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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소운 May 14. 2023

6.3 갑돌이 갑순이

남과 여


22 N 석호 차 안

(누군가한테 전화하는 석호, 긴장한 표정)


/E/ 뭐야, 이 시간에? 무슨 일 있어?


석호  (갑자기 시간보고) 아.. 미안해.. 너무 늦었다, 시간을 안 봤네. 잤니?

세영 (일어나 앉으며) 아냐, 괜찮아. 이제 막 잘까 했었지. 왜? 무슨 일이야?

석호 강.. 형사 말이야, 양어머니 논문 다 읽어봤는데, 혹시 거기 없는 다른 거 네가 더 알고 있는게 있을까 해서. 기본 인적 사항 같은거라도..

세영 글쎄, 뭐가 필요하지? 아무래도 의학 논문이라서 개인 정보는 자세히 쓰지 않잖아. 왜? 증인 심문이라도 하는 거야?

석호 아니, 그런건 아니고.. 신빙성이.. 아무래도, 이게 진짜 강 형사 이야기인지, 나는 거기에 없었잖아. 강 형사 얘기라니까, 확인 절없이 다 믿어야 되는 건지.. 잘 모르겠어서.  

세영 그럴수도 있겠다. 이름도 다르고, 상태도 지금하고는 많이 다르고..  

석호 그래, 이름도 말이야, 논문에서는 그냥 '환자'라고 칭하거나, 진단서 사본 첨부한거 보면 알파벳 J 하고 P 만 남겨놓고 지웠길래.. 강 형사 것 다 맞겠지?

세영 어이구, 경찰 아니랄까봐 의심도.. 맞아. 입양되면서 바뀐 이름이잖아. 율리아 S. 피터슨. 율리아가 J야. Julia.. 한국식으로 읽으면 줄리아인데, Y보다 J로 써.

석호 율리아 S 피터슨? 미들네임이 S 야? 그건 뭐의 약자야?

세영 원래 한국 이름일걸? 입양되기 전 이름..

석호 한국 이름이... (긴장) 강지율....이 아니고?

세영 그건 한국으로 귀화할때 본인이 신청한 거지. 엄마 성이 강 씨라서 그걸로 바꿨을거야.  

석호 (???) 그럼 본명은.. S..?

세영 (귀찬) 왜 이렇게 파고 들어? 강형사가 용의자 같애.

석호 아니, 그런건 아닌데.. 미안하다, 자는 시간에... 그럼 혹시 나중에라도 생각나면..

세영 율리아라니까? (석호 어?) 율리아, 율리아... 유리야. 한국 이름이 유리였어. 친아버지가 유리야, 유리야 부르니까, 자기들도 비슷하게, 율리아라고 불렀어.

석호 (굳음) 유리...!! 그럼.. 혹시 가운데 S 는?

세영 원래 성이 뭐였더라.. S 자 들어가는게.. 신씨나.. 서씨.. 송..씨...?

석호 설마... (충격.. 혼잣말) 송..유리..??

세영 어? 비슷한데? 송씨였나..? 선배는 어떻게 알어?

석호 (다급) 아니, 아니야.. 그냥 불러봤어. 신유리, 송유리... 어떤가.. 서..유리..

세영 (피식) 난 또.. 아무튼, 본명이 그거야, 무슨 유리. 강형사한테 직접 물어봐. 그정도는 알지 않을까?

석호 아니, 뭐.. 괜찮아... 혹시있잖아, 강 형사 생일도 바꾼건가?

세영 생일? 그거는 잘 모르겠는데? 하긴, 예전에.. 자기 생일날 가족들이 죽었잖아. 그래서 진짜 생일날은 파티 같은 거 안 한다 그랬던거 같애. 근데 생일은 왜? 논문에는 생일 같은 거 안 나오는데? 그냥 환자 만 나이랑..  

석호 (당황) 어, 그렇지. 안 나오지. 그래서, 안 나오니까 궁금해서... 강 형사가 다른 사람들하고 이력이 좀 달라서, 어떤게 맞는건지.. (갑자기 생각) 서류상 생일이 다음달이야. 그게 진짜.. 생일... 인가.. 해서 (말흐리고) 세영아. 고맙다. 늦었는데, 다시 자라.. 다음에 통화하자.  

세영 하지마. 더 이상의 정보 공개는 불법이야. 대답 안 할거야.

석호 알았어. 미안해... 자라.. (전화 끊고 머리 받침에 기대고 눈 감고... 깊은 숨 들이쉬고 여전한 충격, 깍지 낀 두 손이 바들바들)


/INS/ 회상

(다락방에서 노는 아이들, 남학생 둘 여자 아이 하나)


시율: 야, 이게 뭐야? 감장동물? 이걸 틀려?

(남학생, 유리 답 보고 웃는다)

유리: 비슷하잖아, 뭐지? 간장동물? 강잠동물..?

남학생: 하아.. 누가 가족 아니랄까봐. 너 돌이지?

시율: 뭐가 어째? 소중한 내 동생한테 돌이라니?

남학생: 무쇠 주먹, 무쇠 머리. 운동만 잘하지 공부는 아주..

시율: 무쇠 주먹에 맞아볼래?

남학생: 됐고, 봐봐, 유리야, 오빠가 여기 써줄게 (노트 펴고, 붓글씨 쓰듯 궁서체 – 강장동물, 유리 감동 '우와~~' 쭉 찢어서 내밀고). 너 인제 이거 틀리면 안돼, 니 얘기잖아. 머리부터 발끝까지 싹 비었다고..

시율: 이 자식이? 유리야, 덤벼!


(유리, 남학생을 덮쳐 올라타고 이야...! 까르르 간지럼, 몸싸움, 좁은 공간에서 우당탕 .. 우하하하 웃음소리 줄어들고, 카메라, 바닥에 놓인 공책 표지 클로즈업 – 가지런한 궁서체 글씨 쓰여있고. “상도 중학교 3학년 2반 이석호”)


CUT TO

(석호의 차 앞으로 우르르 지나는 중고학생 무리들, 시끌시끌 떠들며 신났다. 옆 건물 노래방으로 들어가고, 무심히 바라보는 석호, 눈물 금새 고이고)


/몽타주/

핸드폰 확인하는 어린 석호 “내 동생 좀 부탁해”

할아버지 차에 강제 탑승 “갑자기 부산을 왜 가?” “엄마가 아프대, 얼른 병원 가보자.”

뉴스 앵커 “상도동 경찰 가족 살해 사건이 점점 미궁으로 빠지고 있습니다. 수사 초기부터, 면식범이나 보복 범죄를 염두에 두었지만..”

오열하는 어린 석호 “유리 어디있어? 유리 만나야 돼!”


석호 (감은 눈에서 기여히 눈물 흐르고 호흡 가빠진다. 두 손으로 얼굴 감싸고 소리죽여 울고, 핸들에 머리박고 울음 소리 조금씩 커지면)


CUT TO 주점에서 나오는 세 사람 – 시환, 진우, 지율...


CUT TO 석호, 울음 참으며 지율을 보고 눈물


CUT TO  석호를 보지 못하는 세 사람, 장난치고, 웃고.. 노래방으로 향한다


CUT TO 석호, 바라보며 울음 참아보지만 끊임없이 눈물 쏟아지고.


23 노래방 카운터

(알바생 존 바울, 세 사람을 반기고)


어? 경찰 아저씨?? 안녕하세요? 단속 왔어요?

시환 아니요, 놀러왔어요. 퇴근이요.

그렇죠? (손 휘휘) 에이, 술 냄새 나..

진우 수상한데? 존이 마신거 아니고?

아니야, 나 알바 중. 있다가 퇴근하고 마셔야지. 콜라?

시환 배불러요, 좀 있다가.. 방 있어요?

쪽으로 오세요 (지율에게 웃고) 하이? (지율 손 인사, 따라가고)


24 노래방 안

재미있게 노세요 (나가고)

시환 아우, 저 아저씨.. (앉으며) 여기서 알바를 하네?

진우 너도 알어?

시환 알지, 우리 경찰서 상습 주취자 탑 3.

진우 술 엄청 좋아해. 알바해서 버는 돈 다 소주값으로 나가고.. 지율아 노래 할래...? (돌아보고?)


CUT TO 노래방 한바퀴, 지율 보이지 않고

진우 얘 어디갔어?

시환 (목 쭉빼고 반대편 의자보면 지율 발만 삐죽) ... 피곤하신가봐? 주무시는데?

진우 (어이없음) 집에 가지, 왜 왔어 여길? 나갈까?

시환 놔둬, 좀 자야지. 혼자 못 자잖아 (셔츠 벗어 덮어주고 옴). 금방 일어날거야.

진우 (어이없음. 노래책 덮고) 뭐야 이게.. 자러 온거야?

시환 (책 가져감) 뭐 어때? 우리끼리 놀면 되지... (노래 고르고)   


디졸브 /

(여전히 자고 있는 지율, 노래 부르는 시환, 콜라 마시던 진우 핸드폰 울리고. 나가서 받는다 눈짓, 밖으로 나가고).


25 노래방 입구

(존 가운터에서 냉장고 정리 중, 진우 전화 받고)


진우 예, 왕누님. 진우입니다

할머니 /E/ 아이구, 전화를 다 받네? 잘 있었어? 많이 바쁘신가, 요즘 통 안 보이길래.

진우 안그래도 한번 가려구요. 아직도 거기 계세요? (시간) 많이 늦었는데?


(찜질방. 한가하다. 동그랗게 모여앉은 아주머니들)

할머니 여기 오늘 새 쑥 깔았거든. 냄새가 너무 좋아서, 오늘은 여기서 잘라고... 아니, 별건 아니고, 그냥.. 뭐 좀 궁금한게 있어서. 언제 한번 들러. 바쁘면 잠깐 가게로 오던가.. 그 같이 일한다는 젊은 형사님, 내가 도너츠 많이 싸보냈는데 몇 개 얻어 먹었어?

진우 예, 많이 먹었어요. 그 친구가 너무 맛있다고, 또 사러 간대요.

할머니 다음에는 같이 와. 내가 바로 튀겨서 한바구니 줄게.  

진우 알겠습니다, 누님... 그런데 뭐 급한 일은 아니시죠?

할머니 아냐, 아냐.. 뭐 별로 중요한 일도 아닐지도 몰라. 그냥 내가 좀 물어볼려고 그러지. 모르는게 많아서..

진우 (신경쓰임) 내일 쯤, 가게로 잠깐 들릴께요. 정확한 시간은 아직 잘 모르겠어요

할머니 아유, 시간까지 뭘.. 난 종일 가게에 있으니까, 아무 때고 와. 바쁜데 얼른 일 봐요, 응? 전화 받아줘서 고마워.

진우아닙니다, 전화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먼저 드렸어야 했는데.. 예, 안녕히주무세요.. (끊고, 생각..)

왜? 무슨 일 있어?

진우 아뇨, 아직.. 형님이 이렇게 술 안먹고 일만 하니까 아무 일이 없어. 동네가 다 조용해.

크히히히... 콜라 더 줄까? (콜라 둘, 사이다 하나 꺼낸다) 내가 사는거야

진우 됐어요, 받으면 안돼.

아유, 친구끼리는 괜찮아. 내가 형이니까, 형이 사줄께 (팔에 얹어주고)

진우 안된다니까, 뇌물이야... 그럼 하나만, 응? 나머지는 넣어놔요 (내려놓고)

콜라가 무슨 뇌물이야.. (다시 냉장고 넣는데 진우 재빨리 돈 놓고 사라지고, 존 돈 발견)

아이고, 참 정 없다.. 한국 사람끼리.. (피식 웃으며 돈 집어넣고)


26 노래방 / 시환, 본조비의 <You were born to be my baby> 부르다 진우 들어오자 멈춤

진우 왜? 좋아. 더해봐.

시환 아냐, 됐어. 잘 못해.

진우 (의외) 왜 갑자기 팝송? 누구 노래야?

시환 본조비인데, 선배가 좋아해. 맨날 듣길래 한번 해봤는데 어렵네.

진우 틀어한번만 다시 해봐. 뭔데?

(시환 다시 누르고, 음악 나오고. 시환 진우 둘 다 듣기만. 진우 콜라 홀짝.. 시환에게 넘기고 시환도 한모금 홀짝..)

진우 이걸 지율이가 좋아한다고? 되게 옛날 것 같은데?

시환 부모님이 좋아하셨대. 오빠분도 학교에서 밴드같은 걸 했는데, 집에서 아마 연습하고 그랬었나봐. 같이 앉아서 노래하고 그러는 장면이 조금씩 생각난대.

진우 그래? 그래서 연습하는거야? 불러줄려고?

시환 아니, 그런건 아니고.. 그냥 차에서 맨날 듣는데.. 생각보다 잘 안되네.

진우 니가 목소리가 가늘잖아. 안되지.. 너는 영창 피아노.. 맑은 소리? 고운 소리..?


(시환 이씨..삐죽.. 노래, 후렴구로 가고, 진우 갸우뚱, 집중)


진우 야, 근데 이거.. (시환 보면) .. 이거 전에 누가 불렀었는데.. 언제였더라? 우리 경찰대 동문 중에, 되게 잘 부르는 사람이 있었는데.. 누구지?


(진우 전화 지이잉... 보고) 예, 형님 (시환 노래 끄고) ... 언제요?... 아니요, 들어갈 수 있어요, 가까워요.. (전화 들고 나가고)  


시환(진우 콜라 마시며 핸드폰, 쌓여있는 문자 – 오빠, 어디야? 만나서 얘기하자, 전화 왜 안받어?... 짜증. 답 안하고 폰 내려놓는데 어디선가 쿵...? 노래책 뒤적이는데 다시 쿵.. 책 살살 덮고, 귀 쫑긋 벽 쪽으로 가면. 아무소리 안나고 갸우뚱. 문 열고 복도 둘러보는데 노래소리, 웃음소리, 스트레스 푸는 소리. 방문 닫으려는데 다시 한번 쿵.. 웃는 소리. 옆방으로 다가가는 시환, 어두운 작은 창문, 잘 보이지 않고.)


CUT TO 복도 끝에서 들어오는 학생 두명, 담배 냄새. 음료수 대용량 들은 비닐봉지. 시환을 힐끔 보며 안으로 들어가고, 잠시 열렸다 닫히는 문 틈으로 보이는 웃통 벗은 남학생. 시환 닫히려는 문을 잡고 서서히 열면


27 옆 방

(댄스곡을 틀어놓고 시끄럽게 놀고 있는 중고생 열명 남짓. 한쪽 벽에 속옷 차림으로 무릎 꿇고 앉아있는 남학생, 머리부터 발끝까지 음료수에 흠뻑 젖었다. 시환 한발자국 들어가고, 떠들고 웃던 아이들, 차츰 조용해지고)   


학생 1 누구세요?

학생2,3 (속옷 남학생 앞으로 슬쩍 가리며 막아서고) 여기 우리방이에요, 나가요

시환 (방안을 둘러보고) 다 학생이야? 어느 학교야?

학생 4 뭐 상관이야? 나가요!

시환 (주머니에서 경찰 뱃지 보여주고) 노래 꺼. 다들 앉아봐 (아무도 반응없고, 시환 노래 끄고 조용, 눈으로 숫자 세고 방 둘러보면, 술담배 없으나 지저분, 쏟아진 음료수, 사람 숫자보다 많은 음료수 캔) 뭐하는거야?

학생 1 놀잖아요, 왜요?

시환 (학생 2,3에게) 비켜봐.

학생2,3 싫어요. 영장 없잖아요 (학생들 푸하하 웃고).

시환 뭐라고?

학생 4 영장 가져오라고, 영장! (아이들 웃음 소리, 카메라 영상 찍고)


(시환 젖은 아이 쪽으로 다가가는데 남학생들 막아서고)


학생들 아이씨, 나가라고! 뭔데 막 들어와서 지랄이야? 경찰이면 뭐? 우리가 뭐 어쨌는데?

시환 폭행이잖아. 그것도 집단으로.

학생 1 증거 있어요?

시환 있지. 피해자 몸에 난 손자국 (카메라 비추면 빨갛게 부어오른 자국들).

학생 2 얘가 하자 그런거에요, 진짜에요, 지가 때려달라 그랬어요. 재미있게 할라고.

학생 3 아저씨, 얘 몰라요? 되게 유명해요. 스타에요, 스타. 차력 스타!

시환 차력?

학생 2 팔로워 되게 많아요, 엽기적인거, 더러운거 막 찍어서 올리면..

학생 4 찍어달라 그래서 찍어주는 거에요. 알지도 못하면서...  

시환 (남학생에게) 나랑 얘기 좀 할까? 사실인지..  

학생 1 @$% #^%&, 하긴 뭘해? 루저 새끼 불쌍해서 우리가 도와주는 거라고! (시환 밀치듯 가까이, 학생들 우와아~~ 폰 들이대고)

시환 옷은 어디있는데? 그거부터 도와주지?

학생 1 없어, 쟤 원래 빨가벗고 다녀. 올 누드로 (아이들 우하하하..)

시환 (시환 한숨. 아이에게 다가가 살피고, 아이 시선 피하고, 시환 둘러보지만 옷가지가 보이지 않는다, 하나 남은 자기 티셔츠를 벗어 일단 아이를 닦고)


(우와... 벗어라! 벗어라! 학생들 환호성, 영상 찍고, 시환 일어서서 아이들쪽으로 돌아서면, 상반신을 덮은 커다란 흉터, 아이들 놀라 주춤)


시환 지금 옷 먼저 돌려줄래? 아니면 경찰서 가서 증거품으로 뺏길래?   


(학생들 눈치보다가 한명이 툭.. 다른 한명이 또 툭,툭.... 학생 6 모아다 무릎 꿇은 학생에게 가져다 주고, 다른 학생들 찌릿, 눈치. 시환, 학생 6을 피해 학생 옆으로 서게 하고)


(학생 7 테이블 아래에서 책가방 꺼내서 돌려주고, 시환 학생 7도 피해 학생 옆으로)


시환 나머지는? 너희들은 모두 직접 가담자야?

학생들 예? 아니에요, 저희는..

학생2,3 시끄러! #$^$ .. 안 닥쳐? (아이들 찍)

시환 (6,7에게) 걔 옷 입혀서 데리고 나가. 카운터에 가 있어

학생 4 (노려보고) 어딜나가? 배신하면 죽는다.

시환 협박죄 추가?

학생 4 $^^ %@# 재수없어

시환 재수 좋은거야. 이정도에서 걸린걸 다행인줄 알어.

학생 4 %)^( #$% %*@

시환 (폰) 특별팀 류시환입니다. 원효료 89길 22번지, 지하 1층 달밤지기 노래방, 십대 청소년들 탈선 현장 잡았습니다. 지원 부탁드립니다...


(아이들 “짭새가 우리 탈선이래 ㅋㅋ” 욕, 웃음. 비아냥..)


CUT TO 쾅.... 문 바로 열리고 아이들 흠칫


지율 (살벌) 지원 나왔습니다. 어떤 새끼부터 손 볼까요? (덮고 잤던 시환 셔츠 주고)  

(아이들 보면) 너냐? #$$ %$ ^%^%$ 하던 놈? (고개 저으며 뒷걸음질) 그럼 너야? $&^ *&* 대가리에 뭐가 들어서 어른한테 #@@^ ^%$ 이야? ^&$% 나와! (학생 1 노려보고) 너야? (학생 2 비켜서며 혼잣말 뭐 이런 미친 *&%)


이 ^&$%^ 야! 이리와! 입 벌려! 다시 지껄여봐! 혓바닥을 뽑아버! (덤빌 듯, 학생 쫄아 시환 쪽으로 숨고, 들어서는 진우, 지율 막고)  


진우 (피해자와 6,7) 너희 셋 이리와. (시환에게 차 키 주고) 얘들 먼저 데리고 들어가. 나머지는 우리가 할게 (아이들 나가려고 움직).      

학생 1 아 ^&^ 3$%# 지가 뭔데?

학생 3 조용히해, 너 때문이야.

학생 1 뭐?

학생 3 니가 먼저 욕했잖아, 경찰한테? %^&$ 이기지도 못할거면서

학생 1 (몸싸움) 죽을래? ^& 3$%


(진우, 시환 아이들 말리고, 피해자 아이 서둘러 옷 입고. 넘어지고 밀리고 지율 난장판 속에 태연하게 나머지 아이들 핸드폰 수거)


28 N /INS/ 불켜진 건물 비추고


작은 회의실


영상1: 덩치 큰 아이가 물구나무 서서 콜라를 마신다, 줄줄 새고, 와르르 웃는 아이들

영상2: 건물 옥상 난간에 발을 걸고 누워 윗몸 일으키기를 하는 아이, 건물 밖으로 몸이 누웠다 일어났다를 반복하고, 겁에 질린 듯한 얼굴 클로즈업하며 다른 아이들 웃어대고

영상3: 마트 냉동칸, 포장을 찢고 냉동 생새우를 꺼내 깨문다, 직원이 소리치자 화들짝 입에 집어넣고 도망감

영상4: 횡단보도 파란 불, 아이가 포복으로 건너기 시작, 불이 바뀌고 빵빵거리는 차량, 욕하며 앞뒤로 피해가며 아슬아슬 운전, 끝까지 기어서 건너는데 내려가는 바지에 속옷 클로즈업, 옷 엉망, 팔꿈치 까져 피 나고, 누군가 차량 밖으로 쓰레기를 던지며 욕까지.

영상 5: 팬티만 입은 아이, 위에는 여자 속옷을 입고 음악에 맟춰 섹시 댄스, 아이들 웃음소리 속 ‘이거 대박이야!’ 여자아이들 소리도 들리고     


기다란 탁자 끝으로 앉아 입을 꽉 다문 아이. 덩치 크고 순한 인상, 낮에 뛰다가 오토바이에 부딪힐뻔 한 그 아이다. 계속해서 영상들을 돌려보는 경찰1과 진우, 표정이 좋지 않고.    


진우 호성아. 이거 찍어서 올리는 걸, 넌 동의 안 한거지?


(아이 반응없고, 다른 곳 보고)


경찰 1 동의를... (안타깝) 말 한마디도 제대로 못했겠지.. (아이 침묵)

진우 처음에 몇개, 너 웃고 있는 거 진짜 딱 몇 개... 그거는 네가 동의하고 찍은거야? 만약에 그것부터도 아니었으면, 아니었다고 말하고 (아이 침묵, 진우 한숨) 야 임마, 지금이 기회야. 네가 똑바로 증언을 해야 쟤들을 처벌하지. 너 아무말 안하면, 쟤들이 주장하는대로 장난이었고, 네가 틱톡하느라 그랬고.. 그렇게 되는거야  

경찰 1 무서워? 쟤들이 좀 때리고 그런 것도 있긴 하던데.. 이호성. 네가 증언하는게 나쁜게 아니야. 혹시라도, 처음에는 장난으로 시작했어도, 네가 싫어하면 더 이상 안했어야지. 이거봐, 이런거는 네가 싫어하잖아, 무서워하고.. (영상 툭툭 넘기고). 봐, 딱 봐도 네가 좋아서 하는 게 아니야. 옆에 애들만 신났지.


(진우가 한번 더 설득하려는데 똑똑, 보면)


CUT TO 문 열리고 들어오는 아이 엄마 – 이태원 24시 식당 사장님, 경찰들 인사하려는데 아이에게 뛰어와 엉엉 우는 사장, 아이도 그제야 눈물을 터뜨리고


29 N 난리난 1층, 학생들과 보호자들, 여기저기 전화 통화 중인 경찰들, 고서방가하는 주취자와 기다리다 잠이 든 사람까지.   


경찰 2 (넋나간 시환에게 커피) 난리죠? 애들이 사고치면 이래요, 보호자 부르면 할아버지 할머니 다 동원해서 애 하나당 몇 명씩 오는 집도 있고, 아무리 불러도 안 나타나는 사람도 있고.   

시환 안 오면 어떡해요, 재들은? (보호자 없이 삐딱하게 앉아있는 학생 2,3)

경찰 2 부모가 안 나타나면 결국은 학교 선생님들한테라도 연락해야죠. 일단 서명받고 돌려보내고, 날 밝을 때 다시 불러서 조사하고.  

시환 (어수선... 둘러보고) 와, 이건 뭐..

경찰2 들어가요. 피곤한데.

시환 괜찮습니다. 뭘.. 할까요? 애들 신원 확인만 하면 되죠?

경찰2 (웃음) 저희가 할께요. 이게, 애들 범죄는 애들 문제가 아니에요. 같이 앉은 부모들 보이시죠? 싸울려고 눈 부릅 뜨고? 아유, 보통이 아니에요. 총각들을 귀신같이 알아봐요. 사고 치는 애들 부모는, 똑같이 자식있는 경찰들이 맡아야지, 미혼들은 아주 가지고 놀아요.  

시환 그런것도 있어요?

경찰2 지들보다 한참 아래로 본다니까요? 생각해봐요, 저집 애들이 어디서 그딴 걸 배웠겠어요? 구정물이 자꾸 흘러내리니까, 밑에 모 똥물이 되는건데... 에효, 참..


(경찰 2, 커피컵 버리고 복귀, 시환 커피 마시며 조용히 한숨)  


CUT TO 보고서 작성 마친 지율, 시환 발견


30 N 경찰서 문 나서는 두사람


시환 (시간) 와, 시간이 벌써.. 좀있다 출근해야겠는데요?

지율 (지침) 그러게요. 얼른 들어가요. 잠깐이라도 자야죠.

시환 같이 가세요, 바로 앞인데.

지율 사무실 올라갈까 하구요. 지금은 바람 좀 쏘이고.. (계단 옆에 걸터앉고)

시환 (옆에 앉아 돌아보고) 진우형은 아예 못 나오나봐요, 피해자랑 있는 것 같은데

지율 진우 선배가 아는 애라 그랬죠?

시환 24시 식당이요, 거기 사장님 아들이에요. 많이 착해요. 바쁠때는 나와서 일도 하고 그러는데.. 몰랐어요, 인사 잘 하고, 잘 웃고 그래서.

채은 /E/ 야! 류시환!

(시환, 지율 보면, 술에 취해 몸도 못 가누는 채은, 높은 구두에 삐긋거리며 다가오고)

채은 야! 너 왜 바람 펴? 내 전화 씹으면서 딴 년이랑 놀고 있냐?

시환 (당황) 넌 왜.. 또 얼마나 마신거야?

채은 많이. 나 술 좋아하잖아. (지율에게) 너! 너 우리 오빠한테 꼬리치지 마. 나 경찰되면, 내가 우리 오빠 파트너 할거야. (시환 말리고) 놔둬봐! 그러니까, 너는! 어우, 옷 꼬라지 좀 봐, 여자가 챙피하게.. 세수는 해?  

시환 채은아! 집에 가, 뭐하는 거야?

채은 갈거야, 나 아까도 갔었는데, 너네 경비 아저씨가 못 들어가게 하더라, 너 아직 안 들어왔다고.  

시환 우리집에 갔었어?

채은 어, 니 오피스 텔, 쪼기 있는거

시환 거길 네가 왜 가?

채은 잘라구. 기분이 너무 좋아서 오늘은 오랜만에 너랑 자고 싶어서 갔지.  

시환 (지율 슬쩍 보고, 당황) 집에 가자, 데려다 줄께

채은 크흐흐 어딜 데려다 줘? 너 우리 집 모르잖아

시환 그러니까 어디야? 주소줘.

채은 싫어. 나 너네집 가서 잘거야. 너도 나랑 자는 거 좋아하잖아

시환 (지율 눈치) 얘가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이리와, 택시 잡아 줄께

채은 미쳤냐? 야! 경찰이 이 시간에 술취한 여자 친구를 택시 태워 보내? 뭘 믿고? 너 그 기사 아저씨 알어? 세상이 얼마나 무서운지 아냐고?

시환 아는 애가 이러고 다녀? 그럼 모텔 가서 자든가.

채은 (뿌리치고) 싫어! (지율에게) 야! 여자 경찰! 너, 내가 맨날 보는데, 우리 오빠랑 너무 붙어 다니더라. 둘이 잤니? 오호, 벌써 잤구나? (시환 입 막고) 아 퉤, 놓으라고, 왜 이래 사람이 말을 하는데?

시환 미쳤어? 내 선배님이셔

채은 풉.. 선배는 무슨.. 여자 남자 그렇게 붙어다니면, 다 그렇고 그렇게 되는거야.. (웃으며 시환에 마구 키스) 우리처럼..

시환 (떨쳐내면서도 다칠까 잡아주고) 아, 좀.. 정신차려봐!

채은 (손목 잡힌채 빙빙돌며 소리 지르고) 류시환, 나랑 자자! 예쁜 딸 낳아줄께!

시환 (다시 입 막고) 조용히 해, 미쳤어? 헤어졌잖아, 우리! 네가 나 찼다고.. 생각 안 나?

채은 그러니까 다시 만나는거야. 오늘부터 1일 ~~ (품에 안기고)

시환 놔봐, 이거.. 놓으라고..

지율 시환씨, 그러지 말고, 많이 취했는데, 얼른 데리고 가요. 여기 좀..

시환 (둘러보면 이미 구경꾼들, 곤란) 휴.. 그럼 저 먼저.. 선배님, 죄송합니다, 얘가 원래 술버릇이 좀.. 죄송합니다.. (어깨에 채은 둘러매고)

채은 꺄아악, 류시환 최고! 사랑해~


(시환 빠른 걸음으로 뛰다시피, 채은 웃음소리 퍼지고)


CUT TO 사람들 피식피식 웃고, 수군거리고.. 지율 들어가려고 일어서는데, 뒤에 서있는 진우와 눈 마주치고


31 N 사무실

(물 꺼내오는 진우, 허리 베게 놓는 지율)


진우 (옆에 걸터앉고) 뭐야? 못 보던 건데?

지율 차 형사님이 줬어. 허리 아프냐고.. (담요 펼치고)

진우 질문이 이상한데? 허리 아프냐고.. 먼저 얘기한것도 아니고, 알고 사 온 것도 아니고.. 물어보면서 준거네?

지율 가끔 수건 같은거 접어서 대고 잤거든. 보셨나봐. 누워봐.

진우 (물 내려놓고 슬쩍 눕고..) 아아, 좋다.. 허리가 쭉 펴지네

지율 (옆에 앉아 물 마시고) 먼저 자. 나 할거 있어.

진우 (감동) 나 자라고 담요 꺼내준거야? 진짜?

지율 난 아까 잠깐 잤어. 안 피곤해.

진우 그래, 너 잘 자더라. 노래방에서 잠이 오냐? 안 시끄러워?

지율 잘만 해 (일어나려는데 진우 잡고)

진우 아까 시환이 말이야.. (지율 보고) 걔랑 헤어진지 오래됐어. 오해하지 말라고.

지율 들은거 같애. 예전에 사귀던 사람..

진우 응, 걔야. 지가 좋다고 먼저 따라다니다가, 잠깐 사귀는 거 같더니 바로 딴 남자 생겼다고 찼어. 별로 좋은 애도 아니고, 시환이도 미련도 없고.

지율 잘됐네

진우 ... 그게 다야? 뭐, 궁금한거 없어?

지율 아니. 없어. 왜?

진우 그냥.. 시환이가 아까.. 걔 술 취한거보다, 너 눈치를 더 보는 거 같아서..  

지율 내 눈치를 왜 봐, 술 취한 사람이 하나 둘인가.

진우 (조심) 시환이가 너 좋아하지?

지율 아니

진우 좋아하는 것 같은데? 남들 다 아는데 너만 모르는 거 아냐?

지율 그렇게 좋아하는게 아니야. 파트너고 선배고, 그런거지  

진우 ... 너는? ... 너는, 시환이 어때? 같이 지내기 괜찮어?

지율 강진우는? 강진우는 류시환 어때? 같이 지내기 괜찮어?

진우 (웃음) 어, 괜찮아. 나는 류시환도 괜찮고, 강지율도 괜찮고.. 미안해. 너무 사적인거 물어봤나?

지율 사적이지 않으니까 물어봐도 돼. 더 물어봐. 이석호 좋아? 차은석 좋아? ... 난 잘 몰라. 다 좋아.     

진우 ... 강진우 좋아?

지율 (돌아보고 미소, 눈 마주치고. 지율 천천히 다가가 한손을 진우 눈 위에, 진우 가만히 시키는대로 편안히 눈 감으면. 지율, 담요 살살 끌어다 진우 머리 위까지 덮음. 안벗겨지게 베게 밑으로 꾹꾹 고정) 이러고 있을때가 제일 좋아. 찍 소리 안하고 푹 잘 때.  

진우 너무 조용히 자면, 변사체 같잖아.

지율 (담요 위로 얼굴 만지작, 코 토닥) 숨은 쉬어도 돼.

진우 다행이다. 잔다...


CUT TO

(지율, 머리맡에 램프 켜고, 사무실 불 끄고 책상에 앉아 컴퓨터. 카메라 멀어지면서 한가한 새벽 거리)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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