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매

할머니 전상서

by 신소운

귀신 떼는 부적마냥 불그레한 화톳장에

할매가 있었다

서리내린 댓바람 산보 소식에

기쁨도 잠시

귀인을 만나려나 노래 한곡 뽑으려나

까마득히 밀린 품삮 우유값은 나오는지

덤덤히 끌려 걷던 검정 고무신


손 때 묻어 다 지워진 세월먹은 화톳장에

할매가 살았다

흐드러진 매화 향은

호사중의 호사

무병장수도 좋고 재물은 더욱 좋다

죽도록 일해봐야 남은 건 두 평 마루

이마 가린 거친 손에 눌러 앉힌 낮은 잠


짝 잃은 바보되어 먼지쌓인 화톳장에

할매가 그립다

바다 건너 멀찍한 출세길

새가 되어 날거라

광 다섯장 쥐어주던 눈물이 남아

전생의 짝사랑은 손주로 온다하니

잊은 척 덤덤해도 내 숨 안에 쉬는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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