쉴만한 물가 - 192호
20160717 - 장마전선
장마전선은 ‘기단(氣團)’이라는 것의 세력다툼이라고 말한다. 기단은 기온과 습도가 같은 것끼리 뭉쳐 있는 공기 덩어리 혹은 띠를 말한다. 그 길이와 두께는 수 킬로에 달한다. 우리나라 주위에는 해양에서 생기는 기단과 내륙에서 생기는 기단들이 겹쳐지는 곳에 위치한다. 그래서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는 기단으로는 시베리아 기단(한랭건조), 오호츠크해 기단(한랭 다습), 북태평양 기단(고온다습), 양쯔 강 기단(온난 건조), 적도 기단(고온다습) 등이 있다. 장마전선은 이 중에서 장마전선이란 북태평양 고기압과 오호츠크 해 고기압 또는 북태평양 고기압과 대륙고기압 사이에 형성된 정체전선으로 인해 많은 비가 내리는 것을 가리킨다. 이 기단들이 주위의 기압에 따라서 남 북으로 진동하면서 오르락내리락하며 보슬비나 강한 비등을 내린다. 북쪽의 고기압이 강해지만 전선이 남쪽으로 내려가 우리나라는 비교적 산뜻하고 맑은 날씨가, 남쪽 고기압의 세력이 강해지면 전선을 북쪽으로 밀어 올려 무더운 여름 날씨가 나타난다고 한다. 이 기단의 갈등이 땅에서는 변화무쌍한 날씨와 비로 나타나는 것이다.
이스라엘 초대 왕이었던 사울이 죽고 난 이후에 치열한 세력다툼이 진행된다. 아브넬이라는 장수는 사울의 아들 이스보셋을 왕으로 세우고 사울 추종세력을 규합해서 북쪽에서 주도권을 행사한다. 남쪽에서는 다윗과 그를 추종하는 요압 장수를 비롯한 유다지파가 주도권을 행사한다. 다윗이 왕위에 오르고 나서도 상당수 주도권은 요압이라는 장수가 쥐고 있었기에 초기에는 말할 것도 없이 요압의 기새가 등등했다. 북쪽의 아브넬은 사울의 아들 이스보셋과의 갈등이 생기자 주도권이 남쪽 요압과 다윗으로 흐르는 분위기를 감지하고서 종교와 권력을 이용해 세를 규합하여 다윗에게 합류하고자 한다. 다윗은 그런 아브넬의 의도와 부정을 알면서도 그와의 동맹을 약속한다. 하지만 이미 남쪽에서 다윗 배후에 주도권을 쥔 요압은 아브넬의 이런 시도를 불온하게 보고 다윗 몰래 아브넬을 암살하고 만다. 그렇게 주도권을 차지한 요압 또한 후에 칼로 망한다. 이 치열한 갈등의 구조 속에는 서로 주도권을 쥐려고 하는 욕심에 기인한다.
부부와 가족 간, 이웃, 사람과 사람 사이를 비롯하여 노사와 정치, 그리고 나라들 간의 모든 갈등은 주도권 싸움이다. 신혼부부 시절엔 모든 것이 좋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서 삶의 패턴이나 경제 그리고 환경의 구성과 자녀 양육에 대한 주도권들을 서로 쥐려고 하는 데서부터 갈등이 시작된다. 부모와 자녀 사이에서도 자신의 뜻대로 자녀와 부모를 이용하거나 조정하려 할 때 갈등이 생긴다. 사람 사이에서도 마찬가지다. 다른 사람을 이용하려 하거나 주도하려고 할 때 그 가운데서 반드시 갈등이 발생한다. 노사와 정치에서도 마찬가지다. 서로 주도하고 세력을 쥐려고 한다. 내가 곧 왕이로소이다 하려는 마음들이 모두에게 있는 한은 그 안의 합종연횡은 당연히 나타나고, 그렇게 합해봐야 그 안에는 다양한 이익집단의 파벌 형성으로 결국 하나 되지 못하고 갈등이 깊이 내재된 화약고와 지진을 품은 것과도 같다.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는 마치 이스라엘의 지정학적 위치와 같다. 강대국의 틈바구니에서 주도권을 쥐기보다는 주도권을 가진 나라에 줄을 대는 방식을 일찌감치 택한 것이다. 줄을 타는 일도 고도의 지혜와 능력이 있어야 가능하지 그렇지 않다면 식민지에 버금일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그렇게 줄을 대고 연합하려고 하더라도 스스로에게 정통성이 투명해야 권위를 가지고 대등하게 협상하고 갈등을 주도하면서 풀어가든지 그 위를 타고 가든지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스스로에게 정통성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면 강대국의 농간에 휩쓸려 다닐 수밖에 없다. 작금의 한반도에 일어나는 사드를 비롯한 주변국들과의 외교에 이토록 휘둘리고 농락을 당하는 형국은 정부의 정통성에 대한 부정 때문에 이미 권위가 실추되어 있고, 거기다가 무능함까지 더해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사람과 나라 사이의 주도권 갈등은 피할 수 없다. 그래서 어느 한편이 더 많이 가지려고 한다면 반드시 그 갈등은 극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 갈등이 피할 수 없는 일이라면 그것을 어떻게 극복하고 기회와 개선과 성장 내지는 평화의 도구로 쓸 것인지는 당사자들이 어떤 원칙과 기본자세를 갖느냐가 중요하다. 자꾸만 경쟁으로 몰아가는 구도 속에서는 사생결단의 싸움만 있을 뿐이다. 하지만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것이 사람이라는 인식과 나라들 사이에서도 서로 동반자로 동역자로 함께해야만 상생한다는 마음과 자세를 가져야만 갈등이 호기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데서 이기적인 욕심을 조금만 낼 경우에 브렉시트로 자기들만 살겠다고 욕심내다 혼돈을 겪는 영국의 전철을 밟고 말 것이다.
사드의 한반도 배치는 단순한 군사적 문제뿐 아니라 정치 경제적인 이해관계와 생존이 걸린 민감한 사안이다. 역시 주도권을 선점하려는 문제가 걸린 미묘하고 복잡한 문제라는 것다. 여기에 이미 산재한 국내의 다양한 갈등과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테러와의 문제, 그리고 다양한 경제적인 문제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시점에서 우리는 정말 지혜롭게 고민하고 처신하지 않으면 폭풍을 맞든 장마를 맞든 따뜻하고 시원한 날씨를 맞든 그 결과를 고스란히 안아야 할 처지에 있다. 애꿎은 장마전선만 뭐라 할 것이 아니라 그 어느 때보다 현 국제, 국내 정세 가운데 우리가 살 길이 무엇인지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