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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마일펄 Nov 19. 2020

회사생활이 힘들 때 기댔던 드라마

중국 드라마 <후궁견환전>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중국 고장극 <후궁견환전>을 재밌게 봤다.

한국에서는 <옹정황제의 여인>이라는 애매한 제목으로 채널 칭 등에서 방영했다.

주인공 견환은 당시 청나라 황실에서 운영하던 수녀 제도를 통과해 황제의 후궁이 된다.

아름답고 똑똑한 견환은 처음부터 황제와 황실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다른 후궁들과 달리 품계에 더해 봉호를 받는 특별 대우를 받는다.

견환의 타고난 말솜씨와 눈치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나 매사 겸손하고 스스로를 낮출 줄 안다.

게다가 웬만한 고서古書를 통달해 때때로 정무로 고민 중인 황제의 지음知音 역할까지 맡는다.


견환은 후궁 동기들 중 가장 빠르게 품계가 높아져 실세로 떠오르고

다른 후궁들의 적극적인 견제를 받는다.

실질적으로 황궁 권력의 일인자인 황제, 이인자인 황후가 그녀를 밀어주고 있다.

그들은 내명부 실권자인 화비, 그녀의 오빠이자 막강한 세력을 지닌 연갱요를 견제하고자 한다.

결국 연갱요는 몰락하고 동생인 화비의 권세도 추락한다.


여기에서 극의 첫 번째 놀라운 대반전이 펼쳐진다.

온화하고 사려 깊은 줄 알았던 황후는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화비를 몰아내면서 동시에 떠오르는 실세인 견환도 내치고자 했다.

황궁의 권력 속성에 빠삭한 황후의 치밀하고 노련한 계략은 성공한다.

견환은 황제에게 배신감을 느낀다.

황제를 향한 진솔한 사랑을 거두고 마음의 문을 굳게 닫아버린다.

순수하고 자존심이 강한 견환은 결국 궁을 떠나 출가한다.

자신은 한낱 바둑판 위의 바둑돌에 지나지 않았음을 깨달은 것이다.


총 76화 중 중반까지 이야기다.

본격적인 이야기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견환이 다시 환궁을 하면서 펼쳐진다.

이번에는 뱃속의 아이와 자신이 살기 위해서 견환이 황제의 마음을 역이용한다.

황후처럼 이제는 황궁의 생리와 모든 계략에 빠삭하다.

어지간한 일에는 눈도 깜빡하지 않는 경지에 이르렀다.

흑화 한 견환은 철저히 정무적으로 말하고 행동한다.

황궁 사람인 그녀에게 더 이상 인간을 향한 인정, 믿음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어느 날 그녀는 화병에 담긴 꽃가지의 가지를 정리하면서 측근 시녀인 근석과 이야기를 나눈다.


견환:
원하는 건 남겨 두고 군더더기는 잘라 버리고
가지치기와 내명부 정리는 이치가 같다.
이 이치를 나도, 황후도 잘 알고 있지.

근석:
아주 보기 좋게 가지가 정리됐네요.

견환:
사람도 꽃처럼 곁가지가 자라니
늘 조심해야 해.


견환은 자신이 속한 냉혹한 내명부 생활을 가지치기에 비유하면서

살아남기 위한 냉정한 마음을 다잡고 있었다.


회사생활이 힘들 때마다 이 드라마를 몇 번이곤 돌려봤다.

작은 회사에서 혼자 영업&마케팅 팀 소속으로 사장과 업무 대면을 해야 할 때면

절대자인 황제를 대면하는 센스 있는 화술의 대가인 견환이라고 상상했다.

권력관계와 위계질서가 확실한 상황에서

갑자기 독심술이라도 생겨난 건지

견환처럼 같은 말이라도 상대가 납득할 수 있을 정도로 말을 하는

언변술이자 처세술이 발현되었다.


다른 회사에서 업무가 아닌

사내정치 때문에 스트레스가 극심할 때는

순수했던 견환이 기도를 올릴 때 말했던

‘북풍아, 매화의 마음을 안다면

더는 흔들지 말아 다오.’

라는 시구를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았다.


사실 이렇게 끝맺으려던 건 아니었는데

오늘 글쓰기는 망한 것 같다.

더 횡설수설하기 전에

부끄러운 글쓰기를 멈춰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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