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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화의길벗 라종렬 Mar 07. 2017

상품과 작품

쉴만한 물가 - 99호

20140221 - 상품과 작품


요 며칠 참으로 안타까운 소식들이 원근 각처에서 전해져 왔다. 멀리 이집트에서 그리고 가까운 경주에서 전해 온 소식들은 안타까움에 가슴이 먹먹해지게 했다. 설왕설래 가타부타 말도 많고 탈도 많다. 그 이전부터 있던 여수와 부산의 기름 유출에 대한 소식들로도 정신이 없을 지경인데 조류인플루엔자에 대한 확산은 양계 농가뿐 아니라 연관 식당과 관련업에 종사하는 이들까지 힘들게 하고 있다. 사고나 문제들이 대량으로 발생되는 일들이 차츰 더 많아지는 것은 그만큼 우리 사회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조류 인플루엔자의 확산은 대량 사육과 생산의 방식이 획기적으로 전환되지 않고서는 이와 같은 류의 문제들이 생명산업에는 치명적으로 확산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산업은 대량 생산에 이득이 있을 수 있지만 생명산업은 유익보다 폐해가 더 많아지는 것 같은 인상이다.  


며칠 전 둘째 딸의 졸업식에 참석하게 되었다. 초등학교 6년을 한 반으로만 내리 다니다 졸업한 필자에게 여러 개 반의 수많은 아이들이 한꺼번에 졸업하는 풍경은 여전히 낯설다. 가까운 시골에는 10여 명 남짓도 안 되는 아이들이 졸업식을 한다는 이야기에 더더욱 이런 졸업식이 대량 생산을 위해 사육하다 출하하는 듯한 분위기 아닐까 생각했는데 다행히 학교 관계자들의 고민과 배려를 통해 아이들 한 명 한 명 교장선생님이 일일이 졸업장을 나눠주는 순서로 졸업식을 다 채우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스크린을 통해 졸업생 한 사람 한 사람의 얼굴과 소망들을 소개하는 세심함까지 있어서 낯선 풍경 가운데서도 훈훈함을 주기에 충분했다. 수 명의 아이들을 한꺼번에 사육하듯 획일적으로 교육하는 데 대한 거부감이 여전히 크고 한 사람 한 사람 인격적으로 교육되고 양육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어느새 양계장의 닭들처럼 상품으로 사육되는 듯한 인상이 여전히 도시의 학교들에서는 염려가 되는 부분이다. 


피겨 스포츠는 예술과 경기가 결합된 스포츠다. 고 난이도의 기술과 더불어서 그 기술이 음악과 동작이 매치되어 하나의 예술적인 몸짓으로 창작되어 갈 때 그것은 멋진 작품으로 탄생이 된다. 스포츠 경기로서만 기술이 평가된다면야 정해진 규칙에 따라 점수가 갈려지게 되겠지만 예술을 점수로 환산하는 분야에 있어서는 주관성이 개입될 수밖에 없다. 선수가 오랜 시간 땀 흘려 연습하고 만들어 공연하는 모습은 마침내 하나의 작품으로 승화된다. 그것은 누구도 점수화할 수 없는 그 사람만의 작품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때로 작품을 상품으로 취급하는 불공정한 심판들의 모습이 얼마나 안타까운지도 모른다. 


산업화가 되고 기계화가 되어서 대량 생산과 사육 그리고 교육들이 이루어진다고 해도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삶의 지혜가 있다. 우리 모두는 우리 부모에게 하나밖에 없는 귀한 자녀요 다른 누군가에게는 비교할 수 없는 소중한 작품 인생들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작품인생을 거부하고 다른 이들과 비교하는 이들은 스스로 자신의 가치를 상품으로 폄하하는 꼴이 되고 만다.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사람 그 사람이 바로 자신이다. 유일한 작품이라는 것이다. 그런 소중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기억하며 비교 속에 비관하고 좌절하는 비교 인생이 아니라,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소중한 작품인생으로 살아가도록 아이들과 우리 서로를 세워가는 그런 사회가 되길 꿈꿔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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