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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화의길벗 라종렬 Feb 14. 2017

금메달과 보름달

쉴만한 물가 - 98호

20140213 - 금메달과 보름달


4년의 기다림, 아니 선수들에게는 그보다 훨씬 더 오랜 시간 흘린 땀의 결실이 몇 분 동안의 경기에서 천 분의 일 초 이상의 차이로 순위와 메달의 색깔이 바뀌는 올림픽 경기를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감동하게 되고 그들의 모습을 통해서 도전과 용기를 얻기 도하고 함께 안타까워도 합니다. 냉정한 승부의 세계에서는 단 한 번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습니다. 또한 판정에 있어서 공평해야 경기하는 자가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기에 선수나 응원하는 이들은 평소에 연습하던 결과가 실수 없이 잘 나오길 바라는 마음으로 기원하게 됩니다. 경기장에 들어가기 전에 그리고 출발 신호가 울리는 시간까지 긴장하며 기도하다가 경기가 시작되고 호흡이 멈추는 것 같은 시간들이 지나 마침내 결승점을 지나고 최종적인 결과를 확인하고 난 후에야 가쁜 숨을 몰아 쉬면서 순식간에 지나온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회상하는 듯 감동의 눈물을 흘리곤 합니다. 수일 동안 전 세계인들을 감동케 하는 올림픽 풍경들입니다. 


사실 올림픽에 나가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영광입니다. 한 국가에서 대표로 뽑힌 이들이며 세계인들과 겨루는 자리에까지 나간 것 만으로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모릅니다. 그런데 아니라고 하면서 우린 너무도 메달의 색깔을 따라 어느 개그맨의 고백처럼 ‘일등만 기억하는 세상' 문화에 익숙하다 보니 선수의 수고와 노력에 대해 쉬이 폄하하거나 비수를 꽂는 일이 많습니다. 쇼트트랙 선수로서 불미스러운 일들로 안타깝게 러시아로 귀화한 안현수 선수가 동메달만 땄어도 축하하고 기뻐하던 사람들의 모습이 좋아 보였습니다. 늘 최선을 다했을 때 가 자체 만으로 자족하고, 땀 흘린 선수들을 함께 격려하는 것이 이런 경기를 하는 선수나 응원하는 이들이 함께 즐거워할 수 있는 길이라 생각합니다. 


달이 한껏 차올라 위영청 보름달이 떴습니다. 어느 시인이 표현한 것처럼 달은 눈 한 번 껌벅이는데 한 달이 걸립니다. 한 해가 시작되는 정월 대보름에는 유난히 큰 달이어서인지 함께 달집도 만들어주고 나서, 또 수고로이 지은 집을 태우면서 달에게 기원을 합니다. 아마도 어두운 세상에 빛을 비추는 그런 모습 앞에 괜스레 소망을 나누는 것이 아닌 줄 알면서도 손을 모으게 됩니다. 삶이 어려울수록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 멀리 있는 그런 달 에게까지 도움을 요청하게 됩니다.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찰밥을 얻어와 함께 나누고, 부럼과 호도를 깨며 겨우내 부족한 영양분을 보충하기도 하고, 더위도 팔아 더운 여름 덥지 않길 바라기도 하면서 이런저런 이들을 기원합니다. 


달집을 짓기 위해서 산에서 대나무와 소나무를 베어다 짓는 것도 모자라 건넛마을 달집 재료까지 빼앗아 짓습니다. 쥐불놀이와 더불어 마침내 달을 맞이하여 달집을 태울 땐 꼭대기에 달린 연까지 날려 보내고 보름 이후론 더 이상 연을 날리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태워버려 풍년도 소망도 기원한다지만 하룻 만에 짓고 태워 없어질 그 집을 지으면서 왜 건너 마을 것을 빼앗아 지었을까 생각해보면 어쩌면 그런 심성이 이 땅에 그리 오래 살지 못할 집을 살고 투기하며 죽어 가져가지 못할 그런 부동산을 모으기 위해  집착하는 세인의 모습이 중첩됩니다. 부질없는 욕심은 비례해서 행복을 앗아간다는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멀리 소치에까지 보름달이 뜨는지는 잘 모르지만 그곳에 있는 이들에게 보름달로 만든 메달을 전해주고 싶습니다. 충분히 영광스럽고 수고했노라 전하면서 오랜 시간의 땀과 수고에 대한 아낌없이 칭찬과 위로와 찬사를 보내는 것입니다. 이제 또 어려운 이 한 해를 살아갈 용기를 품은 이들에게도 보름달로 메달을 달아 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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