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영화 관람관, '더부티크프라이빗'에 다녀와서
지난 주말에 친구들과 코엑스 메가박스에서 영화를 봤다.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적당히 재밌었고 여럿 의미 있는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그야말로 잘 만든 상업영화였다.
이번 영화 관람은 특별했다.
영화가 아니라 ‘관람’에 방점을 찍고 있었다.
우리는 더부티크프라이빗 서비스를 이용했다.
모임이 여의치 않은 코로나 상황에서 모처럼 기분을 내봤다.
개인적으로는 기생충 이후로 1년 반 만에 찾은 영화관이어서 더 설렜다.
8명 정원에 모임 참석 인원은 7명이었다.
문을 들어서니 담소를 나눌 수 있는 라운지가 보였다.
오전 10시에 고급 카페 애프터눈티 세트에서 볼 법한 삼단 트레이가 눈에 들어왔다.
크로와상 샌드위치, 무화과가 올려진 스콘과 브라우니, 마카롱이 놓여있었다.
소파에 앉아서 준비된 다과와 커피, 차를 마시면서 근황을 나누었다.
총 3시간 동안 공간을 활용할 수 있었다.
우리는 우선 이야기를 1시간 나누고, 나머지 2시간은 영화를 보았다.
좌석은 넓고 푹신했고 앞에는 발을 올려놓을 수 있는 거치대가 있었다.
부직포로 만든 일회용 슬리퍼를 신고 발을 쭉 뻗은 후 준비된 담요를 덮었다.
오버부킹 때문에 업그레이드돼 딱 한 번 이용해 본
거의 비행기 비즈니스 클래스를 이용하는 기분이었다.
비행기가 너무 고팠던지 약간 과장을 보태자면 황홀했다.
프라이빗 서비스의 가장 큰 장점은 행동의 제약이 줄어든다는 데 있었다.
어차피 영화를 보는 두 시간 동안은 집중하기 때문에
휴대폰을 보거나, 라운지에 가서 다과를 가져오거나, 화장실을 갈 일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하려면 얼마든지 편안하게 할 수 있는 일들이었다.
좌석 간 공간은 널찍했고 전부 아는 사람들이었다.
눈치 보지 않고 하고 싶은 대로 행동을 할 수가 있었다.
휴대폰을 보거나 화장실을 다녀와도 다른 이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았다.
한마디로 제약이 없다는 ‘선택권’이 주어졌다.
영화를 보는 동안 내 행동은 발을 뻗고 담요를 덮은 것을 제외하면
일반 상영관에서 관람할 때와 똑같았다.
하지만 자유로운 행동 범위가 늘어나자 심리적으로 더 편안했다.
영화도 더 재밌게 느껴졌다.
철저하게 돈으로 얻은 3시간짜리 행복이었다.
돈이 항상 행복을 보장해주지는 않지만
이날은 확실하게 돈으로 행복을 샀다.
구체적으로는 개인 공간을 확보해 자유와 선택지를 얻었다.
선택지가 많다고 늘 나은 결정을 하지는 않지만
여러 선택지 중 무엇을 고를지 고민을 할 수 있다는 건
분명 행복한 일이고, 대체로 경제력과 선택지가 주어지는 빈도는 비례한다.
인생의 행로를 두고 고민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때로는 특권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