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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소운 Apr 30. 2023

6.1 갑돌이 갑순이

남과 여


1 D 경찰서 4층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는 서장과 조팀장. 인사하는 사람들, 바쁜 걸음)


서장 그러니까, 필요하면 정식으로 공조 요청하고 잠깐씩 빌려가. 인제 겨우 팀 짜는데 빼가면 안돼지.

조팀장 거기는 하나 더 온다면서요? 지율이 시작한지 얼마 안 되었고, 새로 오는 애도 신참이니까, 둘 중 하나는 우리 줘요.  

서장 (걷다말고) 언제는 여자애들 싫다며? 왜 갑자기 변했어?

조팀장 (시치미) 제가 언제요? 그건 종태 형님이 맨날 하는 소리고.. 그리고 지율이는 왠만한 남자놈들만큼 해요. 그러니까 우리는 지율이.. 주세요. 걔는 아주 파릇파릇한게,  싹이 보여.

서장 나도 그러고 싶은데.. 이석호가 뭔가 좀 가르쳐 볼 생각인가봐.

조팀장  초짜가 누굴 가르켜요, 지율이가 훨씬 더 잘하겠구만? (서장 찌릿, 눈치) 내 말은, 서장님이 보내라면 보내야지. 명령인데.

서장 일단은 좀 놔둬봐, 어떤가 보게.

조팀장 아, 내가 데리고 있을께 실컷 보세요. 누가 보지 말래? 새로 오는 애는? 걔도 안되요? 아니 그냥, 아무라도 좋으니까 쓸만한 애들 한두명만 채워줘요.

서장 좀 보채지 좀 말고! 내가 무슨 남산에서 따오냐 한강에서 건지냐? 이게 다 발로 뛰는거야, 쓸만한 애들은 서로 다 안 줄려고 난리들인데..   


/E/ 시끌시끌 와르르 웃는 소리, 함성, 야유


서장 (돌아보고) 왜 이렇게 시끄러워? 너네 팀이야?

조팀장 (보고) 우리가 떠들 일이 뭐가 있어요, 애들도 아니고.. (또다시 으하하... 눈치챔) 아들 낳어, 왜 저래?


(복도따라 걸으면, 더 커지는 웃음소리)


2 D 강력 사무실

(바글바글 모여선 건장한 사내들, 들여다보는 서장, 아무도 눈치 못 채고 떠든다)

(조팀장, 앞으로 비집고 들어가 들여다보고 어이없음, 한번더 함성 퍼지고)


정환 (손에 플라스틱 칼) 아우, 다 된건데 거기서 꼬꾸라지냐!!

진우 (칼 뺏으며) 형님은 똥손이라 그래. 완전 곰발바닥.. 봐봐, 이게 손이야, 발이야?

정환 맨날 주먹만 쥐고 살아서 그렇지, 나도 옛날에는 손 예뻤어 (으하하 웃음소리, 부스러기 얌냠).

진우 어, 먹지마? 실패한 사람은 못 먹는거야.

정환 치사하게.. 뿌스러기 가지고..

박형사 (조팀장 발견 꾸뻑) 오셨어요? (다들 돌아보고 인사,조용)

조팀장 뭐하냐, 아침부터? 팔씨름도 아니고? 교대 안 해?


(민규 눈치보며 박스로 슬쩍 빵 가리고)


진우 (당당. 플라스틱 칼 내밀고) 하실래요? 롤케익 얇게 자르기.

조팀장 ?? 넌 또 왜 여기와있어? 경찰서 출입금지 몰라?

진우 아니에요, 오늘부터 출근이에요.

서장 누구 마음대로 출근이야? (다들 뒷걸음, 인사) 이틀동안 나오지 말랬지.

진우 (꾸뻑) 어제까지가 2일이래요. 병원에서 나온 날이 1일, 어제가 2일. 그래서 오늘 출근.  

조팀장 강지율이가 그래? (은근 미소)

진우 예. 앞집에 사건 하나 새로 들어왔다고..

서장 쉬는 애한테 누가 연락을 했어? 류시환이지?

진우 (미소..) 서장님 이거 한번 해보실래요? (칼 내민다, 정환 말리느라 툭툭) 왜, 서장님도 왕년에 칼 좀 쓰셨잖아 (칼로 휘릭, 펜싱 흉내).

서장 (케익 상자 들고있는 민규 보고) 다 큰 것들이.. 왜들 이래?

민규 박 형사님이 롤케익을 사오셔가지고.. 누가 더 얇게 자르나..하고 있었습니다.

박형사 그게.. 어제 거 팔고 남은거 1+1 이라서 사왔는데, 진우가 지율이 갖다 주자고.. 그러다가, 걔는 아마 얇게 잘라야지 먹을 거다... 뭐 그렇게 시작해서..

조팀장 한마디로 놀고 있었네.

진우 (해맑음) 예. 뜨실래요? 안 부서지게, 얇게 뜨기. 이긴 사람만 먹는거에요.

서장 (조팀장 어허..) 내놔봐, 그게 뭐 어렵다고.. (칼 받아들고 자르려다) 근데, 원래 롤케익은 얇게 자르면 맛이 없어. (칼 엄지손가락 첫 마디에 대고) 딱 이정도 두께가 되어야


(일동 야유, 서장 왜..??)


정환 칼을 왜 손가락에...? 에이.. 안그래도 지율이는 손가락 무서워서 밥을 못 먹는데.. (맞아맞아..)

서장 이걸 자른다는게 아니라, (칼로 툭툭) 두께가 이정도는 되어야..


(야유, 우우우.. 탈락탈락.. 실격이야.. 야, 서장님 빼..) 이 자식들이..?


조팀장  야, 다 치워. 가! 일 안해? 민규는 집에 가야지, 밤 샜잖아?

민규 예, 들어가려던 참입니다.

정환 (부럽, 아빠 미소) 얼른 가서 애기 봐야지, 지금이 제일 이쁘다. 다 신기하지?


(민규 웃으며 끄떡, 정환 얼굴 변함) 잠깐이야, 좀만 커봐, 말 드럽게 안들어.


조팀장 너나 말 들어. 아침부터 애들 데리고..? (민규 빈 박스 들고 자리로, 다들 슬금슬금 해산, 진우 롤케익 챙기고) 넌 어디가?


진우 지율이한테요.

정환 야, 한 덩어리는 놓고 가, 우리도 먹어야지

진우 (도망) 형님은 탈락이잖아. 거기 부서진거 먹어

정환 (쫒아가는) 야이, 이리와! (진우 나감) 저 자식이..

서장 (문 닫히고, 조용히) ... 쟤는 좀 어때? 별 얘기 없어?

박형사 좋아.. 보입니다. 잘 쉬고 온 것 같습니다.

조팀장 (빵 조각 입에 넣고) 지율이 신경쓰느라 바빴겠지. (바닥에 양말 발견) 야, 드럽게 이거 누구야? 양말들 바로바로 치우랬지? (다들 보고)

정환 (와서 집어들고) .. 안그래도 지금 치울라고.. (청소하는 척)

조팀장 (사무실 둘러보면, 수건, 셔츠, 잠바..) 아후, 정리들 좀 해라 (양말 하나 또 줍고) 이건 왜 몇 개씩 굴러다녀.. (정환 슬쩍 가지러오고) 또 너야? (주며) 양말을 몇 개씩 신어? 오징어야? (정환 씨익, 주머니에 넣고)    

3 D 특별팀 / 미팅 중.


은석 혼자 여행오는데 2천만원은 너무 큰데요? 뭘 사려고 했던지, 장기로 머무를 생각 아니었을까요?  

시환 그 외에도 몇가지가 이상합니다. 지금까지 방문했던 거랑 많이 달라요. 회사도 그만두고, 핸드폰도 없애고.. 비자 날짜가 다 지나도록 가족들한테 연락도 한번 안했습니다.   

지율 일본 사람이면, 연장하기가 쉬웠을텐데요. 보통 날짜 지나기 전에 하루 나갔다가 다시 들어오잖아요.

종태 못 나갈 일이 생겼거나, 나갈 마음이 없었거나.. 자의냐 타의냐 그게 중요하네.

석호 마지막에 머물었던 숙소에서는 아무것도 못 찾았습니까? 지하철 역에서라도?

시환 삼각지 역 역무실에 CCTV 요청해놨습니다. 숙소가 거기서 5분 거리에 있는 <실크로드>라는 외국인 전용 게스트 하우스인데요, 직원 뿐아니라 손님들도 미키씨를 잘 알고 있었습니다. 한국 올때마다 거기에 머물었대요. 일년이면, 명절이나 휴가 끼고 3번 정도, 한번에 1-2주정도 있다 갔구요, 이번에 처음으로, 90일 장기 예약을 했습니다. 숙박비는 입국 전에, 신용 카드로 전액 선불했는데, 체크아웃 날이, 관광비자 만료일인걸로 봐서, 비자 규정도 정확히 알고 있었을거라 추측됩니다.

종태 비자 만료일이 출국 예정이었다.. 비행기표는?

시환  원래는 그 날짜로 왕복 끊었다가, 한국에 들어와서 곧바로 돌아가는 편을 취소했습니다.

지율 그럼 처음부터 체류를 연장 할 계획이었네요. 뭘로 연장하려고 했을까요? 취업? 불법?

종태 한국에 오는 일본 여자는, 상대적으로 술집이나 성매매가 적어. 돈 가치도 다르고.. 거기서 더 많이 버니까. 차라리 이 나이대의 일본 여자면.. (은석보고) 둘 중 하나 아냐? 결혼 아니면 종교.

은석 (끄덕) 종교를 통한 결혼이라고 봐야죠. 가능성 있어요. 요즘은 연예인 보러 오는 사람도 많긴 하지만, 그것 때문에 불법체류까지 할 필요는 없고.. 이 사람은 이미 교회 일정이 있었으니까, 그쪽부터 파보죠.

지율 가족들도 다 알고, 실제로 실크 로드에 머무는 동안에도 수시로 교회에 간다거나, 같이 가자는 말을 했다... 그러면 가지고 온 이천만원도 전부 교회에 기부하지 않았을까요?

시환 여행자 수표라서, 바로 헌금 할 수 없을거에요. 먼저 환전을 하고, 현찰로 바꾸어서 내야 할텐데, 아직까지는 환전 기록도 없습니다.

종태 수표로 그정도면, 현찰도 어느 정도는 가져왔겠지, 탈탈 털어서.. 한두번 와본 사람도 아니고. 숙소를 전액 지불했으니까, 나머지는 밥값이랑 교통비 째끔씩 쓰는거잖아. 지금까지는 현찰로 살았을거야. 곧 돈 떨어지면, 환전하러 나타나겠네. 잘 지켜봐.

석호 입국 90일이 지났는데, 초반 CCTV 확보는 이미 어렵겠네요?  

시환 어제 몇군데 복제 요청했습니다. 아무래도 앞에 며칠은 놓쳤겠지만, 다행히 숙소 바로 앞에 있는 외국계 은행은 국내 은행보다 보관 기간이 한달 더 길어서요, 지금 판독 중입니다. 혹시라도 다른 사람 이름의 카드를 썼다거나, 누구를 만났을 수도 있으니까요.

석호  신용카드와 핸드폰, 둘 다 없으니, 추적할 수 있는 건 이제 여행자 수표뿐이고... 일단 3일 전까지는 확실히 생존했던 걸로 보이니까, 숙소를 나와서 어디로 갔느냐가 먼저 확인 되어야 할것같습니다. 서울에 있는지, 가평인지.. 아니면 또 다른 장소가 있을지.. 주변 사람들은 어때요?

시환 오전 중에, 요 옆에 본당 관련자하고 약속은 잡아놨는데.. 신도가 너무 많아서 일일이 확인하기 어렵다고.. 별 도움 안 될거랍니다. 기대하지 말라고..

종태 (씁쓸) 맞는 말일거야. 돈은 기억해도, 신도는 기억 못 하지.


CUT TO 문 열리고 진우 롤케익 들고 입장


종태 진우 좋은 아침! 벌써 간식이냐?

진우 박 형사님이 사오셨어요. 저희끼리 얇게 자르기 하다가.. (은석 일어나자) 형도 먹어야지. 가져가, 여기 제일 큰거 (은석 미소, 마지못해 작은거 한조각 입에 넣고) 여기 놔둘께 드세요, 좀 부서졌어요.


(종태 앞에 내려놓으면 엉망)


종태 뭘 한거야? 너네는 빵도 부검하냐?

진우 아니요, 그냥 누가 더 얇게 자르나.. 그래야 지율이 먹는다고.


(종태 절레절레 한숨, 한조각 들고 자리로, 석호 일어나고) 형은 안먹어?


석호 괜찮아. 나가봐야돼 (종태 찌릿). 참, 진우야. 너 있다가, 강 형사하고 진술 간다며? (모두 보고, 뭔 진술?)

진우 (지율 보고) 전화로 할거야. 오래 안 걸려.

시환 무슨 진술?

진우 어제 바다 갔을때, 아이 사체가 하나 나왔어. 익사인줄 알았는데, 이미 죽은 다음에 버렸더라구.   

종태 범인은? 인상착의?

진우 못봤어요. 유기하는 걸 직접 본 건 아니고.. (지율 쪽 보고) 수상한  사람은 있었는데.. 지율이가 사진 몇장 찍은게 있어서 넘겨주고, 아마 블랙박스 영상이랑 해서.. 작은 동네니까 주민이면 벌써 몇 명 추렸을 거에요.

종태  말세야, 말세.

진우 (지잉... 핸드폰 보고) 지율아, 시간 비워놔. 저거 먹어 (나간다)


CUT TO

(시환 부서진 롤케익을 보는데, 지율 한조각 집어서 입에 넣고, 먹는 모습 물끄러미 보는 시환.)  


석호 류 형사님, 필리핀 귀화 여성 실종건, 진전 있습니까?

시환 (정신 차리고) 아, 그 분이요.. 본국에서 연락이 왔는데, 한국 오기 전에 이미 신분증 위조로 수배중이었대요. 사용한 이름이, 저희가 알아낸것만해도 세개인데, 실제는 이것보다 훨씬 많은 것 같아요.

은석 다른 범죄에도 연루되구요?

종태 됐겠지. 이름 자꾸 바꾸는 이유가 뭐겠어? 국적은? 하나 아니지?

시환 다른 이름에, 다른 국적.. 확인된 여권이 세 개입니다 (서류 석호에게 건네고)

종태 그래, 다국적 같애, 딱 느낌이 선수야. (지율 본다) 강지율, 너는? 그 집에 갔었잖아. 뭐 이상한거 못봤어?

지율 생활 수준에 비해 현금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아이 아버지와 할머니가 아이에게 전혀 신경은 안 쓰면서도, 아이를 시설에 보내자는 건 반대 했습니다. 하기싫고 귀찮지만, 해야하는... 일종의 약속이나 거래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은석 거래요? 아이가 돈과 관련이 있다..?

종태 아이가 남아도는 현금의 수입원 일 수 있지. 쉽잖아. 남의 아이 봐주고, 돈을 받는다.. (지율보고, 편하게 툭) 또, 애는 좀 어떤거 같애?

지율 눈으로 봐서는 학대 흔적은 없었고, 키나 체중도 동남아 아동 기준으로는 정상 범주로 보입니다. 그렇지만, 지능이나.. 전체적으로 인지 능력이 많이 떨어져 보입니다 (종태 은석 응??). 한국에 온지 2년이나 지난걸 감안하면, 언어 능력은 확실히 많이 부족하고, 나이 대비 놀이 수준이나 사회성도 아직 유아기 정도로 보입니다. 전문가의 진단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CUT TO (종태 은석 말없고. 석호 가만히)


시환 (눈치, 수습) 그... 아이는... 엄마가 없는 걸 크게 의식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혼자 노는데에 익숙 할 수도 있구요. 여청에서 상담사를 보낼 예정입니다. (은석 딴짓)

종태 애가.... (한숨, 꾹 참, 지율에게) 정서적으로 힘들거나, 엄마 보고싶어 울거나, 그런건 없었냐고?

시환 (지율 편들어주려) 그날 잠깐 본걸로는 확신하기가..

종태 (발끈) 그날 잠깐 봤는데 지체장애라고 확신하는 애도 저기 있잖아. 어린애가 엄마가 떨어져서 어떠냐니까, 언어가 부족하고 사회성이 뭐 어째..?  

시환 죄송합니다. 잠깐 갔던거라.. 자세히 살피지 못했습니다. 학교랑 여청 통해서 도울 방법이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지율 (건조) 유전자 검사도 해보라 그래요.(일동 ?? 보면, 지율 둘러보고) 이상하잖요. 돈은 넘치게 갖다주는데, 애한테는 전혀 관심도 없고.. 그정도 발달이 늦으면, 전문 병원에라도 데려가볼텐데..    

종태 (삐딱) 너 같은 여자가 또 있나부지. 어린 애 마음 힘든건 하나도 안보이고, 쓸데 없는 것만 보는.

지율 (종태 보고) 어린 애 마음 힘든거 보이면, 뭘 해주는데요? 업어주나? 사이다 사주고?


(종태, 뭐야..? 은석 말리고)  


지율 그 여자.. 수배자에요. 이름도, 국적도 한두개가 아니고.. 아이는 자기 애 라는 증거 있어요? 그리고, 만약에 정말로 친자가 아니라면, 왜 귀찮게, 아픈 애를 여기까지 데리고 왔을까요? (석호 바라보고) 단순히 한국으로 시집오는게 목적이었다면, 애가 있어도 없는 척 하는게 낫잖아요. 좀 더 좋은 데로 시집 갈 수 있으니까. 근데 왜 하필 돈 한푼 없고 몸까지 아픈 남자한테, 싱글맘이라고 자기 손해보는 거짓말을 하면서 남의 애를 데리고 왔느냐, 그 얘기죠.

석호 처음부터 다른 목적이 있었다...?

시환 거기에다가... 남의 아이라면, 아이를 사랑하는 착한 엄마처럼 위장해서.. 의심 피하구요. 그런 가능성도 있지 않나요?


(종태 삐딱, 그러나 한발 물러나고)


CUT TO 정아 빠른 걸음 들어오고,

(불쾌한 종태, 다른 곳 본다. 시환 감지하고 뭐지..?)


정아 (곧장 석호에게) 팀장님, 필리핀 이주자 이선아씨에 관해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석호 지금 그 이야기 중이었어요. 뭐 더 나왔나요?

정아 그분, 본청에서 이미 수사중입니다. 본명은 티아 호세, 본국에서 지명수배 된지는 벌써 오래 되었답니다. 한국에서는, 2019년에 있었던 필리핀 성매매 골프 관광 - 카드 위조건으로 수배 중이구요.   

시환 성매매 골프 관광은 알겠는데, 카드 위조는 뭐죠?

종태 있었지.. 엄청 고가의 골프 관광이었어.참가자들이 출국 전에 아가씨를 하나씩 골라놓으면, 공항 마중부터 시작해서 먹고자고싸고, 24시간 내내 붙어 다녀. 진짜 여자 친구나 와이프처럼. 콘도 하나씩 잡아서 일정만큼 같이 살아주는거야. 영어도 되고, 한국말도 좀 되는 애들로.

시환 카드 위조는.. 신용카드를 위조했다구요?


/INS/ 한국인 중년 남자 씻으러 들어가면, 침대에서 애교 부리던 어린 동남아 여자, 몰래 남자 지갑에서 신용카드를 꺼내 도촬


/E/ 종태 목소리

맨날 붙어지내니 빼내기 쉬웠지. 그것도 바로 쓰면 걸리니까, 일부러 다들 귀국하고 나서 몇 달씩 지난 다음에, 길게는 반년, 뭐 이렇게 지나고 나서부터, 여기저기서 펑펑 써댔어. 동남아, 홍콩, 중국 이런데에서 왕창 빠져나간거야.


은석 처음에는 단순하게 도난당했거나, 개인 정보 유출이다 생각했는데, 수사하다 보니까 전부 그 골프 관광갔던 사람들이었어요. 피해 금액이 수십억 넘고, 피해 본 사람도 대충 60명 넘구요.

정아 여러 범죄를 저질렀지만, 특히 이 사건에서 티아씨는 직접 기획하고 참여자를 모집, 알선했을 뿐 아니라, 일부에게는 대마초와 필로폰도 판매했습니다.  

시환 대단하네. 근데, 진짜 이름이.. 티아.. 라구요? (서류본다) 제가 찾은거는 안젤라, 글로리아.. 성도 다 달라요. 호세, 카스트로..

정아 몇 개가 더 있습니다. 정식으로 개명을 한 경우도 있었고, 다른 사람 이름으로 결혼한 적도 있구요.  

석호 혹시.. 아이는요?

정아 (서류 넘기고) 저희가 확보한 여권이요, 글로리아 카스트로라는 여자 이름인데, 그 여자한테 제이콥이라는 남자 아이가 있었답니다. 현재의 김하운 어린이가 이 아이로 추정됩니다.

시환 와, 정말 신분을 위장하려고 애를 만들어 온거네요. 도대체 얼마를 주면...?

종태 몰라, 몰라.. 안궁금해. 별 그지같은.. 접어! 우리 사건 아니야.

시환 또 접어요?

종태 우리가 접어야지, 저쪽에서 이미 알고 있다잖아. 그정도 파악했으면 잡을 일만 남았네.

석호 아이 문제는 어떻게 됩니까?

정아 저희가 계속 맡습니다. 엄마 범죄하고는 별개니까요.

시환 근데, 아이 엄마가 범죄자고, 친모도 아니라면.. 아이가 한국 국적을 취득한 것도 문제가 생기나요?  

정아 아직은 친모의 소재를 몰라서 확실치는 않지만, 만약에 불법으로 새 신분과 아이를 얻은거라면, 본국으로 돌려보내지게 될 겁니다. (시환 김빠지고) 그래도, 그때까지는 합법적으로 한국인 아버지 밑에 입양이 된 상태라, 한국 아이로 봐야죠.

석호 차 형사님 (본다), 지금까지 저희가 자료 준비한 거, 마지막으로 검토 한번만 해주시고 이 경사님께 전부 넘겨주세요. (나갈 준비하고 정아에게) 혹시라도 여청이나 정보팀에서 도움 필요하면, 언제든 협조하겠습니다. (인사, 서둘러 나가고).

시환 (시무룩 꾸뻑, 시계보고 지율에게) 우리도 가야죠. 미키씨 다니던 교회 사람 만나보고, 근처 지하철역 몇군데 확인차 가보구요 (꾸뻑, 지율과 나감)


CUT TO

(정아, 종태, 은석 - 셋만 남은 사무실. 조용. 각자 일하는 두 사람. 교대로 째려보는 종태, 자신의 노트북을 켜는 정아)  


은석 (정아보고) 여기와서 이걸로 같이 봐요. 뭐가 더 필요한지 알아야..

종태 에이씨 (쾅 소리나게 서랍 닫고 일어나 나감)


CUT TO

(은석 당황해 정아 눈치, 정아 멀찌기로 눈 돌리고)


4 D 계단

(걸어내려오는 시환, 지율)


시환 선배, 몸은 좀 어때요? 그날.. 죄송해요, 병원까지 가시게 하고...

지율 아니요, 간만에 잘 잤어요. 괜찮아요.

시환 (주저) 휴가..는요? , 간 김에 진짜 며칠 쉬시지 벌써 오셨어요?


CUT TO

(진우 뛰어 올라오다 멈추고, 시환 코 만지며 살짝 찡그림)


진우 나가는거야? 저쪽이랑 전화해야 되는데?

지율 혼자 해. 난 사진 다 줬고, 더 할 말 없어. 진술 거부 (내려간다).

진우 (지율 보고) 왜저래? (시환에게) 바뻐?

시환 (삐딱) 바쁘지. 경찰이 노냐?

진우 아침부터 비싼 빵 먹고 뭐가 불만이야? 그거 얇게 자르느라 얼마나 힘들었는데?

시환 하나도 안먹었어. 나 얇은 빵 싫어해. 형 냄새도 싫어. 샴푸 냄새도 싫고 로션 냄새도 싫어 (내려간다).

진우 냄새 나? (킁킁 냄새 맡고) 왜, 좋은데 (다시 킁킁 올라가고).


5 D 주차창

시환 (계단 내려서고 혼잣말) 아이 진짜... 둘이 호텔 간 거 티 내냐? 똑같은 샴푸에 똑같은 로션에.. 남들이 알면 어쩌려고 똑같은 냄새를 풍겨? 하여간 짜증이야.


(지율 차 다가오고, 시환 얼굴 풀고 타면, 서서히 출발)


CUT TO  

(찰칵.. 경찰서 밖에서 핸드폰으로 사진 찍고, 뒤로 숨어 차 지나가고, 사진 확대해보는 한 여자 - 채은. 차 지난 방향을 보며 뭔가 생각, 전화기 넣고 터벅터벅 사라지고)


6 /INS/ D 강가

(푸른 산자락을 지나 달리는 기차. 일행과 웃는 사람들, 과자를 꺼내먹는 아이. 마주앉은 여성을 보며 싱긋 웃는다. 아이가 귀여워 같이 웃어주는 여자 – 젊은 일본 여성 미키.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열었다 장난치는 아이. 엄마에게 속닥속닥 무어라 하더니 과자 하나를 들고와 손에 쥐어주고 간다. 꾸벅 인사하며 환하게 웃는 미키. 창밖으로 빠르게 지나는 풍경)   


7 D 폐건물 주차장

(대낮이지만 으스스한 골목, 철거를 앞둔 빈 건물이 즐비하고, 반대하는 현수막도 찢어진채 방치. 쓰레기, 술병, 도망가는 길고양이)

(경찰차 한 대 서있고, 노란 테이프. 파출소 순경과 이야기하는 은석, 현장 살피는 종태, 약병, 술병 – 저만큼 떨어져 누워있던 시신, 흰천에 덮혀 119에 들려가고)


종태 뭐 좀 나왔어?

은석 악취가 난 게 3일 정도 되었답니다. 그런데 왜 이제서야 신고가 들어왔을까요? 이렇게 큰 길인데.

종태 (둘러보고) 봐봐라, 사방에 다 냄새나는 것들 뿐이지. 누가 관심이나 있었겠어, 쓰레기인가 보다 했겠지. 신원은?

은석 신분증 속 사람이 맞다면, 이 부근에 살던 주민입니다. 곧 지문 채취 결과 나올겁니다.  

종태 (길가로 걸어나오고, 경찰차 지나고) 동네 주민이 가까운 자기 집 놔두고 남의 빈집에 들어와서 죽어? (주변 사진 여러 컷) 가자, 일단 거주지 가서 뭐라도 찾아보고.. 주소 있지?

은석 (메모 보며) 예, 멀지 않습니다.


CUT TO (차로 걸어가고.)


8 D 은석 차 안


은석 (주소 검색) 자살일까요?

종태 지금봐서는 그렇지. 상처도 없고.. 실종이나 가출 신고된 사람들 찾아봐야겠지만, 외국인이라 또 아무것도 없을거야. 출입국 기록 요청하고.. 몇 번째지?  

은석 최근 3개월동안 서울에서만, 6-7 명 되는 것 같습니다 (운전).

종태 그중에 하나만 빼고 다 우리 관할이야. 그 하나도 바로 요 코앞이고... 분명히 뭔가가 있는데...

은석  강력 범죄 같지는 않습니다. 이 모든 사람을 다 자살로 위장하기에는..

종태 자살은 자살이야, 분명히 자살 맞는데... (생각) 하필, 한동네에서, 외국인 근로자들만, 하나씩 죽어나가는 이유... 그 이유가 범죄겠지. (은석 내비 보며 운전, 슬쩍 보고) 안 좋냐?

은석 ...기분요? .. 자살 현장 나가서 기분 좋을 사람 있나요?

종태 말고, 아까..(주저)

은석 .. 아니요, 괜찮습니다.

종태 (참시 침묵... 못 참고) 넌 밸도 없냐? 어떻게 나란히 앉아서 일하자는 소리가 그렇게 쉽게 나와? (은석 말이 없고) ... 나는... (숨고르고)

은석 일이잖아요. 해야죠.

종태 접어라. 너 진짜 단단히 접어. 손톱만큼이라도 틈 보이지마.  

은석 (피식) 저는 괜찮아요

종태 (버럭) 뭐가 맨날 괜찮아? 니가 부처야? 보살이야? 걔는 너한테 온갖 못된 짓 다해놓고, 지 혼자 살겠다고 도망갔다가... 이제 또 여기 나타나서 아무렇지 않은 척 쌩 까는데.

은석 오고 싶어서 온 거 아니잖아요. 일 때문에 어쩔수 없이...

종태 안 왔어야지! 무슨 핑계를 대서라도! 제주도를 가든 독도를 가든, 여기는 안 왔어야지!  

은석 경찰이 그런게 어딨어요, 가라면 가야지.

종태 휴직을 하든, 사직을 하든! 무슨 낮짝으로 여기로 파견을 와? 그때 그 사람들 다 그대로 있잖아? 너 사람들 쑥떡쑥떡, 슬금슬금, 니 눈치보는 거 안보여?  

은석 (무심) 아니요 (종태 한마디 하려는데) 다 왔어요. 저기에요 (종태 참고 한숨).


(은석 먼저 내리고 투덜거리면 따라 내리는 종태, 철거 직전의 빌라 올려다보고)


9 D 청파동 <참하늘 교단 / 성부성모 가정 연합 본부>

(흰 옷을 입은 신도들, 성당처럼 손에 묵주 비슷한 하얀 구슬 목걸이. 온통 흰색인 교회 내부, 대리석. 또각또각 구두 소리가 나는 부티나는 여자, 눈치를 보다가 구두를 벗어 손에 안고 예배당으로 들어가고, 보라색 띠를 두른 직원들, 봉투를 받으며 자리 안내. 둘러보며 걸어오는 시환과 지율, 경찰 배지를 보이고, 다른 쪽으로 안내하는 직원)

(지율 슬쩍 예배당 안을 보면, 각자 기도하고 있는 사람들, 나름 평온하고 조용한 분위기. 외국인, 특히 일본 여자들을 눈여겨 보고)   


10 D 사무실

(탁자 위의 종이컵 세 개. 책꽂이의 교육서를 꺼내보는 지율, 직원과 마주 앉은 시환)


사무장 (사진을 내려놓고) 미키 후지와라, 글쎄요.. 일본 분들이 워낙 많아서요. 거주하시는 분이 아니고 관광으로 왔다갔다 하시는 분들은 찾기가 더 어려워서요.. 집주소가 있으면 교구대로 모임도 하고, 또 그렇게 오래 되신 분이라면 직책이 있을테니 저희가 기억할텐데요. 아마 아직 평신도.. 이신가봅니다. 그런 분들도 많아요. 편하실 때 오셨다가 조용히 가시죠, 특히 일본분들은 다른 사람들하고 별 교류를 원하지 않으세요.

시환 같은 신도들하고도요?

사무장 특징이죠. 중국분들은 자기들끼리 몇 명씩 모여서 오시는 걸 좋아하시고, 일본분들은 아무래도 혼자 오시는 분들이 많아요.  

시환 통역 서비스도 제공된다고 하던데요, 일본어도 있죠?

사무장 예, 그럼요. 일본어는 기본이죠.

시환 그분들 중에서 미키씨를 아는 사람도 있지 않을까요?

사무장 한두사람이 통역하는 게 아니라서.. (보고, 미소) 저희가 한국분들 다음으로 일본 신도님들이 많습니다. 오래 사셔서 한국 사람인지 일본 사람인지 구분 안갈만큼, 한국어도 일어도 잘 하시는... (잠시 생각) 경찰에서 이렇게, 저희 신도님을 도와주시려고 하시는 거니까, 저희도 최대한 협조 하겠습니다. 아는 사람 없는지, 다른 신도님들께 여쭈어드리구요, 안전하시도록 함께 기도도 드리구요, 다만...


CUT TO (지율, 책 덮고 돌아본다, 시환 본다)      


사무장 (망설, 그러나 당당) 혹시라도, 오해가 있으실까봐 말씀드립니다. 저희는 경찰에서 찾아오고 쫒고 할 만한, 그런 사이비 단체가 아닙니다. 사람을 중요시하고 특히 그 중에서도 부모를 성심으로 모시는, 우리 한국의 효 사상을 기반으로 하는, 건실한 영혼들입니다. 절대 사람을 해하거나 그로인해 부당한 이득을 챙기는, 그런 사기꾼들하고는 다르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시환 (끄덕) 그럼요, 다 알고, 존종하니까, 이렇게 정식으로 협조를 요청 드리는 겁니다. 도와주실 걸 알고 있습니다. 신도님 일이잖아요.

사무장 (미소) 그럼요, 저희 신도님이신데, 당연히 협조해야죠. 믿음을 얻으시는 모든 분들이 행복한 영생을 맞으시는게 저희의 목표입니다.   

지율 (툭) 그래서 죽은 사람하고 재회 시켜요? (사무장 본다) 영육제라 그랬나? 가족중에 누구 죽으면, 남은 사람하고 만나게 해준다면서요, 천만원 받고? (시환 사무장 보고)

사무장 돈은 받지 않습니다. 일부 신도님께서 성의를 표시하겠다 하시는 경우에는 거절하지 않습니다.

지율 액수가 정해져 있지 않은데 사람들이 천만원씩 자발적으로 가져온다, 이건가요?

사무장 (생각, 미소) 훨씬 더 많이 내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물론 더 적게 내시는 분들도 계시구요.

지율 기준이 뭔데요? 소득? 십일조 그런거 처럼?

사무장 아닙니다, 저희는 강요하거나, 액수를 정하는 그런 짓은 하지 않습니다. 모든 것은 신도님들의 자율적 의지입니다.

시환 영육제에 참가하는 연령대가요, 저희가 찾고있는 미키씨보다 조금 높던데요? 이유가 있습니까?

사무장 보통은 돌아가신 분을 가장 그리워하는 사람, 대부분은 배우자들이시죠. 가끔 자녀들도 오시지만, 아무래도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어머니를 먼저 모시고 오십니다. 다들 효성이 지극하셔서요 (지율 얼굴 일그러지고)


/INT/ N

숲속 커다란 신전, 칸칸이 마련된 작은 방, 주로 중년 이상의 여자들이 하나씩 들어가있다. 물병과 컵 하나. 오래전 찍은 가족 사진, 혹은 부부 사진을 품고 남편의 영혼이 오기를 기다리는 기도문, 무릎 꿇은 모습, 눈물, 사진 속 남편이 웃고, 오열, 자기 나라 말로 남편을 환영하는 여자들, 울고 웃고.. 주로 일본어.


시환 미키씨 부모님은 두분 다 아직 살아계십니다. 그럼 이 행사하고는 무관하다고 보는게..

사무장 (단호) 영육제는 행사가 아닙니다.

시환 죄송합니다. 이 영육제와는 무관하다고 보는게..

사무장 (미키 사진 다시 보고 온화) 그럴 것 같습니다. 그리고 사실, 저희하고도 별 관련은 없어보입니다. 저희는 신도님들을 구제하는 거지, 해하지 않으니까요. 혹시라도 이분이 위험에 처했다 하더라도, 천심으로 성부성모님을 모시는 효심을 잃지 않으신다면, 반드시 곁으로 돌아오실겁니다.

지율 얼마 내면 돌아올까요? (짜증) 부모 모시는 돈도 교회에 낸다면서요? 효도하는 방법도 가르치나요?

사무장 물론입니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효를 이행하시려는 모든 분들에게 가르침을 전합니다. 가정의 소중함을 되새겨 드리는 겁니다.

지율 가정의 소중함이다... 그래서 조상께 재를 올리고, 영육제도 시키고, 국제 결혼도 시키죠? 국제 결혼은.. 효랑 무슨 상관이있죠?

사무장 국제 결혼만 권하지는 않습니다. 한국분들끼리의 결혼도 적극 권장합니다. 일단 가정을 이루어야 효가 이루어지니까요. 다만, 워낙에 국제 결혼을 원하시는 신도님들이 많다보니까, 외부에서 보시기에는 국제 결혼만 부각되었겠죠.  

시환 먼저 교회에서, 두 사람을 알아서 지목하시면, 그때 찾아가서 만나서.. 결혼 하는 거죠?

사무장 그런 분들도 계시고, 먼저 배우자감을 찾아서 함께 오시는 경우도 많으세요. 성부성모님의 축복을 받으시려구요. 외국에서도 많이들 오십니다. 신혼여행으로 성지 순례를 하시는 거죠.  

지율 성지..순례.... (생각) 그렇다치고.. 저희가 알아보니까.. 국제 결혼할 때, 비용을 청구하신다고요.

사무장 말씀 드렸듯이, 정해진 액수는 없습니다. 청구한적도 없구요. 형편대로, 감사의 마음을 보내실 뿐입니다. (지율 한마디하려는데, 시환 막고)

시환 한국 남자는!! (지율 정지, 꾹 참) 한국 남자는 보통 이백만원, 일본 여자는 이천만원을 낸다... 그런 말이 있던데요.   

사무장 /INS/ 플래시 컷

(단체 국제 결혼식, 끝이 보이지않는 신랑신부 행렬, 상당수의 외국인, 인종 다른 커플, 환호하는 가족들, 걱정스럽게 앉은 또다른 가족들, 웃는 사람, 우는 사람...카메라, 국내, 해외.. )


예식비용입니다. 아무래도 남자는 양복 한 벌이면 되는데, 여자분들은 드레스, 한복... 뭐 준비할게 많아서요. 겉으로 보기에는 여자들이 많이 내는 것 같지만, 사실 집부터 시작해서, 배우자 비자나 귀화 문제, 한국어 교육... 살림을 하든 취업을 하든 가계에 보탬이 될 때까지는, 의식주 모두 전적으로 남편한테 의지하게 되지않습니까. 그런 비용이 포함되는 거죠. 그러나, 저희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낯선 곳에서의 정착과 적응을 도와드리는 걸 다들 잘 알고 계셔서, 누구도 결혼 비용이 부당하다고 한적은 없습니다.  

지율 현실적으로 내국인과 결혼이 불가능한 사람들을, 말도 안 통하고 본적도 없는 외국인하고 엮어서 살게 한다.. 그거죠? 종교를 내세운 또다른 형태의 매매혼, 아니면 국적 장사...인가요?  

사무장 (미소) 형사님은 저희 뿐 아니라, 종교 자체를 다 싫어하시죠? 전문적으로 좋은 말씀 전하는 분들이 그냥 놀고먹고 혓바닥으로 장난친다, 사기친다.. 이렇게요. 그냥 개인적인 의견이라고 생각하고, 용서드리겠습니다.

지율 용서..요?

사무장 종교가 없으신 분들은 특유의 무례함이 있어요. 성부성모님의 존재를 알지 못한채 세상을 살면서, 혼자 그 고난을 다 겪어낸 것 같은 오만함에 가려 참하늘을 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지율 (짜증) 참하늘이 있다 사기치는 당신들 때문에, 머리가 아파서 무례해진 것 같습니다.

사무장 (단호, 당당) 저희는, 국내에만 크고 작은 670개의 성전이 있고, 정식으로 이름을 올리신 신도수만 80만입니다. 해외에 계신 신도님들을 합하면 작은 섬 나라정도의 규모는 되죠. 형사님은 지금 그 모든 분들이, 다 우리의 거짓말에 속아나는 바보, 멍청이들이라 보시는 겁니까?     

지율 (끄덕끄덕) 와, 질문 잘하셨네요. 여기서 제가 맞다고 하면, 정말 무례하고 오만한 인간이 되고, 그렇다고 아니라고 하면, 이 종교를 인정하는 게 되고요.

시환 저기.. (정신차리고) 일단은, 실종자가 어디로 갔는지, 안전한지를 확인하는게 먼저니까요, 혹시 미키씨가 결혼을 했다며는요, 최근에 일본 여성과 한국 남성의 결혼을 주선하신 적 있습니까? 저희가 리스트를 좀 받을 수 있을까요? 현재 대기중인 사람 명단도 있죠?

사무장 형사님. (미소) 저희가 일구어내는 일본 여성과 한국 남성간의 화합은, 전국적으로 매년, 6백건 이상입니다. 그만큼의 숫자가 계속, 현재 진행 중이라는 거죠. 그게 다 필요하십니까?(당황하는 시환)

지율 주세요. 전부 다. (책상 가르키며) 바로 프린트 되죠?


11 D/N 오후, 경찰서 주차장

(시환 주차하고 두사람 내린다. 피곤. 지율 건물로 들어가려는데 시환 전화, 확인하더니 잠깐 망설이고)


시환 선배 먼저 들어가요, 전화 좀 하고 갈께요 (지율 가고) .. 오랜만이네. 왠일이야?

채은 /F/ 오빠 뭐해? 밥먹자. 나 근처에 있어.

시환 (황당) ... 근무 중 이야.

채은 /F/ 끝나고 먹음 되지? 몇시에 퇴근해?

시환 (망설) 경찰이 퇴근이 어디있어? 안 끝나. 계속 일할거니까, 너랑 밥 먹을 시간 없어.


CUT TO (길거리에 선 채은, 통화중)


채은 그런게 어디있어? 나랑 밥먹기 싫어서 그래?

시환 어. 싫어. 혼자 먹을거야. 끊어 (전화 끊고, 마침 걸어오던 진우 멈추고).


CUT TO 채은, 전화 끊고 돌아서면, 경찰서 주차장 입구


채은 아, 뭐야.. 인간이 왜 이렇게 못되졌어?

진우 (시환 전화기를 보며 한숨, 진우 눈치) 뭐냐 넌.. 미안할거면 그런 말을 하지 말던가, 그렇게 말 했으면, 미안해 하질 말던가.

시환 (보고) 들었어?

진우 들었지. 쩌어기 시장까지 다 들리던데.. 여자? 전에 만나던 걔? (시환 무답) 왜 전화했대? 다시 만나재?

시환 아냐, 그런거.. 그냥 밥 먹자고..

진우 갑자기?

시환 응. 됐어, 바쁘다 그랬어.

진우 잘했어. 신경쓰지마 (시환 불편해 보이고) 야, 미안해하지도 말라고. 지가 찬거잖아. 왜 또 전화해서 사람을 긁어? (시환 들어가려는데 뒤에 대고) 류시환! 너 나한테 화났냐? (시환 잠시 멈췄다 다시 걸으려고) 왜 그러는데? 지율이 때문에 그래?

시환 (뒤돌아 발끈) 맨날 지율이, 지율이! 왜 이름 막 불러? 강 형사님, 아니면 강 형사, 강 경위... 많잖아. 지율 선배가 형 동생이야? 왜 다들 친한 척 해?

진우 뭐가 친한 척이야, 친한거지.. 야, 내가 너 이름 부르는거나, 지율이 이름 부르는거나..

시환 (버럭) 부르지 말라니까!

진우 하.. 너 질투하는 구나? 다들 이름부르는데, 너만 선배님, 선배님.. 이름 못불러서? 그러니까 너도 편하게 해, 누나! 그러면 되겠네. 두 살 차인데, 말도 놓고. 걔는 신경도 안 쓸걸? 니가꼬박꼬박 존대하니까 계속 거리감이 있는거야.  

시환 (삐죽) 엄청 잘 아는 것처럼 말하네

진우 (눈치) 너 빼고 우리만 쉬고 와서 삐졌지? (시환 찌릿) 놀러간거 아냐. 아버님 병문안 갔다가, 옛날 사건 얘기도 하고.. 혹시 뭐 기억나는 거 있나 찾아 다니고..  

시환 가까운데, 밤에라도 서에 돌아오면 되지, 호텔은 왜 가?

진우 아까 그, 애기 시신.. 물가에 유기한거. 지율이가 그거 건져오느라 다 젖어서 그랬어. 벌써 춥잖아, 강원도는 (젤리 꺼내 내밀고, 받아드는 시환).

시환 어딘지 알려나 주지, 나도 가게. 퇴근하고 잠깐 가면 되잖아. 자고 아침에 바로 출근하면 되는데..

진우 지율이 좀 쉬라고 일부러 그랬다. 너 오면 걔 또.. 일 얘기하고, 이거저거 묻고.. 쉬지를 못하잖아.

시환 그러니까, 나하고는 일만 하는 사이고, 형하고는 뭐? 인제 사적인 사이다? (젤리깐다)

진우 난 파트너는 아니잖아 (시환 멈칫) 일 얘기보다, 사적인거 말하기에도 좀 편하겠지 (눈치) 왜? 신경쓰여?

시환 (젤리 까다말고) 형도 편해? 선배한테 형 사적인거 말하는거? 형 얘기 잘 안하잖아..

진우 (마저 까주고 생각) .. 응. 편해. 처음이었어. 누구한테 다 털어놓은거.. 나 울었다 (시환 놀라고?) 진짜야. 내가, 내 동생, 아버지, 어머니 다 죽었을때도 안 울었는데.. 그날은 걔 앞에서 눈물이 막 쏟아지더라.    

시환 /INS/ 시환 생각 - 서장 목소리

'강진우 쉬어야돼 매년 이맘때면 미친놈이야'

(젤리 핥아먹으며, 태연한 척) ... 챙피했겠다.

진우 취한척 했어, 너무 챙피해서.. 전날 밤에 무슨 말 했는지 하나도 기억 안나는 척.


(시환 피식, 진우 같이 웃고, 힐끔.. 주차장 의식)


시환 그래서 선배 사건은? 뭐 좀 알아내고?

진우 (시선 저쪽에 고정) 이제부터 알아봐야지. 근데, 생각지도 못했던 사람들이 얽혀있는거 같애...

시환 누가? 형도 아는 사람이야?  

진우 너도 알거야... (소리 작아지고, 입다물고 주시)


CUT TO 석호 등장, 시환 꾸뻑 인사, 진우 엉겁결에 목례 꾸뻑


석호 (진우에 멈칫) 뭐하니? 네가 언제부터 나한테 그런 인사를 했다고?

진우 아.. 형은 경감이니까.. 나는 아직 경위.

석호 나한테 죄 지은 거 같은데?

진우 아니야, 죄는 무슨.. (냉큼) 형이 오늘 저녁 사는 거니까 잘 보일라고. 약속했지? 젊은 피.. (시환 보고?).

석호 오늘? 그래, 나도 시간 괜찮아.

진우 그럼 오늘 모이는 거댜, 젊은 피끼리?

석호 시환씨도 시간 되죠? 강 형사랑 같이 봐요.

진우 그래, 강지율이 몸보신 시켜야지. 벌써 뛰어댕기는 거봐, 의사가 쉬라는데 (시환에게) 지율이 꼭 데려와. 석호 형이 사는 거니까.

시환 (끄덕) 콜. 우리만? 다른 사람들 빼고?

진우 어, 이렇게 넷만. 비밀이다 (석호 웃으며 안으로 들어가고, 진우 주차장 보면, 석호의 하얀 SUV)


/INS/ 요양원 주차장을 지나던 석호의 차, 운전자 석호 내려서 병원으로 들어가고

/E/ 진우: 너 아버지 여기 계신 거, 누구누구 알어?

   지율: 나, 아버지, 아버지 큰 아들, 그리고 이제 강진우..


진우 (눈 고정, 혼잣말) 시환아, 혹시 석호형.. 지율이한테만 특별히 관심 보이거나 그런거 없어? 뭘 꼬치꼬치 묻는다거나, 엄청 챙기거나 아니면 괜히 괴롭히거나.. 아니면 뭔가 숨기는 거...


(시환 답 없고, 진우 돌아보면 유리문 저쪽으로 석호와 걸어가고 있는 시환)


진우 (혼잣말) 야 이.. 짜식아.. 적군인지 아군인지, 잘 알아보고 놀아야지...


(진우 건물로 들어가고, 쫄랑쫄랑 토실한 강아지 한 마리 계단 앞으로 뛰어와 올라가려고 낑낑, 멀어지는 진우보며 꼬리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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