씬 12 D 휴게실
(구석자리에 마주 앉은 정아와 종태, 슬쩍 눈치보며 지나는 사람들)
종태 나 너 싫어. 알지? (정아 답 없고) 그래서 여기서 너 다시 보는 것도 싫어. 불편해. 언제 복귀하냐?
정아 3개월 받았습니다.
종태 (한숨) 일 때문이니까 너도 어쩔 수 없이 왔겠지만, 가능하면 얼굴 안 보고.. (한숨) 말자, 너도 오고 싶어서 온 건 아니지... 불편하냐?
정아 아닙니다
종태 은석이한테도 말했는데, 너도 마찬가지야. 처음부터 딱 짤라. 그 자식, 다 똑똑해도 너한테는 상 멍청이니까, 절대 여지를 주지 말라고. 그때처럼, 알지? 냉정하게 굴어.
정아 예
종태 (복잡, 망설) 결혼은, 왜 아직도 안했어? 애만 키워? 혼자?
정아 (본다 답 없고)
종태 그래, 알어, 사생활이야, 네 사생활인데.. 야, 옆집 여자가 애를 낳아도 안부는 묻는거야. 너는 우리랑 몇 년을 여기서... 아, 됐어, 말하기 싫으면 하지마. 잘 크면 됐지. 힘든 건 없고?
정아 예
종태 (본다, 꾹참) 왜 없어, 혼자 키우는데.. 나는 뭐 애 안키워봤냐? 그것도 일까지 하면서.. (정아 바라보면, 한숨) 난 너 무지 마음에 안들지만, 그래도 뭐라도 필요하면 얘기해. 애기 몇 살이냐?
정아 (답 없고)
종태 .. 세 살 되겠네... (커피)
CUT TO 은석 들어오고
은석 (분위기 살피며 성큼) 형님!
종태 (막고) 아니야! 아무 말 안 했어. 지나가다 슬쩍 보니까 여기 있길래.. (기막힘) 야, 커피도 한잔 같이 못 먹냐? (내가 무슨 심술덩어리 폭탄으로 보여.. 궁시렁, 나감)
은석 (정아 살피고) 괜찮아? (정아 가려고 일어서고, 잡는다) 정아야.
정아 (팔 빼고) 업무 중입니다.
은석 알았어. 형님 신경쓰지마. 하던 일 해.
정아 그럴려구요. 그런데 꼭 한마디 하시네요. 차 형사님께 여지 주지 말고, 냉정하게 굴랍니다. 저는 잘 하고 있었는데, 안 보이시나 봅니다.
은석 그럴 필요없어. 편하게 해. 네가 그러면 내가 불편해.
정아 3개월입니다. 딱 3개월만, 파견 나왔습니다. 다른거 신경 안 쓰고 일만 하고, 마치면 돌아갑니다.
은석 알아. 그러니까 그동안만, 동료로 지내자고. 얼굴보면 인사도 하고, 배고프면 밥도 같이 먹고.. 일부러 피할거 없잖아.
정아 차 형사님이 자꾸 이러시니까 남들이 걱정하는 겁니다.
은석 이러..는게 뭔데?
정아 모른척 하십시오. 얼굴봐도 모르는 척, 보여도 안 보이는 척.. 차형사님 원래 남한테 관심갖는 사람 아닙니다. 언제부터 타부서 사람들하고 인사하고 밥먹고.. 그러신적 한번도 없습니다. 하던 대로 하십시오.
은석 (꾹참) 하던대로..? 그래볼까? 그럼 너도 하던대로 하자. 네가 언제부터 나를 차형사님이라고 불렀어? 언제부터 네가 나한테 꼬박꼬박 존대말하고, 언제부터 눈도 안마주치고 생까고.. 이게 우리가 하던대로니?
정아 이제부터는 그래야죠. 마주 앉아 밥 먹을 사이는 아니잖아요. 저요, 차형사님한테 지쳐서, 딴 남자랑 바람나 애까지 낳았습니다. 전 여친이요. 그것도 아주 비참하게 끝난 사이. 우리가 뭐 그렇게 사랑스러워서, 아직도 아는체 해야합니까?
은석 무슨 일이있었든, 내 잘못이야. 너한테 화난 적 없어.
정아 좀... 그러니까 이제라도 좀 화를 내시라구요. 화 내고, 욕 하고, 돌아서서 모른척 하시라구요, 제발.
은석 정아야..
정아 차 형사님 천하에 나쁜 놈 만들어놓고 홀랑 떠난 것도 저고, 뭐 엄청난 천직이라고, 때려치지도 못하고 이렇게... 철판 깔고 귀구멍 막고, 다시 돌아온 것도 접니다. 사람들 수군거리는 거 다 알아요. 다 보이고, 다 들려요. 그러니까, 괜히 저랑 있다가 또 입방아 오르지 말고..
CUT TO (직원 들어오려다 주춤, 어정쩡하게 인사하고 물 한컵 받아 재빨리 나가고)
정아 보셨죠? 아직도 여기, 차 형사님하고 저, 기억하는 사람들 많아요. 여기로 출근 하는 거 자체가 너무 힘든데, 애 때문에 먹고 살려고 억지로, 억지로 오는 거니까, 제발 저 좀 투명인간 취급해주세요.
은석 앞뒤 사정 모르고 막 지껄이는거야. 네 잘못 아니야.
정아 뭐가 아니에요? 다수결로 물어봐요, 누구 잘못인가! 차 형사님은 아량 넓은 천사인거고, 나는 남자에 미쳐서 차형사님 걷어찼다가 벌 받은거고..
은석 정아야!
CUT TO
시환 들어오다 멈칫, 두 사람 침묵.
시환 (눈치, 머뭇) 죄송합니다.. 문 형사님이 찾으십니다. 밖에서 기다리신다고.. 톡 했는데 안 보셔서.
은석 (그제야 전화기 확인) 아.. 고마워요.. (정아 한번 보고, 나간다)
(시환 정아와 꾸뻑 인사, 나가고. 혼자 남은 정아, 창 밖을 보면)
CUT TO 창문 밖, 아래로
(서둘러 건물 밖으로 나가는 은석, 종태 차량에 탑승, 사라진다)
CUT TO 정아, 한숨
씬 13 D 강력팀 사무실
(컴퓨터 앞에 앉은 진우, 화면에는 이석호 자료)
/INS/ 서류 확대하면,
/서울 상도 중학교 졸업, 부산 외국어 고등학교/
진우(손에 들고 있는 사건 파일과 비교, 메모, 혼자말)
상도동에서 초등학교, 중학교를 나왔는데, 고등학교는 갑자기 부산으로...?? 지율이네 사건 난게 2002년 12월 28일에서 29일 새벽... 학교는 다 끝나고 겨울방학 시작하자마자.. 석호 형이 상도 중학교를 졸업한게 2003년 2월, 그럼 지율이 오빠랑 같은 학년이었네? (생각, 갸우뚱) ... 이상하다.. 아는 사이같지는 않은데....
/플래시컷/
지율 아버지의 병원 주차장을 지나는 석호, 건물 안으로 들어가고, 전화 목소리
“원주. 미팅 있어서 국과수에 잠깐 들렀어..”
진우 (혼잣말) 뭐지.. 지율이하고는 모르는 사이인데, 지율이 아버지한테는 병문안을 다닌다.. 요양병원에 갔으면서, 나한테는 국과수라고 거짓말을 한다..?? 흠.... (뒤로 기대어 앉다가 문득 뒷주머니의 지갑을 꺼내고. 지율이 준 부적을 들여다본다)
(카메라 확대, 마구 갈겨 써 엉망인 글씨체)
‘불 키지마. 소리 내지말고 꼭꼭 숨어있어, 경찰 올거야, 가만히 기다려’
(진우, 뒤집으면, 궁서체의 가지런한 글씨체)
‘강장동물’
진우 (혼잣말) 아무리 갈겨썼다고 해도, 분명히 글씨체가 달라... (주머니에 넣으며 결심. 벌떡 일어서고)
씬 14 D 특별팀 사무실
(문 열리고, 진우 들어오고. 석호 혼자 책상에)
석호 (읽고 있던 지율의 논문 덮고) 왠일이야, 이시간에? 내근이야?
진우 지율이 나갔어요? 뭐 줘야 되는데..
석호 실종자 CCTV가 나온게 있대. 확인만 하고, 금방 올거야. 거기서 바로 퇴근 할 거 같은데 왜? 급한거야?
진우 아니, 급하지는 않은데, 좀 중요한거? (주머니 툭툭) 지율이가 부적을 두고 갔어.
석호 부적? 무당들, 그런 부적..?
진우 (피식) 어, 걔가 맨날 가지고 다니는 건데, 내가 잠깐 빌렸었거든. (꺼내고) 지가 이게 있어서 안 죽는대. 어떡하지? 깜빡잊고 안 돌려줬네.
석호 좀있다 저녁 먹을 때 줘. 거기로 바로 오기로 했어.
진우 그래? 형, 근데 내가 잠깐 나갈지도 모르겠는데... 그러면 이거, 형이 가지고 있다가 지율이 줄래? 혹시 내가 늦거나, 못 올지도 모르고.. (건넨다, 눈치 살피고).
석호 (무심히 받고) 이게 무슨 부적이야? 직접 만든거야?
진우 (석호 표정 살핀다) 어. 걔네 집, 사건 났을 때.. 오빠가 써줬대. 자고 있는데 손에다 쥐어주고 나갔나봐.
석호 (읽고도 무표정) 이것 때문에 살았으면 부적 맞네. 유품이라 더 중요하고. (뒤집어보고, 여전히 무표정)
진우 (보고 실망, 태연) 그렇겠지? 어쨌든 걔한테는 중요한거니까, 잘 가지고 있어, 잃어버리면 안돼.
석호 (안주머니에 넣고) 알았어. 많이 안 늦지?
진우 어, 별일 아냐. 최대한 노력할께. 나 없으면 불편하잖아.
석호 (웃음) 불편한거 없어. 일 다 보고 와. 늦게 와서 배고프다고 툴툴거리기 없다 (시선 다시 논문으로).
(진우, 장난스런 경례를 하며 뒷걸음질, 마지막까지 석호를 살피는데 별 반응 없음, 실망. 나가고)
씬 15 복도 (진우 문 닫고 갸우뚱)
민규 선배님! (진우 쉿...! 다가와 조용히) 뭐하십니까?
진우 생각 (손으로 저쪽으로 가자며 조용히 이동)
민규 (속닥) 뭐가 잘 안됩니까?
진우 아이참.. 맞는거 같은데, 아닌거 같기도 하고.. (민규 손에 도너츠) 많이 주셨지?
민규 선배님 이름 대니까 진짜 많이 주셨습니다.
진우 (고르며) 나랑 절친이야
민규 할머니... 시던데요, 연세 많으신..
진우 그래, 우리 찜질방 방장님 (하나 앙) 나랑 제일 친해.
민규 (기막힘) 그... 절친분께서, 요즘 통 안오신다고 좀 들르시랍니다.
진우 (걸어가며) 흐, 나 보고싶대?
민규 그런 말씀은 없으셨고.. 물어보실게 있답니다. 꼭 한번 오시라고.. (진우 손 흔들며 사라지고)
씬 16 D 하교시간
(학생들 줄줄이 나오고. 골목 한쪽으로 붙어 걸어가는 덩치 큰 남학생, 사람들을 피하고)
(무리지어 걸어오던 여학생들, 그를 보며 속닥속닥 까르르 웃음 터뜨리면, 남학생 옆 골목으로 도망가듯 뛰다 배달 오토바이에 치일 뻔, 사람들 놀라고)
배달원 (끼이익) 야! 조심해!
(남학생 사과없이 도망가고,, 투덜거리는 오토바이 다시 가던길 가고)
CUT TO
지영 (통화중) 어머, 어머... 어? 아니야, 괜찮아. 아유, 어떤 애가 오토바이랑 부딛힐 뻔 했어. 조심 좀 하지..
종태 (통화중) 그래서? 당신이, 차 형사 중매를 선다고? 지금은 때가 아닌 것 같은데..
지영 때가 정해져 있나? 좋다는 사람 있을 때가 제일 좋은 거지.
종태 (차 밖에서 탐문 중인 은석을 보며) 또 어떤 눈 먼 여자가 저런 놈을 좋대?
지영 차 형사님 허리 병원, 거기 새로 왔대. 딱 한번 봤는데 너무 멋있다고, 인사 시켜달래.
종태 (으응? 병원..?) 그래? ... (태연) 자식, 치료는 안하고 연애를 하러 다녔구만.
지영 언제 시간 좀 잡아봐. 쪼금 나이 차이가 있긴 한데, 당사자가 괜찮다니까 뭐, 된거지.
종태 있어봐, 좀 기다려야 될거야. 요즘.. 좀 신경쓸게 많아서...
지영 저번에 헤어지고 나서, 지금까지 만나는 사람 없잖아. 설마 아직 기다리거나 뭐 그런 순정파 아니지?
종태 아니어야지, 그게 언제적인데.. 알았어, 나중에 봐서, 물어볼게.
지영 응, 있다가 집에 와서 얘기해.
종태 아참, 근데.. 어느 병원이라 그랬지? 당신네 거기, 응급실이었나?
지영 아니, 아니고.. 거기 경찰서에서 큰길 나와서, 시장 쪽으로 조금 가면 큰 사우나 건물있잖아. 3층에 척추 전문 병원... 은석씨 어쩌다 한번씩 왔다갔다 하는데, 거기 새로 온 간호사라고.
종태 아, 거기..?! 그래, 알았어. 있다가 봐 (전화 끊고 혼잣말) 어쩐지 요새 이상하게 혼자 싸돌아다닌다 했다. 나 몰래 척추 병원을 다녔다? (복잡..) 아이 참, 저 자식.. 다시 도졌나..? (멀리 은석 보고 한숨)
종태 (문자 띵, 확인하고 피식) 얘는 또 왜이래.. 갑자기 왜 보고 싶어.... 장난하나..
(전화건다) 야, 일은 왜 안하고 문자질이야?
시환 (목소리, 웃음) 식사 가십니까?
종태 못 간다, 같이 일하는 어떤 놈이 꼬무닥 거려서 아직 못 갔다. 너네는?
CUT TO 차량 안
시환 곧 가려구요. 지하철역 두군데에서 미키씨 영상 확보했습니다. 5일 전 거라서 별 도움은 안되겠지만, 여기서부터 파보려구요.
종태 (목소리) 그래, 그거라도 해야지. 지하철 영상이 제일 힘들어. 어딜가도 드글드글... 지율이는?
시환 (힐끔) 단어 공부 중이십니다. 이 종교가.. 말이 너무 어려워서.. (지율 피식)
CUT TO 종태 차 안
종태 그래, 그런것도 배워야지. 너도 시간 낭비하지말고, 나 보고싶을 시간에 파트너 밥이나 챙겨 먹여.
시환 (목소리) 예, 알겠습니다. 수고 하십시오.
종태 (전화 끊고) 이 자식.. 일하면서도 실실 웃네. 마냥 좋구나.
종태 (은석 탑승) 뭐래?
은석 확실하답니다. 작년에 반년정도, 재직 기간이 겹칩니다. 다들 직원 숙소를 썼니까, 국적은 달라도 아마 알고 지냈을 겁니다.
종태 (안도) 찾은건가... 그럼 나머지 사람들도 줄줄이 뭔가 이어지는게 있을 거야. 그 연결 고리가 뭔지를 알아야 되는데.. 누구 알아보는 사람 없어?
은석 아직은요. 혹시 몰라서 사진들은 놓고 왔습니다. 직원들 잘 보이는 곳에 붙여달라구요.
종태 일단, 여기를 시작점으로 잡고, 근처에 갈만한 식당이랑, 술집.. 야, 여자 문제는? 물어봤어?
은석 (운전 시작) 별거 없다 그러던데요? 둘 다 결혼 한 사람들이라, 본국에 가족이 있습니다. 받은 돈 전부 송금하고, 본인들은 대충 지낸 것 같습니다. 자기전에 영상 통화하고, 사진 보내고.. 핸드폰 포랜직에서도 별다른 거 없었잖아요.
종태 이노무 증거라는게... 나온 게 너무 많으면 쓸데 없는게 너무 많고, 그렇다고 나온 게 너무 없으면 힌트가 하나도 없고..
은석 그래도, 오늘 하나라도 알아냈으니, 슬슬 풀릴 것 같은데요? 정말 깜깜했는데..
종태 야, 이렇게 뒤지고 다니는데 처지비관에, 생활고에.. 전부 자살이면 헛짓거리야. 뭐가 있어야되는데... 있어도 왠지 엄청 오래 걸릴거같애 (은석 보고) 너는? 괜찮아?
은석 뭐가요?
종태 뭐, 그냥... 안 피곤하냐고.. 아휴, 나는 인제 며칠 야근하고 이런거 못해.
은석 (피식) 아직은 할만합니다.
종태 좋겠다. 아픈데 없고.. (슬쩍) 너도 이제 40 지나면 끝이야. 여기저기 다 고장나고.. 두고봐라. 병원에서 출퇴근 한다.
은석 악담이죠?
종태 정말이라니까. 체력이 서른 넘어갈때랑, 40, 50 넘어갈때랑 정말 천지 차이야. 내 몸이 내 몸 같지가 않아. 전에 다친거, 찔린거, 빵꾸난거... 한번에 쫙 다 올라오면서 온몸이 다 아파.
은석 잘 챙기세요. 담배 끊고.
종태 (찌릿) 너나 어디 아프면 숨기지 말고 병원 가. 젊은 거 믿지 말고... 너 믿을 젊음도 없는데, 적당히 몸도 좀 사리고.
(은석 말 없고, 종태 한마디 하려다 참고. 조용히 이동)
CUT TO
(카메라 높이 뜨고, 두 사람의 차량 골목을 지난다. 첫회에서 지율이 돌아다니던 곳과 비슷한 소규모 공장들이 밀집한 다세대 빌라촌. 허름한 외국어 간판 밥집, 담배, 마구버린 쓰레기. 언덕 내려오는 길가, 삼삼오오 외국인 노동자들 서성이고. 어느새 해질 무렵)
씬 17 N 국과수 사무실, 서류를 보던 창률 전화건다
석호 (차에서 내리려다 바로 받는다) 예, 형님.
창률 바쁜 시간아닌가? 통화 괜찮아?
석호 괜찮습니다. 퇴근하는 길입니다.
창률 다행이네, 별건 아니고.. 전에 나한테 주고 간 파일 중에서, 94년도에 이태원 재즈 카페 골목, 공동으로 쓰는 쓰레기장에서 나온 시신..
석호 예, 있었습니다. 원양어선 선원이었죠? 지갑이랑 선원증, 신분증 다 가지고 있던..
창률 맞아, 그 사람이야. 그때, 시신 담겨있던 비닐 포대에서 지문을 몇 개 찾은게 있었거든. 그걸 다시 돌려봤는데, 이게.. 좀 이상해서..
석호 뭐 좀 나왔습니까?
창률 그때 신원 파악을 못했었던, 쪽지문이 하나 있었는데, 돌려보니까 피해자 본인 지문이라는데? 아마 여기저기 항구 들어오고 나가면서 찍었던 기록 중에 몇개 남아있던 것 중에서 매치가 나왔어.. 그런데 발견 당시 사진을 보면, 이 사람이 담요랑 테이프로 둘둘 감겨있어서, 손가락이 밖으로 나와있지를 않거든? 포대 바깥쪽이라면 혹시 살아있을때 슬쩍 닿을수 있다고 쳐도, 죽은 다음에 집어넣었는데, 안에 찍혀있는건 불가능하지.
/INS/ 현장 사진, 머리부터 발끝까지 꽁공 싸여있는 시신, 손이 보이지 않는다. 분주한 다른 사람의 손, 시신에 비닐을 덧씌운다
석호 비닐 포대 안쪽에, 이미 사망한 피해자의 지문이 있다.. 혹시 다른 거는 뭐 없습니까? DNA 라든지..
창률 그때 것만 가지고는 가능성 없고, 오래되기는 했는데 담요랑 옷에 혈흔이 많이 묻어있어. 압축해서 보존 상태도 괜찮아 보이고.. 혹시 이 사람 가족 누구 살아있으면, 샘플링 정도는 해 볼 만 한데... 혈연인지 아닌지 정도지만. 뭐, 기적이 일어난다면, 범인이나 주변 인물 DNA가 나올지도 모르고..
석호 최소한 피해자가 정말 그 사람인지 정도는 알 수 있겠네요. 혹시라도 가족하고 매치가 안되면, 피해자는 신분증에 있는 그 사람이 아닌거니까요.
창률 현실적으로 거기까지야. 그 이상은 파도 안 나올거야. 그나마 그 시절에 신분증이나 옷차림, 귀금속.. 그런걸로 신원 확인하던거 보다는 낫잖아. 거기다 사건 파일보니까, 워낙 부패가 심했고, 특히 머리를 폭행해서 여자친구가 얼굴을 전혀 못알아보겠다고 했어. 그리고 이 여자, 그때 임신중이라고 써있는데, 애는 못 찾겠지? 너무 오래 되어서?
석호 힘들겠죠. 부인도 아니고 여자 친구였으면... 일단은 본국에 연락해서 협조 요청해보겠습니다.
창률 그래, 고생해. 정말로 피해자가 다른 사람이라면, 최소한 가족들은 알아야 하니까. 에이, 이런것도 요즘 같으면, 뱃속에 있던 애기 DNA라도 가져다 본인 확인 바로 할텐데.
석호 (씁쓸) 그러게요. 알겠습니다, 형님 (시간, 죄송) 근데, 아직 퇴근도 안하시고... 식사 못하셨죠?
창률 아냐, 했어. 퇴근하고 아버지한테 들렀다가, 이거 나왔다 그래서 잠깐 들어온거야. 뭐가 나오든 어차피 또 미제로 남겠지만, 할 수 있는 건 해 봐야지.
석호 (미소) 형님이 경찰 같애요.
창률 (피식) 그런가? 다 잡자. 나도 최대한 도울께.
석호 고맙습니다. 아버지는 괜찮으시죠?
창률 똑같지 뭐... 들어가. 다른 사건도 꼼꼼히 보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석호고맙습니다. 또 연락 드릴께요.. (끊고, 생각중)
CUT TO 진우 유리창 똑똑, 석호 차문 열고
진우 무슨 전화를 그렇게 오래해? 계속 기다렸는데
석호(내리고) 응, 미제 사건이 하나 있는데, 뭐가 좀 이상하다 그래서..
진우 (설마..?) 미제 사건? 언제껀데?
석호 오래됐어... 94년..? (차문 쿵, 삑 잠그고 걷는다).
진우 (아니구나.. 시큰둥, 따라가고) 아, 그래? 형이 해? 전담팀 있잖아.
석호 외국인 사건이라서 들여다보는 사람도 없고... 그냥. 요새 기술이 좋아졌으니까, 새로운거 좀 나오나 한번 해봤어.
씬 18 식당
진우 (식당 들어서고 두리번) 그래서 뭐, 찾았대?
석호 쪽지문.
진우 (자리에 앉으며 예의상) 잘했네. 어디다 부탁했는데? 과수대?
석호 아니, 국과수.
진우 (본다) 국과수면.. 어디? ... 원주?
석호 (...?)
진우 아, 전에 형이 국과수 갔다 그랬었잖아. 원주에..
CUT TO 종업원 오고
진우 저희 이거, 맥주 두병하고 기본 안주 먼저 주시구요, 일행이 있어요. 나머지는 오면 시킬께요 (가고) 야, 역시 팀장님은 빽이 좋네. 바쁠텐데 죽은 사건도 다시 봐주고.. (눈치슬쩍)
석호 (무반응. 메뉴판 보고)
진우 아는 사람 있으면 나도 소개 시켜줘. 급한거 있으면 부탁 좀 하게.
석호 그런건 부탁이 아니라 새치기라고 하겠지
진우 뭐라고 부르든지, 진도만 쫙쫙 나가면 되지. 내가 아는 분은, 친한 척 할라 그래도 순서대로만 하나봐. 기다리는 건 똑같애. 뇌물이라도 써야될까봐.
석호 (피식) 참 경찰이 할 소리다.
진우 (웃음) 급한데 어떡해? 그렇게라도 해야지.. 아유, 우리 송박사님은 뇌물도 안 먹힐거야..
석호 송 박사? 혹시 송창률 박사님?
진우 응. 어? 형도 알아? 아하, 혹시 형이 안다는 사람이 그 분이야?
석호 응.. 너는 어떻게 알아?
진우 나야, 하는 일이 그렇잖아. 사체 나오면 다섯에 하나는 부검 가니까. 형은? 부검의를 만날 일이 있었어?
석호 개인적으로 알아. 어렸을 때, 동네 형님.
CUT TO 직원, 맥주 가져오고 대화 멈추고
(진우 맥주 따르며 석호 눈치)
/INS/ 회상, 원주 할머니 집
진우: 부검하시는 분이 한 30명 될건데.. 이름이 뭐야? 내가 아는 사람일수도 있겠다.
지율:송창률
진우: 송 박사님? 너네 오빠라고? 우리 것도 몇건 해주셨는데.. 근데 왜 송씨야? 너는 강씨잖아..
/INS/ 회상, 사무실, 지율의 사건 파일 보는 진우, 화면에 석호 자료
서울 상도 중학교 졸업, 부산 외국어 고등학교
(손에 들고 있는 사건 파일과 비교, 메모, 혼자말)
진우 상도동에서 초등학교, 중학교를 나왔는데, 고등학교는 갑자기 부산...? 지율이네 사건 난게 2001년 12월 28일에서 29일 새벽...
CUT TO 석호 맥주 한모금, 전화기 보고
CUT TO 진우 생각
/INS/ 사무실 진우 혼잣말
진우 석호 형이 상도 중학교를 졸업한게 2002년 2월, 지율이 오빠랑 같은 학년이었을건데..? (생각, 갸우뚱) .아는 사이 같지는 않은데....
CUT TO 석호 전화받으며 문을 보면
석호 안으로 들어와요, 자리 잡았어요, 이쪽.. (손 번쩍 들고)
CUT TO 시환, 지율 들어오고, 진우 돌아보고, 음악소리 커지고
씬 19 디졸브. 같은 시각, 시골길
가로등 한두개 겨우 켜지는 외진 동네, 드문드문 지나는 차량 한두대와 멀찌기에 교통 표지판 <가온 파출소 전방 2km>
작은 체구의 여성 옷깃을 잡고 빠르게 걸어나오고. 헝클어진 머리, 왼쪽뺨에 뚜렷한 손자국, 짐가방없이 부실한 옷차림의 일본 여성 – 실종자 미키.
누가 쫒는지 뒤를 돌아보며 종종 거리는 종아리 찢겨진 바지, 주르륵 운동화까지 흘러내리는 피.
정류장에서 핸드폰을 보는 사람, 바라보며 망설이다 결국 돌아서 가던길을 재촉하고. 사라지는 뒤로 벽에 붙은 낡은 포스터 - <참사랑 가정 기도회> 한복입은 일본 여자와 양복입은 한국 남자, 쪼르륵 네명의 아이들과 앉아 기도하는 사진
CUT TO 사거리 신호등에 정차한 고급 외제차량, 젊고 깔끔한 옷차림의 남자, 창밖으로 미키씨가 횡단보도를 건너고, 때마침 울리는 전화, 남자 전화 받으면
/E/ 최 기자 어디야? 다 왔어?
최 예, 지금 막 가온동 지납니다. 15분이면 도착합니다.
/E/ 배고프다, 얼른 와
최 먼저 드시라니까요, (신호 바뀌고) 이제 갑니다
씬 20 N 경찰서
양복 입은 노인과 오토바이 배달원이 시비중
경찰 1 (신분증 보며 입력) 이 주소 맞으시구요,
배달원 근데 이거 언제 끝나요? 저 아직 배달 많이 남았어요, 가봐야돼요
노인 여기가 당신 마음대로 왔다갔다 하는데요? 잘못한게 있으니 조사 제대로 받고,
배달원 아까부터 제가 뭘 잘못해요? 이 할아버지가 정말..
경찰 (신분증 돌려주고) 확인 끝났습니다. 크게 다른 문제는 없으셨네요
배달원 없어요, 저 죄짓고 다니는 놈 아니에요
노인 남의 자리에 아무렇게나 주차하는 게 죄가 아니면 뭡니까? 거기는 분명히 우리 윗집 부부가 주차하는 자리에요. 지정 주차라고 아파트 홋수까지 써있는데 왜 불법 주차를 해요?
배달원 할아버지, 불법 주차 아니구요, 음식 갖다주러 올라갔다 오는 동안에 잠깐 세운거잖아요, 임시 정차! 그것도 오토바이! 사람들 지나가는 길을 막은것도 아니고, 자리 주인 오면 옆으로 조금 밀면 되지, 뭐가 문제라는 거에요, 도대체?
노인 거기는 주민들 지정 정차 구역인데 왜 배달 오토바이가 서냐고요? 안되는 거 ㄹ하는게 위법이고 불법이지! 조금만 지나가면 방문객 주차하는데가 있는데 왜 거기 안 서고 다른데에 서서 불편하게 하느냐 이 말이야!
배달원 방문객 자리 맨날 꽉 차는거 아시잖아요! 전에도 자리 없어서 옆에 잠깐 세웠더니 그때도 아무데나 불법 주차 했다고 경찰 부르셨잖아요!
경찰1 (짜증) 두분다 진정 하시구요, 서로 큰 지장없었으니까 그냥 여기서 마무리 하세요
배달원 왜 지장이 없어요? 지금 배달 몇 개가 밀렸고, 취소되고, 뺏기고... 나는 이거 커요, 생계가 달린 문제에요.
노인 당신만 생계요? 나도 내 생명에 위협을 주는 사건이라고요!
배달원 내 오토바이가 잠깐 남의 자리에 섰다고 할아버지 생명이 왜요? 거기 할아버지 자리도 아니잖아요..
노인 한두명이어야지? 하루에 수십명 수백명이 왔다갔다 하는데, 정해진 자리에 세우고 배달가고 해야지, 이 자리 저자리 옮겨다니면서 빈자리 다 차지하고 말이야! 나도 내 주차칸 뺏긴게 한두번이 아니라고요.
경찰2 그래서 그 친구는 전에 사과드리고, 합의금 십만원 드렸잖아요.
배달원 이 할아버지 십만원이 아니라 수백만원 벌었을걸요? 한두번이어야지?
노인 뭐가 어째? 당신이 봤어? 이런 고약한 버르장머리를.. 경찰관님, 나 이거 합의 안해요. 이 사람 교통법규 위반에, 남의 주거지에 함부로 침입한 거, 이거 나 고소장 넣어요.
경찰1,2 아유, 할아버지, 그러실거 없잖아요, 그냥 두 분이 좋게 말로 해결하시면..
노인 좋게 말로 안 되니까 여기까지 왔잖아요! 수백을 벌다니? 나를 배달하는 청년들 등쳐먹는 파렴치범을 만들어?
배달원 할아버지 이 동네 소문 자자해요, 하루에 열두번씩 고소하고, 싸우고.. 온 동네가 다 알아요!
노인 오, 당신 그거 명예회손 추가할거야. 유언비어 날포도 죄값 치루는 거 알지?
배달원 해봐, 해봐! 하고 싶은 거 다 해봐! 남의 밥벌이 다 끊어내고 백살 이백살 벽에 똥칠할때까지 잘 먹고 잘 살아라!
경찰2 아 좀 그만하시고!
노인 이봐요, 경찰관님! 내가 틀린 말 했소? 아파트 주민 아니면, 배달원 포함해서 모든 방문객은 경비실 통해서 어디 갑니다, 먼저 알리고, 방문객 스티커 받고, 조금 떨어져 있어도 정해진 곳에 정차하고.. 그게 맞는 거 잖아요.
경찰1 맞지요, 맞는데..
배달원 배달이 한두개가 아닌데, 누가 어느 세월에 그러고 있어요? 가까운데 잠깐 대놓고 죽어라 뛰어야지.
노인 당신들, 벨로 제대로 안 누르고 누구 딴 사람 드나들 때 마음대로 밀고 들어오잖아. 그것도 위법인거야. 사유지 침범.
배달원 아, 나 진짜 돌아버리겠네..
경찰2 일단, 많이 늦었으니까, 두분 다 여기 서명 하시고, 오늘은 귀가 하세요
노인 이 사람도 귀가합니까?
배달원 아니요, 귀가 아니에요, 저 다시 배달 가야되요. 왜요? 할아버지가 대신 가줄래요?
노인 경찰관님, 이 사람 이거, 보이죠? 너무 폭력적인데 그냥 귀가조치 하시면 안돼지요. 주민들이 위험해 질 수 있어요. 업무상 과실이에요.
배달원 할아버지가 제일 위험해져요, 알아요?
경찰1 어허, 그런 발언은 삼가시구요, 어르신께!
배달원 아저씨들도 알잖아요, 이 할아버지 이 동네 컴플레인 전문인거! 식당, 카페, 동사무소, 하다못해 마을 버스, 환경 미화원... 이 할아버지가 안걸고 넘어지는 사람 없잖아요! 왜 이런 사람은 처벌 안하냐구요!
노인 누가 누굴 처벌해? 법대로 사는 사람을 누가 처벌해? 나라 꼴이 뭐가 될려고 이런 범법자들이 설치고 날치고..! 당신 가정 교육을 뭘로 받은거야?
배달원 (쥐어짜며) 으아아...
(경찰들 말리며 데리고 나가고)
씬 21 N 디졸브/ 늦은 시간
(시끌시끌 조금씩 긴장 풀리는 사람들, 여전히 차분하지만 농담도 하고 가까워진 듯한 네 사람, 석호 피곤한지 시계를 보고, 진우 기다렸다는 듯 화제를 돌리고)
진우 아참, 형. 아까 내가 맡긴거, 그거 지율이 줘야지.
석호 아, 그래, 잊어버릴뻔 했다 (주머니) 이거 아까 진우가 강형사 꺼라고..
시환 (보려고 가져간다) 뭐에요?
진우 지율이 부적. 그거 가지고 있으면 저승사자도 가까이 못 와. 절대 안 죽어.
시환 난 처음보는데? 선배 이런게 있었어요? (지율 답하려는데 막는 진우)
진우 이게, 지율이 생명을 구해준 진짜 부적이야. 그거 때문에 지율이가 이렇게 건강하게 살아있는거지.
시환 (뒷면) 이쪽은 뭐야? 갑자기 강장동물..? (웃음, 지율 따라 미소)
진우 (석호 살피고) 야, 거기, 글씨 진짜 잘 썼지? 완전 명필이야
시환 진짜네, 근데 누가 요새 이런 글씨체를 써?
진우 옛날이지, 지율이 사건 났을때니까, 한 20년 전..
시환 (얼굴 굳고) 진짜요? 그럼 이 앞에 내용은..
지율 오빠가 죽기 전에, 나 자다 깨서도 밖으로 나오지 말라고 써 놓은 거에요. 내 손에 쥐어주고, 해드폰으로 안들리게 귀를 막아놓고 나갔나봐요, 엄마 구하러.
시환 (눈치) 아, 그날.. 돌아가신 오빠분이.. 죄송해요. 갑자기 부적이라 그러니까 아무 생각없이 웃음이..
지율 괜찮아요. 부적도 맞고, 웃긴건도 맞고.
진우 (시환 손에서 부적 가져오고) 근데 부적 쪽은, 맞춤법도 틀리고, 글씨도 엉망인데.. 뒷면은 완벽해. 조선시대 선비처럼 (석호보고).
시환 (다시 보고) 그치? 불 키지 마.. 켜지 마, 가 맞는 건데.. 뭐, 급하니까 얼른 대충 쓰고, 그리고 그때는 열 몇 살 학생이잖아, 맞춤법 신경 쓰나.
진우 (뒷면 보여주며) 이거 완전 석호형 글씨랑 비슷하지? 하긴 요즘에는 이정도는 아닌거 같은데, 형 한석봉까지는 아니어도 이석봉 정도는 되잖아. 봐봐 (부적 석호에게 주고)
시환 어, 맞다, 팀장님 글씨 진짜 잘 쓰시던데? 붓글씨 하셨어요? (지율 돌아보면)
석호 (강장동물.. 글씨 다시 보면) 어릴 때 다들 잠깐씩 하잖아요, 그렇게 오래 하지는 않았어...요.. (앞면 뒷면 돌려보며 비교. 앞면에 쓰인 ‘불 키지마’에서 잠시 멈칫)
/E/ 남학생 목소리
야, 안 보여, 불 켜!
기다려, 형이 밖에서 보고 있단 말야, 키면 안돼.
그럼 우리, 이불 속에 들어가서, 손전등을 켜자.
들키면 난리나. 형 갈때까지 아무것도 키지마..
(키지마.. 키지마.. 메아리 작아지고, 석호 멈칫, 놓치지 않는 진우)
진우 (석호 살피며) 그 부적 뒷면에 써 있는거, 사건 나던 날 지율이가 문제지에서 강장 동물을 틀렸대. 그래서 다음에는 틀리지 말라고 오빠가 다시 잘 써준거래
시환 그러네, 이거 공책 학교에서 쓰던거 한 장 쭉 찢은거 같은데?
진우 (차분, 시선은 멈춰있는 석호에게) 지율아, 사건 났을때, 너네 오빠가 몇 학년이었다고?
지율 (젤리 하나 까먹으며 무심) 중학교 마치고 고등학교 올라가는 겨울이었는데, 졸업식 전이니까 중 3이라고 해야되나? 아니면 예비 고등학생..? (석호, 지율 보고..?)
시환 (안타깝) 어리셨네요... 몇 살이야, 그럼.. 열 다섯, 여섯..?
진우그렇겠지? 큰 오빠가 대학생이었고, 작은 오빠 고등학교 갈 차례..
시환 형은 뒷조사를 했냐? 다 아네?
진우 아직... 이제부터 해 볼라고. 미제 사건이잖아. 그것도 아주 장기, 미제 사건. 마무리 해야지.
시환 (지율에게) 같이 해도 돼요? 저는 아는 건 별로 없는데..
진우 당연히 같이 해야지. 나도 아직 잘 몰라, 그냥 삼남매가 나이 차이가 많아서... 당시에 큰 오빠 분이 의대 신입생이었고, 작은 오빠는 커서 경찰이 꿈이었대. 격투기를 좋아했다 그랬지? (지율 끄덕, 석호 알수없는 표정, 점점 굳어가고)
시환 아, 어쩌면.. (주저) 그래서 선배랑 같이 숨어있지 않고, 어머니를 보호하러 밖으로 나갔겠네요. 위험한 거 알면서..
지율 그랬을 것 같아요. 아마, 죽을 걸 알았을거에요. 상대는 성인 남자 두 명, 그것도 최소한 강도거나, 엄마를 죽이려고 작정하고 들어온 살인자였고, 흉기도 가지고 있었으니까.
CUT TO 버릿속이 복잡한 석호
진우 형, 왜? 뭐 생각해?
석호 아, 아니야.. 뭘 깜빡한게 있어서.. (부적 내려놓고) 먼저 가봐야겠다. 어디 전화 한통 해야되는데 잊고 있었어 (서둘러 일어나며 일행에게) 미안해요, 내일 봐요 (사라지면, 지율 무표정 맥주, 시환 뭐지...? 진우, 부적 앞면뒷면 돌려보며 아무일 없는 척, 속으로 머리 굴리고).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