쉴만한 물가 - 116호
20140711 - 인사가 만사다(人事萬事)
새로운 지방 자치시대를 맞이하면서 지역의 일꾼들에 대한 인사를 단행하며 고민하고 있다. 참여정부 때에 당시 야당의 대표였던 현 대통령이 입안하여 도입된 인사 청문회를 통해서 지도자의 자리와 일꾼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알게 되었고, 또한 이 제도로 인하여 요즘 곤혹을 치르는 이들이 많다. 그래서 급기야 인사 청문회에 대해서 손을 봐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그러나 그것은 어리석은 행동이다. 이러한 과정이 더욱 강화되어 지도자들과 일군들이 청렴하면서 정말 일할 사람들이 요소요소에서 일하는 사회가 되길 기대한다.
"인사가 만사다"라고 할 때, 인사(人事)는 사람을 채용하고 배치하는 것을 말한다. 만사(萬事)는 만 가지의 일, 다시 말해 모든 일을 뜻하는 것이다. 그래서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다"라고 하면 좋은 인재를 잘 뽑아서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것이 모든 일을 잘 풀리게 하고 순리대로 돌아가게 한다는 것을 뜻한다.
조선조 실학자 순암 안정복(順菴 安鼎福)은 고을을 다스리는 수령이 멀리해야 할 세 가지 타입의 관리로 세리(勢吏), 능리(能吏), 탐리(貪吏)를 들었다. 권세를 믿고 멋대로 조종해서 자기 名利(명리)만 좇는 자인 세리, 윗사람을 능숙하게 섬겨 총애를 잡고 재주를 부려 명예를 일삼는 자인 능리, 백가지 계교로 교묘히 사리(私利)를 구하고 자기 몸만 살찌게 하는 자인 탐리를 경계한 것이다. 이에 비해 율곡 이이(栗谷 李珥)는 세 가지 타입의 현명한 신하를 꼽았다. 도덕이 몸에 배 임금을 섬기고 백성을 편하게 하며 正道(정도)를 행하는 신하인 대신(大臣), 간절히 나라를 걱정하면서 자기를 돌보지 않고 정성을 다하여 백성을 보호하고 국가를 편하게 하는 신하인 충신(忠臣), 항상 자기 직분과 능력을 생각하여 그릇 크기는 경국(經國)에 미치지 못해도 재능이 하나의 관직은 능히 맡을만한 신하인 幹臣(간신)이 그것이다.
이러한 인사의 권한을 가진 자가 원칙을 따라서, 그리고 재능을 따라 적재적소에서 신바람 나게 일하도록 하는 일이 지도력을 좌우한다. 그런데 이러한 인사가 원칙을 무시하고 혈연 지연 학연에 얽매여서 공신들을 향하여 선심성 인사를 행하게 되면 당연히 원칙이 무너지게 된다. 그래서 집권자와 관련된 사람이 요직에 발령 나면 ‘낙하산 인사’라고 한다. 그래서 이러한 인사발령이 나면 나오는 말들은 ‘코드인사’, ‘보은인사’, ‘회전문 인사’라는 말까지도 있다. 심한 경우 'X판 인사'라는 말까지 한다.
요즘 정부의 인사뿐 아니라 얼마 전 비참한 결과를 안고 귀국한 축구 대표팀의 인사(선수 선발 및 기용)에도 동일한 모습으로 일을 그르쳐 결국 낙마를 하는 것을 보았다. 오랜 고질병처럼 이어온 관행과 전례라는 이름으로 썩어진 부위를 도려내지 못하고 봉합한 것의 결과물을 한 두 사람의 사의 표명으로 해결될 일은 아니다. 원칙과 정도를 벗어난 인사는 큰 재앙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지금 사회 다방면에 걸쳐서 얼마나 뼈저리게 겪고 있는지 모른다.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퍼거슨 감독을 비롯한 빅리그의 감독들이 명장이라고 칭송받는 경우는 물론 우승을 하는 성적도 중요하지만 야생마 같은 선수들의 재능들을 발굴하고 자신의 실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전략적으로 배치하는 일도 명장의 요건에 속한다. 그러나 몸값만 수 십억에서 수 백억에 달하는 선수들이 아쉬울 것 없는 상태에서 경기에 임해 최선을 다하여 뛸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일이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한다. 이러한 감독의 권위는 평소에 신뢰를 가진 자라야 그의 말을 믿고 따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다산 정약용(茶山 丁若鏞)은 ‘간쟁(諫諍 국왕의 옳지 못한 행동이나 잘못된 국정 운영에 대해 비판하고 논쟁하던 행위)을 좋아하는 신하는 배반하지 않는다’고 했다. 직언(直言)자가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인사에 있어서 먼저 사람과 인격이 된 사람, 그리고 그의 삶의 여정에서 윤리적으로 사회적으로 청렴한 삶을 살아온 이, 그러고 나서 정말 실력 있는 전문성을 갖춘 이를 원칙을 따라 등용하고 일을 맡기는 일은 지도자에게 있어서 모든 일을 잘 감당하기 위해 가장 우선되는 고민이다. 이를 위해서는 인사청문회를 비롯하여 다양한 등용문을 갖추어 찾고 기용하여 만사성(萬事成)해야 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