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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마일펄 Aug 23. 2022

고정 수입이 불안한데도 이혼을 결심한 이유

내 밥벌이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탈출이 시급하다는 판단

이혼 진행 과정에서도 상대방이 때때로 이혼을 대수롭지 않게 가볍게 여기는 태도에서 과연 이 사람이 정말로 이혼하고 싶은 지, 이혼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는지 의심스러웠습니다. 나중에는 ‘이 사람이 자신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아는 걸까’ 싶었습니다. 오히려 이런 점 때문에 상대방을 인생의 반려자로서 여기며 살아가기에는 더더욱 신뢰할 수 없었습니다. 잘못된 생각이라도 일관성이 있으면 최소한 바로잡을 여지라도 있지만, 생각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인 자신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는 사람만큼 위험한 사람도 없습니다. 말과 행동을 종잡을 수 없고 예측을 할 수 없으니까요.


나중에는 저야말로 이혼이 순조롭게 마무리되길 누구보다 바랐습니다. 혹시라도 상대방이 중간에 갑자기 마음을 바꿔서 없었던 일로 하자고 할까 봐 마음 졸였습니다. 상대방의 성향을 고려해서 일부러 계속 이혼의 주도권이 상대방에게 있고 저도 동의하지만 어쩔 수 없이 따른다는 태도를 취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이혼이 최선인지는 여전히 헷갈렸지만, 마침 상대방이 이혼을 먼저 요구한 이번이 관계를 정리할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최소한 여기에 더 붙들려서는 내 인생에 답이 없고, 어쩌면 같이 골로 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엄습했습니다. 혼자 살게 되었을 때 어떤 일들이 닥칠지 불안한 마음보다 하루라도 빨리 이 말도 안 되는 곳에서 탈출해야 한다는 마음이 우선이었습니다. 이때부터는 오로지 이혼이라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고자 참고 또 참으면 차분하게 이혼을 원만하게 마무리 짓고자 했습니다.




회사에 소속돼 있지 않아서 당장 수입이 넉넉하지 않아 염려되었지만, 4~5년 치 집세와 생활비도 있었고, 당장 먹고 살 걱정을 하지는 않아도 되기에 이혼이라는 선택지를 좀 더 쉽게 선택할 수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어느 회사이든 받아준다는 보장은 없지만, 업계에서 제 연차는 선호도가 높은 편이고, 제가 원래 하던 직종의 직무로 취업을 시도한다면, 직전에 재직한 회사가 업계에서는 매출이나 인지도, 처우가 손에 꼽히게 좋은 회사였고, 퇴사 직전 1년간 업계에서 누구나 알 만한 괄목한 만한 업무 성과를 거두었기에 어디든 일자리 하나 구하지 못할까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설마 집세와 생활비가 전부 떨어질 때까지 수입이 내가 원하는 만큼 늘지 않을까 싶기도 했고요. 안정적인 일자리를 확보 뒤 이혼을 하는 게 나을까 고민하다가, 현재 제 상황에서는 이혼과 일자리는 별개의 문제라고 결론짓고, 우선 이혼부터 잘 마무리 짓기로 했습니다.


부부는 경제공동체이기에 이혼을 하면 결혼을 유지할 때보다 경제적 안정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두 사람의 수입을 합쳐서 생활하다가 다시 그 절반인 자신의 수입에만 전적으로 의존해야 하니까요. 당장 거주지 수준을 결혼했을 때보다 낮춰야 할 수도 있고, 배우자 한쪽에게만 수입을 의존하지 않고 자신의 고정 수입이 있다고 하더라도 결혼에서 경제적인 부분에서 느끼던 심리적 안정감도 사라지게 되고요. 사소한 부분이지만 공동으로 지출하던 각종 공과금도 오로지 혼자 부담해야 하고요. 사용량이 줄어서 금액은 좀 줄어들더라고요.


성공적인(?) 이혼의 필수 조건은 경제적 안정성 또는 여유라는 점을 강조해서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경제적 안정성이나 여유가 부자를 일컫는 것은 아니고, 안정적인 일자리가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고 그렇지 않더라도 안정적인 수입이 생길 때까지 버틸 수 있는 몇 년 치 생활비는 확보해야 지, 당장 다음 달 집세와 생활비를 걱정할 만큼 궁핍하다면 불행한 결혼생활보다 섣부른 이혼 뒤의 삶이 자칫 더 지옥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놓치지 말아야 할 부분은 미혼자든, 기혼자든, 비혼자든, 이혼자든 간에 자신의 밥벌이 정도는 책임지는 사람이라야 비로소 자유로운 사람이 될 수 있는 기본 조건을 충족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즉, 제 경우 프리랜서로 악착 같이 일거리를 따내거나, 다시 회사원이 되고자 적극적으로 일자리를 찾는 일은 결혼 유지나 이혼 여부에 상관없이 어차피 제가 해야 하는 일입니다. 타인의 도움을 받을 수도 없고 오로지 제 역량과 힘으로 말이지요. 생각이 여기에 이르자 이혼을 더 미룰 이유도 없었고, 결정을 내리기 한결 수월했습니다. 일이든, 이혼이든 어차피 해야 하는 것이라면 덤덤히 받아들이고 지금 해야 하는 것들과 할 수 있는 것들 즉, 현재에 집중하는 편이 나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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