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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화의길벗 라종렬 Apr 19. 2017

봄 옷으로 갈아입고

쉴만한 물가 - 52호

20130315 - 봄 옷으로 갈아입고


“산 넘어 조붓한 오솔길에 봄이 찾아온다네. 들 너머 고향 논밭에도 온다네. 아지랑이 속삭이네 봄이 찾아온다고 어차피 찾아오실 고운 손님이기에. 곱게 단장하고 웃으며 반기려네 하얀 새 옷 입고 분홍 신 갈아 신고, 산너머 조붓한 오솔길에 봄이 찾아온다네 들 너머 고향 논밭에도 온다네. 곱게 단장하고 웃으며 반기려네 하얀 새 옷 입고 분홍 신 갈아 신고, 산너머 조붓한 오솔길에 봄이 찾아온다네 들 너머 고향 논밭에도 온다네” 김기웅 작시, 박인희 씨가 노래한 “봄이 오는 길"의 가사입니다. 이 노래처럼 봄의 따스함과 반가움을 잘 표현하는 노래는 없을 겁니다. 꽃소식이 여기저기 들려옵니다. 병아리 깃털 같고, 잠자리 속 날개 같은 뽀송뽀송하고 예쁜 봄꽃들이 나무도 숲도 새 옷으로 갈아 입히고 있습니다.  


오래전 음성 꽃동네에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꽃을 대량으로 재배해서 꽃동네라고 하겠지 생각했다가 현장에 가서야 부랑자들을 수용하는 시설인 걸 알게 되었습니다. 부랑자 수용에 관한 접수가 들어와 부랑자를 데려와 보면 다들 공통적으로 처음엔 몸이 뚱뚱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옷을 갈아입기 위해서 벗겨보면 몸이 뚱뚱한 것이 아니라 옷을 껴 입어서 그렇게 보인다는 것입니다. 누가 옷을 주면 더러운 옷을 벗어 버리지 않고 그 위에 그냥 껴 입어서 여전히 지저분한 모습으로 그렇게 몸이 둔해질 정도로 입고 산다고 했습니다. 아무리 새 옷을 주어도 금세 이전과 다를 바 없이 지저분해진 옷을 입게 되는 것입니다. 처음엔 마음이 후에는 옷이 모든 것을 포기하게 해 버린 것입니다.    


사람은 어떤 옷을 입느냐에 따라 됨됨이가 달라 보이기도 합니다. 또한 행동이 달라지기도 하고, 그 사람의 성격이나 성품을 짐작하게도 합니다. 어떤 옷은 그 사람의 신분을 나타내기도 하면서 동시에 살아온 삶의 이력에 대해서도 고스란히 드러나게 하는 옷도 있습니다. 오래전 어떤 관료들은 이 옷 때문에 사회적으로 물의을 일으켰던 적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 옷을 입고 벗는다는 것은 다중적인 의미들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물론 비싸고 좋은 옷을 입는다고 다 좋은 것은 아닙니다. 형이나 누님들의 옷을 물려 입으면서 어머님께서는 단추 하나 헤어진 데 없이 꼼꼼하게 꿰맨 옷을 입혀 주시면서 어떤 옷이든지 깨끗하고 단정하게 입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늘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어느새 저도 아이들에게도 여전히 단정치 못하거나 단추 하나 함부로 풀어 다니지 않도록 얘길 합니다. 그런데 요즘 어른뿐 아니라 학생들도 너무 과한 옷을 입어 위화감이 조성되거나 여타 여러 가지 문제들이 생기는 것을 볼 때마다 안타까움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  


봄은 우리에게 해마다 헌 옷, 해어진 옷, 입던 옷도 아닌 너무도 아름답고 깨끗한 새 옷을 입혀 줍니다. 이 봄이 주는 새 옷은 곱게 단장한 수줍은 신부 같은 옷입니다. 새 옷을 입으면서 벗어야 할 옷도 있고, 자신의 신분에 걸맞은 옷, 입어야 할 옷, 그리고 깨끗한 옷도 입어야겠지만 무엇보다 마음 가짐이 그에 걸맞게 나아가야 합니다. 흐드러지게 핀 꽃으로 수놓은 봄이 입혀주는 옷들을 보면서 우리 마음도 그렇게 봄옷으로 갈아입고 살랑거리는 봄바람에 움츠린 어깨를 펴고서 사뿐히 걸음을 내딛고 날아올라 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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