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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소운 Apr 10. 2023

5.3 분신사바 분신사바

오잇데 구다사이

30 D 진우 차/바닷가

(조수석에서 배를 움켜쥐고 앉아있는 지율. 아픔을 참느라 식은 땀 또르르. 발 밑에는 아까 가지고 나온 검은 봉지. 유리에 기대어 정면 주시)


31 D 작은 마트/바닷가

(이것저것 먹을거리를 사고있는 진우, 시환과 통화하는 듯)


진우 쟤랑 식당을 갈수가 있어야지, 힘들까봐.. 여기 맛집 많을건데.. 과자 그정도 사면 돼?

시환 /F/ 충분하지. 조금씩 밖에 안드시니까 놔두고 배고플 때 하나씩 꺼내. 거봐, 내가 가겠다니까..

진우 됐고, (냉장고앞) 야, 음료수는 사이다 말고 딴 거 없어?

시환 /F/ 바나나 우유

진우 (멈칫) 니가 좋아하는 거 말고. 지율이 좋아하는 거.

시환 /F/ 진짜야, 나랑 먹는거 비슷해

진우 (한숨, 바나나 우유 담고, 옆의 두유도) 니들은 나이가 몇인데.. 아, 나 배고픈데.

시환 /F/ 굶주려야 사건 냄새를 맡지. 요즘 젊은 것은 배가 불러서 일을 안해... (허스키, 누구 성대모사?)

진우 (피식) 된거같다. 고마워

시환 /F/ 먹으라고 자꾸 강요하지 말고. 놔두면 하루 종일 째끔씩 알아서 드셔.

진우 니 선배님 모시느라 내가 살 빠지겠어.. 어지러워. 끊어.


CUT TO 계산대 알바  

(과자, 사탕, 젤리, 우유, 마른 오징어. 삑삑삑 계산하고)


알바 34000 원입니다. 봉투 드릴까요?

진우 아뇨, 지금 다 먹을거에요. 고맙습니다 (차곡차곡 소중하게 품에 안고)


32 D 바닷가 / 진우 차

(과자 안고 탑승, 지율 여전히 앞만 보고)


진우 너 진짜 괞찮은거 맞아? 얼굴색이 안좋은데?

지율 나아졌어. 아프다 말다 그래.

진우 장 같은거 꼬이고 그러는거 아냐? 협착증 같은 거.. 병원 가봤어?

지율 어제 갔다왔잖아

진우 (피식) 거봐라, 검사 다 하고 나오자니까.. 너 서장님이 물으면 니가 퇴원한거다, 내 핑계 대지마 (바나나 우유 빨대 꽂아주고). 마셔, 진짜 변비면 혹시.. 찬거 원샷하면 해결될거고..

지율 (받고 입에 쪼륵, 턱으로 앞을 가르킨다) 저 여자 보여?


(가르키는 방향에 혼자 앉은 여자, 술병, 종이컵, 어딘가 초조 불안, 눈물 뚝뚝 흘리다 태연한 척 하지만, 끊임없이 소심한 두리번)


진우 (먹으며 주시, 주변 돌아보고, 맞은편 작은 바닷가, 인적도 집도, 아무것도 없이 휑) 왜지? 무엇을? 뭘까?

지율 (과자) 후회, 반성, 기원... 확실한 건 분노나 복수는 절대 아니고, 아마 약간의 공포 정도?

진우 약간이 아닌거 같은데.. 가정 폭력? 도망 나왔나? 관광객은 아니고.


(카메라 여자의 신발 비추면, 집에서 신는 편안한 슬리퍼)


지율 가정폭력으로 도망나와서 혼자 술을 마신다? 이런 길러리에서?

진우 (오징어 나눠주고 입에 물며) 가방이 없어. 일행이 있었네.


(카메라 다시 여자를 비추면, 지갑, 핸드폰 없이 사람만 달랑)


지율 같이 술먹다가 버리고 갔다? 슬리퍼 신고 나와 같이 술을 먹는 사이... 한집에 살거나 가까운 사람. 그리고 지금도 기다리는 사람..

진우 걱정돼? 물어볼까?

지율  폭행 흔적은 안보여. 모르지, 안보이는 데에만 골라서 때렸는지.  


33  D 바닷가 찻길 / 플라스틱 테이블


진우 (다가가며) 실례합니다

(젊은 여자 눈물 닦고 당황) 괜찮아요, 그냥 지나가다가 걱정이 되어서요.. 혹시 무슨 문제가 있으신건지, 어디 아프세요? 가족들한테 전화 해 드릴까요?

여자 (도리도리) 아니요, 괜찮아요.

진우 혼자 오셨어요? (테이블 스캔, 술병)

여자  곧 올거에요. 잠깐.. 어디 갔어요. 일행이 있어요.

진우 예에.. 만약에라도 그분이 안 오시거나 도움이 필요하시면, 가게 안에 들어가셔서 도와달라고 하세요, 혼자 고민하지 마시구요. 경찰.. 불러달라고 하세요. 댁으로 모셔다 드릴거에요.


(여자, 불안한 눈빛, 눈치, 고개만 끄덕끄덕, 진우 살피며 일단 차로)


(시큰둥)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는데.


지율 상태는?

진우 술 약간 마신 정도. 위험할 정도는 아니야. 혼자 마신 것도 아니. 종이컵 두개에 빈병도 많아.

지율 같이 마신 사람은 일단 음주 운전이네.

진우 (웃음) 운전 했으면 그렇지만, 차가 없을수도 있지. 가까운데 살면.

지율 여기를? 집도 하나 없고, 버스도 없는데 저걸 신고 걸어와?

진우 그러게. 근처를 한바퀴 돌아볼까? 집이나 민박 같은 거 있는지.. (여자 사진 찍으려고 슬쩍 카메라)

지율 (폰 흔들고) 찍어놨어.

진우 (괜히 지율 한장 찍고) 오케이, 가자 (오징어 물고 운전).


34 D 구불구불한 시골길

(해변, 해수욕장이 아닌 주민들 산책용? 인적 없고, 안쓰는 부표 쓰레기. 자가용 하나 지나고, 갓길 정차 한 트럭 하나, 골목으로 꺾어지는 낡은 차 한 대... 배낭 맨 자전거 족 네명.. 길가에 선 군부대 표식 나오고)


진우 이쪽은 아니겠다, 군부대 가는 길이면.. 근방에는 민가가 아예 없을지도 몰라. 사람도 하나도 없네.


CUT TO

(차 돌리고, 잠깐 내림. 지도 확인. 오징어 씹으며 둘러본다. 사람없이 조용한 바다, 자갈 모래, 지율도 내리고, 진우 바나나 우유 마지막 쪼로록.. 돌담 한쪽 구석에 방치된 쓰레기통)


CUT TO

(관리 전혀 안되어 보이는 쓰레기통, 낚시대, 스티로폼까지. 썩지 않은 쓰레기들 가득하고.. 우유곽을 버리려던 진우 멈칫)


진우 지율아! (사진찍고) 차에서 장갑 하나만 갖다줘!


CUT TO

지율 (차문 열고, 비닐 장갑과 지퍼팩, 진우에게 가고) 뭐 있어?

진우 (쓰레기통만 보고) 응.. 누가 버린거... (건네받고, 장갑낀다)


(지율 들여다 보면, 유아 담요, 진우, 들어올리고 깨끗, 쓰레기통 다시 들여다 보지만 나머지는 다 쓰레기)


진우 왜 버렸을까, 너무 멀쩡한 걸? 굳이 여기까지 와서.. 이것만 달랑?


CUT TO

(진우, 담요를 지퍼백에 담고, 잠그며 주위 돌아보고, 돌담 아래, 발자국,  술병.. 함께 살피던 지율 갑자기 뛰고, 진우 돌아보면 이미 바다로 첨벙 수영, 진우, 담요 든 채 멀리 보면)


CUT TO

(지율 가는 쪽으로 작은 물체 둥둥 – 아동용 튜브. 뒤집어졌다.. 허공을 향한 작은 발. 진우 핸드폰 꺼내고)


진우 수고하십니다. 서울 용산 경찰서 강진우 경위입니다. 익사체로 보이는 시신이 있어 신고합니다. 순포 해변에서 북쪽으로 1.2키로 올라왔구요, 호룡 부대 진입로 부근 자갈밭입니다... 저희 동료가 수영해서 가고 있는데, 제쪽에서는 대략 30미터 전방이라 육안으로는 확신하기 어렵지만, 이미 움직임이 없어보입니다. 지원 부탁드립니다...   


(진우, 쓰레기통으로 돌아가 담배 꽁초, 커피컵을 뒤적뒤적. 바다 쪽을 본다. (상상) 누군가 아이를 들고와 덮었던 담요를 버리고, (걷기 시작) 바다로 걸어가 튜브에 탄 아이를 밀어넣는다.. 혼자 파도를 못 넘어 되돌아오니 같이 물속에 들어간다, 아이를 밀면서 저만큼 나가서 아이만 두고 혼자 수영해 돌아온다.. 진우가 바라보는 저 끝에 지율, 물체에 가까이 접근)


35 D 바다

(지율 수영, 물체 가까이 가면, 뒤집어진 튜브 구멍에 다리를 끼고 있는 어린 아이, 이미 검푸른 시반이 보이고 굳어진 다리와 몸. 튜브를 똑바로 세우려다 표정 바뀌고. 긴 한숨. 아까보다 낮은 속도로 사체를 끌고 돌아온다, 진우 허리까지 물속으로 들어와 아이 건네받고)


지율 (눈, 누군가를 찾는 듯) 늦었어. 죽인 다음에 버렸어. 하루 이상 지났을거야.

진우 (아이와 튜브를 안고 모래에 놓고) 신고했으니까 곧 올거야 (셔츠를 벗어 덮으려는데 튜브와 굳어진 몸 때문에 불룩 아있고). 어떤 새끼야..

지율 형, 아까 그 여자..

진우 !!! 갔다올께 (손으로 아이와 함께 있어라 신호, 뛴다, 지율 바들바들 떨며 아이 옆에 쭈그려 앉고, 지퍼백에 담겨 있는 아이 담요, 불룩한 사체 아래로 물이 주르륵 흘러 자갈로 스며들고).


디졸브 D 바닷가

(진우차 돌아오면. 경찰차, 구급차 와있고, 담요 둘러쓰고 돌담에 앉아 답하는 지율, 아이 사체 옮겨지고, 지퍼팩에 담긴 담요도 수거. 진우 다가온다, 지율 보면, 진우 고개 가로저음. 표정없는 지율, 경찰 진우에게 다가오고, 진우 신분증 보이고 잠깐 이야기, 경례하고 탑승. 경광등 켠 경찰차와 구급차 멀어지고, 멍하니 선 진우. 그제서야 지율을 보고)   


진우 너.. 춥지? 미안해, 생각을 못했다. 가자, 히터 틀어줄께.

(지율 구급대 담요 덮은채 차로 향하고, 말 없다)


36 D 진우 차

(히터 올리고, 손으로 바람 체크. 창문에 기댄 지율, 피곤. 진우 운전하고, 둘 다 말 없다, 주변 도로, 바다, 하나둘 보이는 사람들, 힘들어 초점 없지만, 하나씩 관찰하는 지율)


진우 아까 마트 앞에 있던 여자, 네가 찍은 사진이랑 블랙박스 영상 넘겼어. 우리 올때 지나간 차들도 녹화되었을거고.. (지율 답없고) 그런데, 자갈밭이라 족적도 건지기 힘들거고, 시골 마트라 CCTV도 없대. 그 여자, 분명히 어느 차가 와서 태워갔을건데, 가게 주인은 못봤대고..


(시골길 지나 큰 도로 나오고, 차량 속도 빨라지면 지율, 그제야 눈 감고 쉰다, 진우 힐끔 보고, 히터 한 칸 더 올리고 운전)  


37 D 사무실

(석호 데스크에 가서 보고중)


석호 신고자가 가족은 아니구요?     

시환 먼 친척 정도 된다는데, 미키씨가 한국에 올때마다 항상 만나고 가는, 꽤 가까운 사이랍니다. 진작에 만났어야하는데 계속 날짜를 바꾸다가, 지난주 모임에서 만나는 거였는데 그때는 이분이 못 나갔고, 어제는 미키씨가 가게로 방문한다 그랬는데, 그 이후로 아예 소식이 없답니다.  


석호 (갸우뚱) 하루 연락 안된다고 실종 신고를 하기에는 좀..

시환 며칠전에, 미키씨 어머니가 이 분께 먼저 전화를 하셨답니다. 이번 여행이 좀 이상해 보인다고요.. 둘이 만나서 이야기 좀 잘 해보라고 부탁하셨다는데요? 뭔가 이상한게 있어서 그런 전화를 하셨겠죠?

석호 일단은 신고자 먼저, 방문하셔서 확인하세요. 강 형사가 없는데.. 지원 필요해요? 제가 같이 갈까요?

시환 아닙니다. 오늘은 혼자 다녀오겠습니다. 신고자 만나보고, 실종자 분이 마지막에 머물었던 숙소까지만 보고 오겠습니다.

석호 그래요, 가족들의 우려가 있었다면 알아는 봐야죠. 출입국은 별 문제 없구요?  

시환 사실은, 관광비자로 들어왔는데.. 기간이 만료되었습니다. 그것도 좀 이상하고.. 이 분이, 한국을 엄청 자주 왔다갔다 하거든요. 지금까지 한번도 날짜를 어긴 적 없었는데...   

석호 평소하고 다르다면, 뭔가 문제가 생겼을 수도 있겠네요. 다녀와요.

시환 예 (챙겨들고 나감) 그럼..

석호 (지켜보다) 문 형사님, 전에 카자흐스탄 실종자 2명 찾으시던 사람들이요, 아직 아무것도 없습니까?

종태 전혀 없어요. 그 사람들은 그냥 증발이야. 이쯤되면 작정한거죠.

석호 가족들도 더 이상 연락 없습니까?

종태 부인이 잠깐 다녀갔는데, 그것도 벌써 1년은 된거 같고..  

은석 (데이터 찾다가) 본국에 실종 신고한다고 서류 요청한걸로 알고 있습니다.

종태 사망은 아니고?

은석 그쪽 법은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사망신고는 시신이라도 찾아야 되지 않을까요?

종태 또 알어? 외국 나가서 연락 두절했다, 장기실종이고, 범죄 연루 가능하다.. 그런거 서류 내면, 보험금이라도 탈 수 있는지. 여기서는 다른 이름으로 어디 숨어서 일하고.   

석호 해외 송금 기록도 안 나오죠?

은석 실종 이후로는 한건도 없는데, 그런 것도 대행 해주는 업체들이 워낙 많아서요.

종태 그렇지, 불법 체류자들한테 이름만 빌려주고 몇 프로씩 받아처먹고.. 에이그, 벼룩이 간도, 참 치사하게 그런거까지 뺏어먹어. 그놈의 가짜 여권들은 어디서 그렇게들 팡팡 잘 찍어오는지.. 이제는 맨눈으로는 구분이 안 가.


CUT TO

(노크 소리. 찬호 들어오고)


찬호 안녕하십니까?

종태 오, 찬호! 왠일이야?

찬호 (얇은 택배) 이거... 팀장님 앞으로 왔습니다.

석호 (일어나며) 고마워요, 기다리고 있었어요. 중요한 거라서 (물건 받고 확인)

종태 찬호야, 요새는 당구 안치냐? 아직 불편해?

찬호 예, 아직은 좀.. (화사 가득 손, 반창고, 접었다 폈다 불편)

종태 바르라는 거 빼먹지말고 잘 바르고.. 두배 세배씩 발라, 아끼지 말고. 그래야 한게임 치지.

찬호 (옅은 미소) 예, 가보겠습니다.


(태, 은석 손인사)


석호 수고했어요.


CUT TO

(찬호 나가고, 종태 한숨, 에이.. 쯧..)


CUT TO

(석호, 겉봉 보면, 보내는 사람 오세영, 내용물 꺼내면 영어로 된 정신과 논문 한 권 – 자막 <범죄 피해 아동의 선택적 대화 단절과 기억력 장애간의 상관 관계> 2011년 5월 연구자 크리스티 제이 피터슨)


(문자) /논문 받았다. 고마워/

(세영 문자) /강 형사는 모르는게 좋을 거야. 수고/


(페이지 후르륵 넘기다 사진 자료에 멈칫, 세영이 말 한 어린 지율의 그림들, 살인사건 현장, 발자국, 핏자국, 여러해 여러장 지나도록 똑같은 연필 데생, 그리고 문틈으로 보이는 범인 얼굴 – 자신을 보고있는 왼쪽 눈, 흉터, 긴 머리, 모자와 우비, 갑갑함에 책자 덮어 서랍 속으로)


38 D 동부 이촌동

(리틀 도쿄 거리. 일본풍의 자그마한 가게들 줄지어있고, 간판, 메뉴, 안내문, 전단지까지 일어)


39 D 늦은 오후 / 카페

(한두명 줄 서 있고)


시환 아이스 코히 구다사이 (자막: 아이스 커피요)

직원 오모치카에리 데스카? (자막: 포장요?)

시환 하이. 아리가토 (자막: 예, 고맙습니다)


(옆으로 비켜서 카페 안을 살피고, 입을 가리고 통화하는 여자, 조용한 웃음. 거리 한산, 손님 별로 없다, 커피 나오고, 인사하고)


40 D 늦은 오후. 거리

(커피를 들고 나오는 시환. 지나가며 들리는 일어, 한국어. 한국 사람 같은데 일본 가게, 일본인 같은데 한국어 책, 살피며 계속 걷다가, 한 가게 유리창에 붙은 종교 전단지. 쭉 뻗은 나뭇가지에 주렁주렁 열리는 일본어 단어들, 피식 웃고)

(한 가게 앞에 멈춘다 <兼六園 炉端焼겐로쿠앤 로바다야끼> 시환, 핸드폰 내용 확인하고, 마침 문을 여는 중년 여자)


마사코 누구.. 세요.. (일본인 액센트)

시환 마사코씨? (증 보이고) 용산 경찰서 류시환입니다. 미키씨 일로 신고 하셨죠?

마사코 아, 안녕하세요? 들어오세요


(안으로 들어가면, 조그만 식당. 이제 막 장사 준비하려는 듯, 불 켜고 한 테이블로 안내)

마사코 앉으세요. 녹차라도..?

시환 괜찮습니다. 커피 있습니다 (여자 마주 앉고 살피면) 가나자와에서 오셨어요? 겐로쿠앤이 거기 관광지죠?

마사코 (나이가 꽤 들어보이는데 어려보이려 갈래머리에 색조화장) 예, 맞아요. 저희랑 미키네 집이랑 가까워요. 가까워서 한국에도 자주 왔어요.

시환 연락이 언제부터 안된거죠? (수첩)

마사코 처음부터요.. 이번에 올 때는, 핸드폰도 없고, 연락 할 수가 없었어요. 어머니가 나중에 알아보니까, 회사를 그만두고 한국돈으로 2천만원이 넘게 가지고 왔대요.

시환 혼자 여행을 오는데 2천만원이요?

마사코 이상하죠? 게다가 아무한테도 말을 안하고 와서, 미키 엄마가 걱정된다고.. 들어온지 한참 지나도 연락이 없어서 제가 이매일을 했더니 모임에서 보자고..(흐리고)

시환 무슨 모임이에요? 일본분들 모이는 ..?

마사코 (망설) 아니요.. 교회 모임이요.

시환 (카운터 뒤쪽 작은 그림 가르키고) 저기요? 청파동에 있죠?

마사코 (화색) 맞아요, 잘 아시네요. 거기에 같이 다니는데, 지난 주에 제가 머리가 아파서 못갔어요. 그런데, 며칠전에 이매일이 왔는데, 어제 날짜로 어디로 가야되서, 떠나기전에 잠깐 들린다고 했는데, 그러고 나서는 연락이 없어요.

시환 어디로, 어떻게 간다는 건 구체적으로 말 안하구요?

마사코 아니요, (이매일 보여준다) 이게 다에요. 일본어라서.. (시환, 받아서 읽고) 멀리 가는 것 같죠?

시환 이거 제 이매일로 하나 보낼께요. 나중에 더 알려주실 거 있으면 저한테 이매일 보내주세요. 일어로 보내셔도 되요.

마사코 아, 감사합니다. 그리고.. 혹시라도... (시환 보면) 9월이 저희 교주님 성화 9주기세요. 제 생각에, 미키가 거기에 가려고 온거면, 어쩌면 교회 사람들하고 같이 지내고 있을 수도 있는데..

시환 서울 본당에서요? 아니면 가평..?  

마사코 잘 모르겠지만, 서울에 있을거면 호스텔에 계속 있었을 거에요. 전화 해보니까 벌써 나갔대요. 그러면, 서울에서는 나간거 아닐까요? 그런데, 여기 아는 일본 사람들 전화해봤는데, 아무도 연락 없었대요.

시환 그 교회라는 곳은, 신도면 아무때나 다 들어갈 수 있는 건가요?

마사코 아니요, 요즘은 특별한 기간이라서 갈려는 사람이 엄청 많을거에요. 특히 일본 사람들 많아요. 그래서 인터넷으로 보라고 방송을 하는데, 미키는 저한테 어디로 ‘간다’고 했으니까, 아마 가평으로 직접 간건 아닐까..

시환 가면 숙소는요? 교회에서 다 해주지는 못할거고..

마사코 그게 걱정이에요. 갑자기 가면, 교회 근처에 방이 없어요. 차도없고.. 미리 아는 사람이 있으면 연락을 하는데.

시환 미키씨가 아는 분들이 계세요? 같은 교회 분들?

마사코 예, 결혼해서 사는 일본 여자들이 한 동네에 살아요. 보통은 가면 차 한잔  같이 하는데 이번에는 전혀...  

시환 그분들 연락처 좀 주실 수 있을까요?


(마사코, 폰 열어 연락처 보여주고, 사진 찍는 시환)


41 N 호텔

(뜨거운 물속에 들어가 쉬는 지율, 방에서 조용히 전화하는 진우)

진우 안 나와? 그래, 이게 좀 정확하지가 않아서..

민규 /F/ 잠깐만요.. 우와, 이거.. 피해자 강수진으로 치면 하나둘이 아닌데요.

진우 흔한 이름이니까. 그러면 피해자 연령을, 30대 후반에서 50대까지로 줄여보자. 좀 나을거야... 큰 아들이 대학생이었으니까.. 아, 그리고 그, 큰 아들이 용의자였어. 송창률이라고, 몇 살이었는지 정확히는 모르는데, 당시에 의대생. 조사 몇 번 받았으니까 기록이 있을거야.

민규 /F/ (자판소리) 피해자 강수진.. 30 후반에서 50... 큰 아들은 송창률..  

진우 강수진하고, 둘째 아들이 현장에서 같이 죽었어. 십대였고, 아마 14살에서 16살 사이. 정확한 생일은 몰라.

민규 /F/ 제가 찾아서 보내드릴께요.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아요.정확한 연도가 언제에요?

진우 그게.. (생각) 2002년부터 05년 사이로 가자. 혹시 안 나오면 1년씩 늘려봐.

민규 (F) 후... 그러면 일단은 03년에서 05년까지 서울이구요, 미제사건, 모자 살인, 큰아들이 용의자..

진우 어, 처음에 그랬다가 무혐의 받았어. 그 사람, 우리 원주에 국과수 부검의..시거든? 만약에 이렇게 해서 아무것도 안 뜨면, 그 사람 정보 좀 찾아다가 다시 검색해 볼래? 오늘 중에 되나? 지금 안 바쁘지?

민규 (F) 바쁩니다.

진우 미안해.. 내가, 일찍 들어갈까?

민규 /F/ 경찰서 출입 금지시라면서요? 주차장에도 족적 남기지 못하게 하라고 하셨습니다.

진우  휴가야, 잠깐.. 일 있으면 들어가는 거지.. 형님들은 어때?

민규 /F/ 선배님 안계시니까 다들 행복하십니다.

진우 너 말고. 형님들 말이야. 팀장님은?

민규 /F/ 괜찮으세요. 제가 두배로 뛰면 되니까요.

진우 안 궁금해. 자꾸 네 얘기 하지 말고 (화장실 인기척) 야, 끊어야겠다. 바로 보내줘. 부탁해

민규 /F/ 예 (끊고)


CUT TO

(진우 테이블 음식 정리, 과자, 음료수, 맥주, 오징어.. 한숨. 화장실 힐끔보고, 오징어 쭉 찢어 물고)


진우 하루 종일 오징어만.. (핸드폰 진동, 미소, 받고) 시환아, 너는 쟤랑 다니면서 하루 종일 밥은 어떻게 먹었니? 불쌍한 놈.


CUT TO 경찰서 주차장/시환 차


시환 (피식) 왜 갑자기 내 걱정? 형 배고프구나?

진우 어. 나 오늘 진짜 젤리하고 오징어만 먹었어. 그것도 말린 거.. 턱 빠질라 그래.

시환 (웃음) 적당히 해. 빵 같은거는 괜찮아.

진우 (작은 소리, 그러나 크게) 내가 밥을 먹어야돼... 김밥도 싫대. 재료 다 보이는데 왜 싫은거야?

시환 야채 김밥해야지. 고기, 참치, 김치 다 빼고. 밥, 김, 단무지.

진우 (한숨) 아이씨, 배고파... (맥주캔 딴다, 칙 .. 소리)

시환 어? 술을 먹어? 어디야?

진우 (마시고) 류시환이 눈코입 기능이 너무 좋아... 호텔. 잠깐 일이 생겨서..

시환 (당황) 호텔...? 호텔을 왜 가? 아직도 원주야? 술은 왜 마셔? 집에 가! 잠은 집에서 자야지!

진우 (한심, 약올림) 집에 가면, 거기도 나 혼자 사는데.. 그건 괜찮고?

시환 찜질방 가야지, 어딜 혼자 사는 집에..

진우 됐고, 야, 별일 없지?

시환 형이 선배 데려간게 제일 큰 별일이야. 거기 어디야? (시동걸고)

진우 잘 자 (툭 끊고)

시환 ?? 야, 강진우! 야!... 아, 이 인간 진짜...!


(포기. 시동 끄고 내리는데 민규 뛰어가고)


시환 어? 민규형!


42 N 편의점

(샌드위치와 바나나 우유를 계산하고 오는 시환. 먼저 앉아 컵밥 비비는 민규)


시환 진우형 없으니까 좋죠? (민규 웃고) 아, 인간이.. 놀러갔는데 어디인지 말을 안해줘요. 바닷가 같은데.

민규 아, 진짜요? 뭐 되게 중요한 일 있는 것처럼 전화했던데.

시환 치, 중요하긴.. 맥주 먹고 놀고 있던데 (샌드위치 먹으며 대화)

민규 부럽다.. 바닷가 간지 한참 됬는데

시환 가족끼리 여행가요. 형수님 여행 안 좋아해요?

민규 좋아했는데, 이제는 애기가 있으니까 집밖에 나가면 힘들어요. 아직 어려서.

시환 얼른 퇴근해서 교대 육아하셔야죠

민규 장모님이 같이 계세요. 놀이방 보낼때까지 봐주신다고.

시환 오, 대박. 이건 뭐야, 금수저 사위? 요새 서로 애기 안 볼려고 난리라던데.

민규 와이프가 지난달에 복직했어요.

시환 119 계시다 그랬죠? 멋있다.

민규 멋있어서, 같이 할라그랬는데, 저는 떨어졌잖아요.

시환 아하, 그래서 여기왔구나. 소방관 떨어지고 경찰관..

민규 꼭 그런 건 아니고.. 둘 중 아무거나 되는 거 할라 그랬죠. 준비는 다 했는데.. 거긴 시험이 자주 없어서..

시환 형님이 진우형하고 동갑이죠? 늦게 시작해서..

민규 군대에 있었어요. 가산점 많이 받고도 안되더라구요. 맞는 사람이 따로 있나봐요.

시환 저도 잘 안맞아요. 근데 그냥 하다보니까.. 민규 형은 경찰 잘 어울려요. 오래 하신 분 같애요.

민규 이제 째끔 알 것 같아요. 처음 한 반년동안은 뭐가뭔지 하나도 모르겠더라구요. 그냥 뛰라면 뛰고, 찾으라면 찾고..

시환 잡으라면 잡고

민규 맞아요, 정신 하나도 없었어요. 거기다가 강진우 경위님는, 현장 가면, 말보다 자기가 먼저 나가잖아요.

시환 (웃음) 맞아, 맞아.. 나가! 그러는데 자기는 벌써 저어기 가있어.

민규 (민규, 시환 웃고, 시환 전화 확인. 웃음 멎고) 왜요? 무슨 일 있어요?

시환 아, 전에 자료 요청했던게 인제 왔나봐요 (자리 정리) 다 드셨어요? 먼저 들어가야 될것 같은데

민규 (마지막 한 숟가락) 같이 가요. 저도 뭐 하던게 있어서..


(쓰레기 버리고 나가며 소리만 E)

형 말 놔요, 제가 동생이에요

아니에요, 선배님이시죠. 계급차이가 있는데요.. (소리 작아지고, 알바 안녕히 가세요..)


43 N 횡단보도

(신호 기다리는 두 사람, 옆에 무리지은 교복입은 학생들 다가오고, 평범한 고딩들, 유행하는 틱톡 영상을 보며 대화)


학생1 야, 이거 졸라 웃긴다, 오늘은 이걸로 해볼까?

학생2 아까 그거, 맥주로 하니까 더 재미있던데? 봤어? (진우 시환 힐끔)

학생1 맥주는 냄새 나서 안돼. 아저씨가 한번에 알아. 콜라 이빠이 먼저 해보고, 괜찮으면 다른데 가서 한번 더 해도 잖아. 제대로 세팅하고.

학생2 너네 집 간다?

학생3 그래, 이번에는 너네 집으로 가자. 전에 니네들, 우리 베란다 청소 안하고 다 도망가서 나 엄마한테 완전 혼났어 (시환 피식).

학생1 크크크.. 우리 집은 안. 우리 엄마 일찍 들어와.

학생2 그건 니 사정이구. 가자, 빨리 가야되는데... 애들 기다린대..


CUT TO

(초록불 켜지고 떼지어 몰려가는 학생들, 노래방 쪽으로 뛰고. 시환 민규, 빠른 걸음으로 반대편으로 향하고)


43 N 늦은 밤 경찰서 입구

(서둘러 들어가는 시환과 민규, 옆골목에서 내려오던 젊은 여자 - 짧은 치마에 악세사리, 화장. 두 사람을 보고 멈칫, 몸을 숨기고 이들을 지켜보고. 건물 안으로 들어간 후에도 한동안 경찰서를 응시)


44 N 늦은 밤 석호의 집

(편안한 옷차림으로 혼자 술. 소파에 기대어 앉아 지율 양어머니의 논문을 읽고 있는 석호, 간간히 노트에 옮겨 적으며 폰으로 검색도 하고. 중간중간 한숨, 분노, 조금씩 지쳐갈 무렵 전화 진동)


석호 (확인하고) 예, 시환씨. 무슨 일 있어요? ... 그래요? ... 시계본다, 새벽 1시 (탁자에 읽던 논문 내려놓고)


45 N 늦은 밤 호텔방

(지율 먼저 자고 있고, 맥주 마시며 티비보던 진우, 문자확인)


민규 /찾았습니다. 보내드릴께요/

진우 /고마워. 잘자/


(파일 전송, 진우 자는 지율 힐끔 확인하고, 몰래 사건 파일 열면)

<2003년 상도동 모자 살인 (미제) 사건>


/INS/

당혹스런 표정의 석호와 진우 반반 클로즈업으로 클로징




<5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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