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를 시작한지 백일이 되었습니다 (빰빠라빰~~~)
사실 작품이라고 하기도 부끄러운, (그냥 ‘글’ 수 라고 하는 게 낫겠네요) 이제 겨우 서른 몇개 올렸습니다. 오랜기간 꾸준히 해오신 선배님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나름 백일이라고 혼자 잔치를 벌입니다. 급하게 대충 썼던 프로필도 성심껏 다시 고쳐썼구요, 배경 음악도 준비 할까 했는데, 첫사랑 그분의 노래 말고는 아는 게 별로 없어서 패쓰 합니다.
(아, 제 첫사랑이요? 가수랍니다… 성은 본 씨…이름은 ㅈㅂ 라고… 확실치 않지만, 이분 맞을거에요. 앨범 다 있거든요. 공연도 갔었고, 정말 오래도록 품고 있는 사람입니다. 아직도 제 차 안에서 단 둘이 너무 열심히 사랑합니다… (음.. 쓰고보니..??? 19금 아님) 사실 우리는 운명이었어요. 출생의 비밀도 있답니다. 이분의 큰 딸과 제 큰 딸이 생일이 같아요...!!! 연도는 좀 다르지만요 ㅎ)
어쨌든…
저는 글을 쓴지가 얼마 안됩니다. 몇년전에 외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서, 그 다음해에 첫 수필 <나이>를 썼는데, 어느 문학지에서 덜컥 신인 문학상을 받았습니다. 그 해에 운이 좋았는지 <이금옥 여사 – 공항동 이쁜이> 라는 역시 '첫' 소설로 또 다른 문예지 공모전에 당선되구요, 아 그러면 다른 종목도 한번 해 볼까, 해서 시와 문학 평론에도 도전했는데, 다들 상을 주셨어요. 최고였죠. 아차, 그때 복권도 사 볼껄 하고 늦은 후회를 했습니다..
명색이 4관왕인데, 사실 별 활동 한 건 없습니다. 작은 문예지들이라서 그런 것도 있구요, 제가 멀리 살다보니 어디에다 뭘 해야 할지 모르기도 했구요. 그때까지는 한국 뉴스도 안보고, 하다못해 컴퓨터에 한글도 안 깔려있는, 그냥 완전히 ‘떠난 사람’이었거든요..
저는 한국에 자주 안가는, 못가는, 아이 셋 있는 교사입니다. 얘, 쟤, 돌아가며 일이 생겨서 수시로 은퇴(!) 하구요, 지금도 너무 오래 쉬어서 그런가, 코로나 끝나도 어쩐지 복직할 생각이 안 들어요. 언어 교육을 전공 했는데, 미국 살다보니 주로 영어를 가르치게 되었구요, 전공대로 ESL 이나 특수교육쪽도 함께 합니다.
원래 한국에서는 주로 대학생/성인을 많이 가르쳤었구요, 가끔 번역이나 라디오 대본을 썼습니다. 한국에서 공대를 나오고 외국계 회사를 다니다가, 유학오면서 교육학으로 바꿨어요. 원래 다정다감한 성격은 못 되어서 학교 다니는 동안에도, 직장 있는 핑계로도 한국에 자주 안 갔습니다. 게다가 이제는 애들까지 키우다 보니, 어느새 한국에서 보다 외국에서 보낸 시간이 더 많아졌습니다.
그래서인지, 글을 쓰면서 느끼는 게, 제가 한국에 대한 감(!)이 많이 떨어졌더라구요. 지명, 음식, 단어, 영화, 이슈, 직업.. 전부 다 요. 그래서 요즘은, 넷플릭스 한국 드라마나 예능, 다큐.. 또 여러 다른 작가님들의 글을 보며 공부합니다. 소재를 찾고, 아픔을 배우고, 행복을 연구합니다. 늦게라도 브런치를 알게 되어 너무 다행입니다. 글을 쓴다는 공통 분모가 있어서인지, 마음 통하는 작가님들을 알게 되어 감사하구요, 해박하신 분들이 많아 항상 넘치게 배워갑니다. 격려 해 주시는 따뜻한 분들께, 드려도 드려도 많이 부족한 더 많은 하트를 뿅뿅 뿜어드립니다. 저는 여러분께 배우는 게 참 많습니다.
저는, 다 적당히 잘 하지만, 딱 두가지를 못합니다. 수영하고 살림…! 코로나 덕에 집콕하느라 음식이 꽤 늘었다고 생각하지만, 여전히 어디 내놓을 수준은 아니구요, 군것질을 좋아해서 쌀 떨어지는 건 몰라도 과자 떨어지는 건 못 봅니다. 인류의 가장 위대한 발명품은 설탕과 기저귀라고 믿지요. 커피와 단 것이 항상 수북히 쌓여있어야 행복합니다. 전쟁만큼 죽어나간다는 코로나 속에, 이렇게 과자 까먹으며 글을 쓰고 있는 저는 어쩌면 가장 배부른 사람입니다. 참 죄송하지만, 타인의 고통과 절망으로, 제가 가진 모든 걸 감사하고, 아름답게 볼 수 있는 마법을 배우네요.
끊임없이 저를 불러대는 세 아이와, 두 반려동물과, 한 남편의 조직적인 억압과 방해공작에 굴하지 않고, 열심히 하겠습니다… 지금도 마루 바닥에 불법 투기 된 과자 부스러기가 눈에 거슬리지만, 꾹 참고 안 치우고 있습니다. 이 글을 마무리하고 움직이렵니다.. 굳은 의지.. 갑자기 생각 나네요, 혹시들 이 노래 기억 하실까요?
“휘몰아치는 거센 바람에도, 부딪쳐오는 거센 억압에도,
우리는 반드시 모이었다, 마주 보았다… (호잇!)”
이것저것 생각나는 대로 소개 말씀 써봤습니다. 원래 백일은 신생아가 친지들한테 인사하는 첫 날이잖아요. 거창하게 자랑할 만한 업적도 없고, 우아 떨면서 숨길 것 없이 편안하게요. 소설을 쓰다보니 제 소개를 드릴 기회가 별로 없어서요, 속속들이 알고 격려하면서, 친구처럼 친하게 지내시는 작가님들을 보면서 부러웠거든요... 저는 어쩌면 계속 이렇게 등장인물 뒤에 숨어있어야 하는게 아닌가 해서요. 오늘은 '제가' 주인공인 글을 씁니다 ^^
올해의 끝 저만치에서 브런치 입성 1주년 소식을 전할때에는, 뭔가 마구 크게 떠들어도 될만한 성과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신춘문예에 도전해 볼까요? 드라마 작가?? 출간??? 실상은, 주로 쓰는게 소설이다보니 한달에 한두편 올리기도 빠듯하지만, 욕심내고 싶습니다. 왜 저는 아직 아무데서도 연락이 없을까요.. 하긴 브런치에서 소설을 비인기 종목이지요. 그래도 계속 합니다..! 브런치가 좋아서, 작가님들이 좋아서.. 그리고 달리 아는 데도 없구요 ㅎ
이제 겨우 백일 되었으니, 앞으로 걸음마도 배우고, 기저귀도 떼어 갈 성장을 지켜봐주세요. 함께 울고 웃고 해주실 여러 작가님들께 큰 감사드립니다. 자주 뵈어요. 감사합니다.
신소운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