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평화의길벗 라종렬 Dec 21. 2016

겨울에 피는 꽃

쉴만한 물가

20131219 - 겨울에 피는 꽃


동물이나 식물들은 대부분 겨울이 되면 겨울잠을 자고 따뜻한 봄이 와야 비로소 꽃을 피우는데 그래도 겨울 눈을 맞으면서도 꽃을 피우는 식물들이 있습니다. 그중에서 대표적인 꽃이 우리 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동백’(冬柏)이 있습니다. 겨울에 핀다 해서 붙여진 이름답게 12월~4월에 집중적으로 핀다 합니다. 동백을 비롯해서 복수초나 수선화등 겨울에 피는 꽃들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많지 않고 귀하기에 그 꽃들이 더 예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데 겨울에 피어서 예쁠 수밖에 없는 꽃이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꽃들이 요즘 인구에 회자되며 꽃 피우고 있습니다. 애초에 이 씨가 자생된 것이 아니라 민초(民草)들  위에 있는 지도자와 위정자들이 부린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부터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멀어지고 향기가 아닌 역겨운 냄새가 느껴집니다. 


흩어진 재(공공재)를 모아서 한 두 사람의 손아귀에 쥐어주는 ‘민영화’라는 꽃이 요즘 단연 인기입니다. 집안에 있어 민초들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긴 한데 이게 자꾸 비료도 관리도 힘들어집니다. 이리저리 걸리적 거리는데다가 여차하면 빚을 지는데도 식구들은 이것 없으면 살아가는데 너무도 불편한 정도가 아니라 아예 다른 일을 하기가 어려울 정도입니다. 가스, 상하수도, 철도, 의료…. 다른 집에 맡기고 필요할 때 돈 주고 빌려 쓰기에는 쓰임이 너무 많고 시간이 지날수록 임대료도 올라갈 것이 뻔한데 그래도 지금 당장은 내다 팔아야 다른데 새는 구멍을 막을 거라 생각하며 매일 만지작거리고 있습니다. 가족들에게는 절대 내다 팔 거 아니니 걱정 말라하면서...


옛날에 지독한 냄새가 났던 꽃이 있었습니다. 이 ‘독재화’라는 꽃은 그 향기가 여러 사람을 힘들게 하고 나라 전체를 공안 분위기로 휘어잡을 정도로 민초들에게는 불편한 꽃이었습니다. 그래도 이 꽃이 있어야 일도 빨리 되고 먹고살 수 있게 되었다고 자위하면서 불편을 감수하고서 견디다가 어느새 그 꽃의 향기에 중독되어서 그것이 몸에 해로운 줄도 모르고 길들여지고 말았습니다. 그래도 깨어있는 민초들이 오래도록 땀 흘려 그 꽃을 제거하고 향기로운 ‘민주화’라는 꽃을 들였습니다. 어느새 사람들은 ‘독재화’는 다 멸종된 줄 알고 어렵게 얻은 이 꽃을 좋아하긴 했지만 차츰 그 소중함 들은 잊어가고 말았습니다. 그 틈에 멸종된 줄 알았던 이 꽃이 다시 스멀스멀 여기저기 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그 향기에 취한 몇몇은 ‘민주화' 꽃을 뭉개고 자꾸 ‘독재화'꽃을 심어 대기 시작합니다. 민초들은 이제 먹고사는 일이 바빠서 이 독초를 보고도 어찌하지 못하고 그냥 살아갑니다. 


같은 마을에 살면서 윗동네 아랫동네, 응달뜸, 양달뜸 사이좋게 살아도 좋으련만 하나밖에 없는 이장 자리를 두고 사람들을 당파로 나누는 ‘분열화'라는 꽃도 여간 질긴 게 아닙니다. 어떤 사람은 이 꽃이 만발한 곳에 어렵사리 ‘단일화'라는 꽃을 피워서 분열화의 확산을 막아보려고 했지만 ‘국정원'이라는 정원에서 뿌려대는 댓글 씨앗 때문에 피워보지도 못하고 사장될 위기에 지금은 근근이 목숨만 연명하고 있습니다. 


살기 어려운 시절에도 마을에 그리 튀는 이들 없이 대부분 고만고만한 삶으로 서로 위로도 의지도 되어주면서 ‘평준화’라는 꽃을 피우며 살 때는 상대적 박탈감이나 위화감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산업화'라는 꽃이 피기 시작하면서부터 걷잡을 수 없이 ‘양극화’라는 꽃이 피기 시작했고, 이 꽃은 부동산 투기의 ‘바람'을 타고 구석구석 피어나 넘을 수 없는 벽을 만들어 관계를 단절시키고 있습니다. 그것을 또 ‘선진화'라는 이름의 꽃으로 부채질하는 무리들도 있으니 민초들은 이래저래 설자리들을 잃어갑니다. 


민초들 사이에서 매서운 겨울이지만 꽃을 피워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마음을 위로하며 다독이며 피는 아름다운 꽃들을 보고 싶습니다. 피어서는 안 될 꽃들이 시들고 다시 우리 사이에 피워야 할 꽃을 위해서 이 추위를 뚫고 씨를 뿌리고 매서운 바람을 막으며 꽃피는 그 날까지 이 겨울을 이겨가야 한다. 민초들은 꼭 그렇게 이겨 내리라.

매거진의 이전글 절망과 소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