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선화

푸풀쉴물 - 20070717

by 평화의길벗 라종렬

20040717 - 봉선화


유난히 봉선화가 많았지요

늦봄에 새싹들이 많이 날 때쯤이면

뾰족한 잎이 두 개 올라오고

연이어 동그란 봉숭아같이 생긴 연초록 잎이 함께 올라왔습니다.


크로버처럼 오밀조밀하게 모여있는

그 여린 봉선화 모종을

이곳저곳 옮겨 놓으면

금세 쑤욱쑤욱 자랐고

어느새 빠알간 꽃을 내었습니다.


씨를 담은 주머니가

손으로 살짝 건드리면 톡톡 터지는 것 때문에

수줍음을 잘 타는 꽃이라고 말하기도 하지요


어쩌면 누이들 손톱을 빨갛게 물들여주어서

또 그런 수줍은 모습을 닮은 게 아닌가도 싶습니다.


홍난파가 지은 '봉선화'는 이러한 수줍음보다

한철 살다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 뒤

겨우내 땅에 묻혀있다

이른 봄에 또다시 어김없이 살아온

그런 봉선화가 일제하 우리 민족의 상황과 비슷하다 하여

이 노래를 짓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 가곡 1호였지요


일제의 모든 어려움들이 지난 뒤의 봉선화는

그리움들의 이미지로 남습니다.

누이의 손에 얹혀진 봉선화가

시집에 간 누이, 멀리 돈을 벌러 떠났던 그런 누이들에 대한

그리움들로 표현되었지요


지금은

톡톡 튀는 그 모습과 바알간 모습들이

이젠 신선함으로까지 다가옵니다.


그리스도인으로 본

봉선화는 여러 가지 의미를 줍니다.

누군가에게 녹아져 손이며 손톱을 바알갛게 물들이는 것처럼

사랑의 영향력을 끼치는 것 같은 모습을 읽어 내고


톡톡 튀는 씨앗주머니처럼 멀리멀리

삶의 자리를 넓혀가며

그곳에 또 다른 봉선화를 피워내는 것처럼

어느 곳에서든지

그리스도의 향기를 피워내는 선교적 마인드를 읽어 낼 수 있습니다.



봉선화처럼 살아가고 싶습니다.

오래도록 손톱에 물들인 그 진주황의 그림처럼

누군가에게 주님의 사랑을 많이 많이 물들여 주고 싶습니다.


자리 잡은 그 자리뿐 아니라

멀리멀리 튀어가서 그곳에도

또 같은 하나님의 나라를 넓히는 삶을 살고도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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