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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소운 Apr 08. 2023

5.2 분신사바 분신사바

오잇데 구다사이

18 꿈 / D

남자 중학생 두 명, 교복입고 작은 아이들과 놀고 있다. 하나씩 등에 없고 달리기 시합 준비


학생1 집까지 누가 빨리 뛰나 하는 거야. 진 팀이 라면 끓이기.

학생2 너네 고생 많겠다, 뛰어야지, 라면 끓여야지.

학생1 무슨 소리야, 뛰어보고 말해. 유리야, 오빠 꼭 잡아.

유리

학생1 아이스크림 떨어뜨리면 안돼.


(유리, 메로나가 담긴 봉지를 돌돌말아 가슴팍에 꼭 누르고, 남학생 목에 팔을 두른다. 꼭 조이며 준비완료, 옆팀 꼬마 아이도 형아 등에 바짝 붙어 함박 웃음)


학생2 하나, 둘, 셋!


(학생들 뛰기 시작하고 신이 난 아이들 꺄아아 소리 지른다. 비슷하게 뛰지만, 작은 남자아이를 업은 남학생이 앞서기 시작하고, 덜컥덜컥 흔들리다 메로나 봉지가 떨어질 것 같다, 다급히 부른다)


유리 오빠, 오빠! 메로나, 메로나!

학생1 (힘든 김에 바로 멈추어 여자아이 내려놓고) 괜찮아?

유리 어 (떨어질뻔한 아이스크림을 다시 야무지게 움켜쥐고) 인제 가자

학생1 (멀지기 보면, 이미 사라진 다른 팀) 벌써 졌어. 우리, 어디 숨어서 이거 다 먹어버릴까?

유리 응!! (활짝 웃으며 두리번) 저기?

학생1 이리와, 거긴 너무 잘 보여. 저쪽으로 가자 (아이 손을 잡고 옆골목으로 빠른 걸음, 큰 정문 나오고.. <상도 하늘 교회> 망설임없이 들어가고)


씬 19 D 교회 예배당

재단 옆 스피커 뒤에 숨어 키득키득. 몰래 아이스크림 먹는 아이들, 문이 열리고


학생2 야, 딱 걸렸어! 이리와!

(뛰어오는 두 아이, 깔깔대며 서둘러 아이스크림을 입에 넣고, 투닥투닥 웃으며 뺏어먹고, 몸 장난치는 남학생들, 꼬질거리는 남자 아이에게 한입 먹여주는 유리. 남학생 2, 꼬마 아이를 둘러업고 빙빙돌리고, 유리, 남학생 1에게 두 팔 활짝 열고 안김. 휙 안아올려 하늘로 빙빙, 까르르 웃는 아이들, 카메라 멀어지고)


 20 D 진우네 거실

(맨 바닥에 누워 자고 있는 두 사람. 밤에 마신 술병, 술잔, 부적 그대로 남았고)

(간지러워서 키득거리는 진우, 가슴팍에 엎어져 자다 깨는 지율)


진우 강지율 뭐해? 간지러워, 다 잤으면 일어나.

지율 (눈 뜨고, 진우 눈 마주치고 웃음, 다시 고개 처박고 키득키득)

진우 (머리 쓰담) 좋은 꿈 꿨어? 왜 이렇게 웃어?

지율 그냥.. 웃긴 꿈..

진우 웃는 거 처음본다. 안 깨울려다가 간지러워서


(지율 손으로 간질, 진우 웃으며 지율 손 잡아 간지럼 방지)


지율 (옆으로 내려가 눕고, 진우, 손 놔주고) 오빠랑 노는 꿈이었어. 나 어릴 때 업고 뛰는거..

진우 진짜 있던 일이야, 아니면 그냥 꿈이야?

지율 몰라, 근데 처음이야, 이렇게 노는 꿈.. 맨날 이상한 꿈만 꾸는데.

진우 거봐, 잘 자니까 좋은 꿈도 꾸잖아. 너도 제대로 된 잠자리가 있어야지. 근데 오빠가 나이가 많았나보다, 동생을 업고 뛸 정도면..

지율 작은 오빠가 네 살 위, 큰...오빠가 아홉 살 위..?

진우 진짜? 엄청 띄엄띄엄 낳으셨네. 너는 안 낳을려다 낳으셨나보다.

지율 (웃고) 엄마가.. 으음.. 난임.. 같은거? 애기가 잘 안생겼대.

진우 꿈에서 가족들 자주 봐?

지율 전보다, 한국 돌아와서 훨씬 많이.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더 많은데, 그래도 예전 동네랑, 살던 집도 보여. 그게 다야. 어렸을 때 기억이 별로 없어서 그런가, 결정적인 건 꿈에도 잘 안 나와. 생각하려고 막 애쓰면 오히려 깨버리고..

진우 무리하지 마. 멀리 있었잖아. 자주 못 가면 다 잊어버려.

지율 옛날 동네를 찾아갔었어. 뭐라도 생각이 날까 해서.. 근데 다 아파트가 생겨서, 동네가 아예 없어졌어. 근처에 초등학교도 갔었는데, 모르겠어. 하나도 기억이 안 나.

진우 20년이면 남은게 별로 없지. 아마 그정도 시월 지나도 안바뀌는건 우리 경찰서 하나뿐일걸.


CUT TO

(지율 피식. 진우 스트레칭, 일어나 술병 정리하다 부적 본다, 병 내려놓고 지율보면 이리저리 몸 풀고)

진우 근데 부적 이 뒤에는 뭐냐? 강장동물..?

지율 (웃음. 일어나 앉고) 오빠가 써준거야. 그 날 낮에... 내가 문제지를 풀다가 그걸 틀렸거든. 비슷하게는 썼는데..


/INS/ 회상 다락방

교복입은 남학생 둘과 놀던 유리.  


학생1 야, 이게 뭐야? 감장동물? 이걸 틀려?

(다른 학생, 유리 답 보고 웃는다)

유리 비슷하지않아? 뭐지? 간장동물? 강잠..?

학생1 아이.. 누가 가족 아니랄까봐. 너도 돌이지?

학생 2 뭐가 어째? 하나뿐인 동생한테 돌이라니?

학생1 무쇠 주먹, 무쇠 머리. 운동만 잘하고 공부는 아주 그냥..

학생2 무쇠 주먹에 맞아볼래?

학생1 됐고, 봐봐, 유리야. 오빠가 여기 써줄게 (노트 한장 찢어서, 붓글씨 쓰듯 궁서체 – 강장동물). 너 인제 이거 틀리면 안돼, 니 얘기잖아. 머리부터 발끝까지 싹 비었다고..

학생2 이 자식이? 유리야, 공격!

(유리, 학생1을 덮쳐 올라타고 이야...! 까르르 간지럼, 몸싸움, 공간이 좁아 쿵쿵쿵..)


CUT TO

진우 (글씨를 자세히 들여다보고) 오빠가 글씨를 잘 쓰네. 붓글씨 했나보다.  

지율  어디 학원 간다고, 집 앞에서 학원버스 기다리고 그랬던 거 같애. 버스가 가게 앞에 섰어. 기다리면서 노래 부르고..


(진우 부적 뒷면 보면, 전혀 다른 글씨체) 그쪽은, 위급 상황인거 보이지? 고민했을거야. 밖에서는 엄마 비명소리 들리고, 안에서.. 나는 자고 있고.. 두고 나가면서 급하게 막 갈겨썼겠지.  


진우 (착잡. 부적을 내밀고) 잘 집어 넣어.

지율 가져. 난 또 있어.

진우 또 있어?

지율 일종의 증거보전. 훼손될까봐.. 그거 복사본이야. 원본 따로 있어.

진우 (자세히 들여다보고 피식) 그러네. 잘했다, 소중한 건데 (주머니에 넣고 일어난다) 가자, 씻고 나가야지. 너네 할머니 댁에 가기로 했잖아.

지율 그랬나? 진짜 갈라고?

진우 가보지 뭐. 어렸을 때 생각이 날 수도 있잖아. 갑자기 쉬라니까 어디 갈 데도 없고.. 먼저 씻을께, 방에, 옷장 있어. 맞는거 아무거나 꺼내 입어.     


씬 21 D 사무실

(분위기 무겁다. 일하는 은석, 옆에서 꼬라보며 불쾌한 종태)


종태 넌 언제 알았어? 미리 알았을거 아냐?

은석 류 형사 가정방문 갔을때요. 여청에서 사람 나온다고..

종태 일부러 나한테 얘기 안했냐?

은석 일부러 할 필요가 있나요? 일 하러 오는 건데.

종태 나는 우리 3층 여청에서 오는 줄 알았지. 강남서에부터 여길 와? 왜? 뭣때문에?

은석 담당자가 병가래요. 잠깐 지원 나왔어요.

종태 너..너한테 먼저 얘기하던? 온다고?

은석 아니요. 온 거, 류 형사 업무일지 보고 알았어요.

종태 되먹은 기집애. 예의라고는 눈꼽만큼도 없어.

(은석, 못들은척) 야, 너는 화도 안나냐? 성질 다 어디갔어?

(은석, 여전히 일만) 솔직히 말해. 보고 싶었냐?

은석 ...아니에요..

종태 (버럭) 그럼 왜? 그거 아니면, 뭔데 이렇게 초연해? 네가 부처님이야

은석 다 지난 건데 뭐 어때요.

종태 어떻긴? 걔가, 제대로 사과라도 한번 했어? 똑바로, 정식으로, 죄송합니다, 떠납니다.. 갈때도, 너한테 인사, 하고 갔냐고? (은석 말없고) 결혼하네 어쩌네 요란벅적 들쑤실때는 언제고, 하루 아침에 헤어졌다, 결혼 못 한다, 너 쟤 때문에 네가 얼마나 욕 먹었는지 다 잊어버렸어?  

은석  오해에요.

종태 오해? 그 오해, 지가 하게 만들었잖아! 너랑 사귀는거 다 아는데, 갑자기 임신했어요, 그런데 결혼은 깨졌어요, 자리 나는대로 전근 보내주세요... 교묘하게 말 바꿔서 너만 때려죽일 놈 만들고, 응? 그리고, 그렇게 나갔으면, 그 놈하고 결혼해서 잘 살아야지, 왜 싱글맘이야, 지금까지? 유부남이야?   

은석 혀어엉, 좀!!

종태 (더 크게) 왜애애?? 너도 알잖아. 쟤 애 낳고 복직한다 그랬을때, 경찰 공무원 품위 손상했다고 윤리 위원회 하라고 난리난리, 이쪽에서는 여성권, 모성권 지랄하면서 난리.. 우리끼리도 반 뚝 나눠져가지고 맨날 싸우고. 그래놓고 여길 다시 들어온다고? 뭔 배짱으로?

은석 오는 사람은 기분이 어떻겠어요? 모른척 해주세요. 있는 동안 편하게.

종태 지랄을 쌈싸먹어라, 아주.. 그래, 넓찍한 너의 이해심으로 감싸주고, 안아주고.. 그러다 또 뒤통수 빠개지게 한방 더 맞아야지.      

(은석 일어나고) 아, 어딜 도망가? 앉어!

은석 물 가지러 가요, 식사 올 때 됬어요.

종태 밥이 넘어가, 지금!!


/디졸브/ 도시락 식사 중 세 사람, 침묵만, 시환 눈치보다.


시환 (조심) 저기, 필리핀 이선아씨요, 본국에서 연락이 왔는데요..

은석 뭐 나왔어요?

시환 조금 문제가 있는 것 같아서, 자기들도 수사 중이라고.. 하루이틀 시간을 좀 더 달랍니다.

은석 무슨 문제인지는 얘기 안하구요?

시환 그거는, 아무 얘기 없었습니다.

은석 그래요, 좀 기다려야죠. 여청도 알죠?

시환 예, 이정아 경사한테 연락했습니다.


(종태 젓가락 탕 내려놓고, 시환 깜짝. 은석 묵묵히 도시락 뚜껑 덮고 봉지에 넣고)


종태 밥 처먹어! (시환 놀람)

은석 (차분) 다 먹었잖아요 (나간다)

종태 (비닐 속  빈 도시락 뚜껑 열어보고) 하여간 드럽게 빨라 (찌릿, 뒤로 기대 고개 젓히고 숨고르기)

시환 (하나 흘리고 눈치, 불편, 주섬주섬 자리 정리, 종태 씩씩 거리다 자리로.)


씬 22 국과수 로비

(커다란 창문 옆 테이블, 커피컵과 무언가 가득 찬 박스. 창률과 마주앉은 석호. 핸드폰 진동)


창률 (받고) 예, 거의 다 끝났어요, 금방 올라갈께요.

석호 (바로 서류 추스려 담고) 죄송해요, 생각보다 길어져서..

창률 아니야, 급한거 없어. 그럼, 이 자료들은 내가 지금 가져갈게 (USB 챙겨 담고) 너무 기대는 하지마. 아무것도 안 나올수도 있어.

석호 확률이 낮다는 거 알고 있습니다. 워낙 오래된 사건들이라, 말씀드렸듯이 시료 상태도 좋지 못하고, 그나마 아무 증거 가치가 없는 것도 있구요.

창률 해봐야지. 나오면 다행이고, 아님 말고. 나머지 사건들도 의심가는 거 있으면 다 가져와. 시간 날때마다 조금씩 볼께. 여기저기 부탁도 하고.    

석호 감사합니다.

창률 근데, 미제 사건도 너네 팀에서 해?

석호 딱히 어느 팀 거 라고 정해진 건 없구요, 아무래도 외국인들 관련된 건, 우선 순위도 밀리고 수사도 늦어지는 경우가 많아서요. 버려진 사건들이에요. 그냥 놔두기에는 찜찜해서요.  

창률 잘한다... 내 동생  멋있네(미소)

석호 (부끄) 형님이 도와주시니까, 생색 내 보는 겁니다.

창률 이런거 들고 오니까 진짜 경찰같애. 진짜야.


(석호 웃고, 창률 시계) 점심 같이 하면 좋은데, 위에 가봐야해서


석호  가보세요. 나중에 제대로 한번 식사 해요. 형님 바쁘지 않을 때.

창률 (미소, 생각) 바빠질거 같애.. 아마 오래.. 못 가실 것 같다.

(석호 끄덕끄덕, 창, 어깨 두리며) 인사 드리고 가. 여기까지 왔는데 (서류 챙겨서 올라가고, 바라보는 석호 클로즈업)  


씬23 D 요양 병원/병실


(침대 옆에 선 지율과 진우)


지율 아빠가 아는 분일까? 이 선배, 아버지도 경찰이었대. 강준길. 여기는 강진우. 아는 이름이야? 생각나?


(힘없이 바라보는 눈 껌뻑, 알 수 없다. 진우 미소, 꾸뻑 인사)


너무 오래되어서.. 누구누구 생각나? 종태 삼촌 말고는 없나?


진우 문 형사님을 아셔?

지율 경찰 시작할 때, 아빠가 가르쳤대. 부사수라 그러나? 나 어렸을 때 우리집에 자주 오고..

진우 그래서 네가 형님을 안 무서워 하는구나. 근데 형님은 별 말씀 없으시던데?

지율 잊어버린거 같애서 말 안했어. 바본가봐. 기억 못해.

진우 째끄맸을 때 본거잖아. 말씀 드리면 알수도 있지?

지율 사실은 나도 기억이 잘 안 나. 사건나고 나서, 병원에서 같이 있어주고.. 그랬던거는 생각나. 내가 삼촌이라고 불렀는데.. 미국에 있을 때 아빠가 가족들 찍은, 핸드폰 영상을 몇 개 보냈는데, 거기에도 있었어. 많이 친했나봐.  

진우 그럼 다 기억하시겠지. 봐서 슬쩍 물어봐. 예전 동료분들 한번씩 다녀가시면 좋아하실텐데... (말 흐리고)

지율 아빠 친구들? 찾아볼까?


(아버지 호흡 빨라지고, 숨 가쁘다)


아닌가? 싫어? 종태 삼촌만 오라그럴까?


(호흡 힘들어지고 눈물 또르르)


싫은가? 알았어, 안할게. 그냥 조용히 있을께. 삼촌한테도 얘기 안하고... (살피던 진우 벨 눌러 간호사 부르고, 착잡, 옆에 앉고)


진우 그래도 형님들은 아버님 많이.. 보고 싶어 하실..거에요. 궁금하고.. (꾹 참, 지율에게) 문 형사님이라도 알아야되지 않을까?


(아버지 호흡 많이 안정)


지율 어차피 다른 사람들은 내가 잘 몰라. 아빠는 말도 못하고.. 누군지 알아야 데려오지.

진우 종태 형님이 몇명은 아시겠지. 친했던 분들..


(간호사 들어오고, 기계 체크, 둘 잠깐 비켜서고)


간호사 이제 잠깐 쉬셔야 할 것 같아요. 한숨 주무시고나서 약이랑 식사 드셔야 하구요.

진우 혹시 뭐 갑자기 확 나빠지고 이런거 아니죠?

간호사 아직은 아니세요. 이 상태로 꽤 오래, 잘 버티고 계세요. 약을 많이 줄였거든요. 잠깐씩 주무시고 나면 좀 더 오래 깨어 계실때도 있고 그래요.

지율 아빠, 다음에 올게. 쉬어 (나가고)

진우 (벌써?) 아버님,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따라감)


씬 24 병원 복도에서 주차장


진우 (눈치) 괜찮아?

지율 왜?

진우 슬프거나.. 화 나거나..

지율 ... 잘 몰라. 어떤건지. 아주 기분이 좋지는 않아.

진우 가슴 아프거나, 아빠 불쌍하거나.. 그런거는?

지율 없어 (앞서 걷고, 진우 멈춰서서 보며 절레절레)


CUT TO 주차장으로 나오고


진우 배고프다 맛집없냐?

지율가본적 없는데.

진우 좀 찾아봐, 가까운데 어디.. 아니면 너네 할머니네 집 근처로

지율 진짜 가보게? 꽤 걸릴텐데? 산 속이야.

진우 가면 너 옛날 사진 이런거 있을거 아냐. 기억이 좀 날 수도 있고.. 지도 찾아봐, 가다가 먹을 거 뭐 있나.. (차 문 열고 지율 앉으며 전화기 보고, 지이이... 진우 진동 – 시환) 아이, 이 자식.. 스토킹이야.. (문 닫아주고 조금 떨어진 곳에서 통화) 너 왜 자꾸 전화해? 할 일이 그렇게 없냐?


CUT TO 사무실


시환 선배 전화가 안돼잖아. 어디야?

진우  /F/ 밧데리 없다고. 쉬게 하라시잖아. 좀 쉬게 놔둬.

시환 거짓말이지. 일부러 충전 안하는거지? 나 빼고 둘이 노느라고.


CUT TO 주차장

진우 그래, 좀 놀자. 네 문자 안받고, 네 목소리 안듣고, 네 생각 하나도 안하고, 그렇게 하루만 살아보자. 차라리 핸드폰 없던 시절로 돌아갔으면 좋겠다. 끊어.  


CUT TO 사무실


시환 잠깐만 바꿔줘, 목소리 좀 듣게.


CUT TO 주차장

진우 (슬쩍 보고, 검색중인 지율) 듣지마. 지율이 바뻐. 쉬고있으니까, 걱정말고 일이나 해.

시환 /F/ 진짜 그러기지? 나도 거기 간다?

진우 어딘 줄 알고 따라와? 나는 내일까지, 서울 사람들 안 볼 생각이니까, 급한 거 아니면 전화하지 마.

시환 /F/ 아, 혀엉! 선배 괜찮나 인사만 할께

진우 싫어, 끊어. 나도 바뻐... (돌아서려는데 요양원 입구로 들어오는 하얀 차에 시선 멈추고)

시환 /F/ 강진우! 야! 전화 바꿔줘..

진우 (소근) 시환아, 끊어. 나중에 해 (전화 끊고, 하얀 차 주시..)


CUT TO 주차장 반대쪽

(반대편으로 스르르 지나가는 하얀 SUV, 흐릿하게 운전자 보이고.. 석호..?)


진우 뭐야, 이석호가..? 여길 왜?


(CUT TO 저만치 떨어져 차를 세우고 내리는 사람 – 석호, 병원 안으로 가볍게 들어가고. 지켜보다 차에 타는 진우)


(여전히 지도 검색중인 지율)


진우 전화기 되네? 시환이가 전화 많이 했지?

지율 응.

진우 안 받았어? 왜?

지율 (잠시 생각) 별거 아니니까. 진짜 중요한 일이면 전화 할 시간이 어딨어. 벌써 다른 사람 찾았겠지.

진우 (피식) 이야, 그런 뜻이.. (눈치) 지율아 근데, 너 아버지 여기 계신거, 누구누구 알아?

지율 (눈 여전히 폰) 나, 아버지, 아버지 큰 아들, 그리고 이제 강진우.

진우 그래? 그게 다야?

지율 응. 내가 아는 건. 왜?

진우 아니, 그냥. 누구 면회 오는 사람 좀 있나 해서. 심심하실까봐.

지율 병원 옮긴지 얼마 안됐어. 그리고, 사람들하고 연락 끊고 지낸지도 참되었고.. (핸드폰 넘기며) 할머니 집이 이 근처인거 같은데, 정확한 주소는 몰라. 근데 동네까지만 가면, 아직 간판이 남아있어. 버섯 농장 하셨었거든 <강원 생버섯> 그 이름이 아직 나오네.

진우 (폰 보고 내비 넣고) 밥집은? 여기까지 왔는데 맛있는 거 없냐? 큰 오빠 여기 산다며? 물어봐.

지율 말 잘 안해. 안 친해.

진우 안 친해도, 밥은 먹어야 될거 아냐. 살려달라 그래. 배고파.

지율 죽은 사람 더 좋아해. 산 사람하고는 별로 안 친해.

진우 누가? 오빠가?

지율 어.

진우 (갸우뚱) 집안 내력이야.. 다 이상해.. (운전 시작, 시선 끌려 핸드폰 가르키며) 여기 좀 봐봐, 너 먹을거 검색하고..   

지율 (핸드폰 보고) 그냥 아무거나 먹어..

진우 (아무 식당이나) 이 집은 어때보여? 너 먹을 수 있어? (주차해 놓은 석호 차 옆을 지나치고, 지율 체크, 못 봤다, 주차장 빠져 나가고 핸드폰 가져가며) 귀찮다, 아무데나 보이는 데 가자.


(검색하다 전화기 뺏긴 지율, 뭐지 하다 밖으로 시선. 이미 도로위)  


씬 25 D 할머니 집

(산길로 올라가는 차, 도로 아닌 개인 사유지 콘크리드, 오랜 간판 <강원 생버섯>)


진우 이렇게 외진데서 사셨어? 눈 오면 끝장이었겠다.

지율 이 길 새로 한지도 얼마 안돼. 아빠가 이사들어오면서 했대. 원래는 다 흙길이었고.  

진우 (둘러봄) 버섯 키우려면 그랬겠지. 나무 많고, 그늘에 습지.. 완벽해. 누구 하나 묻어버리기 딱인데.

지율 (둘러봄) 오늘 할까? 묻을 사람 되게 많은데.

진우 (웃음) 묻어라. 나만 아니면 된다.


(지율 피식. 카메라 주변 비추고, 빼곡한 나무들, 막 자라 엉망인 잡초, 사람 하나도 없고)


씬 26 마당

(갑자기 확 트인 넓은 공터?? 화초 하나 없고, 깔끔/삭막. 새로 지은 벽돌집, 산과 안어울리는 평평한 콘크리트 마당, 꽤 고급자재로 지은 비닐하우스)


진우 야, 이 산 속에 콘크리트를 ... 이 많은 걸 갖다 부었으면 엄청 큰 공사였겠네?

지율 나무, 먼지, 동물, 자연.. 그런거 안좋아하는 인간이야. 다 밀고 새로 했을거야.  

진우 아버지? 그런거 안 좋아하시는데 귀촌을 하셨어?

지율 둘이 왔잖아. 도시에만 살던 귀한 큰 아들이랑... 거기서 나온 아이디어겠지.


(온실 먼저 들어가고, 반짝 거리는 바비큐 그릴, 한번도 쓴 적 없는 듯한 테이블과 의자, 야외 부엌으로 꾸며놓은 냉장고와 작은 조리대, 벽면에 스크린과 프로젝터)


진우 (냉장고 열어보고, 음료수 가득 참) 완전 팬션인데? 우리 다 와서 놀아도 되겠다. 근데 왜 다 새거야..? 한번도 안 썼어.

지율 (둘러봄) 올 사람이 없으니까. 가족이 다 모이는게 소원이셨는데, 인젠 그것도 안되겠고...  

진우 (천장보면) 조명 특이하네.. 별자리인가? 뭐지?


(지율 올려다보면, 작은 전구로 연결된 별자리 조명, 스위피 켜보는데 안 들어오고) 지율아, 안에 뭐 과자 같은 거 없냐? 간식거리..


지율 찾아볼게 (안으로 가고)

진우 그래, 야, 콜라 하나 마실께 (응.. 소리 멀어지고)


(콜라 따고 안에 보며, 전화) 어, 형.. 어디야? 나 오늘 쉬는데, 밥 먹을까?


/CUT TO/ 병원 복도

(나오다 전화 받는 석호)


석호 나 밖에 있어. 서울 가면 늦을 것 같은데

진우 지방이야? 어딘데? 무슨 일 있어?

석호 아니야, 원주. 미팅 있어서 국과수 잠깐 들렀어.

진우 아, 난 또.. 누구네 문상이라도 갔나 했지. 별일 없는거지?

석호 너 쉰 지 아직 하루도 안됐다. 일은, 무슨 일이 있겠냐.

진우 헤헤, 그런가.. 지율이도 쉬는데, 그럼 우리 내일 회식 할까? 젊은 피 끼리?  

석호 뭐, 나는 그다지 젊은 피는 아닌 거 같지만, 끼워주면 가고. 시환이도?

진우 콜. 걔는 내가 연락할게. 형이 사는 거다?

석호 (피식) 젊은 피가 아니라 카드가 필요하구나?

진우 그렇지, 부자 형 덕 좀 보자.. 이거 다른 형님들한테는 비밀이다 아무도 부르지 마. 우리끼리만 보는거야.

석호 알았어. 일 끝나고 보자.

진우 어, 충성! (전화 끊고, 여전히 여기저기 둘러본다. 천장 사진 찍고, 검색.. 지율 나오고)

지율 (손에 검정 비닐 봉지, 그리고 술안주용 땅콩 두 팩) 먹을게 이거밖에 없어. 먹고 가자. 내려가다가 뭐 있겠지 (의자에 앉고).   

진우 (비닐봉지 가르키며) 그건 뭐야?

지율 내꺼 뭐 가져갈거. 별거 아니야, 집에 온 김에 몇개 챙겼어. 사무실에 갖다 놓을려고..

진우 (위에 가르키며) 누가 처녀자리 생일이야? 늦 여름, 초가을.. 9월 초에서 중..?

지율 몰라.. 난 아니야.

진우 별자리가.. 처녀자리 맞는데? 많이 보잖아, 스타벅스. 전설이 많아. 어떤 거는, 어머니가 강간으로 임신을 했고, 그래서 축복받지 못한 출생을 했는데, 미모 때문에 여기저기 구애를 받지만, 행복하지 않았던 여자다. 아니면, 납치를 당해서 평생을 감금 상태로 살았다거나, 제일 많이 전해져오는 이야기는, 마을 처녀가 마을 사람들에게 집에서 직접 담근 술을 대접했는데 사람들이 마시고 죽어서, 독살로 오해를 받고, 마녀로 몰려 처형 당한다..

지율 그게 처녀자리였나? 다 안 좋은 얘기네

진우 옛날 이야기들이 다 좀 그렇지. 싸우고, 죽고.. 특히나 여자로 살기가 많이 힘들었으니까... 특이하다. 하고 많은 별자리 중에, 저걸 걸었을까? 생일도 아니고.. (땅콩 먹고)

지율 집안 내력이라며.. 이상한거. 원래 그 인간이 제일 이상해..

진우 오빠가? 왜 싫어하는데?

지율 대학병원 의사하다가 갑자기 부검한다고 여기까지 왔어. 아버지가 아프기 시작한 것도 그때고... 뭐, 아파서 온건지, 와서 아픈 건지 잘 몰라.  

진우 뉘앙스가 이상한데? 꼭 오빠가 아버지를 아프게 한 것처럼 들린다?

지율 가능해. 엄마도 죽였으니까

진우 (?)

지율 아버지 덕에 혐의를 벗기는 했지만, 엄마랑 작은 오빠가 죽었을 때, 제일 유력한 용의자가 큰 오빠였어. 가족들하고 사이가 안좋았거든. 근데 아버지가 아니라고, 아들을 싸고 돌면서 무혐의가 되었어. 사실 결정적 증거도 없었고..

진우 믿으시는 이유가 있었겠지. 경찰이셨다며.

지율 둘이 공범이면?

진우 (?!) 에이, 설마..

지율 가능하지. 둘이 공범이라면, 모든게 가능해. 하필 그날 밤에, 아빠가 갑자기 스케줄이 바뀌면서 밤근무를 갔대. 그 사실은 그날 야근을 같이 한 동료들하고, 우리 가족들만 알고 있었을거 아냐. 그런데 범인이, 아주 운이 좋게, 딱 아버지 안 들어오는 그 날...


/INS/ 겹겹 잠김 장치의 대문, 현관문.. 스르르 열리고


우리집, 철통보안이었거든. 완벽했어. 꽁꽁 잠긴 자물쇠를 몇개나 열어야하는 그 대문으로 걸어들어왔다는 건, 분명 내부인이 관련되어있어. 아니면 아주 친한 누군가.   


진우 철통보안이라면, 평소에도 협박같은 게 있었던거 아닐까?

지율 모르지. 아버지한테 원한 있는 사람일 수도.. 어쨌든 잠그는게 엄청 많았어. 협박 같은 건 생각 안나도, 문 잠그는 건... 아직도 꿈에 나와. 문 마다 창문마다 여러개 줄줄이 달려있었어. 그리고, 사건 났을 때, 분명히 아버지 진술이, 의심가는 사람은 없다 그랬거든.. 그럼 그동안 아무 일 없었다는 거지.   

진우 아니겠지만.. (눈치) 네가 아버지랑 큰오빠를 같이 의심하는 이유가 있나?

지율 둘 다, 사건 현장에 없었어. 알리바이라고 해도 좋은데, 살인을 피한거잖아. 아주 운 좋게..(진우 생각, 글쎄...) 아버지는 항상 큰아들 편이었고, 감싸기에 급급했어. 뭘 하든.. 하다못해 사채까지 썼는데..

진우 사채? 몇 살때? 학생 아니었어?

지율 사건 당시 갓 스무살.. 그당시로는 큰 돈이지, 천오백만원이래. 나는 그건 몰랐어. 한국 들어와서 사건 파일 보니까 그렇게 써있더라. 큰 아들에 대해, 가능한 살해 동기 중 하나가 가족과의 불화, 그리고 사채 빚 1500. 그런데 아버지가 다 아니라고 했어. 공부 스트레스였고, 1500은 아버지가 이미 갚아준 다음이다..

진우 공부 스트레스로 천오백? 그리고 아버지는 전부터 다 알고 있었다..

지율 카지노 갔대. 강원도에.. 출입자 명단 확인했고, 딱 한번.. 그냥 일탈이다.. 그렇게 무마됐나봐. 절대 도박하는 애가 아니다, 한번 해본거다..

진우 한번 한거 치고는 크다. 보통 처음에 그정도 쓰지 않는데..

지율 (땅콩 봉지 구겨서 주머니로, 일어선다) 그러니까, 날 잡아서 여기 산 다 파보자. 뭐라도 나올거야.

진우 지금은 어디서 일하셔? 근처야?

지율 여기 국과수. 부검의.

진우 그래? 부검하시는 분들이 한 30명 될건데.. 이름이 뭐야? 내가 아는 사람일수도 있겠다.

지율 송창률.

진우 송 박사님? 너네 오빠라고? 우리 것도 몇건 해주셨는데.. 근데, 왜 송씨야? 너는 강씨잖아?

지율 원래 송씨야. 재작년에 한국 귀화할 때, 이름 뭐 할거냐 그래서 그때 강씨로 했어. 엄마 성이야, 강..수진.  

진우 이름은, 원래 이름? 송창률, 송지율?

지율 원래 이름은 유리.. 지율이가 남자 이름같다고 엄마가 유리라고 불렀어.  지율은 할아버지가 지어주신 이름이고.

진우 송유리.. 신분 세탁이네. 송유리가 강지율.. 중간에 미국 사람, 지금은 다시 한국 사람..


씬 27 마당 (자동차로)


진우 그럼, 대학생이던 큰오빠가 거금을 썼고, 살인은 피했다.. 누구한테 사주했을수도 있다고 보는거야?

지율 도박 할 인간은 절대 아니거든. 그런데 큰 돈이 하루만에 사라졌어. 렌트카까지 빌려서 강원도에 가야할 일이 뭐가 있었을까. 정말 일탈이라면, 그냥 천오백들고 술먹고 놀면 되잖아, 서울에서. 다른 목적이 있으니까 간거겠지.

진우 (운전시작) 왜 그랬는지 말씀 안하시고?

지율 말했잖아, 별로 안 친하다고.. 그런 말 안해봤어.. (생각) 다른 말은 했지. 범인 본 거 말 아무한테도 하지 말라고, 말하면 죽여버린다고..


/INS/ 장례식장

(어린 유리를 데리고 나와 협박하는 창률, 소리 분명하지않고 메아리처럼 윙윙)


절대 아무말 하지마. 너 입 열면 다 죽여버릴거야. 우린 다 죽어..  


진우 증언을 하지 말라.. 다 죽여버린다.. 그건 좀... 이상한데?

지율 그날부터 말을 못했어, 나는.. 어렸으니까. 시키는대로.. 내가 잘못해서 아빠까지, 다 죽을까봐.. 병원에 있을때도, 미국으로 갈때도.. 그 인간은 똑같은 말만 했어. 말하지 마라, 돌아오지 마라.. 다 죽여버린다..

진우 (한숨, 거울로 뒤를 보고, 진지.. 집 멀어지고, 산 내려온다)


씬 28 D 고주파 치료실


(은석 엎드려있고 몸의 흉터 여러개. 한방치료 들어오던 젊은 간호사 주춤)


간호사 (웃음) 괜찮아, 이분 안 무서워 (치료기기 연결)

은석 죄송합니다, 제가 좀.. 험악하죠?

간호사 신참이에요, 이해하세요 (침 빼며). 근데 차형사님, 치료 너무 안 오세요. 이렇게 하시면 차도 없어요.

은석 쫒아다니는게 시간 정해놓고 하는 일이 아니라서요.

간호사 바로 요 앞인데도 못 오세요? 지나가다 들리시면 되지.. 지금, 거의 두달만에 오셨어요.

은석 그런가요? 오늘은 갑자기 오고 싶어져서..

간호사 (침 다 빼고 핫팩) 많이 불편하셨나봐요. 그러게 일반 직장인들도 40 넘으면 허리 아프다고 오시는 분들 많아져요. 힘든 일 하시니까 더 조심하셔야되는데.. (차트보고) 진통제 더 필요하시죠? 처방 올릴까요?

은석 예, 수면제도 조금 더 주세요. 자주 안 먹는데 벌써 없어요.

간호사 자주 안 오시니까 약이 떨어지죠.. 전에거랑 같은 거 말씀 드릴께요?

은석 예, 그리고.. 전에 샀던 허리 베게 있잖아요, 온찜질 되는거.. 그거 좀 작은 사이즈도 있나요? 누구 선물 하려고 하는데.

간호사 체격이 많이 작으세요?

은석 여자에요. 저보다 한 뼘?

간호사 따로 치료 받으시는 거 있어요? 약이나..

은석 못들었어요. 잘때보니까 수건을 말아서 허리에 대고 자더라구요, 한 5센티 정도? 낮에 움직이는 건 별 지장 없어보여요.

간호사 아, 동료시구나. 오셔서 액스레이 찍어보는게 제일 좋은데, 그 베게는 의료품은 아니고 그냥 보조적인 역할만 하니까요, 일단 제일 낮은거 하나 꺼내놓을께요. 일시적으로는 좋아지는 것 같으실거에요. 마디마디 쭉 펴주는 역할은 하니까. 그래도 척추는 정확하게 진단 하셔야 되요. 다음에 들르라고 하세요.

은석 알겠습니다. 나중에 올 때 같이 오던지 할께요.

간호사 예. 적외선 램프 켰습니다. 15분 정도, 잠시 쉬실께요.

은석 고맙습니다


(간호사 나가고 은석 눈 감고.. 지이잉.. 손으로 머리맡 전화기)


종태 /복귀?/

은석 /3-40분/뭔 밥을 그렇게 오래 먹어? 뷔페가갔냐?

은석 /벌써 보고 싶어요?/

종태 /부페가 가고 싶다/

은석 /다음에 같이 가요/

종태 /니가 사/

은석 /형수님도 같이요/

종태 /나쁜 놈. 내 마누라보고 사라고??/

은석 /난 마누라 없으니까/

종태 /알았어. 별일 없는거지? 또 혼자 싸돌아다녀/

은석 /예, 오랜만에 친구랑 밥 먹고 있어요. 금방 가요/


(핸드폰 놓고 긴 한숨, 눈 감고 휴식..)


씬 29 D 24시 식당

종태와 마주앉은 시환, 수북히 쌓인 제육이 나오고


시환 잘먹겠습니다

아줌마 어째 그 아가씨 경찰은 같이 안 오고?

시환 선배님요? 내일까지 쉬어요, 병가.

아줌마 거봐요, 그렇게 깨작거리니 아프지. 무슨 밥을 그렇게 먹어..?

종태 사연이 좀 있어요, 원래 아픈 애에요.

아줌마 아유, 그래도 그렇지.. 그렇게 까탈스러운면 들어오던 복도 도로 나가요. 밥은 복스럽게 먹어야지. 뭔놈의 사이다만 그렇게..

종태 (머뭇) 저기, 아주머니.. 지난번에 그 화장실, 그 놈 말이에요..

아줌마 몰카요? 송곳?

종태 예.. 전에도 여기 오던 놈인가?

아줌마 아니, 우린 모른다니까요. 왜, 여기 자주 왔대요?

종태 그런건 아니고.. 그 놈이, 이번에 벌금형으로 끝날거 같애요.


(시환 보고, 아줌마 놀라고)


아줌마 아니 왜요? 그런 놈을 잡아 넣어야지 왜 놔준대?

종태 그러게요.. 근데 피해자가 없답니다. 그래서 범죄자가 아니래요.

시환 한마디 하려는데 종태 막고) 그러니까, 그 놈 다시 어슬렁거리면, 신고 빨리 해요? 예? 누구 다치기 전에?

아줌마 세상에.. 말도 안돼게.. 아유, 인제 무서워서 화장실도 못가겠네.. (주방으로 돌아가며, 사장님, 사장님 어디있어.. 소리 멀어지고)

시환 (작은 소리) 벌금형이라구요? 그게 다에요?

종태 지켜봐야지, 계속.. 그게 다인가..

시환 무슨 그런 말도 안되는.. 벌금?

종태 밥이나 먹어. 억울하면 한번 더 잡아 넣던가 (식사)

시환 벌금은, 치사하게 뭐하러 때려요? 차라리 그냥 안녕히 가십시오 하지?

종태 불법 무기 소지.. 집안에서 그런게 많이 나왔대. 취미란다, 무기 만드는게. 미친 놈.

시환 나왔는데도, 그냥 벌금이요?

종태 압수는 했지, 혈흔이 없대. 다시 또 만들겠지. 그놈의 유투브에 다 나오는 거..

시환 (멍하니 있다가 아줌마 지나고) 아주머니, 저 물냉면도 하나 주세요 (예..물냉 하나 추가요..)

종태 다 먹을 수 있어?

시환 배 고파요. 갑자기 스트레스가 쫙....

종태 지율이 없을 때 먹고싶은 거 다 먹어둬라... 걔는, 냉면은 먹냐?

시환 물냉면에 고기 빼고, 면 돌돌 안하고 납작하게 펴서 나오면.

종태 지랄... (시환 웃고, 제육 앙) 시환아..

시환 (얌냠) 예..?

종태 지율이 사건 좀 얘기해봐. 넌 잘 알거아냐?

시환 자세히는 저도 몰라요, 자꾸 물어보기도 그렇고.. 그게 다에요, 엄마랑 오빠가 죽었고, 충격으로 아프고, 기억 잃어서 말 안하고.. 그래서 치료받으러 미국으로 입양보냈다고..

종태 무슨 치료를 미국까지 보내고, 그것도 아예 입양으로?

시환 아는 분이 소개했대요, 안전한 곳이라고.. 그때 범인을 못 잡았잖아요. 그러니까, 애가 어린데다가, 무서워서 말을 못하는 거 아닌가 해서, 걱정 말라고 멀리 보냈나봐요.

종태 친아빠는 이후로 연락없고?

시환 아니에요, 전화도 하고, 편지도 하고.. 근데 선배가 아퍼서 말을 전혀 안했으니까.. 아버지하고도 안하고 또 한명 남은 오빠하고는 원래... 그러니까 점점 연락도 줄고.. 크면서 병은 나아지고, 말도 하게 됬는데.. 그때는 아버지가 아프기 시작하신거죠.    

종태 지금은 어디있어?

시환 요양병원 계시는데, 말씀을 못하신대요 호흡기 끼고 계시고, 가끔 의식이 들었다 주무시다.. 그래서 선배가, 그때 살인사건 물어봐도 대답을 안하신대요. 분명히 할 말 있을건데 숨긴다고...

종태 알면 벌써 다 했겠지, 그분도 모르니까 속병 난거 아냐.

시환 (망설) 그게 아니라.. (종태 보면) 선배는.. 아버지를 의심해요.

종태 에에? 야, 설마.. 그건 아니지.

시환 정황상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사장 (사이다 툭) 서비스에요 (김치, 하얀 무 리필, 다시 주방으로 돌아간다)

시환 (활짝 웃음) 감사합니다

종태 ... 하긴 모른다, 요즘은 세상이.. 에휴 (사이다캔 보면)

시환 (따서 내밀고) 드세요

종태 안먹어. 끊었어.

시환 왜요?

종태 탄산 먹고 출동 나가면 힘들어. 화장실 가야되고...

시환 원래는 드셨어요?

종태 좋아했지. 안 먹은지 오래됐어.

시환 근데 갑자기, 선배 사건은 왜요?

종태 그냥.. 비슷한 사건도 많고.. 혹시 내가 아는 집인가 해서.

시환 유가족 중에 비슷한 애가 있어요?

종태 엄청 많지. 너무 많아서 어떤 놈인지 모르는 거지 (한숨) 그때 그 꼬맹이들이 지금쯤 다 너네 나이일거 아냐, 인제.. 어디서 잘 살고 있는지, 아니면 (찌릿) 다 니들처럼 말 드럽게 안 듣고 까불락 거릴지..

시환 헤에...(찡긋)

아줌마 (냉면 내리고) 냉면 나왔습니다. 맛있게 드세요


(예... 시환 받아들고 헤벌죽, 가위로 자르고. 종태 귀여워 웃고)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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