 둘러보고, 삐이이 소리 사라지고, 바쁜 걸음걸이, 평화를 찾지율, 얼굴에 묻은 피를 닦아내고


39 /디졸브/ 바

(세영, 잔이 빈다. 석호 술잔을 채워주고)


석호 자기 엄마 장례식이 떠올랐다고?

세영 응, 생각해봐. 무려 20년 전이야. 나는 그게 참 흥미로웠어. 양어머니 기록에 보면, 아이가 입을 다물기 시작한게 바로 그 장례식 이후라고 써있거든. 사건 나고 며칠은 또박또박 증언을 엄청 잘했대. 그런데 장례식 이후로 아이가 말을 전혀 하지 않았다고 써있어. 아마 병원에서 갑자기 생각난 그 장면들 속에 뭔가 힌트가 있지 않을까? 이상하잖아, 하필이면, 자기가 말을 안하기로 한 그 날을... 본인은 모를수도 있잖아, 어렸으니까. 그런데 20년만에 돌아온 한국에서, 아버지가 입원한 병원에서.. 잊고 살았던 장례식장 모습을 고스란히 기억해냈다.. 우연은 아닐거야. 그 자리에, 뭔가 더 중요한게 있었던 거 아닐까? 무의식이라는게 생각보다 강한거거든... 조문 온 사람들 중에 범인을 봤다거나, 아니면 어린 아이인 자기가 입원했던 병원, 혹은 병실에서 누군가를 봤다거나..   

석호 그건 기억 못하고?

세영 아직 완전히 돌아온건 아니니까. 강 형사 말로는, 그 날, 정말 처음보는 것 같은 장면들이 띄엄띄엄 영화처럼 생각났대. 두 병원이 한강 건너 다른 곳인건 아는데, 그래도 신기하게, 하필 그 병원에, 우연찮게 생판 모르는 사람을 살리겠다고 응급실로 뛰어들어서, 갑자기 20년 장례식장이 생각났다... 그때 한국으로 귀화 신청하고 작년에 완전히 돌아온거야. 여기 있다보면 다른게 더 생각나는지 않을까 해서.  

석호 있대? 근데 뭐, 너무 어렸을때라..

세영 맞아, 너무 어려. 어차피 우리도 열 살 전 기억이 많지 않잖아. 그래도 다행히 여기서 경찰 일 계속할 수 있으니까... 걔, 잠 안자고 맨날 컴퓨터 뒤지는 거 알아?

석호 사무실에서 밤새 뭘 한다는 건 들었는데, 뭐하는지는 몰라.

세영 공부해. 대한민국의 범죄란 범죄는 죄다.. 미제사건까지. 거기에다 수배자, 전과자, 재소자... 중년부터 노년까지의 남자 범죄자들 공부... 눈 밑에 흉터있는 놈 찾느라고.

석호 (고개 절레절레, 술)

세영 본인도 알아, 못찾는거. 근데 그냥 매일 그러고 있는거야. 강 형사가 아마, 40대 이상의 남자 범죄자에 대해서는 경찰 중에 1등일걸? 조만간 전국에 있는 사건들 다 외우겠던데? 농담 아니야. 인간 AI 야. 한국에서 경찰 시작하고 지금까지 그것만 파고 있어.


(석호, 문득 과거 생각)


/E/ 지율 목소리


2016년 용안동 포장마차요, 문경위님 사건이었습니다. 사건번호3837-오6-399, 술 시비로 폭행치사. 주범 이기훈은 검거되었고, 공범 오형철은, 당일 목격자인척 참고인 조사만 받고 빠져나갔습니다. 가짜 신분증을 가지고 있어서....


(지율 목소리 사라지고, 석호 술, 빈 병을 본다. 갑갑하다)


40 D 경찰서, 출근 시간, 카메라 거리 풍경 좁혀가다 경찰서로


햇살, 열린 문, 손에 커피... 석호 핸드폰을 확인하며 빠른 걸음, 직원들 인사하지만, 못 본 척 대충 스쳐 계단 올라간다. 곱지 않은 시선

 

41 특별팀 사무실.

조용. 침울. 석호 들어온다, 분위기 이상함


석호 무슨 일 있습니까? 피곤하세요?

시환 (머뭇. 책상 위 서류를 가르킨다) 현재까지 검출된게 없습니다. 아래 작업실에서 압수한 것들하고, 거실 양주병도 거의 끝나가는데 하나도.. 안 나왔습니다.  

석호 뭐가 나와야 되는데요? 기다리는 거 있어요?

시환 ... 글쎄요, GHB나 케다민, 흔한 졸피템이라도.. 아니면 LSD 요..

석호 맨땅 찍는거잖아요. 신고된 샘플이 없으니, 우리가 뭘 찾는지도 정확히 모르고, 일단 다 털어와서 압수품은 쌓였고..

시환지율 (??)

석호 (다정, 상냥) 아직 검사 할 것들이 많이 남았다구요. 조금 더 기다려봐요. 실망하기는 일러요. 만약에라도 거기서 안 나오면, 다른데에서라도 나오겠죠. 그것 때문에 아침 분위기가 이런 겁니까?  


(다들 조용, 석호 방안을 본다)


석호 식사는 하셨어요? 뭐 좀 시켜드릴까요?

시환 (의외의 말에 당황, 망설.. 왜 그러심??) 그리고 아까.. 서장님이 팀장님 찾으셨는데, 혹시 이번 일 때문에 곤란하시면 제가 같이 가서..  

석호 아니에요. (미소) 괜찮아요. 조금 늦는다고 문자 드렸습니다. 마약반은, 연락 없죠?

시환 뭐가 나와야 자기들이 들어온다고... 그런게 어딨어.. (투덜, 종태 눈치, 종태 반응없다)

석호 일이 많겠죠. 심증만으로는 끼어들고 싶지 않을거에요.  

시환 안 나올거, 팀장님은 알고 계셨습니까? 왜.. 기분이.. 별로 안 나빠.. 보이십니까?

석호 (읏음) 곧 나온다니까요, 어디서든지. 어제, 확증 하나 찾았잖아요. 생각 안 나요?


(?? 모두 돌아봄, 석호 확신) 여자가 도망을 갔잖아요. 뭐가 있으니 그랬겠죠, 그 몸으로. (수첩들고 책상 앞으로, 당당) 회의 시작합니다.


석호  류형사님, 필리핀 실종 여성, 가정 방문 어제 못 가셨죠?     

시환 예, 오늘 오후에 다시 가보려고 합니다. 아이 하교 시간에 맞춰서 여청하고 만납니다.

석호 강 형사님 다리 괜찮으면 같이 갑니까? (지율 예, 석호 끄덕) 문 형사님, (본다) 게이브 참고인 조사 진전 있습니까? 아직 묵비권인가요?  

종태 다 들고 튀었으니 배째라 입니다. 그래도 여자는 긴급체포라도 받았는데, 남자는 아직.. 일단 출국 금지는 신청했는데, 나머지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석호 국적이 아직 벨기에에요. 재산도 모두 여자 이름이고, 본인 혼자 숨어 살기에는 한계가 있을거에요. 어제 밤에 벨리에 쪽에 게이브 신원 조회 신청했습니다. 작은 거라도 범죄 기록이 나오면, 우리쪽에서 구금할만한 충분한 사유가 되니까요. 그리고, 신한 은행 명동 지점이랑 경기 은행 서대문 지점에 여자 명의로 VIP 개인 금고가 있답니다. 문형사님, 차형사님 두분이 가셔서 내용물 확인하시고, 그동안 부부 중 하나라도 찍힌 CCTV 영상 있으면 확보하세요.    

은석 은행에서 개인 금고를 저희한테 확인 안 해줄텐데요?

석호 연락 해 놨습니다. 가셔서 (쪽지 주며) 이 분한테 말씀하세요.

종태 (받아들고 의아. 은석에 넘기고, 은석 사진 찰칵 후 반납) 혹시 외국계 은행도 확인 하셨습니까?

석호 그쪽은 아무래도 개인 정보라 확인이 안답니다. 증거 찾고, 영장까지 다 나와야 할 것 같습니다. 그나마 홍콩 HSB 에서는 계좌가 있다고만 답이 왔고, 그 이상은 곤란하답니다. 오늘 국내 은행 금고에서 단서 비슷한 뭐라도 찾으시면, 그때 다시 협조 요청 해 볼 생각입니다.


(수첩 접고) 저는 여기까지입니다. 혹시 제가 더 알아야 할 사항이 있습니까?  


은석 어제 밤에 병원 근처에서 택시를 탄 임산부는, 다른 사람인걸로 최종 확인 됬습니다. 그리고 건너편이 재개발 앞두고 있는 임대 아파트라서, 생각보다 CCTV가 없습니다. 도로변하고 경비실 정도인데, 임산부는 안보입니다.

석호 혹시라도 빈 집 있는지 확인하시구요, 지인이나 다른 사람 도움 받았을 가능성이 큽니다. 순찰 인원 줄이지 말고 계속 살피고 하세요. 다른 병원이나 조산원에서는 제보 없습니까?

시환 아직은 없습니다.

석호 가명을 쓰거나, 보험 없이 현찰로 계산 할수도 있다는 거, 공문에 추가하세요 (시환 메모) 그럼,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접고 돌아서는데).

종태 팀장님

석호 예 (돌아본다)

종태 아까 은행 금고 말이에요, 나온게 아무것도 없는데, 은행들이 바로 그렇게들 협조를 하던가요? 혼자 덤빈다고 막 해주는데가 아닐텐데?

석호 (미소) 문 형사님께 배운 대로 했습니다. 일단 열어보고, 증거 나오면 영장 들고 다시 오겠다고요. 우기니까 해주던데요?

종태 (그제야 미소) 잘 하셨습니다. 꽉 막혀서 어디부터 파야하나 했는데, 길이 좀 보입니다 (감사, 대견한 눈빛).

석호 오늘은 물증.. 부탁 드립니다. 심증, 확증 다 주셨으니까, 물증만 남았습니다.  

종태 제 심증을 믿으시는 겁니까?

석호 (머뭇) 아마, 처음부터.. 믿었을겁니다. 그래도 절차상 확실히 해야해서..

종태 서장님이 시키던가요? 그렇게 말하라고?

석호 아닙니다, 제가... 생각을 좀 해봤습니다.

종태 (나갈 준비) 서장한테 속지 말아요. 그 사람 머리 속에 여우가 백마리야.

석호 서장님께서, 문형사님 많이 믿고 의지하라고 하셨습니다. 저희 팀으로 와주신것도 감사드리고..

종태 (자른다) 우리 팀장님, 무지 잘 속네. 서장님하고 나하고는, 마누라보다 더 오래 봤어요. 우리가 그렇게 간질간질 사이가 아니야 (나가며) 은행 갑니다.


(은석 석호 말없이 까닥, 눈 인사. 뒤따르고)  


석호 (한시름 놓는 석호, 시환 책상의 과자와 바나나 우유를 본다) 아침이에요? 강 형사는 그렇다 치고,  시환씨는 제대로 먹어야 되는거 아닌가?

시환 이제 제대로입니다, 원래 군것질을 좋아해서..


/INS/

눈웃음치는 어린 남자 아이, 메로나를 입에 잔뜩 묻히고 웃는다


석호 (혼자 웃음 꾹) 그래도 다 컸느.. 어른인데. 제대로 먹으면서, 강형사님 식사하는 것도 좀 가르쳐요. 문 형사님이 걱정 많으세요, 식사 못한다고 (지율 본다)

지율 (미국식, 예의상 미소. 대꾸없고 책상 정리, 컴 닫고 나갈 준비)

시환 안그래도 선배님 드실 수 있는 걸 찾아보는 중입니다. 이거저거 한입씩 연습 시킬려구요 (눈웃음)

석호 그래요. 많이 도와주세요. 참 다행이에요, 두분이 잘 맞아서.


(쓰레기를 버리고 나가는 두 사람, 뒤에서 바라보던 석호, 뭐라도 몰래 볼게있나 둘의 자리를 유심히 훑어보다 스스로 제지. 약속이 생각난 듯, 문자 확인하며 사무실을 나간다)


42 D 허름한 동네 비탈길


지나는 사람 없이 한적한 어느 골목을 지나 빠르게 걷는 남자, 작은 샤시 문 안에 귀를 대고 소리를 듣는다. 물 흐르는 소리, 그릇 소리.. 재빨리 문을 열고 검은 비닐에 싼 무언가를 휙 던져 넣고 도망간다. 잠시 후, 샤시 문을 열고 나오는 꾸부정한 남자. 부스스한 머리와 옷차림, 동작이 빠르지 않다. 손에 쥔 검은 봉다리를 들고 골목 끝을 살핀다. 아무도 없음을 확인하고 안으로 들어간다. 철컥.. 샤시문 잠그는 소리.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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