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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화의길벗 라종렬 Apr 19. 2017

진실과 지혜

쉴만한 물가 - 53호

20130322 - 진실과 지혜


아침 조회 시간에 한 학생이 술에 취해서 들어왔다. 평소 그럴 아이도 아닌데 술을 먹고 온 사실에 모두가 놀랐다. 알고 봤더니 가난하여 먹을 것이 없는지라 술 담그는 술 찌개미를 먹고 그만 술에 취하고 만 것이었다. 사실은 문제가 되었으나 진실을 알고 보니 나무랄 수 없는 이유가 있었다. 


외형적으로 드러난 사실이 있다. 물론 이 객관적 사실에 대해서도 서로 다른 것들을 볼 수 있으나 대부분은 표면적으로 드러난 사실은 공통적으로 알 수 있다. 그렇지만 그 이면에 담겨진 진실은 좀 더 살펴보고 알아봐야 한다. 왜 그랬을까?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가? 보통 상식에서 벗어난 일들이나 평소와 다른 일들이 발생했을 때 우리는 그 이변에 담긴 진실을 알고서 판단과 결정을 해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구가 태양의 주위를 돌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은 지식이라 한다. 그런데 태양이 뜨고 진다는 것을 아는 것은 지혜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책이나 다양한 정보들을 많이 습득해서 뭔가를 알아가는 것을 우리는 지식이라고 표현한다. 그래서 통상적으로 지식인이라 하면 상식 이상의 다양한 정보와 사실들을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사람을 말한다. 그러나 지식만을 추구하다 보면 머리는 커지지만 자칫 자신의 지식의 한계 안에 갇혀 편협한 사고로 비판과 단죄에 익숙해질 수도 있다. 그래서 다름을 틀림이라 여기고, 어느 순간에는 그 한계를 넘지 못해 아성에 갇히는 경우도 있다. 


지식이 머리에서 가슴으로 이어지고, 단순한 앎에서 체험적이며 실제적인 경험으로 터득되고, 그로 말미암아 맞다 틀리다, 옳고 그르다가 아니라 다양함 속에서 그 이면에 담긴 축적된 지식이 경험으로 산출되어 말과 삶으로 표현되는 것들을 지혜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것들 가운데 변하지 않는 것을 진리라고도 할 수 있다. 지식은 담을 쌓아가지만 지혜는 문을 열어가는 것으로도 이해할 수 있다. 지식은 배우는 것이지만 지혜는 역사와 시간을 통해서 터득해 가기에 축적해 가는데는 연륜이 필요하다. 


최근 차마 지도자라고도 말하기도 부끄러운 자들이, 정부 요직의 내정자에서 줄줄이 낙마하는 사실을 본다. 오늘 그들의 모습은 사실 요직에 적합해 보였지만 진실을 알고 보니 결코 지도자의 자리에 앉힐 수 없었다. 사람들에게 알려진 사실 이면에 자신만이 알고 있던 진실을 가릴 수 있으리라 생각했나 보다. 비록 이들은 많이 배워서 지식을 쌓을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삶의 지혜는 터득하지 못한 듯하다. 


사실 속에 담긴 진실도 떳떳하고 변함없어야 하며, 지식뿐 아니라 삶의 지혜도 있는 자라야 존경받는 지도자로, 또 치세(治世)할 수 있는 자로 인정할 수 있는 것이다. 진실을 외면하고 가리고 무시하는 자가, 지혜를 터득하지 못한 자들이 득세(得世)하여 치국(治國)한다면 어찌 국민이 행복할 수 있으랴! 진실이 외면되지 않고, 지혜로운 자들이 존경받고 세워지는 그런 풍조가 올바로 세워져 가는 것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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