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들마(가을바람)

쉴만한 물가

by 평화의길벗 라종렬

20120921 - 건들마(가을바람)


폭염, 언제 그리 더웠을까 싶을 정도로 변해 버린 날씨에 어느새 지난여름의 폭염이 잊혀져 간다. 하지만 정말 더웠다. 살인적인 더위에 냉방기를 돌리고 싶었으나 전기요금이 무서워 이전에는 틀지 못했던 것을 기어이 가동했더니 이번 달엔 요금 폭탄을 맞았다. 폭염 위의 폭탄요금은 그렇지 않아도 열나는 백성의 가슴에 기름을 부었다. 폭우와 폭풍은 여름의 끝자리 바로 가을인가 싶었을 때, 한꺼번에 세 개씩이나 몰려왔다. 더울 땐 비라도 오면 좋으련만 했는데 이번엔 또 웬 비가, 그리고 웬 바람이 그리도 거센던지 모든 것을 다 떠안고 가버릴 것 같은 기세였다. 유난히도 덥고 그 끝에 다가온 태풍에 마음을 졸이던 시간들도 또 지나갔다.


어느새 성큼 가을바람이 조석으로 불어온다. 폭염과 폭우와 폭풍 속에서도 여기저기 익어가야 할 것들은 잘 영글어 주어 고맙기도 하지만, 한 해 농사를 비와 바람에 망친 농가도 많다. 조금 남겨진 애간장이 다 녹아버릴 지경이다.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까! 그래도 가을이라고 하니 시원한 가을바람에 그간 엄두도 못 냈던 운동, 산책 그리고 코스모스랑 높은 하늘을 보며 사색함이나 여유도 조금 부려볼까 하는 마음이 생긴다. 거기에 여기저기서 가을을 맞은 잔치 바람들이 사람들을 부르는 바람에 괜한 맘이 들썩인다.


요즘 그 어떤 바람보다도 전 국민 모두에게 불어오는 바람이 있다. 바로 선거바람이 몰아쳐 온다. 안풍 문풍.. 어떤 바람이 더 거셀지, 과연 민심을 제대로 담아 높이 불어줄지, 그래서 도중에 둘이 하나로 뭉쳐 더 거센 바람으로 불어올지 모를 일이다. 여름날의 태풍은 점점 작아져 소멸되길 바랬는데 이 바람은 보태지고 더 커세 지길 바라는 사람이 많다. 퀴퀴한 보수의 바람을 좋아하는 이들도 있으나 그 바람에 신물이 난 많은 이들이 다른 바람을 기대하고 빠르게 SNS를 통해서 그런 민심을 표출하며 바람잡이들을 당황케 하고 있다. 새로운 바람을 막아보려고 그동안 하지 않던 일들을 카메라 앞에서 코스프레로 바람을 잡아 보긴 하는데 뻔한 가식이 유난히 더 틔어 보여 민망하기까지 하다. 역겨운 바람아 멈춰라!


어느새 바람이 스산해진다. 이 바람 끝이 폭염 폭우 폭풍만큼이나 혹한과 폭설과 한풍으로 시린 겨울이 될지, 아니면 새로운 희망의 바람이 훈훈하게 불어와 지난여름의 그 시름과 이 가을의 스산함과 어지러이 불어대는 바람들과 썩은 내 진동하는 역겨운 바람들을 모두 날려버릴지 모를 일이다. 그러나 오늘 건들마에 마음을 추스르며 부디 지금 부는 바람 가운데 가장 많은 이들을 이롭게 할 그런 바람, 조금 힘들고 어려워도 희망을 줄 수 있는 그런 바람, 모두 하나 되어 덩실덩실 춤추며 함께 나아가자 손 높이 들고 즐거이 노래하게 할 그런 바람이 앞으로 더 거세어 지기를 바라며, 가을바람 속에 높은 하늘 바라보며 조용히 두 손을 모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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