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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마일펄 Nov 13. 2020

돈으로 얻은 3시간짜리 행복

개인 영화 관람관, '더부티크프라이빗'에 다녀와서

지난 주말에 친구들과 코엑스 메가박스에서 영화를 봤다.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적당히 재밌었고 여럿 의미 있는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그야말로 잘 만든 상업영화였다.


이번 영화 관람은 특별했다.

영화가 아니라 ‘관람’에 방점을 찍고 있었다.

우리는 더부티크프라이빗 서비스를 이용했다.

모임이 여의치 않은 코로나 상황에서 모처럼 기분을 내봤다.

개인적으로는 기생충 이후로 1년 반 만에 찾은 영화관이어서 더 설렜다.


8명 정원에 모임 참석 인원은 7명이었다.

문을 들어서니 담소를 나눌 수 있는 라운지가 보였다.

오전 10시에 고급 카페 애프터눈티 세트에서 볼 법한 삼단 트레이가 눈에 들어왔다.

크로와상 샌드위치, 무화과가 올려진 스콘과 브라우니, 마카롱이 놓여있었다.

소파에 앉아서 준비된 다과와 커피, 차를 마시면서 근황을 나누었다.

총 3시간 동안 공간을 활용할 수 있었다.

우리는 우선 이야기를 1시간 나누고, 나머지 2시간은 영화를 보았다.


좌석은 넓고 푹신했고 앞에는 발을 올려놓을 수 있는 거치대가 있었다.

부직포로 만든 일회용 슬리퍼를 신고 발을 쭉 뻗은 후 준비된 담요를 덮었다.

오버부킹 때문에 업그레이드돼 딱 한 번 이용해 본

거의 비행기 비즈니스 클래스를 이용하는 기분이었다.

비행기가 너무 고팠던지 약간 과장을 보태자면 황홀했다.


프라이빗 서비스의 가장 큰 장점은 행동의 제약이 줄어든다는 데 있었다.

어차피 영화를 보는 두 시간 동안은 집중하기 때문에

휴대폰을 보거나, 라운지에 가서 다과를 가져오거나, 화장실을 갈 일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하려면 얼마든지 편안하게 할 수 있는 일들이었다.

좌석 간 공간은 널찍했고 전부 아는 사람들이었다.

눈치 보지 않고 하고 싶은 대로 행동을 할 수가 있었다.

휴대폰을 보거나 화장실을 다녀와도 다른 이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았다.

한마디로 제약이 없다는 ‘선택권’이 주어졌다.

영화를 보는 동안 내 행동은 발을 뻗고 담요를 덮은 것을 제외하면

일반 상영관에서 관람할 때와 똑같았다.

하지만 자유로운 행동 범위가 늘어나자 심리적으로 더 편안했다.

영화도 더 재밌게 느껴졌다.

철저하게 돈으로 얻은 3시간짜리 행복이었다.


돈이 항상 행복을 보장해주지는 않지만

이날은 확실하게 돈으로 행복을 샀다.

구체적으로는 개인 공간을 확보해 자유와 선택지를 얻었다.

선택지가 많다고 늘 나은 결정을 하지는 않지만

여러 선택지 중 무엇을 고를지 고민을 할 수 있다는 건

분명 행복한 일이고, 대체로 경제력과 선택지가 주어지는 빈도는 비례한다. 

인생의 행로를 두고 고민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때로는 특권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띄엄띄엄 보이는 거치대에 올린 발들
다과 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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