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쉴만한 물가

20141122 - 옷

아버지가 극진히 아끼는 색동옷을 입혀 주었다. 이 동생은 왕이 되는 꿈이 있었다. 그런데 그 꿈과 아버지의 편애가 형들에겐 미움을 산다. 그래서 어느날 형들은 동생을 죽이려다 말고 그를 노예상에게 팔아 버린다. 그리고 입고 있던 색동옷에 동물의 피를 묻혀 아버지에겐 들짐승에게 해를 당해 죽었다고 했다. 노예상에 팔린 동생은 이웃나라의 장군의 집 종으로 팔려가서 종의 옷을 입는다. 동생은 일을 잘했다. 그래서 하는 일마다 성실하게 일한 결과가 좋다는 것을 눈치 챈 장군은 이 동생에게 가정의 모든 살림을 맡기는 총무의 옷을 입혀준다. 역시나 모든 일을 잘 처리해서인지 장군의 마음에 들었다. 오래도록 이 동생을 보던 장군의 아내가 어느 날 동생을 유혹하고 주인의 뜻에 어긋나는 일이었기에 옷자락을 붙잡는 여인의 손에 옷을 벗어버리고 도망치지만 그 옷을 빌미로 남편에게 되려 동생은 고발 당한다. 장군은 비록 죽어 마땅한 죄이지만 평소 신임을 얻었기에 죽이지 않고 옷에 가둔다. 이제 동생은 죄수의 옷을 입는다.


감옥에서도 그는 간수장의 눈에 든다. 결국 간수장도 그를 지켜보다 감옥 일을 담당하도록 한다. 어느날 왕의 최측근 두 사람이 이 감옥에 들어오게 된다. 그들을 잘 섬기던 중 이 두 사람이 각각 꿈을 꾸게 되고 그 꿈을 해석해 주는데 공교롭게도 해석해 준 대로 한 사람은 복귀되고 한 사람은 죽게된다. 그렇게 나간 왕의 측근은 자신의 꿈을 해석해 준 동생을 잊고 만다. 2년의 세월이 흐른 후에 왕도 비슷한 꿈을 꾸게 되는데 당대 아무도 그 꿈을 풀지 못하게 되자 왕의 측근은 그제서야 동생을 천거한다. 동생은 이번에도 왕의 꿈을 잘 해석해준다. 앞으로 있을 7년의 풍년과 7년의 기근에 대한 꿈으로 이를 잘 대비해야만 나라가 평안할 수 있으므로 지혜롭게 대처해야 할 것이라는 제안까지 하자 왕은 동생을 총리로 세운다. 그리고 왕과 버금가는 권력을 그에게 준다. 종의 옷에서 이제 총리의 옷을 입게 된다. 그리고 왕의 꿈대로 나라는 풍년이 시작되고 차곡차곡 흉년에 대비해 식량을 비축해 간다. 7년이 지난 후에 기근이 시작되었을 때 온 나라와 이웃나라까지 기근이 시작되자 이 나라로 사람들이 식량을 구하러 온다.


형들이 살던 곳에도 기근이 들자 결국 이 나라로 식량을 구하러 온다. 그런 형들을 알아본 동생은 복수하지 않고 오히려 온 가족들을 이웃나라로 이주시켜 생명을 보존하고 가문을 이어가게 한다. 파란만장한 그의 삶의 여정이 결국 많은 이들을 살리는 여정이 되었고 그의 지혜와 꿈은 자신 뿐 아니라 많은 이들을 살리고 가문을 번성케 하는 일이 되었음을 고백하며 형들을 용서하고 끝까지 모든 가족 뿐 아니라 나라의 안녕과 질서를 유지해 가는 사람이 되고 마침내 수의를 입게된다. 성경 창세기에 나오는 요셉이라는 사람의 일대기이다. 그가 입은 옷이 그의 삶의 여정을 말해준다.


새싹으로 된 연두색 옷을 입다가 이내 화려한 꽃을 피우는 꽃잎으로 수 놓은 옷을 입고, 녹음이 짙어질 때면 푸르디 푸른 옷을 입다가 여름을 지내고 어느새 찬바람이 불 때면 다시 형형색색의 색동 옷으로 갈아입고 그렇게 가을이 깊어 질 때 쯤엔 모든 옷을 다 벗고 마는 숲과 나무의 옷들이 거리를 나뒹군다. 일년 내내 입었던 그 옷이 마치 수의처럼 바닥에 뉘었다. 계절마다 입고 벗어야 할 옷이 다른 그런 나라에 사는 우리들에게 나무와 계절의 옷들을 통해 보여주는 이야기는 인생의 축소판처럼 우리에게 많은 것들을 생각해 보게 한다.


옷장을 정리하는 아내가 다시 입어야 할 옷이랑, 잘 챙겨두어야 할 옷이랑, 옷장에 넣어 두어야 할 옷, 세탁소에 맡겨야 할 옷, 집에서 세탁해야 할 옷 등등을 가려내는 것을 보았다. 거기다가 작아지거나 오래되어서 입지 못할 옷들은 버리거나 재활용 통에 넣어야 한다고 내어 놓는다. 평소 무엇을 잘 버리지 못하는 나와 달리 아내는 과감히 결정한다. 지나고 보면 한 번도 걸치지 않았던 옷들이 있다는 것을 몇 해 경험하고 난 뒤에는 아내의 결정을 따른다. 왜 입지도 못할 것을 버리지도 나누지도 못하고 옷장을 차지하게 하고 고집했는지. 억지로 벗기 전에 미리 입고 벗어야 할 옷이 무엇인지 알았어야 했는데 계절이 바뀌고 한참 지나고 나서야 그런 사실을 뒤늦게 깨닫게 되는 걸까?


계절이 옷을 바꿔 입게도 하고, 개인의 취향에 따라 옷을 입기도 하고, 누군가에 의해서 때로 원치 않는 옷을 입을 때도 있다. 어떤 옷을 입든 지금 입은 옷이 어떤 옷인지 잘 분별하고 옷에 걸맞는 사람이 되든지, 아니면 자신에게 맞는 옷을 입든지 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자신이 입고 싶은 옷을 입기보다 입혀준 그 옷이 그 사람을 만드는 경우가 더 많겠지만 이왕이면 옷이 만든 사람이 아니라, 그 사람에게 맞는 옷을 입는 그런 인생이고 싶다. 더더욱 수동적으로 입혀진 옷을 입고 살아가는 사람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옷을 만들어 가서 마지막으로 입혀지는 수의 말고는 스스로 꿈꾸며 좋아하며 만든 그런 옷을 입고 살아가는 삶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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