쉴만한 물가 _ 64호
20130607 - 물같이 바람 같이 살라 한다
산에 오를 때마다 생각나고 누군가 노래를 청하면 부르는 가곡이 있다. "청산은 나를 보고”라는 어느 한 선사의 시를 노래로 만든 곡이다.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 창공은 나를 보고 티 없이 살라 하네 / 탐욕도 벗어 놓고 성냄도 벗어 놓고 / 물같이 바람 같이 살다가 가라 하네 // 세월은 나를 보고 덧없다 하지 않고 / 우주는 나를 보고 곳 없다 하지 않네 / 번뇌도 벗어 놓고 욕심도 벗어 놓고 / 강같이 구름같이 말없이 가라 하네
복잡한 속세를 떠나고픈 어느 선사의 마음을 잘 표현한 글이다. 근자에 이런 맘을 토로하는 이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나이가 들어서인지 또 그런 세상을 조금 더 알아서일까? 불현듯 삶의 이유를 묻는 이들이 주위에 많아졌다. 그런 이들에게 여전히 살아야 할 이유들이 있음을 나누고 격려해야 할 일도 자연적으로 많아진다. 경제적으로 부유해진 이들도, 사회적으로 어느 정도 잘 살았다 하는 분들도 별반 다르지 않다. 특히나 병상에 오랜 시간 있는 가족들은 특히나 이런 맘이 더 강하게 드나 보다.
그런데 내부적인 요인보다 외부적인 이유로 삶의 의욕을 상실시키는 일들 즉 사회의 부조리나 불합리 내지는 여타 불미스러운 일들이 삶을 더 어렵게 할 때는 어느 선사의 맘이 든다. 싸울 여력도, 저항의 힘도 바닥이 나려 하고 그럼에도 변하지 않는 불의함이 포기하고픈 맘이 들게도 한다. 다양한 분야의 지도자나 리더라고 하는 부류의 윗물이 흐려진 경우에는 불가항력적 현실의 벽이 더욱 높아 더더욱 자괴감마저 들게 한다.
물과 바람은 가로막는 벽을 돌아가는 경우도 있고 넘어가는 경우도 있으며, 무너뜨리고 가는 힘도 있다. 모든 것을 다 품어 변화하는 기능도, 어떤 형태든지 변화될 수도 있다. 그렇게 사는 삶이어야 그냥 현실을 외면 내지 도피하는 염세적 삶을 벗어난 현실을 외면하지 않으면서 또한 그것에 물들지 아니하고 제 역할을 감당하는 삶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나라를 위해 순국해 간 이들의 삶이 그렇게 온몸으로 물처럼 바람처럼 살다 간 이들이라 믿으며 그 은덕 앞에 부끄럽지 않은 삶이고 싶다. 지금보다 더 절망적이며 불가항력적 현실 앞에서도 굴하지 아니하고 온 몸을 던져 불의에 저항했던 이들이 만들어 준 이 나라에 살아가는 이로서, 오늘 다시 이 노래를 부르며 물처럼 바람처럼 살아갈 이유를 호국의 달 첫 자락에 서서 되새겨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