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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마일펄 Nov 06. 2020

별일 없이 산다는 것

죽음을 생각하곤 한다

간밤에 꿈을 꿨다.

한자리에 모인 가족과 지인들이 두 편으로 나뉘어 내기를 했다.

내기를 마치고 승패가 갈리자 삼삼오오 모여서 서로 절을 했다.

절하기를 걸고 내기를 한 모양이다.

사람들은 서로 끊임없이 절을 했다.

무릎을 꿇고 등을 구부려 머리를 숙였다가 일어나는 동작을 반복했다.

처음에는 사뭇 진지했으나 시간이 갈수록 맹목적으로 절하는 꼴이 우스웠다.

‘네가 원한대로 된 거니?’

동생이 예쁜 물방울무늬가 그려진 큰 노란 리본을 머리 한쪽에 달고 방 한편에 앉아있었다.


눈을 번쩍 떠서 깨어났다.

다른 꿈으로 이 기묘한 꿈을 덮어버리고 싶어서

곧바로 잠을 청했지만 정신은 오히려 또렷했다.

결국 다시 잠을 이루지 못했다.

이른 낮, 엄마에게 전화를 했고,

별일 없다는 말씀에 비로소 안도했다.

‘집에 가서 엄마와 동생을 만나야겠다’라고 다짐했다.


며칠 뒤, 세 모녀가 뭉쳤다.

동네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단풍으로 물든 공원을 산책하며

조잘조잘 수다를 떨었다.

같은 공간에서 함께 시간 보내기,

그게 전부였다.

별 일 아닌 순간이

기쁨으로 충만했다.


언젠가부터 죽음을 생각하곤 한다.

오랜 지인들과 만날 때면

‘어느 날 갑자기 한 명, 두 명 빈자리를 느끼겠지.

그것이 나일지도 모를 일이고’라는 생각이 든다.


‘한강에도 갔었어. 그런데 무서웠어. 나는 아직 하고 싶은 일이 많은데.

걱정을 끼치려던 건 아니었어. 그냥 잠깐 쉬고 싶었던 건데.

왜 언니에게 연락이 갔는지는 모르겠어.’

몇 달 전 응급실에서 마주한 동생이 덤덤히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택시를 타고 병원까지 가면서 얼마나 간절하게 빌었는지 모른다.

제발 동생이 무사하게 해달라고.

그러면 욕심을 다 버리고 착하게 살겠다고.


나 하나 착하게 산다고 세상이 얼마나 달라지겠는가.

그러나 그마저 하지 않으면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었다.

난 아무것도 아닌 무력한 존재였다.


삶과 죽음을 생각한다.

세상을 좀 더 이해하고는

별일 없이 사는 하루가 얼마나 특별한지,

무탈하게 살아온 인생이 얼마나 축복인지를 깨달았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보내는 시간이 더없이 소중했다.


한 가지 욕심이라면 동생이 다시 너무 아프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내 곁에 오래오래 머물면서

서로 나이 드는 모습을 정답게 지켜보면 좋겠다.

우리는 베스트 프렌드니까.

자신을 위해서 가슴 아파하고 눈물 흘리는 사람이 있다고

그가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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